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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상사에 맞아도 버틴다”…남자도 회사 가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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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한다. 그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는 없을까. [사진 중앙DB]

우리는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한다. 그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수는 없을까. [사진 중앙DB]

'워라밸'이 전부가 아니다…지금 필요한 건 '직장 민주주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우석훈 신간『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직장 안의 군대식 문화+선후배 문화 돌아봐야

 
직장인 김 모 씨는 아침에 회사 로고가 박힌 정문을 지나면서 이 주문을 열번쯤 되뇐다. 김 씨는 회사에 들어갈 때마다 영혼이 없어지고 몸만 작동하는 것 같았다. 퇴근길에 회사 정문을 나서야만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찰나와도 같았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 두꺼운 갑옷 속에 자신을 숨겨야만 살아갈 수 있었다. 
 
똑같진 않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김 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을 것이다. 매일 출근길이 즐거운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 뉴시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직장인들. [사진 뉴시스]

 
'워라밸'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일과 삶의 밸런스(Work Life Balance), '워라밸'을 추구하자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일과 삶 사이에 균형을 찾자는 말은 일은 고통이고 일 외의 삶은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즉, 고통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몸부림이 바로 워라밸의 실체인 것이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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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은 개인의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보면 이게 전부는 아니다. 최근 출간된 책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우석훈 지음, 한겨레출판, 1만5000원)에서 저자는 '일 자체가 덜 고통스러울 수는 없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책에는 앞서 소개한 김 씨를 비롯한 생생한 사례도 여럿 소개돼 있다. 
 
전근대적인 직장이 문제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일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일 자체가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단 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치여서 발생하는 고통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상사와 동료와의 관계, 지휘 체계와 조직 구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모든 이유가 대한민국의 '직장 민주주의'가 형편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군대식 문화에 (외국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선후배 문화가 결합하면서 층층의 수직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조직폭력배들의 형님 문화까지 더해지며 현재 한국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이는 자본주의와도 상관없고 정상적인 현대 기업의 조직론하고 상관없고 그저 '전근대적'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우리는 모두 직장의 피해자들
책에 따르면 직장인 박 모 씨는 몇 년 전 임신으로 부풀어 오른 배가 운전대에 닿는 상태에서도 운전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많은 일을 미리 해놓는 편이 복귀를 위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 휴가에서 다시 돌아온 일터는 싸늘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 여러 차례 발령을 받은 박 씨는 결국 얼마 못 가 사표를 내고 말았다.
 
직장이란 군대 안에서 일차적인 피해를 보는 건 여성들이다. 군대 안에서 전투하는 건 남성들이고, 여성들은 전투를 위한 보조 요원 혹은 지원기능 정도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유리 천장이 생겨나고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들의 경력 단절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전투병인 남성들은 엄청난 수혜자인가. 그렇지도 않다.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개인을 지워야 하고, 납득되지 않는 상사를 무조건 견뎌야 한다.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타파]

지난 10월 30일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이 2015년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뉴스타파]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5월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 뉴스1]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5월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 뉴스1]

저자는 사회 전체로 보면 갈등 비용을 줄이고 경제의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직장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위디스크' '교촌치킨' 등 기업 내에서 발생한 오너 갑질은 모두 직장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폐해라는 것이다.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부터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굳이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지 않아도 된다. 책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협동조합으로 자리 잡은 '서울우유', 수평적 관계를 실현한 '카카오', 직원 투표로 회사 대표를 결정하는 '여행 박사' 등을 한국에서 직장 민주주의를 실현한 긍정적 사례로 꼽았다.
 
무엇보다 문제의식을 정립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다니는 회사의 이름에 '민주주의'를 붙여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 민주주의'처럼 말이다. 그러면 생각하게 된다. '중앙일보 민주주의'는 어떠한가. 이는 문제를 인지하고 지향점을 세우는 과정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직장인들에게 꿈의 회사로 꼽히는 구글 [사진 중앙DB]

직장인들에게 꿈의 회사로 꼽히는 구글 [사진 중앙DB]

 

저자는 "직장 민주주의가 지금 우리에게는 정의나 인권의 문제만은 아니다. 집단적인 바보짓을 줄여서 돈과 시간의 낭비 그리고 조직의 실패를 줄여야 다음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도 더는 질서정연한 바보짓을 유지할 여유가 없다. 질서정연하고 스마트하게 바보짓 하는 시대, 지금 우리는 이 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갑질 상사에 맞아도 버틴다”…남자도 회사 가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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