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뭔가 맡아달라는 부탁이 몇 개 왔다. 몰아서 오늘 아침에 힘들겠다고 한꺼번에 답을 했다. 애들 보는 처지라서 상근하는 건 당분간 택도 없고, 그냥 회의에만 나가는 것도 무리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가족친화형 기업 인증위원은 장관 부탁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진짜, 누님만 아니라면 ㅠㅠ.. 조한혜정 선생이 하자고 하는 장관 자문도 별 수 없이 하게 된. 이건 피할 방법이 없어서, 젠더 경제학 출간 일정을 바꿔서 어차피 하게 될 거, 그냥 즐기자, 그렇게.

작년에 공기업 등 정부기관 기관장 문의가 몇 번 왔었는데, 전혀 형편이 안된다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그런 거 할 생각 있었으면, 정세균 국회의장 하던 시절에 벌써 국회직 했다. 그 때는 둘째가 아프고 입원하고, 그래서 뭘 할 처지가 아니기도 했고, 정세균 덕봤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었다.

최근에 나한테 온 제안들이 국회의원 할 생각 있으면 꽤 괜찮은 것이기는 한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다시 어깨싸움으로 들어가, 패거리 몰고 제압할 것이냐, 제압당할 것이냐,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처음 시민운동 출발은 나도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생태운동하면서 환경단체에 많이 관여했었고. 환경운동연합 간사랑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게 지금의 아내다. 에너지 관련 단체, 농업 단체, 이런 데와도 뭘 많이 했다. 그리고 뜨문뜨문 문화연대랑도 일했고.

아이들 조금 더 크고 나도 여유가 생기면 문화 분야 쪽으로는 시민운동을 조금 더 할 생각이 있기는 하다. 환경운동은 평생을 해서, 이제 지겹다. 그리고 맨날 지기만 하는 싸움, 그 안타까움을 이겨내는 것도 이제 버겁다. 그게 내가 얼핏 생각하는 내 삶의 장기적 계획이다. 지금은, 택도 없다. 큰 애는 어린이집 앞에서 매일 들어가기 싫다고 운다. 오늘도 달래고 들여보냈다. 그 대신 일찍 데리러 온다고 했다. 이게 요즘의 내 삶이다.

정부든 국회든,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문고리들한테 잘 보이는 것도 싫고, 실세들한테 아는 척하는 것도 싫다. 내가 왜?

명박 시대도 그렇고, 박근혜 때도 그렇고.. 국가에 충성할 사람은 필요없고, 문고리에 충성할 사람들을 구하는 것 같았다. 대통령에게 충성하면 안 되고, 문고리에 충성해야 한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 때는 몰랐다. 문고리 중의 왕 문고리가 최순실이라는 걸. 이런 게 요즘은 좀 많이 달라졌을까? 잘 모르겠다.

어제 민병두 의원하고 커피 한 잔 하다가 웃기는 얘기를 했다. 여의도 한 가운데 있는 민병두보다 내가 여기저기 얘기를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자기한테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준단다. 나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니까, 속상한 얘기, 열받는 얘기, 이러면 안 된다는 분통들,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종종 한다. 어쩌다 보니까 내가 그런 시시콜콜한 정보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하긴, 애들 보다가 정신 없으면 누가 전화걸어서 그냥 수다떠는 것도 잘 받아준다. 나도 재밌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잡스러운 얘기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한테 전화해서 속상한 하소연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민원 넣을 거 아니면. 그냥 애보는 아빠나 붙잡고 속상한 얘기하지.

사는 게, 딱 정해진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힘들면 철푸덕, 쉬었다 가도 아무 상관 없다. 학교에서는 잠시도 쉬지 말고 죽어라고 달리라고 한다. 그게, 그 편이 관리가 쉬워서 그렇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지식경제, 창조경제라고 하는 세상은 더더욱 그렇다.

남자들의 어깨싸움에서 나왔더니, 애 키우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기다린다. 나는 그 세계가 더 좋고,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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