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혜정 선생하고 차 마시고 얘기하다가 여성들의 경력단절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남자들에게 생활 에티켓 차원에서 한 마디 하자면, ‘경단녀라는 말은 안 쓰는 게 좋다. 남의 아픈 구석을 속설없이 후벼파서 매너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개싸기지로 찍히기 딱 좋다. 모 공기업의 임원께서 얼마 전에 단기 채용을 위해서 주변에 노는 경단녀 없냐?”는 말씀을 하셨다. 여직원들의 단톡방 등 순식간에 개싸가지, 386 운동권이라고 잘난 척은 다 하더니, 하여간 별의별 욕을 삽시간에 다 쳐드셨다. 애 키우고 있는 내 귀에 들어올 정도니, 아마 그 동네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양아치로 찍힌. 사람을 경단이라고 불렀대, 본인은 억울할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그런 단어다. 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은 단어다. 서민과 같다. “서민은 내 생각은”, 이렇게는 말할 수 있지만 당신 서민들이”, 이렇게 말했다가는 난리 난다. 여성들 스스로 자조적인 표현으로 경단녀 신세라는 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다.

 

그렇지만 아직은 사회적으로 대체할 용어가 없어서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한다. 언젠가는 사라질 표현일 것 같다. 본인들이 그렇게 극구 싫다는데, 그 단어의 생명력이 오래 가기는 어렵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둘째가 아프면서 아내는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좀 복잡한 사정이 있기는 한데, 하여간 나나 아내나 소송으로 갈 형편이 아니라서 결국 그냥 퇴사하였다. 내가 결국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애들을 보기 시작한 게, 둘째가 폐렴으로 계속 입원하던 비상 상황도 있었지만, 아내가 일을 다시 하고 싶어했던 이유도 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아내는 결국 작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연봉은 많이 줄었지만, 그나마도 다행인 편이다.

 

이런 일을 최소화하는 메커니즘이 젠더 경제학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기간의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일이다. 그게 사회적 일이라는 합의만 있으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래서 승진과 연봉 계산에 그 기간을 산정해주는 것, 가장 간단한 일이다. 그리고 이건 아빠의 경우도 해당된다. 아빠들의 육아 휴직만큼 경력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것. 이게 tier 1이라면 가산점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빠들의 육아 휴직을 2배의 경력 기간으로 환산해주면? 이건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메카.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가 있었느냐 없느냐, 그것만 합의하면 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출산 때문에 퇴직하게 된 사람이 바로 재취업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1차적으로는 출산으로 인한 퇴사를 줄여야겠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것을 없애기는 어렵다. 중소기업 그리고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이런 걸 막기가 쉽지 않다.

 

출산 후 퇴직한 엄마 혹은 아빠 의 경력기간 인정과 함께 재취업에 늘 쓰는 인센티브 장치를 연동시킬 수 있다. 세금감면 같은 감초 같은 정책도 있을 수 있고, 디자인에 따라서는 좀 더 강력한 인센티브들을 세밀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정책적 수단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경단녀라고 부르면서, 쟤들 불쌍해서 어째, 그리고 속으로는 고소하게 생각하는 정서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니겠는가?

 

하여간 아직은 방담 수준의 간단한 요소만 있는 상태지만, 이건 충분히 디자인이 가능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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