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부터 나이를 먹으면 평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슨 엄청난 역사적 탐구 정신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매 시기에 모든 것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21세기적인 시각에서 예전 사람을 다시 보면 어떨까 싶은.

 

원래는 내년 출간 리스트에 세종 평전이 들어가 있었다. 주변에서 하도 이제는 세종 얘기 진지하게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권유가 많아서. 더 까먹기 전에 실제로 쓸 생각도 있었다. 직장 민주주의 작업이 길어지면서 크게 신경을 못 썼다.

 

삶은 수많은 우연의 연속이다. 애들 둘 보면서 뭔가 공격적으로 혹은 기민하게 하기는 어렵다.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꽤 여러 사람들을 평전의 대상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일단은 이완용 말고는 당분간 드랍. 그래서 마지막으로 진짜 진지하게 들여다볼 대상으로 남은 게 이완용과 소파 방정환. 지난 몇 년 동안 틈나는 대로 참 여러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저렇게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다. 직접 보기도 하고, 기획만 하기도 하고. 지금은 동료가 안중근에 대한 작업 중이다.

 

이완용은 꼭 해보고 싶은 게.. 선과 악, 20세기적 구분법이 좀 식상하기도 하고, 과연 그게 전부인가 싶기도 하고. 과연 악이라는 게 뭔가, 그리고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그보다 더 나쁜 사람은 없는가, 이런 생각들을.

 

애들 보면서 평전까지 정리하는 건 좀 무리고, 결국 이완용만 남겼다. 이번 정권 내에 쓰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

평전 시리즈를 내려놓고 좀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좀 더 시급한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수소차 논쟁 보면서 진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 등 국제 보고서들과 실제 미래 에너지 협상장 분위기는 수소는 이제 좀 아니다, 거의 그런 국제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제일 큰 이유는, 이게 규모에 따른 기술 혁신 요소가 다른 대체 에너지에 비해서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다들 한꺼번에 붙어서 하면 금방 비용이 내려가고, 수소 연료전지의 경우는 그 요소가 별로 없다.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냐.. , 정부 기관이나 연구소 등 실무진들이 이거 좀 아니라고 말 좀 해달라고 나한테 보낸 자료만 정리해도 책으로 한 권은 족히 나올 것 같다.

 

미세먼지 논쟁? 가관이다. 이런 말 하는 건 미안하지만, 돌대가리들이 국가 중책을 맡는 것은 죄악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딱 그렇다. 돌대가리들. 이건 좀 명확한 방향이 있는 건데, 결국 돌대가리들이 우리의 미래를 망친. 그 중에 한 넘만 제대로 대가리가 돌아가는 넘이었으면 이 정도까지 형편무인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이 대부분 무책임이나 무능력이 아니라 그저 돌대가리라서 심각해지는 게 좀 많다. 똑 같은 돌대가리들이 아침부터 밥 처먹으면서 공부를 빙자한 사교놀이 한다고 해법이 나오나? 가관이다.

 

20세기 후반, 20년쯤 지나면 생태나 환경 얘기가 그래도 어느 정도 상징적인 수준으로는 가 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을 했다. 외국은 그렇게 갔다. 된장. 한국은 돌대가리 공화국처럼 되어버렸다. 대가리만 돌대가리인 게 아니라 심뽀도 완전 똥심뽀다. 그런 넘들이 출세하고 잘 처먹고 잘 산다. 그렇게 편하게 잘 살면, 국민들도 좀 편하게 해주면 누가 뭐라겠나. 돌대가리들이 신나게 승진 놀이하는 동안에 국민들 삶이 완전 똥통. 이게 뭐냐.

 

3.

해서.. 한가롭게 인물 평전 구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부가 환경이나 생태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개판인가, 환기라도 좀 시키는 게 더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 누가 누가 못하나 경연대회 하는 것도 아니고.

 

좀 안 된 얘기지만, 환경 문제는 이번 정부는 이미 좀 글러먹었고, 회생 불가능이라고 본다. 마음만 착하고 선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좀 기술적인 측면을 세밀하게 봐야 하는 주제라서 그렇다. 미안하지만 돌대가리들 데리고 할 수는 없는.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널리 상의를 하거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급하게 쓸 건 아니고, 빠르면 후년 늦으면 그 다음 해 쯤에 정말로 입문서 수준의 환경에 대한 책 한 권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필요하면 시리즈로 몇 권 쓸 생각도 있다. 그게 내가 이 사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일이 아니겠나 싶다.

 

나도 조용하게 이완용 들여다 보고, 박지원 들여다보고, 그렇게 살고 싶다. 된장. 이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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