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정부 용역 과제를 비롯해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연구하는 일은 안 한다. 처음부터 이런 걸 안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괜히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되기도 하고. 이건 무슨 엄청나게 순수하고 강직한, 그런 신념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니다. 솔직히, 내 성격이 더러워서 그런 것이다. 마지막 시점에 내가 관리하는 돈이 1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폼 나게 딱 내려놓고 나왔다. 폼은 났다. 그리고 슬슬 거기 붙어서, 내가 예전에... 이렇게 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싫었다.

그리고 같이 정부 연구과제를 하자고 주변에서 얘기를 했는데, 이게 못하겠는 거라. 돈 나눠주다가 받으려니까,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순전히 성격이 더러워서 그렇다.

그래서 내가 하는 연구는 내가 알아서 하고, 나는 생활비만 생기면 되고. 물론 한계는 있다. 여러 사람 붙어서 해야 하는 큰 연구는 하기가 어렵고, 책으로도 내기 어려운 아프리카 얘기 같은 것도 하기가 어렵다. 그냥 그 정도 선에서 장기 과제, 정부에서 관심 없거나 금기시 하는 연구들, 그런 거 내 맘대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과 같은 연구 방법과 방향을 가지게 된 건, 뭔가 순수하거나 엄청나게 철학적 깊이가 있어서, 이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성격이 더러워서. 그냥 머리 좀 숙이고, 내 연구에 돈 좀 대달라, 이런 걸 죽어도 못하겠는.

그러면서 내 삶이 나름대로 스타일이 되었다 (살찌는 걸 염두에 둔 건 아닌데 ㅠㅠ...)

'기본소득과 문화경제'라는 제목으로 짧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이걸 키우면 보통 정부에서 말하는 1억 원짜리 연구과제가 될텐데, 특별히 더 그렇게 키우고 싶지는 않고.

내가 요즘 관심 있는 것은 미래 과제다. 그렇다고 무슨 아주 먼 미래에 대한 얘기도 아니고, 과학기술 중심의 좀 얼토당토 않은 4차 산업혁명 같은 얘기는 아니다. 다음 총선, 다음 대선 때, 어떤 주제들을 우리가 논하게 될 것인가, 그런 데 관심이 더 많다.

기본소득을 비롯해서 몇 가지 주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걸 좀 더 파볼까, 지금 하는 것들을 좀 더 밀고 나가볼까, 이런 생각들을 좀 했다.

문화경제는 몇 년 전에 '문화로 먹고 살기'라는 책을 내면서 정리한 개념이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그 책 이후로 나는 - 혹은 나와 몇 명의 동료만 - 먹고 살기에 대한 걱정이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특별히 더 문화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아닌 듯 싶다.

생태경제의 구체적 수단으로 지식경제와 문화경제라는 두 축을 정리한 것은 2009~2010년 정도의 일이다. 또 다른 축이 더 필요할까? 이런 고민들을 요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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