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맘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아홉수, 진짜로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내가 잘 한 게 하나 있다면.. 내 시간의 흐름대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는 것. 더 하고 싶은 게 있거나, 질러가고 싶은 게 없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원래의 흐름대로, 그냥 천천히, 못 견딜만큼 더디게 지냈다. 뭐든지 후다닥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수많은 변화와 기회들이 생겨나는 상황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올드하다'는 그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뚜벅뚜벅 가게 되는 것. 뭐든 하나하나 직접 내 손으로 만들지 않으면, 결국은 올드해진다. 그리고 일일이 만드는 것에 시간이 들지 않을 수 없다.

40대에 너무 막 살았다는 글을 얼마 전에 썼다. 사실 막 살려고 막 산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와줬고, 좋은 조력자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다. 그 때는 몰랐다. 그 시절에 한 건, 내가 한 게 아닌 게 많다. 그냥 나도 끼어있었던 것을, 내가 뭔가 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뭔가 엄청? 그건 착각일 뿐이다.

그 막 살았던 40대에 건진 것이 없지는 않다. "내가 하면 다르다", 이런 생각은 완전히 버렸다. 내가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과는 덜 나오고, 결국 초조해지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 술 처먹고. 그렇다고 남한테 신경질 낼 처지도 아니니까, 또 혼자서 술 처먹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 흐름대로 가는 지금의 이 호흡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뭐 좀 빨리 좀 내놔보라고 주변에서 온통 난리다. 나는 그냥 내 호흡대로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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