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이 철도공사 사장 된 것도 몰랐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보면서 설마설마,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회는, 자기들이 뭐라고 하든,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이 쪼잔한 잡범들인 사회다. 밖에서 하는 얘기랑 안에서 하는 얘기랑 안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반칙이 일상이고, 특권은 숨쉬는 것과 같다.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전부 잡범들이다.

그리고 굉장히 폭넓은 여론이 그런 잡범들을 옹호하고 지지한다. "그것도 다 능력이다", 엄청나게 너그러웠다. 큰 일 하다보면 작은 거시기, 뭐 그런 거시기. 민주당 정권 10년간도 그랬고, 그 뒤 보수 10년도 그랬다. 정치학 하는 사람들은 뭐가 바뀌었다고 이렇게 저렇게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거시기들의 고향만 일부 바뀐 거 아닌가 싶다.

촛불집회 이후, 그럼 뭐가 좀 바뀌었으라? 잘 모르겠다. 오히려 쫀쫀하고 소심하게 장난질 치는 것은 더 심해진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나마 민주당이 야당일 때에는 좀 눈치보던 사람들이, 민주당이 여당이 되고, 한국당은 삽질삽질 하는 동안에 견제의 힘이 더 약해진 것 같다.

내가 아는 작은 범위 내에서는, 좋아진 거 1도 모르겠다. 오히려 더 쫀쫀하고 더 치사한 일만 늘어난 것 같다.

그 모든 것들의 원인이 전부 정치인 것만도 아니고, 경제인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어쨌든 한국의 공식적인 사회에서는 최종 심급은 대법원이다. 거기서 이기고 지고, 이게 많은 것들을 결정한다. ktx 사건이 대표적이고.

이철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하여간 그가 ktx 사장 때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정도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서울역에 서 있다가 "오영식 사장 규탄한다", 이런 노조 방송을 듣게 되었다. 이철은 잘 몰라도, 오영식은 잘 안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친한 사이다. 그가 ktx 사장으로 갔는데, 문제가 안 풀려? 순간 속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잘 모른다. 하여간 노무현 정부 때 이철 사장이었고 ktx 여승무원 문제가 극한으로 갔었다. 라디오에서 이철이 구조조정과 경쟁력 얘기하는데, 진짜 되도 않는 소리 찍찍하고 있었다. 이철은 운동권의 신화적 존재였다. 오영식 사장인데, 여전히 문제가 안 풀리나?

이 문제의 최종 종착역이 대법원이었다. 거기서 재판이 엎어졌다.

내가 꼭 사법개혁 같은 엄청나게 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런 건 잘 모른다. 그리고 꼭 대법원만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지만, 황당하게 하는 것은 정부 부처가 아니라 작은 기관 혹은 기관장 수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법원이 워낙 중요한 것이라서 티나게 보일 뿐이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 잘하는 게 중요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끝나가는 것 같다. 급하게 그리고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 편법도 피할 수 없고, 약간씩 '반은 합법'인 - 영화 <짝패> 대사 - 일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제는 일을 좀 못해도 되니까 치사하고 쫀쫀하지 않게 하는 것, 그런 시대로 가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

쎈 놈은 쎈 놈대로 불법이고, 그 밑이 낮은 놈은 낮은 놈대로 편법이고, 이런 게 좋은 거라고 우리는 수십 년을 살아왔다.

이런 게 좀 변하면 정말로 세상 좋아지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런 변화를 기대한다.

전두환 이래로, 말 번드르르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근혜가 말을 좀 이상하게 하기는 했지만, 많은 경우, 써놓은 거는 딱히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반칙이 줄고, 편법이 사라지고, 이 정도만 되어도 사람들이 세상 바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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