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10, 주인 없는 나라 같다

 

 

보수 정권 10년을 거쳤다. 정확히는 9. 삼성증권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과연 이게 실수였는지, 아니면 더 근본적인 문제의 이상신호일 뿐인지,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한다. 없는 증권을 실제로 팔았다는 것, 이게 과연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보수 정권 내내 인사가 문제였다. MB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고 표를 받아갔다. 집권 내내, 경제와는 아무런 상관 없는 인사들이 지독할 정도의 정치주의만 있었던 것 같았다. 박근혜 때는? 괜찮은 인사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능력도 있고, 평도 괜찮은 사람이 가끔 있었다. 그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이상했다. 그 중의 일부는 순실이 인사라고 들었는데, 실제 언론에서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다. 돈을 받고 한 건지, 친구의 친구 또 그 친구의 친구를 앉힌 건지, 아마 언론의 시각 뒤에서 벌어진 일들은 영원히 역사로 묻힐 것 같다. 별 대단한 기관의 엄청난 인사도 아니니까, 역사 책에도 한 줄 기록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하여간 알려졌으면 대형 참사가 될만한 일들이 그냥 묻히는 것을 보았다.

 

그거야 그렇다 치자. 일상적이거나 근본에 해당하는 일들이 그 동안 어떻게 되었을까? 대표적인 사건이 미세먼지 대응이다. 내가 늘상 미세먼지만 보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피엠텐이라는 단어를 들고 와서 저자로 데뷔했다. 초기에 보수 쪽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취했던 입장은, 중국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계절별 자료 같은 걸로, 결국 해봐야 소용 없으니까 그냥 이대로 있자, 이런 게 보수 정권 내의 기본 기류였다. 대기에 기저 효과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중국 것은 중국 것대로 외교적으로 푼다고 하더라도 기저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는데, 보수 정권은 그냥 뭉갰다. 결국 중국이 자기들이 견디다 못해서 고강도의 도시 대기정책을 시작했다. 그랬더니? 중국은 그냥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니까 아무 것도 아니다, 임시방편이다, 요런 얘기들을 했다. 중국이 그것만 한 것은 아니고, 전통적인 가정 난방 방식인 석탄 난방을 줄이고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노력을 했다. 몇 년 후면 중국 도시들의 미세먼지 수치가 한국을 역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온다. 보수 정권 9, 집권세력의 기조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이, 뭔가 하는 것보다 더 강했다. 주인 없는 나라 같았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뭔가 하는 방식과 같았다. 그게 오늘의 현실이다.

 

쓰레기, 배출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결국 중국에서 한국산 폐비닐을 더 이상 받아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문제는 좀 더 기원이 깊다. 지금의 수도권 매립지를 소위 sanitary land-fill, 위생 매립지로 조성하겠다고 하는 초기 논의 과정에서부터 설계가 좀 엇나갔다. 침출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립을 하고, 나중에 메탄 가스로 재수거하는 그런 장기적 관리계획이 아니라 너무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갔다. 지금 하늘공원이 있던 난지도 매립장은, 옛날에 매립했지만 메탄 가스 재활용을 한다. 모든 것을 다 분리시키는 것이 과연 옳았는가? 이런 것은 중장기적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질문이기는 하다. 어쨌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원칙대로 하면, 매립할 것은 매립하고, 재활용할 것은 재활용하고,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최대한 가정과 산업에서의 배출량을 줄이고. 그건 교과서인데, 그렇게 안했다. 민간 위탁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폐기물 문제를 이제는 남의 일 보듯이 한다. 그렇지만 이 지경일 줄은, 나도 놀랐다. 뭔가 우리가 처리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가정용 폐기물은 중국에 팔고, 산업용 폐기물은 남해 바다에 던졌다. 그래서 해양오염이 심각해지고 나서야 해양 투기를 멈추게 되었다. 이제 어쩌지? 나머지는 중국에 보냈다. 중국이 안 받아 준단다. 이제 어쩌지? 우리나라는 민간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참여도 등 각종 지표는 거의 세계 최고급이다. 만약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홍보를 늘리고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를 더 구할 수 있다. 그냥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그냥 눙깠다’. 이 정도면 더 많은 분량을 태우는 방법 밖에 없다. 다이옥신 등 그 유명한 환경 호르몬 문제가 눈앞에 불거질 것이다. 보수 시절의 역대 환경부 장관들, 도대체 뭘 했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4대강이 경제적이라는 둥,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는 둥, 이 딴 소리에 동의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았다.

 

문제는 지금 심각하다. 지금이라도 전체적으로 폐기물에 대한 밑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다시 한 번 고민할 때이다. 지금까지야 보수 정권이라서 그랬다 치고, 앞으로는?

 

여기서부터가 통치 행위다. 지난 일들을 들추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쟤 잘못했어요, 쟤 나쁜 사람이예요, 이런 일러주기는 비교적 쉽다.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건 쉽지 않다. 지금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여러 분야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도대체 보수 10, 그들은 뭘 한 거야? 우리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나 쓰레기,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이 어느 정도 돌아갈 정도의 시스템도 안 만들었다. 박근혜 집권 초기, 한국의 보수들이 영구 집권을 꿈꿨었다. 그렇게 자기들의 나라라고 생각을 했으면, 주인 의식을 가지고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방법을 도모했어야 할 것 아닌가? 이건, 여기저기서 해먹을 생각만 했지, 도무지 통치자로서 뭔가 노력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 이런 기본에 해당하는 것들도 더 손대기 어려울 정동이 엉망이 되었다. 심지어 주식 발행과 관리까지,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을 정도다. 도대체 그들은 그 10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중국의 대기질 조건이 한국을 역전하고, 중국이 폐기물 안 받아준다고 하니까 국가적 대란이 날 지경이고. 뭐야? 기생충이야? 자기네 나라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자기네가, 그게 기본적 원칙이다. 그 정도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게 해놓고, 뭘 했느냐?

 

정치는 눈에 보인다. 바로바로 보인다. 반응도 즉각적이고, 대응도 즉각적이다. 경제는 눈에 잘 안 보인다. 생활경제는 더더군다나 잘 안 보인다. 이런 걸 차분히 개선하면서 장기적 시스템을 갖추는 정권이 유능한 정권이다. 보수 10, 그들은 정치만 했다. 그리고 부패했다. 그게 지금 우리가 보는 이 난장판이다. 안 보이는 걸 잘 하는 것, 그게 진짜 실력이다. 그리고 그 체질이 튼튼해지는 것, 그게 선진국이다. 환경 문제에서 한국과 중국은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나라였다. 지금 이게 뭐냐? 중국 탓만 10년 동안 했는데, 진짜로 이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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