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 6월 위기, 아니 사드위기


 

지난 연말,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 경제는 진짜 살얼음처럼 지나왔다. 그걸 억지로 버티게 - 아니 버티는 것처럼 보이게 - 만든 것이 초이노믹스라는 황당한 이름으로 불린 최경환 독트린이다. 이론은 단순하다. '빚 내서 집 사라', 그야말로 빚 권하는 사회였다.

 

4월 위기설, 6월 위기설, 그렇게 두 개의 위기설이 돌았다. 2008년에도 그런 게 돌았었다. 그렇지만 9월에 리만 브라더스발로 그렇게 터질지, 사실 거의 몰랐던 것 같다. '마진콜' 같은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긴박하고 급박했다.

 

나는 올해가 한국 경제의 최대 위기라는 생각은 하지만, 4월 위기설, 6월 위기설,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트럼프 집권을 너무 공포스럽게 생각하면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복합적인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위기설인데, 개연성이 높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시기는 맞출 수 있지만, 한국 경제의 위기 메커니즘이라고 보기에는 좀 너무 멀어 보였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사드를 견제하기 위한 경제 제재는 진짜로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단시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약점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형적인 토건 경제이고, 국토부 장관 서승환, 기재부 최경환, 이 두 전형적인 토건쟁이 이후로 더 심해졌다. 원래 있던 구조를 근혜네 얘들이 더 공고하게 만들었다.

 

토건과 같이 가는 쌍은 관광이다. 물론 원래 의미의 관광산업은 토건과는 좀 다르고, 프랑스에서 관광부가 만들어진 이유도 좀 다르다. 문화와 노동, 복지, 이런 유럽식 개념의 연장에서 관광산업이 현대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전형적인 토건경제인 일본과 한국은 이런 복지의 연장으로서의 관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집 짓고 싶어서 짓는데, 어느 순간 더 이상 집이 예전처럼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 이 때 토건이 눈 돌리는 대형 사업이 관광이다. 90년대 경제 위기가 오면서 일본에서 리조트법 같은 거 생기고, 죽어라고 골프장과 테마파크 짓고, 이런 거 위해서는 공항 필요하다고 나중에 유령 공항이 되는 지방 공항들 만드는 게 딱 일본식 토건 메커니즘이다.

 

박근혜 시절, 우리도 똑같이 갔다. 그리고 여기에는 좌우도 없고, 지역감정도 없다. 있다면 쪽지 예산만 있다.

 

중국이 건드린 것은, 이 토건의 마지막 판에 불같이 타오르게 되는 관광 메커니즘이다. 명동에 가게 몇 개 망하고, 면세점 사업 어려워진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망하거나 위태로워지지는 않는다. 그것보다 덩치는 크다.

 

그러나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서 관광발 토건으로 지난 몇 년간 지방에서 벌여놓은 사업들은 진짜로 위기가 된다. 이건 아파트 과잉 공급으로 집값이 부분적으로 하락하는 것과는 질을 달리하는 근본적 위기이다.

 

중국이 건드린 건 여기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얹히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조만간 올라갈 것 같다. 금리인상이 여러 군데에 충격을 줄 것인데, 어쨌든 가장 직격탄은 토건경제가 만들어놓은 어마무시한 가계부채다. 이건 방법이 없다.

 

중국발 위기와 금리인상이 동시에 타격을 주는 데가, 하필이면 건설사와 지방경제다. 서울의 큰 회사 몇 개 혹은 특정 산업의 충격 가지고 한국이 당장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규모가 주는 효과다.

 

그렇지만 서울 등 중앙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는 위기는 경제의 근본을 해체시킬 정도로 강력할 것 같다. 일부는 롯데가 망하고, 그 충격으로 경제 위기가 온다는 분석을 하기도 하는데, 롯데나 망하냐 마냐, 이런 건 전국화된 분산형 위기에 비하면 뉴스도 아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근본부터 붕괴되고 하면, 국민경제가 진짜 재건을 얘기해야 하는 수준으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금방 극복될 성격, 즉 우리에게 익숙한 V자형 혹은 그래도 감내할만한 U자형 패턴이 아니라, 모두가 두려워하는 L자형 혹은 W, 심지어는 연속 W형 같은 게 될 수도 있다.

 

이 위기를 4월 위기나 6월 위기라고 부르는 것 보다는 '사드위기'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 위태위태하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넘어갈 수도 있던 것이 사드에 대한 과대한 이념적 욕심 때문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경제는 경제로 보는 게 맞다. 순실이네, 경제를 너무 이념적으로 보았다. 보는 건 이념적으로 봐도 된다. 그러나 행동은 좀 조심스럽게 그리고 사려 깊게 했어야 했다. 너무 이념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다 보니, 지금은 돌아나올 길이 없다.

 

중국도 우리와는 매락이 좀 다르지만, 토건 겁나게 한 나라이다. 중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지역별로 발생하는 토건의 폐해를 우리보다 좀 더 다양하게 알고 있다. 오죽하면 지역균형과 소득주도 등, 유럽 사민주의자들이 할 얘기를 먼저 했겠나.

 

한국 경제의 약점을 중국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 이게 순실이네 얘들한테 경제를 맡겨 놓은 우리의 비극이다. 돌아나올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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