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다시 하려고 한다….

 

1.

생각을 정리하는 게, 그렇게 한 번에 되는 일은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다보면, 잠깐 생각이 정리된다. 물론, 그리고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뭐가 맞는 것인지 뭐가 아닌지, 그런 것들이 늘 선명하지는 않다.

 

어쨌든 이 블로그에 '임시 연습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그렇게 왔다갔다 하고 덜 정리된 상황에서라도 뭔가 써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이다.

 

참 열심히 썼다. 이런저런 형식 시도도 많이 해보고, 스타일 시도도 해보고.

 

나름대로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쓰기가 어려워진 것은, 특별한 시대의 흐름이나 그런 변화 문제가 아니라, 아들이 태어난 다음의 일이다. 물리적으로, 진짜로 책상에 앉아 있을 시간 자체가 없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뭔가 쓰기 위해서는 몇 십분이라도 생각을 정리를 해봐야 하는데

 

이런 된장, 생각을 정리하기는커녕, 기계적으로 자판을 쓸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나서는, 방송 한다고 정신 없었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야당 한 가운데로 들어가, 그야말로 2~3일이면 벌써 길다고 하는 여의도의 시간 흐름에 맞춰 가느라고 아무 생각도 없었다.

 

2.

큰 아이가 며칠 전에 세 돌이 지났다. 정확히 3년이 지난 건데, 도대체 그 동안에 뭘 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 새로운 얘기를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중요한 분석을 한 것도 아니고.

 

커피 마시고 담배 피고, 그리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그것 말고 뭘 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러다 몇 년 아무 생각 그냥 지나가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3.

그래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2~3일에 하나씩은 글을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물론 엄청나게 분석적이거나 공을 들이는 글을 쓰기는 어렵다.

 

그래도 뭔가 정리를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삶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 같은 두려움이 잠시.

 

그래서 블로그를 다시 해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엄청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대단히 공들인 그런 걸 할 생각은 아니다. 그럴 능력과 형편도 안된다.

 

그렇지만 약간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내가 내 삶을 사는 것 같지 않아, 참을 수가 없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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