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처벌', 사회 부총리 신설에 부쳐

 

우석훈

 

세월호 사건이 벌어지고 몇 주 지났을 때였다. 이 사건을 가지고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건, 내가 바다와 배 혹은 안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엄청난 전문가라서 그런 건 아니다. 거의 직관적인 생각으로, 세월호를 핑계대고 원래 자기들이 하고 싶던 일을 그냥 하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그런 염려가 들었다.

 

그 후 다시 몇 주가 지났는데, 대체적으로 나의 생각이 아주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적당히 할 줄 알았다. 사람들이 아주 다 바보도 아닌데, 적당히 하다 말 줄 알았다. 그래도 최소한의 인격이 있다면, 좀 하다 말 줄 알았다.

 

예전에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가 있었는데, 결국에는 다 없어졌다. 경제기획원이라고 하는, 평가에 따라서 극과극을 오갈 수 있는 그런 부처도 결국 없어졌다. 정부 직제에 따라서 미래가 바뀌는 일이 전혀 안 벌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내가 뭔가 결정할 수 있는 순간이 되면, 아마 나는 예전에 없어져버린 동력자원부를 다시 만들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결국 예전 동력자원부에 있다가 부처가 없어지면서 황망해진 그 사람들이었던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들과 함께, 우리가 써야 할 에너지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나는 국가가 무엇인지 배운 것 같다.

 

부총리라는 자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내가 감동한 적은 딱 한 번이다. 프랑스의 우파 대통령인 사르코지가 집권을 하면서, 우리 식으로 치면 국토부와 환경부를 합치고, 그 두 부처의 통합 수장을 환경 부총리로 만든 걸 보면서 놀란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합쳐진 환경부를 생태부로 이름을 바꾸고, 30대 중반의 엔지니어 출신인, 비록 보수 성향이지만 그런 여성 전문가를 장관으로 앉히는 걸 보면서 정말 생각 많이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비슷한 30대 여성이 하면서 엄청 이슈거리가 되었다. 환경부 얘기는 그 덕에, 상대적으로 좀 가리워졌었다.

 

필요해서 부총리급의 자리를 만들고, 거기에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는 의미만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조치라면, “이렇게 좀 하자라고 찬성하고 박수칠 생각이 있다 그리고 나는 대체적으로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오늘 박근혜 정부에서, 비경제 부분의 총괄 기능이 없다고 사회 총괄, 그들의 용어라면 사회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부총리직을 새로 만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래저래, 교육부 장관이 그 자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걸 된장이라고 한다.

 

경제에 총괄기능이 있어야 한다, 이것도 쉽지 않은 판단이다. 경제 총괄부처는 어디에나 있고, 금융이 아니라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부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걸 전체적으로 견제하면서 발관 기능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있다. 그걸 총괄하는 경제 부총리? 사실 그것도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일본에 사실상 그런 일을 총괄하던 대장정, 일본의 큰 곳간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었다. 일본의 경제 민주화의 상징으로, 그렇게 중요했던 대장정을 결국 폐지했고, 그들의 기능을 총리실 등 각 부처로 뿔뿔이 날려버렸다.

 

경제에 부총리가 있어야 하느냐, 그것도 잘 모르겠다. 안 그래도 집중되기 딱 좋은 경제 행정, 나름 나누어서 견제도 하게 하는 게 길게 보면 낫지 않느냐, 그런 게 나의 생각이다.

 

하여간 별 논의도 없이, 경제부총리를 현 정부에서 신설했다. 그래놓고는 현오석이라는, 능력은 고사하고 인격도 좋게 평가하기 어려운, 좀 찌질한 아저씨를 그 자리에 앉혔다. 임명권자 마음이라그래, 니들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선거에는 니들이 이겼으니까.

 

그리고 오늘, 이제는 비경제 부문의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사회 부총리 혹은 교육 부총리 자리를 신설한다고 한다.

 

이게 세월호와 무슨 상관이 있냐, 그런다고 지금 연안항로를 오가는 여객선들이 안전해지겠느냐, 아니면 구조 시스템이 나아지겠느냐?

 

누가 봐도, 이 두 사건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핑계를 대더라도 이런저런 상황 봐가면서 핑계를 댈 법도 한데, 이건 정말로, 아무런 설명도 없다. 그냥 내가 하고 싶으니까, 이게 세월호 대책이야명분이 떨어져도 뭔가 명분이라도 만드는 흉내라도 내는 게 보통의 독재 상황인데, 이건 그런 시늉도 안 한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적당히 세월호 대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들 해석해줄 거야이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사회 콘트롤타워,  문명 국가에서,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던 것인 것, 과문해서 나는 잘 모르겠다. 사회를 콘트롤하지 말자는 게, 하여간 불편해도 참아내자는 민주주의 정신이라고 알고 있다. 꼭 의미가 아니라도 혹시라도 오해할까봐, 사회에는 콘트롤이라는 말을 잘 안 쓴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냥 멀리도 아니고 살짝 한 두발만 떨어져서 이 사건을 보면, 미셀 푸코의 책 제목 중의 하나인,

 

감시와 처벌’,

 

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가?

 

수틀리면 다 감시하고, 기분 나쁘면 다 처벌하겠다

 

파업 중인 KBS와 파업 안 하는 MBC의 차이가 이 단어에 있지 않은가?

 

KBS는 감시 중이고, MBC는 처벌 중이었고. 파업하면 다 짤라 버리고, 새로 다 뽑아서 편안한 방송으로 가겠다

 

원래도 이 정부가 하고 싶었던 게 감시와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그것까지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선거의 여왕, 어차피 선거해도 이길 거, 굳이 복잡하게 매번 토론하고 그럴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실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이 편에 있다. 그래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저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과감한 발상과 행동, 그것을 경험은 커녕 상상도 잘 못해보는 사람들이다.

 

그런 세월호 대책으로 감시와 처벌’, 그리고 그걸 행정적으로 구현할 비경제 부총리 혹은 사회 부총리, 이걸 만든다고 지금 발표하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인 일이고 너무 가혹한 일이다. 슬픔에 젖어 있는 이 사회에, 너넨 지금부터 조심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지금부터 하겠다는 걸, 세월호의 부모들 핑계 대는 건, 진짜로 잔인한 일이다.

 

인간이 모여서 사는 사회에, 이 정도로까지 참혹하고 잔인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역사 이래로, 지배층들이 아주 특수한 나치즘이나 파시즘 같은 상황을 제외하면, 이 정도로까지 몰염치하게 하지는 않았다.

 

적당히들 했다, 지금까지는.

 

박근혜 정부, 적당히 하지를 않는다.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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