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구는 겨울을 제일 좋아한다.

겨울이 되면 느무느무 추운 침대에서 나와 그래도 우리 집에서 제일 덜 추운 방에 식구들이 전부 모여든다. 이불 깔고 생활하는데, 고양구는 이불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그냥 두면, 지가 알아서 이불을 파고 들어가서 요러구 있는다.

자기가 이 집의 진짜 주인이고, 니들은 다 머슴이야, 이런 걸 의심해본 적이 없는 눈치다.

오늘은 국회 가능라고 급하게 스웨터를 집어있고 나갔는데...

아, 자는 동안에 오줌을 쌌다.

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한미 FTA 문제로 급하게 집을 나서는데, 마당 고양이 일가가 쪼르르 달려나온다.

어이,

배고픈데,

밥 좀 주고 가지 그래.



왼쪽이 아빠 고양이, 오른 쪽이 엄마 고양이, 가운데가 아기 고양이.

이렇게 일가를 이루는 고양이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고양이 몇 마리, 그것도 가정을 이루고 같이 지내는 고양이 한 가족을 잠시라도 기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끔 태어난 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가서 찍어보고는 싶은데, 이보다 가까이 가면 놀라서 도망간다.)



이 고양이 일가를 보면서, 애뜻함과 애잔함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같이 느낀다.

길고양이는 얼마나 살지도 모르고, 언제 사고가 나서 한 마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가끔 밥을 주면, 아빠 고양이가 없거나, 새끼 고양이가 없거나, 그렇게 두 마리만 있거나.

혹은 아빠 고양이만 있거나, 그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머지 고양이들이 다 잘 있나, 그런 걱정이 든다.

그러다가 가끔 이렇게 세 마리가 다 있으면,

아직 이 가정에는 별 일이 없군...

그렇게 또 하루를 안도하면서 지낸다.


겨울을 이 집에서 날지, 아니면 겨울이 오기 전에 이사를 갈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

겨울을 날 거면, 그래도 봄 되기 전까지라도 이 고양이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주고 싶어서,

어떻게 개집이라도 놔줘야 하나,

뭔가 텐트를 치고 이불을 넣어주면 되나,

그런 걱정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겨울을 나면, 이 가족은 또 헤어지게 될 거고,

새로운 새끼들이 태어나고 새로운 가족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내가 돌보고 있는 한, 겨울에 추워서 얼어죽는 건 좀 피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이 상황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3년 전에, 길에서 죽어가던 세 달짜리 고양이 한 마리와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나한테 딸려서,

밥은 좀 줄 건가, 그러고 있는 고양이들이 좀 많아졌다.

얘네들 말고도 내가 밥을 주는 고양이들이 2~3마리 더 있다.


이렇게 일가를 이룬 녀석들만큼 대놓고 친한 척은 못해도,

길가다 골목길에서 만나면 도망가지 않고 아는 척 정도는 해준다.


삶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행복이라는 것도 불안한 균형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햇살이 아주 따스하던 가을 오후,

국회에 나가던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양이 일가에게 밥을 주면서,

삶을 잠시 생각해봤다.


첫 눈 올 때, 저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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