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부부로 지내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렇게 두 넘이 지난 여름부터 마당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 중, 부부로 같이 지내는 넘들이다.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들인 경우에, 조금 크면 다 떨어져서 지내기 때문에 같이 다니는 고양이를 보기는 어렵다.

간만에 낮잠을 즐기고 있는 넘들.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이 2년 반에서 3년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길지 않은 그 삶 속에서 이렇게 같이 지내는 모습이, 진짜 푸근하게 마음을 풀어준다.

지난 겨울을 같이 나고 난 다음에 만나는 봄볕, 그래서 더 다정하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는 빈처라고 한다면, 고양이에게는 겨울처 혹은 겨울 남편?

혹독한 겨울을 같이 나고, 드디어 찾아온 봄볕을 만껏 누리며 오수를 즐기는 고양이 부부.

저들은 얼마나 더 저들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행복, 그 순간은 짧더라도, 같이 지낸 시간은 영원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이 사회적 질환처럼 번져가는 요즘 같은 시기,

우리는 더 많은 행복과 더 많은 즐거움을 찾아서, 삶 속에 챙겨넣어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돈이 줄 수 있는 행복은, 같이 하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겨울을 꼼짝없이 밖에서 나야 하는 고양이 부부보다 더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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