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양성>과 <신기전>은 메시지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정반대에 서 있는 영화이다.

카메라 워크와 빛을 사용하는 방법, 그런 소소한 스타일도 극단적으로 반대이다.

김유진 감독의 영화는 <와일드 카드>를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다.

진짜 김유진 감독의 생각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기전>은 계산에 의한 영화이고, <평양성>은 너무 계산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평양성>과 관련된 제작 상의 뒷얘기들은, DVD 발매 다 끝나고, 이제 곧 제작에 들어갈 <화차>까지 어느 정도 지나가면 조용하게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신기전>을 보면서 떠올렸던 영화는, 철저하게 계산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부 3편>. 1, 2편의 재밌는 요소와 시퀀스 배치를 계산해서, 딱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아니 1, 2편에는 소피아 코폴라가 안 나왔쟎아, 도대체 무슨 계산을 했다는 거지?

<신기전>은 쇼비니즘, 신무기, 기타 등등, 그런 흥행의 요소를 적나라하게 계산한 영화인 셈이다. 반면 <평양성>은, 계산이 없어도 좀 너무 없었던.

겉으로 드러난 얘기로만 보면, '신무기 가지고 나라 지키는 거 아니다' vs '신무기가 꼭 필요하다', 이런 국가를 지키는 두 가지 방법에 관한 서로 다른 견해에 관한 얘기이다.

고구려는 신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당 연합군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

반면, 세종은 신기전을 가지고, 잘 살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명나라도 깨갱 시켰다는 가슴 훈훈하고 풋풋한 얘기.

그거야 눈을 가지고 영화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얘기이고.

과연 그게 다인가, 그런 뭔가 감독에게 뒤통수 맞은 듯한 찝찝한 마음이.

아니, 김유진 감독 정도 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만한 사람이쟎아?

요게 당분간 풀어보고 싶은 미스테리 퍼즐인데, 한동안 25억에서 30억 기준으로 오던 영화 기본 펀딩이, 요 <신기전> 나오던 기점을 경계로, 팍팍 줄기 시작해서 요즘은 15억원에서 걸린다.

잘 하면 터질 수도 있는 영화인데, 어쩌면 그냥 힘 못 쓰고 죽을지도 모르는.

물론 70억에서 100억 넘어가는 영화들이 지금도 제작되기는 하지만, 몇 년 전에 25억 정도를 모을 수 있었던 영화라면, 요즘은 15억 기준이 된다.

그 10억만큼? 영화 스탭들 코피 터지는 거고, 제작 기간 2달짜리 영화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니, 메뚜기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다.

영화 <신기전>을 보면서, 뭐 이렇게 속 보이는 신무기형 쇼비니즘 영화를 만들었을까, 그런 생각이 팍 드는 게 아니라 충무로와 제작사 사이의 관계,

그리고 빠르면 올해, 아니면 내년부터 선 보이게 될, 미국 영화사 직접 제작 시스템, 그런 게 더 눈에 들어왔다.

한국 감독, 한국 배우, 사무실 장소 충무로, 이런 건 그대로인데, 돈을 대는 제작사 측이 그냥 미국 영화사인 낯 선 시스템.

멕시코가 수 년 전에 이미 걸어간 그 길을 우리도 차곡차곡 밟아가는 중인데.

그 전환점에서 뭘 선택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영화 <신기전>과 <평양성>을 비교하면서 생겨난 찝찝한 마음의 한 구석에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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