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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7 simon & garfunel, pack 20 (14)

simon & garfunel, pack 20

2010.02.17 02:59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아버지는 원래는 고졸이고, 서울 사범 출신이다. 서울 사범이 무슨 학교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등학교이다.

 

내가 아버지를 아버지로 기억하는 첫 번째 이유, 어쩌면 마지막 이유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였던 어떤 분이 내 방에 LP를 들을 수 있는 장치를 해주고 가셨던 사건이다. 물론 비싼 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나소닉 앰프와 역시 파나소닉 스피커,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턴테이블, 딱 그렇게 내가 아무 것도 모를 때, 그냥 내가 중학교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분이 우리 집에 오셔서 내가 LP를 들을 수 있게 뭔가를 설치해주고 가셨다.

 

나중에 알았다.

 

그 양반이 원래는 사진작가이고,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봤던 사진 중에 많은 것들을 찍으신 분이라는 것을.

 

하여간 그런 건 나중에 알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중학교 때에는 사진반을 했었고, 내가 찍은 평생의 사진보다 많은 사진을 중학교 때 찍었었다.

 

우리 집은 부자 집은 아니었지만, 중고와 중고로 조합을 해서,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그런 대로 근사하게 LP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내가 돈을 벌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소리를 돈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주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하여간 솜씨 있는 분이 내 방에 비싸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가셨고, 나는 그 혜택을 아주 많이 봤다.

 

어머니는 나에게 한달에 2~3장 정도의 LP를 살 수 있는 용돈을 주셨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내가 받은 용돈으로 첫 번째 산 것은, LP가 아니라 비틀즈의 초기 노래를 모은 테이프였다. 나는 그것을 테이프가 닳아질도록 들으면서 중학교 1학년을 보냈다.

 

처음 산 LP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러브 스토리 사운드 트렉, 그리고 슈베르트의 물방앗간의 처녀.

 

너무 많이 들어서 앞부분의 노래들은 이제 튄다. 그게 내가 용돈을 받아들고 처음 LP 가계에 가서 사왔던 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산 게, 바로 사이몬과 가펑클의,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들의 노래들이 대충 모인 pack 20이라는 이름을 가진 앨범이었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쓰리 핑거를 배우게 되었다.

 

참, 신은 나에게 이런 개떡 같은 목소리를 주었을까...

 

그 때 음악을 같이 했던 리드싱어가 나중에 국정원에 들어갔고,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약간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는 국악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해금이라는 악기를 잡게 되었다.

 

해금으로 날 표현하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된장.

 

그해 국악과 대학원은 파아노를 기본 점수에 집어넣었다.

 

내 피아노 실력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기본 코드로 치는 실력...

 

아 또 때 마침, 그 때 수배도 받았다.

 

음악으로 먹고 살기도 어렵고, 진학고 간당간당하던 순간, 집은 나와서 돈은 없었고, 대학은 다닐까 말까...

 

참, 노래를 잘 부르면 좋았을 걸...

 

대학가 앞에서 잠깐 기타 반주하고 그러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그 때 또 사이먼과 가펑클을 들었다.

 

하여간 고맘 때, 집에서 돈을 좀 받아야 유학이라도 갈 수 있으니까, 결국 잠깐 집에 들어가서 살았다.

 

그 때가 대학 4학년, 미칠 것 같았다.

 

집은 이미 나와서 살고 있었는데, 국악원에서는 그냥 국악하면 좋겠다고 하고, 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대학 공부는 때려치고 신춘문예라도 되면 좋겠다고 시만 쓰고 있던 시절.

 

그리고 점점 경찰은 나를 찾아서 조여오던 그런 날.

 

바로 그 나와 오랜 시간을 같이 했던 그 LP...

 

그게 아직도 내 방에 있다.

 

그걸 다시 틀어본다.

 

스피커는 모니터 오디오, 한참 괜찮을 때의 스튜디오 식스.

 

앰프는 몇 년 지났지만 여전히 괜찮은 기기라는 평을 듣는 뮤지컬 피델러티 A3, 인티 버전. 사람들은 이걸 보통은 뮤피라고 부른다.  

 

그리고 턴테이블은, 장정일 선배한테, 구박받고 구받받으면서, 당분간 이렇게 버틴다고 말했던 데논.

 

음악이 이런 건지, LP가 그런 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나와 온갖 사건을 다 같이 겼었던 LP 한 장이, 아직도 살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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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진보의 재탄생:노회찬과의 대화> 출판기념회
    2월24일(수) 저녁 6시30분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후문방향) - 지하철2호선 이대역 6번출구
    http://djuna.cine21.com/bbs/view.php?id=main&no=206702

    -인사말
    -내외빈 축사
    -저자 토크쇼 '우리는 아무래도 미래로 가야겠다'
    (노회찬,홍세화,김어준,진중권,우석훈,변영주,김정진,홍기빈,한윤형,이상엽)
    -축하공연

    • 내일 출판기념회에서 작가분들중에서는 홍세화선생과 우석훈박사님만 못 나오시고 나머지 분들은 다 나오십니다.

      참고하시라고 알려드립니다.

  2. 2010.02.18 00:29

    비밀댓글입니다

  3. 2010.02.18 16:40

    비밀댓글입니다

  4. 로드 2010.02.18 17:31 신고

    우리 현대사를 몸으로 사셨네요.
    참 Simon & Gafungel은 제가 선배네요.

  5. BeGray 2010.02.18 19:41 신고

    Sound of Silence 랑 Bridge over Troubled Water, 그리고 Scarborough Fair 이 세곡은(거기에 덧붙여 Boxer 랑 El Condor Pasa 까지도) 저도 예나 지금이나 많이 듣는 곡이네요-

  6. 우쌤의 이계안 인터뷰집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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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전의원 트위터에서 퍼온 글]
    이번에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 심리학자 김태형, 패션칼럼니스트 심우찬님등 여러분이 저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제 글도 있구요. 출판기념회는 3월 2일 킨텍스에서 합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꼭 와주세요^

    --------------------------------------------------
    지승호씨가 오래동안 조용하더니 다시 활동하시네요.
    심전의원은...우쌤이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쌤이 지지하시는 분이라서 발간소식,기념회소식을 퍼왔습니다.

  8. 저번에 우쌤이 하퍼스바자 3월호부터 컬럼 연재하신다고 말씀하셨었는데요.

    이번 3월호에 안보여서 잡지사에 문의해보니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연기또는 ... )

    저는 그냥 기사 언제나오나 물어보는거였는데, 제가 관계자인줄 알았답니다;;;
    (우쌤에게)지메일로 메일보냈으니 읽어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혹시나 우쌤에게 메일이 한번 더 갔을지 몰라서;;;)

  9. [PD저널 컬럼][우석훈] 이명박 정부,행정이 너무 거칠다
    http://blog.pdjournal.com/entry/우석훈-이명박-정부-행정이-너무-거칠다

  10. dd 2010.02.25 19:39 신고

    우석훈의 이 매끄럽고 격조 높은 취향을 봐라.
    이계안하고 손잡는게 당연한거야.
    이계안 떡밥마다 아쉬워하는 애들은 이걸보고 다시 생각해보셈.

  11. 끄적임 2010.02.26 03:19 신고

    궁금해서 질문합니다...우샘이 2010년3월에 어마어마한 대형사건이 터진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게 혹시 지금 회자되고 있는 국민은행의 100조원 손실 건인지요??

  12. 2010.02.27 11:1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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