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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27 정약용.. 2
  2. 2023.06.08 칼국수.. 1
  3. 2023.06.03 화투.. 2
  4. 2023.05.29 둘째와의 데이트.. 2
  5. 2023.05.25 저녁에 고기 먹습니다.. 1
  6. 2023.05.15 제일 큰 행사..
  7. 2023.05.12 우둔살 육회.. 1
  8. 2023.04.17 간만에 야옹구.. 1
  9. 2023.04.14 둘째는 한 고비 넘어가고.. 1
  10. 2023.02.28 겨울 방학 끝나갈 때.. 7

정약용..

아이들 메모 2024. 3. 27. 06:24

4학년이 된 둘째가 정약용을 몰라서, 집안에 온통 비상이 걸렸다. 책을 너무 안 읽었다.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호흡기가 안 좋았다. 작년까지 해마다 입원을 했다. 응급실에도 자주 갔다. 학교 갔다가 아파서 조퇴한 건 셀 수도 없고, 이래저래 학교 안 간 건 한 해에 한 달은 넘을 것 같다. 

이래저래 누워있던 시간이 길었고,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았다. 이제 아픈 건 좀 덜 하기는 한데..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교양이 너무 없다. 

이제 4학년인데, 정약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에 여러 사람이 충격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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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아이들 메모 2023. 6. 8. 02:40

오늘은 우리 집 어린이들 수영강습 두 번째다. 오늘까지는 오고 가는 거 다 해주고, 다음 주부터는 오는 건 시내 버스 타고 오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알려줬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다. 오늘은 아내가 행사가 있어서 늦게 오는 날이다. 수영장 근처에서 차 세워놓은 김에 저녁까지 먹고 오려고 했었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 핸펀으로 결제해도 되기는 하는데, 작은 집에서는 될지 안 될지 자신이 없다. 결국 일단 회군. 

자, 어디 갈까? 밖에서 먹을 때, 의견을 합치는 게 제일 어렵다. 이런 사소한 곳에서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다. 오늘은 둘의 의견이 갈렸다. 큰 애는 해장국집 가고 싶다고 하고, 둘째는 동네 분식집 가고 싶다고 한다. 둘 다 괜찮은데, 동네 분식집은 차 대기가 어려워서 주말 저녁 아니면 가기 힘들다. 결국 내가 의견을 내서 칼국수집 가기로 했다. 은근히 비싼 데다. 

주문도 만만치 않다. 나는 그냥 콩국수 시켰는데, 어린이들은 전을 먹고 싶다고 했다. 이런 데 전이 비싼데.. 눈물을 머금고, 고기 전 작은 접시 하나 시켰다. 큰 애는 만두 먹고 싶다고 했다. 칼국수에 만두 같이 나오는 걸 시켰는데, 만두 하나에 천 원 꼴이다. 

그래서 먹는데, 우와. 나는 전 하나 먹었는데, 둘이서 쟁탈전이다. 하나 더 집어간 둘째가 미안한지, 한 입 먹다가 내려놓고 나한테 양보한댄다. 그냥 먹으라고 했다. 정말로 둘이서 칼국수 한 그릇씩 코 박고 먹어서, 싹 먹었다. 둘째는 국물까지 다 마시려고 해서, 염분 너무 많다고 그만 먹으라고 했다. 아내도 이거 한 그릇 다 못 먹는다. 이럴 거면 차라리 고기 뷔페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뒤늦게. 수영하고 났더니, 엄청나게들 먹는다. 

둘째가 여러가지로 스트레스 받는 게 많아서, 최대한 즐겁게 해주려고 하고 있는데.. 등골이 휜다. 잔뜩 먹더니 들어오자마자 둘 다 피곤하다고 일찌감치 잠 들었다. 나도 같이 좀 잤다. 

딸 키우면 좀 더 아기자기한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들들은 정말 동물적이라는 생각이 문득. 그렇다고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고, 은근히 취향도 있고, 선호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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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아이들 메모 2023. 6. 3. 04:40

며칠 전에 큰 애가 화투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좀 난감한 부탁이다. 카드는 거의 한 적이 없고, 화투도 어렸을 때 할머니랑 민화투 치고, 고등학교 때 고스톱 쳐본 게 거의 다 일 정도. 화투장 이름 정도도 이제 까먹은 게 더 많고, 숫자도 잘 모른다. 

나도 잘 모르는데 가르쳐줄 수가 있나.. 기본적인 것만 알려주었다. 다음에 좀 더 알려주기로 하고. 

생각해보면, 나도 인생을 참 단조롭게 산 것 같다. 골프는 그야말로 골프 채도 집어본 적이 없고, 스키도 타 본 적 없다. 너무 일찍부터 환경에 대한 이론들을 공부해서 그런지, 그런 것들은 정말로 안 했다. 

‘잡기’라고 부르면서 좀 배워둬야 한다는 것을 안 한 데에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바둑만 두셨다. 노년에는 인터넷 바둑과 tv 조선, 거의 두 가지만 하시는 것 같았다. 바둑을 좀 배우다가, 아버지가 매일 기원에만 계셔서, 바둑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안 했다. 비슷한 이유로 당구도 안 쳤다. 술 마시기 전에 친구들 당구장 가면 나는 당구장 아래층에 있는 만화가계에 갔다. 그 시절에는 만화책 보면서 짜장면 먹는 게 그렇게 부러웠었다. 만화책 몇 권 볼 정도의 돈은 있었는데, 짜장면 시켜 먹을 돈은 없었다. 돈 생기면 전부 책을 샀으니, 만화책 볼 돈이라도 주머니에 있는 게 다행이었다. 맥주 마실 형편은 아니었고, 감자탕에 물 계속 부어서 끓여가면서 소주는 많이 마셨다. 생각해보면, 나는 평생 술만 마신 것 같다. 

한 달 전에 둘째가 여러가지로 너무 힘들어해서 결국 닌텐도를 사줬다. 큰 애랑 둘째랑 갖고 싶다는 게임 하나씩 사주고.. 몇 주 후에 닌텐도 스포츠는 그냥 사줬다. 둘째가 이래저래 힘든 시절을 겪는 게 아니었다면 게임기는 안 사줬을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좀 더 나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희로애락에서 ‘락’에 해당하는 일은 사실 술 말고는 거의 한 게 없다. 음악을 듣기는 하는데, 원래 음악 전공하려다가 여러가지 사건이 겹쳐서 결국 경제학을 전공하게 된 거라서.. 그냥 순수하게 취미로만 듣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돌아보면 나는 술만 마시고 살아온 것 같다. 좋아도 마시고, 슬퍼도 마시고. 힘들어도 마시고, 안 힘들어도 마시고. 요즘은 술 마시는 빈도는 확 줄었는데, 양이 줄지는 않았다. 한 번 마시면 날 잡고 확 달리는. 그렇게 마시지 않을 날은 아예 입에도 안 댄다. 마시다 말면 짜증나! 

아버지 살아계실 때 약속을 한 게 있다. 아버지 기일은 챙겨드리는데, 제사상은 차리가 어렵고, 드시고 싶은 걸 놓아드리겠다고. 아버지는 과자랑 주스 애기를 하셨다. 어머니는 초코렛과 연유를 얘기하셨고. 노년에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셨던 음식은 찹쌀 도너츠와 카스텔라였던 걸로 기억한다. 

화투 가르쳐 달라는 큰 애 보면서 잠시 아버지 생각이 났다. 저녁 때 동네 기원에 아버지 모시러 가던 게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싫지 않았는데, 몇 달째 되니까 그게 그렇게 실어졌었다. “한 판만”, 그렇게 하면서 몇 판을 두셨다. 나는 기다리다 결국 혼자 집에 왔었다. 그리고 바둑 끊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잠시. 

그렇게 바둑을 안 좋아했는데, 내 주변에는 바둑 죽어라고 두는 사람들이 참 많기도 했었다. 그것도 인연인가 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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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휴일, 둘째랑 마포 농수산물시장 갔다왔다. 조개도 사고, 새우도 사고, 절임류도 이것저것 좀 집고. 

둘째는 떡볶이는 안 먹는 대신 어묵은 잘 먹는다. 다섯 개 먹는다는 걸 달래서, 겨우 세 개만 먹기로. 쥐포 먹고 싶어서 쥐포도 샀는데, 집에 와서 집에 쥐로 많다고 아내한테 혼났다. 

둘째랑 수산 시장 와서 이것저것 사는 일을 종종 한다. 오는 길이 많이 막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휴일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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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어제 머리를 빡빡으로 밀었다. 오늘 학교 갔더니 친구들이 두 손으로 합장하면서, “스님, 오셨습니까” 했다고 한다. 계속 했댄다. 그래서 대답을 이렇게 했댄다. “오늘 저녁에 고기 먹습니다.” 저녁 때 슈퍼 갔다가 족발을 샀더니, 큰 애가 그 얘기를 한다.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고기 먹는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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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가 지방 출장이다. 둘째 데리고 병원 갔다 오면서 반찬가게에서 저녁 먹을 거 이것저것 샀다. 둘째 때문에 큰 애가 요즘 계속 양보 중이라서, 이번 주에 피자 따로 시켜준다고 약속했었다. 큰 애는 피자 좋아하고, 둘째는 피자 안 먹고. 애로사항이다. 그냥 주는 대로 처먹어! 그렇게 하고는 싶은데, 둘 다 워낙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는 중이라, 피자 시켜준다고 약속한 대로. 통장에서 돈이 술술 새나간다. (나는 피자에 파스타 하나 보태서, 그걸로 저녁을.) 어린이들 둘 데리고 있으면, 먹는 게 제일 큰 행사고, 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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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요즘 이래저래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어제 저녁 때는 호주산 우둔살이 싸서, 그걸로 육회 해주고, 남은 건 버터 구이 해줬다. 

오늘 아침에 학교 가는 둘째한테 뭐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봤더니 한참 고민하다가 양고기라고 그랬다. 양고기 아니면 양갈비? 양갈비랜다. 양갈비 주문했다. 주말에는 양갈비 해주고, 다음 주에 육회 한 번 더 해주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내 경쟁력은 딱 두 가지인 것 같다. 내가 먹고 싶은 건 어지간한 건 그냥 해먹고 사는 삶. 내가 해먹으면 재료 듬뿍듬뿍, 식당에서의 아쉬움 같은 것을 그렇게 해소한다. 그리고 모닝 타고 다녀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것. 차 살 돈으로 우리 집 어린이들 먹고 싶어하는 거 해준다. 

별로 경쟁력 없는 인생인데, 그래도 경쟁력 두 가지는 있다고 생각하고, 더워지기 시작하는 오후를 그냥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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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옹구. 깔개를 좀 큰 걸로 바꿔줬더니, 그 위에서 산다. 몇 달 전에 캣타워 치우고 깔개 사줬을 때는 한 달 정도 본 척도 안 했다. 그냥 둬 봤더니, 한 달 지나니까 그 위에 올라가기 시작. 

같이 살면서 나도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가진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하면서, 특히 자식의 경우는 소유하고 싶어진다. 고양이는, 같이는 살아도, 소유할 수는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한다. 말 드럽게 안 처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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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둘째는 오늘 꼼짝 없이 입원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지난 밤에 잘 잤는지, 좀 상태가 나아졌다. 여전히 기침은 많이 하지만, 그래도 소리는 좀 나아졌다. 이제는 월요일날 학교 갈 수 있는 게 또 큰 도전이다. 사흘째 집에 있었다. 

저녁 때에는 둘째가 좀 나아져서 동네 식당에 가서 밥 먹고 왔다. 안 그러면 둘째는 정말 하루 종일 집에만 있게 되어서. 둘째는 간만에 크게 웃었다. 

둘째는 태어날 때 숨을 못 쉬었다. 세 살 때 봄, 연거푸 병원에 입원하면서 나는 하던 일들을 모두 그만두었다. 둘째가 계속 아파서 짧은 육아 휴직 후에 복직을 하지 못한 아내는 회사와 소송을 하는 것도 검토했는데, 이게 대법원까지 가고 워낙 힘들다고 해서 그냥 있었다. 나는 애들을 보기 시작했고, 아내는 취업 준비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둘째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아직은 봄, 가을에 미세먼지 심할 때쯤이면 병원에 입원을 한다. 작년 가을에는 정말 자다가 호흡곤란으로 죽을 뻔했다. 응급실에서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입원할 병동이 없어서 애를 좀 먹었다.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이라고 하면 뭐, 뭐 잘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는 할텐데, 빨리 병원에 못 가면 정말 호흡곤란으로 위험해진다.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물론 병원에 빨리 가면 사실 별 일은 아니다. 병원 호흡기 치료는 좀 독한 약을 쓰는데, 가정에서 하는 치료약은 그렇게 독한 걸 주지는 않는다. 병원에 입원해서 2~3일 치료하면 정말 거짓말처럼 금방 낫는다. 물론 후유증이 한두 달은 간다. 

이번은 이렇게 넘어간 것 같은데,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렇게 버텨야 할 것 같다. 아픈 애가 있어서 감기라도 걸리면 초비상 상태가 된다. 가끔 “애는 부인이 보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물론 웃고 “곤란하다”고 대답하기는 하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속으로 들기는 한다.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내 삶도 좀 변하기는 했다. 그냥 나는 내 호흡대로 살아간다.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그것도 최소한만 한다. 그나마도 제 시간에 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별로 흔들림이 없는 삶이 되었다. 그게, 별로 흔드는 사람도 없고, 흔들릴 것도 없어서 그렇다. 딱히 하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집 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살살 아주 살살 살아간다.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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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방 출장 갔던 아내가 저녁 시간에 맞춰 돌아오게 되었다. 뭐 준비한 게 따로 없어서 꽁치 통조림 넣고 꽁치찌게 끓였다. 우리 집 꽁치찌게는 두 캔을 넣어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 집 어린이들끼리 싸움 난다. 

요령은 별 거 없고, 고추장은 딱 한 숫가락만. 좀 더 맵게 하고 싶은데, 매운 기분만 내야지, 진짜로 맵게 하면 어린이들 못 먹고. 그러면 간이 안 맞는데, 까나리 액젓 조금 넣어서 약간만 보충. 큰 애는 조금만 짜도 뭐라고 한다. 

어린이들은 코 박고 먹었다. 어제 아침에는 볶음밥을 해줬다. 볶음밥 뒤에 후식으로 파인애플 짤라줬는데, 큰 애가 왜 볶음밥에 파인애플 안 넣어줬냐고. 미안해, 아빠가 시간이 없어서. 

인생에 남을 진할 겨울방학이 이제 내일이면 끝난다. 둘째가 돌봄 교실 신청서를 까먹고 학교에 안 냈다. 게다가 봄방학이랑 겨울방학이 통합된 길고 긴 첫 겨울방학. 생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요일이 다 헤갈릴 정도로 비몽사몽, 그렇게 지낸 것 같다. 

자식 학폭 문제로 검사 한 명이 피곤하게 되었다. 

아마 경찰들이 경찰청장에게 귀뜸을 해주지 않은 게 사건의 중요 포인트 아닐까 한다. “물어보셨어요?”, 아마 이랬을 것 같다. 검사들이 경찰들 보는 눈이, 진짜 불가촉 천민 보듯했던 것 같다. “지들이 무슨 수사를 한다고 그래.” 검사들의 특권 의식 같은 게 좀 쩐다. 

경찰을 천민 보듯이 했던 검사들이 국민들을 어떻게 볼까? 몇 해 전 교육부 국장이 “국민들은 개•돼지”라고 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사실 검사 눈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겠나 싶다. 물론 모든 검사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야말로 특수한 일을 하던 사람에게는,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보였겠나 싶다. 

욕하는 건 쉽다. 이제 자식교육이 관련된 거라서, 나도 우리 집 어린이들을 돌아보게 된다. 큰 애는 지난 가을에 태권도장에서 손가락욕을 해서 검은 띄를 뺏기고, 흰 띄 매고 다녔다. 큰 애는 태권도 그만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해서라도 고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돌아보면 태권도 관장을 나중에 은인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학원에서 누가 혼내겠나. 어린이들 가는 태권도장은 이래저래 애들 키우면서 고마운 시설이기는 했다. 코로나 한참 때 버스 운행도 쉬고, 사범들도 많이 그만두었다. 혹시라도 도움 될까, 두 어린이 학원비 몇 달치 미리 냈다. 특별한 건 아니고, 문 닫으면 나만 골통 먹으니까. 

내가 관찰한 것에 의하면 남자 아이들은 ‘성숙’이 좀 늦게 온다. 어쩌면 아예 안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참 키 크고, 덩치 커지기 시작하면, 힘 싸움하기 너무 좋아한다. 상어가 몸 길이로 자기들끼리 서열을 만든다고 하더니, 그게 딱 맞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아팠고, 요즘도 1년에 한 번씩은 연례행사처럼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을 한다. 큰 애는 아픈 데가 없고, 키도 크다. 그렇다고 딱 모범생, 그런 건 아니다. 매너도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맨날 혼난다. ‘상냥’, 그게 내가 큰 애한테 탑재시켜주고 싶은 개념이지만, 어렵다. 일단 주먹부터,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쓴다. 

강남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가장 싫었던 것이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었다. 나는 좌파로 살아서 그런지, 딱 표적 한 명이 걸리면 그건 늘 나일 것인 형편이었다. 남들한테는 아무 문제도 아닌 것이 나에게는 문제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지만, 나는 곤란한, 그런 인생을 살았다. 욕 먹을 일 거의 안 하려고 하는데, 그랬더니 “감정 기복이 심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이런 얘기들이 따라 붙었다. 그래, 같이 술 처먹은 내가 죄다.. 그 시기를 지난 뒤로는 남들하고는 거의 밥도 안 먹는 삶을 살게 되었다. 술자리도 엄청 가린다. 나도 나를 지켜야 하니까. 그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무작위로 많은 사람들하고 술 마시는 자리는 거의 안 간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해”, 이게 나한테는 힘든 일이었다. 나는 원칙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면서 강남을 떠났다. 원칙은 지킨다고 해도 잘 지키기 어렵다. 세상에 부조리는 많다. 그렇지만 자식들에게는 조금은 더 원칙적인 삶이 몸에 배어 있는 인생을 살고 싶게 해주고 싶었다. 

자식 키우기는 늘 어렵다. 난 좀 답답할 정도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창피하고 지우고 싶은 일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내가 지키려고 하는 건, 대단한 건 아니고 글로벌 스탠다드 정도다.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럴 때면 속으로는 “아니, 니들만 그렇게, 전세계에 이렇게 하는 사람들 거의 없어”,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검사를 비롯해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너무 오랫동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한국은 점점 더 그런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일종의 선진국 현상이 아닐까 한다. 국민들은 선진국 국민으로 바뀌어 가는데, 특권층은 갈라파코스처럼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세상 바뀌는 걸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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