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라스 책 두 권이 왔다. 왈라스 균형의 바로 그 왈라스. 경제학과 대학원 갈 준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푸는 문제, 바로 그 왈라스 균형. 이 전화번호부 같은 왈라스의 책들을 대학원 때 죽어라고 읽었었다.

이걸 누가 읽을까 싶었는데, 번역해서 책으로 나왔다. 감격스럽기도 하고. 문득 한국의 저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트렌드와는 상관 없이 기본에 해당하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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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의 <플라이백>에 대한 서평을 썼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에는 약간 톤다운을 해서..

 

어쨌든 사연 넘치는 인생을 살 수 밖에 없게 된 한 사나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선일보

플라이백


우석훈 경제학자
경제학자로 살다 보니 습관적으로 자본과 노동이라는 이분법적 범주를 먼저 생각한다. 자본에 이득이 되는 것, 노동에 이득이 되는 것. 이런 도식적 구분은 많은 문제에 간편한 설명을 제공한다. 10여년 전 낸 책 '88만원 세대'는 자본이 단기적 이윤만 너무 추구하다가 청년들의 기본적 삶은 물론 '인간의 재생산'에도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라는 간단한 문장 위에 세워져 있다. 비정규직 문제도 이렇게 보면 설명이 쉽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시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도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소위 '땅콩 회항'이나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사건'이 그런 사례다. 둘의 행동은 노동자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행동이었다. 주가 하락 등 기업 가치가 떨어졌고, 신뢰도 같은 상징적 자본도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회사 경영주 또는 상급자의 이른바 '갑질'은 다른 OECD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선진국 회사들은 대체로 직장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경영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장치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원칙 있는 회사라면 고위층의 일방적 명령으로 활주 중인 비행기를 돌려 세우고 여객 사무장을 공항에 내려놓고서 다시 출발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견제가 부족하고 긴장감 없는 특수한 기업 구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땅콩 회항' 당시 뉴욕 공항에 홀로 남겨진 박창진 전 사무장이 평직원으로 강등된 후 회사에서 버텨나간 얘기를 책으로 썼다. '플라이백'(메디치미디어). 회항을 뜻하는 항공 용어다. 당신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뜻밖의 일로 회사 고위층에게 찍혀 평사원으로 강등됐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표를 내면 속 시원한 일이겠지만, 대한민국 직장인 대부분은 십수 년 다닌 직장을 떠나면 기댈 곳이 없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가더라도, 그 누구도 내 존엄성만은 빼앗을 수 없어요." 그가 인용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구절이다.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조직 문화는 직장의 비용 감소나 효율 증가 혹은 창조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본에 도움이 되는 일도 물론 아니다.

자본과 노동 모두에 이익이 되는 직장 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새로운 규범과 약속 그리고 제도가 필요하다. 직장이 유토피아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괴로운 지옥 같은 곳이어서는 노동과 자본,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21세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석훈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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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사무장이었던 박창진의 '플라이백' 다 읽었다. 장편 영화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이게 비극인지 코미디인지 장르 구분도 잘 못하겠다. 텍스트는 의외로 중독성이 있다. 기가 막히거나 기가 차거나, 뒷사연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다 읽고 나니, 멍하다. 내가 뭘 할 수 있나, 좀 쉬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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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 내가 내 책은 못 팔아도 남의 책은 잘 팔아줬다. '정의란 무엇인가" 처음 나왔을 때, 책 소개하는 행사를 내가 했었다. 그 후 어마무시하게 나갔다. '세상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 혹은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요런 책들이 내 해제를 달고 나가서, 진짜 겁나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다.

이젠 나도 나이를 먹었고, 어마어마하게 빅히트를 만들어주는 재주도 사라졌다. 고만고만하게, 그래도 아주 손해를 보지 않게하는 정도라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오세영의 소설 <자산어보>를 너무 재밌게 읽어서 감상문을 길게 썼다. 결국 소설이 재출간되었다. 소설과는 무관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준익의 다음 영화가 <자산어보>다. 한참 캐스팅 진행 중이다. 이런 일련의 일이, 블로그에 작게 남긴 독서 감상문에서부터 시작된.

나도 이제 나이가 50이다. 작게 시작해서 크게 성공하는 경험도 있고, 크게 시작해서 작게 성공한 경험도 있고,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완전히 망한 경험도 있고.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내가 나한테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성격이다. 남의 일이라도 도와주는.. 어려운 시절, 그렇게라도 버텨야 하지 않겠나 싶다.

 

 

 

[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당신이 입은 그 슈트, 400년 역사가 담겼죠

조선일보
  • 우석훈 경제학자
  • 입력 2018.12.01 03:00

    모던 슈트 스토리

    우석훈 경제학자
    우석훈 경제학자
    지난겨울 오래된 슈트들을 버렸다. 1996년 첫 출근을 하면서 당시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산 옷들이다. 감은 정말 좋은 옷들이지만 쉰 살이 넘어가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못 입는다. 그리고 올가을, 한껏 멋을 낸 두꺼운 겨울 재킷들을 버렸다. 코트 없이 스웨터만 받쳐 입으면 겨울에 입을 수 있는 옷들인데, 이제 그렇게 입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남성들의 겨울 슈트는 요즘 터무니없이 얇게 나온다. 유행이 바뀌어서 못 입는다. 슈트를 입어야 하는 남성에게 필요한 최소 숫자는 세 벌. 여름, 겨울 그리고 봄여름. 허리에 살이 붙기 시작한 이후, 나도 매년 세 벌의 슈트를 산다. 싫지만, 자꾸 남들이 내 옷을 쳐다보는 게 싫어서 그냥 적당한 거 산다.

    아스텔리아 사전예약 중

    에든버러대학의 크리스토퍼 브루어드가 쓴 '모던 슈트 스토리'(시대의창)는 직업상 슈트를 입어야 하는 남성들이 자신이 입는 특정한 양식의 옷에 대한 문화사적 상식에 관한 책이다. 근대 국가의 형성과 함께 등장한 군대의 유니폼, 최대한의 금욕을 강조한 종교적 전통, 그리고 측정과 표준이라는 공업화의 과정이 우리가 입는 슈트에 남은 흔적들을 감칠맛 나게 보여준다. 청바지와 티셔츠, 잠바, 모두 서양 옷이지만, 우리는 슈트라는 매우 특정한 옷에만 양복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갑오개혁 이후로 육군 그리고 문관들의 관복을 슈트로 정했기 때문이다.

    모던 슈트 스토리

    책은 문화사의 맥락을 따라서 검은색 상복 같은 슈트가 좀 더 화려하고 도발적인 댄디즘과 부딪히는 과정, 그리고 이탈리아의 아르마니가 전 세계를 휩쓰는 과정 등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사실 특별히 패션이나 의상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맨날 입으면서도 이 옷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몰라도 된다. 그러나 알면 일상이 조금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에는, 인류의 문명을 특정 짓는 이성·평등·아름 다움·진보라는 가치가 슈트와 함께 계속되는 한, 슈트 역시 지금으로부터 또다시 400년을 이어가리라는 희망이 있다." 책의 마무리 문장이다. 저자는 슈트는 앞으로도 400년은 갈 거란다. 섬유와 의류를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정책 당국자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남성 그리고 이제는 여성들의 정장, 슈트의 스토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산업적으로도.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1/20181201000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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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두 권을 읽기로 했다. 가슴이 차가와지는 책,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 보들레르, 내가 참 차가운 가슴으로 살았던 시절에 읽은 책들. 슈트 스토리, 이 책의 한국편이 언젠가 써보고 싶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 패션지에 정기 기고할 일이 생겼는데, 광고주들 너무 불편하게 할 것 같다고 결국 스톱. 나이 먹고 좀 한가해지면 나도 슈트 책 한 권 쓸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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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하는 책 칼럼을 쓰기로 했다. 조선일보다.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인데, 결국에는 쓰기로 했다. 조선일보랑 인터뷰도 몇 번 했었고, 부탁을 받아서 기고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정기적인 글은 처음이다. 나름 고민한 것 중 하나는 책 쓰면서 책 소개도 같이 하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 그런 질문. 김재동 화백이 책 소개하면서 자기 책 소개하는 것을 봤을 때의 그 황망함을 넘어선 기발함의 충격? 어쨌든 괜찮은 책들을 소개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기는 하다. 조선일보 독자들이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책을 정말로 괜찮다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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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달의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1981년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레이건이 막 등장하고, 프랑스의 미테랑이 대통령 되는 그 즈음의 얘기다. 그 후로 흔히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돌풍이 불었고, 현실 사회주의도 붕괴했다. 그리고 21세기가 되었다. 이 케케묵은 책을 지금 와서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읽어서 손해볼 책은 없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경제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게 좀, 모호하다. 많은 경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되는 경우가 많다. 한동안 다들 이 표현을 앞에 걸기는 했는데, 하고 싶은 얘기가 저마다 다르다. connotation이라고 부르는 문제가 좀 생긴다. 다들 이해하는 함의가 달라서 서로 얘기가 잘 안 된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아주 제한적으로만 이 단어를 쓴다.

     

    또 한 가지는 민주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목적과 수단에 대해서, 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수단과 목적이 뒤집히기도 한다. 어떤 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민주주의이지만, 많은 경우 민주주의가 그 자체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결핍으로부터 발생하는 수단과 목적의 도치 현상 같은 것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경제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나는 잘 쓰지 않는다. 경제가 원래도 좀 애매한데, 가급적이면 애매한 표현들을 나는 좀 줄이고 싶어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로버트 달의 경제 민주주의라는 오래된 표현을 다시 집어든 것은, 대한항공 조씨 일가 등의 희한한 행태로 기업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 좀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게, 좀 해도 너무하다 싶었다.

     

    “1915년 연방대법원은 종업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한 계약을 불법으로 본 캔자스 주법을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75페이지,

     

    20세기 초반, 미국의 분위기도 좀 살벌했던 것 같다. 캔자스에서 노조가입 안된다고 하면 안되요, 이랬더니 바로 위헌 때려버린.

     

    책 전체는 기업의 소유권, 즉 이건 기업이 내 꺼니까 내 맘대로 할래요 하는 기업 우선주의와, 사회의 일반적인 정의에 대한 규율이 있다, 이 두 가지의 충돌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뒷부분으로 가면서 자치기업(self-governing enterprise)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소유하거나 혹은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참여할 수 있는가, 있다면 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그런 얘기다. 요즘의 눈으로 보면 협동조합이나 종업원 지주제 정도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상당히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측면도 있다.

     

    사회주의권과 자본주의권이 한참 경쟁하던 시절의 얘기니까, 기업이라는 것의 운영방식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모르지만, 내가 경영학에 대한 내 입장에 대해서 한참 고민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나는 나름 감회를 가지고 읽었다.

     

    프랑스에 갔더니,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을 괜히 내가 학부 시절에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이 좋아요, 경영학이 좋아요, 우린 이런 질문에 종종 부딪혔었다. 된장프랑스에는 경영학이 학부에 없쟎아! 대학원부터 시작된다. 별 필요도 없는 고민을

     

    나는 조직론을 대학원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기업이라는 생산의 단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어떻게 결정하는가? 실제로는 완전히 다를 것 같지만, 생산과 유통을 결정하는 조직론적 구성에서 많이 다를까? 원론적으로는 엄청나게 다르다고 배웠는데, 막상 기술적 결정을 하는 데에서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버트 달이 자치기업을 보는 눈이 그렇다. 그래서 후반부로 가면서 좀 더 익숙했던, 20대의 내가 많이 생각했던 질문들을 만나게 되었다. 뒷부분의 얘기는 우리 식으로 하면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에 관한 얘기들이다. 사회적 경제를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고.

     

    가슴에 남는 구절들이 좀 있다.

     

    왜냐하면, 공정이나 정의를 믿고 있기 때문에, 정치 질서는 공정한 데 반해 경제 질서는 지독히도 불공정하면 이것은 불행한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게 요즘 우리 얘기랑 상당히 비슷했다. 정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정치에만 많은 사람들이 눈을 돌리면 지독할 정도로 불공정한 지금의 경제 구조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안 갖게 될 수도 있다. 유행하는 용어로는 격차 사회. 뜨끔했다.

     

    촛불 이후의 민주주의라고 간판을 달아도 좋을 듯 싶다. 한 때 최장집 선생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로 빅히트가 나온 적이 있다. 그 출발점으로, 옛날 애기 보듯이 속 편하게 읽으면 좋을 책일 것 같다 (토크빌 얘기가 전반에 길게 나오는데, 토크빌이 익숙치 않으면 대충 무시하고 넘어가고 읽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미국 민주주의에 관한 토크빌이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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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동안 유교에 대해서 좀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어린이'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보니까, 정순철 평전을 읽게 되었다. 현직 장관의 책을 읽는 아주 진기하고 기이한 경험을. 나도 작년까지는 정순철을 몰랐다. 정순철이 누구야? '우리 애기 행진곡', 엄마 앞에서 짝짜쿵 작곡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졸업식이면 늘 부르는 그 노래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해월 최시형의 딸이 정순철의 엄마니까, 최시형 손자이기도 한. 그리고 소파 방정환의 절친. 언제가 쓰고 싶은 책 리스트에 언제나 1번 자리는 방정환 평전이었다. 그리하여 정순철 평전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도종환 장관님께서 아시는 게 너무 많으신 분이라... 얘기 시작하기 전에 동학 정신과 이론 체계부터 일단 설렵들 하시고, 에 또... 핵핵. 정순철 얘기 들어가기도 전에 동학 얘기에서 힘 쭉 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보니까 유교 사회 속에서 동학이 가졌던 힘 같은 것에 대해서 새삼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가설이지만, 이 두 개의 힘이 예를 들면, 연남동 같은 곳에서 만난다. 동학과 색동회의 힘으로 만들어진 '어린이'라는 이름과, 젠트리피케이션 지역 중에서 노키즈 존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연남동. 어린이를 데리고 연남동에 가면 애들 데리고 오지 말라는 유교적 발상과 카페 주인의 종교인 기독교 그리고 '어린이' 행진곡이 기묘하게 충돌한다. 한국의 노키즈존은 유교적이면서도 동시에 기독교적인 흐름 위에 서 있다. 가끔은 결과론적인 상술도. 둘 다, 어린이를 어린이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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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는 내게 무슨 의미일까?

     

    송갑석, <무등산 역사길이 내게로 왔다>

     

    1.

    광주에 대해서 잘 아는가, 혹시 누가 나한테 물어보면 참 답하기 어렵다.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다고 할 수도 없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광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상에 대해서는, 뭐 전혀 모른다.

     

    하여간 진짜 우연하게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선물 받은 것이기는 한데, 여기에도 약간의 사연이 생겼다.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위해서 두 아이들을 키즈 카페에 데리고 가서 놀리고, 나는 책을 읽었다.

     

    2.

    충장로와 금남로에 대학 시절에 처음 가봤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아니었다면 그 이름도 잘 몰랐을 것이고, 또 일부로 그곳에 가서 자고 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임진왜란 초기에 전라도로 가는 길목을 막았던 이치재 전투는 약간은 알고 있다. 권율의 이름이 여기에서 처음 높아진다. 선조는 벌써 도망갔고, 위쪽을 어느 정도 정리한 왜군이 전라도로 넘어오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 전쟁을 극적으로 마친 권율은 하여간 왕에게 승전을 알려야 했다. 여기까지는 마라톤 전투와 크게 다른 얘기는 아니다.

     

    이 때 소년이 한 명 자원했다. 옻을 온몸에 발라서 나병환자로 위장하고, 적진을 뚫어 결국 왕에게 승전고를 알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정묘호란 때 계속해서 맹활약했다. 그가 죽고 나서 금남군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다. 이게 금남로그랬나?

     

    충장로는 조금 더 짠하다. 26세에 조선 의병을 총괄하는 의병대장이 되었다가 29세에 선조에게 맞아 죽는 바로 그 김덕령의 군호였다.

     

    3.

    송갑석의 <무등산 역사길이 내게로 왔다>는 무등산의 역사길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들을 담은 책이다. 동네에 무슨무슨 올래 하면서, 고만고만한 책들 중 하나 아녀? ,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데 간단한 얘기만은 아니다.

     

    송갑석은 전대협 4기 의장이다. , 지금은 엄청난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된 줄줄줄, 그런 사람들이 배출된.

     

    그렇게 인생이 이후로 순탄하게 풀리지는 않은 것 같고, 대전 교도소와 대구 교도소를 거치면서 5 2개월, 만기 출소를 한다.

     

    그런 일이 있었나? 나도 잘 몰랐다.

     

    그리고 월요일마다 직장 다니는 형이 그 교도소를 면회하면서 옥바라지를 했다. 그 형님을 내가 조금 안다. 소주 한 잔 하기로 연초에 약속을 했는데, 반 년이 넘도록 소주 한 잔 못했다. 이러다 해 넘기겠다 싶어서, 애기 아빠가 통영도서관 강연에 끼어서, 광주로 갔다. 그리고 광주에서 하룻밤 잤다.

     

    그 저녁에, 혹시 송갑석을 아느냐면서 들은 얘기가 바로 이 책 얘기다. 동생 얘기를 하는데, 참 애잔했다.

     

    감옥에 있던 동생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책이 있는 건 몰랐는데, 나중에 헤어질 때 동생 책이라고 건냈다.

     

    이 정도 사연이면, 집에 오자마자 주루루 읽는 게 인간된 처지의 기본 도리인 것 같아서

     

    3.

    책은 재밌다. 역사를 알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잘 몰라도 우리 또래라면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책에 김정호 얘기가 나온다. 아내에게 김정호를 물어보니까, 모른단다. 85년에 죽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김정호의 할아버지 얘기는 나도 처음 들었다. 판소리의 대가였던 그의 할아버지와 월북 얘기, 그런 건 정말 몰랐다.

     

    김정호의 죽음이 나에게도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3 때 죽었는데, 워낙 좋아하던 가수라서.

     

    하얀나비' '이름 모를 소녀', 그런 노래들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 모를 소녀와, 김정호는 나중에 진짜로 결혼을 했단다. 그래? 그리고도 33살에 죽었다. 대체적으로 천재들은 짠 것처럼 33살에 죽는다. 소파 방정환도 그 나이다. 심지어 김정호마저!

     

    4.

    정걸 얘기도 재밌었다. 물론 이건 나만 재밌을 얘기다. 실록에 행주대첩에서 충정 해군들이 배 두 척에 화살을 싣고 와서 행주대첩이 결정적으로 역전승으로 끝나게 되는 얘기가 짧게 나온다. 이 얘기는 초등학교 때 본 얘기이기는 한데, 실록에서 이 이야기를 본 건 작년이다. 1년 전 일인데, 그 다음부터 뭔가 얘기들을 만들어나가보는 중이다.

     

    정걸이 고흥 사람이란다. 이순신의 부하였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뭐가 좀 복잡하다. 출생은 고흥이고, 이순신과 일을 했고, 한양성 수복할 때에는 충청도에 있었고잘 싸우는 사람인가 보다.

     

    요런 조만조만한 얘기들이 많이 있다.

     

    송갑석의 친형은 동생이 감옥에 있을 때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을 읽었는데, 그게 무슨 엄청난 이론서는 아니고

     

    그런 고향에 관한 상식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소쇄원은 한 번 가본다고 생각만 하고 아직도 못가봤다.



    (송갑석이 감옥에서 서경식의 책을 읽을 때의 열독 허가증... 서경식 형제의 가슴 아픈 사연도 책의 중요한 모티브.)

     

    5.

    광주는 어떤 도시인가? 광주에 꽤 많이 갔고, 광주 얘기를 진짜 많이 듣기는 했는데, 이 정도로 깊게 광주의 얘기를 본 것은 처음이다.

     

    어차피 요즘은 전국이 다 비슷비슷해져서, 경관만 놓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주상복합에서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겉으로만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이런 고향 얘기는 안동 사람들이 엄청 한다. 그리고 경상도 지역마다 한 무더기씩 이런 얘기들이 있다. 전북에 가도 엄청 많다. 다 고향마다 사연이 한 무더기이다.

     

    광주 얘기는 많이 못 들어본 것 같다. 금남로가 뭔지, 나도 이제야 알았으니.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이 딱 필요한 사람이 생각났다.

     

    안철수

     

    그가 광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지 잘은 모른다. 하여간 그에게 권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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