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에서 히사이시 조 책과 류이치 사카모토 다큐, 코다를 주문했다. 히사이시 조 책은 돌려 읽던 책이 있었는데, 내 앞 차례에서 어떤 작가가 보고 행방불명. 그냥 보고 싶어져서 샀다. 코다는 몇 번 본 다큐인데, 추가영상 50분 정도가 있는 것 같아서, 마저 보려고 샀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쓴 책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인생이 뭐 특별한 라이벌도 없었지만, 되고 싶은, 그럴 롤 모델 같은 게 아예 없었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그렇게 살기는 했는데..

작년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를 보고,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죽음 앞에서 어떻게 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에 원혜영이 웰다잉 얘기를 엄청 했었다. 솔직히 실망했다. 세월호 한참 수습 국면인 와중에, 앞으로 뭐하실 거냐고 물어봤더니, 웰다잉 정책..

잘 죽든, 못 죽든, 죽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서 보니까, 죽음을 처연히 준비하는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물고,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더 애정 결핍 아니면 감정 과잉으로 자신만을 사랑하게 되는 영감들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미쳤어, 미쳤어, 곱게 좀 늙지.

태극기에 목숨 걸거나, 자기 이름을 높이는데 목숨 걸거나, 돈을 죽어라고 부여잡고 추하게 늙어가거나.. 내 주변의 노친네들이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

때 되면 추한 꼴 안 보이고 곱게 죽는 것도 복이야, 내 죽음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때쯤 류이치 사카모토의 <코다>를 보았다.

멋있었다.

내 주변의 수많은 영감들은 늙으면 늙을수록, 교회에 더 지랄 맞게 집착하고, 자기가 살아온 것에 대한 변명이 점점 더 늘어난다. 그리고 뭔가 복수하고 싶어지고.

나이를 먹으면 복수 같은 것은 좀 내려지고 싶어지지가 않나?

암으로 죽어가는 프랑스 할아버지 - 나름 겁나 유명한 - 가 20대의 나에게 남겨준 말은..

니는 외국어 공부에 시간 낭비하지 말거레이, 나처럼 죽을 때 후회하게 된다.

나름 짠했다. 7개 국어 affluent.. 죽기 전에 그거 아니라는 얘기는, 감동적이었다.

내 주변의 할배들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아마 자기처럼 7개 언어는 꼭 하고 죽으라고,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그런 할배들 보면, 속으로는, 미친 거 아냐. 태극기나 죽어라고 나가는 주제에..

삶의 전환점을 맞아, 히사야이시 조와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한 비교를 좀 해보고 싶어졌다.

조선의 할배들은 왜들 다 늙으면 "나처럼 해봐요" 그러면서 자꾸 화만 내는지 모르겠다. 공무원 욕해, 신문 욕해, 교수 욕해, 무식하다고 대중들 욕해, 자기 신경 안 써주는 부인 욕해, 자식들 욕해, 가끔 찾아와주지 않는다고 지인들 욕해.

욕하다가 죽는 게, 억울하지도 않은가 싶다. 칙칙하고 불운한 근현대사를 지내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건가?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자본주의' 해제..  (0) 2019.04.09
청소년을 위한 서평집?  (0) 2019.04.04
삐꾸들 전성시대를 위하여  (0) 2019.03.10
맑스 주변의 사람들..  (0) 2019.02.19
토건 광주, 토호들의 광주..  (0) 2018.12.19
Posted by retired
,

<잡놈들 전성시대>는 판매는 그저 그랬다. 그렇지만 술 마시다가 독자라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근혜 시대, 시대도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다. 그 고통의 클라이막스에서 썼던 책이다. 그 책의 연장선 위에서 '삐꾸들 전성시대'를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하긴.. 책 내면서 나는 c급 경제학자를 표방했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그런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21세기 초반.. 미국 박사들을 1류, 서울대 박사들을 2류, 그리고 기타 등등 나머지들을 다 묶어서 3류 취급하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뭐,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우리가 만드는 '질서정연한 바보짓'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각약각색의 삐꾸들의 약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을 위한 서평집?  (0) 2019.04.04
류이치 사카모토  (5) 2019.03.11
맑스 주변의 사람들..  (0) 2019.02.19
토건 광주, 토호들의 광주..  (0) 2018.12.19
소설 모피아 시절의 추억  (2) 2018.12.15
Posted by retired
,

어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맑스의 가족사에 관한 얘기는 어떨까 싶은. 빨갱이에게는 절대로 돈 못 줘, 편지를 들고 간 조카 며느리를 돌려보낸 사나이. 그가 필립스의 창업자 중의 한 명이래나.. 그렇게 돌아온 본 베스트팔렌 부인이 보게 된 자신의 몸종과 남편과의 불륜.

그렇게 태어난 딸과 결혼한 로이. 자본론 프랑스본을 중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그 로이가 아내와 함께 번역한 거래나? 하여간 그걸 로이본이라고 부른다. 나도 로이본을 기본으로 읽었다. '위험한 도약'이라는 구절이 가장 정확하게 나와있대나 뭐래나.

그리고 또 다른 사위. '게으름의 권리'를 감옥에서 쓴 폴 라파르그. 이 책이 68 때 엄청 떴다. 노동권에 관한 선언이 나올 때, 그거 아니라고 쓴 일종의 선언문이다.

굳이 엥겔스와의 우정에 관한 얘기로 가지 않더라도, 맑스의 삶과 그 주변 사람들의 얘기가 파란만장하다.

20대 때 술 마시면 줄구장창, 대학시절의 결투니, 폰 베스트팔렌 여사와 도망치면서 결혼하는 얘기.. 하여간 마초들의 시대에 진짜로 어울릴만한 그런 마초틱한 얘기들로 가득했다. 나도 그런 얘기에 푹 빠져서 20대 초반을 보냈고.

예전에 동경대 경제학사 하는 사람들이 이런 거 엄청 뒤지고 다녔다는 전설 같은 얘기들을 듣기는 했는데, 막상 동경대 사람들 만나보니까, 그런 전설 같은 시대가 과연 있기나 했던 건지.

사상사 전공하던 시절에는 그런 뒷얘기들 엄청 많이 알고 있었는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대학에서 낭만이 사라지고, 그런 전설적인 얘기들도 같이 사라졌다.

정치경제학의 시대가 다시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경제학을 아주 낭만적으로 공부하고, 술자리에서나 오고 갈 법한 얘기들이 강의 시간에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우리가 그 시절에 수학 문제만 풀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이치 사카모토  (5) 2019.03.11
삐꾸들 전성시대를 위하여  (0) 2019.03.10
토건 광주, 토호들의 광주..  (0) 2018.12.19
소설 모피아 시절의 추억  (2) 2018.12.15
직장 민주주의 책, 세계일보 인터뷰  (4) 2018.12.15
Posted by retired
,

중앙정부고 지방정부고 할 것 없이, 신나게 토건으로 복귀하는 중이다.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면서 문득 '토건 광주, 토호들의 광주', 이런 제목이 생각났다. 민주당발 토건의 핵심 진원지는, 결국 광주 아니겠는가? 도서관 등 사회 기반 시설들 살펴보다가, 광주도 좀 너무 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삐꾸들 전성시대를 위하여  (0) 2019.03.10
맑스 주변의 사람들..  (0) 2019.02.19
소설 모피아 시절의 추억  (2) 2018.12.15
직장 민주주의 책, 세계일보 인터뷰  (4) 2018.12.15
중3 남학생을 위한 변명  (3) 2018.12.13
Posted by retired
,

(아리랑 고개 시절, 배우 정진영, 이준익과 함께..) 

 

2011년 설날은 영화 <평양성>이 망한 해였다. 이준익은 물론이고, 당시 타이거 픽쳐스를 맡고 있던 조절현도 완전 패닉. 이준익은 은퇴를 선언했고, 전부 멘붕. 이송원과 내가 이 팀에 합류하게 된 것은 <평양성>의 실패로, 더 이상 해 볼 도리가 없던 조철현이 진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시작하기로 한.

 

그 시절 나는 김미화 누님과 나는 꼽사리다만들고 있었고, 책도 그런대로 잘 팔렸다. 그리고 경제 대장정이라고 이름 붙인 일련의 시리즈 책들을 순서대로 정리해가던 중이었다. 글쎄, 블랙리스트 사건이 나중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 MB 후반기, kbs 등 몇 군데 출연하기로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출연진이 바뀌기도 하고, 방송 자체가 없던 일로 되기도 했다. 그 중에 백미는 아예 방송 자체가 없어지기도. 이래저래 괜히 뭐 한다고 해봐야 민폐나 끼칠 것 같아서, tv는 물론이고 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예 포기한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조철현 등 통료와 이제는 전설이 된 아리랑 고개 사무실에서 지지고 볶고. 돈이 없어서 누구 돈 주고 말고 할 거 자체가 없고, 그냥 몸으로 떼우면서 지지리 궁상을 떨던 시절이다. 배우 정진영이 와서 그 시절 밥 사주고 갔던 정도가 기억으로 남는다. 서로 돈이 없어서 뭐 얻어먹을 데도 없고, 그냥 몸으로 때우던.

 

보통 추억은 지나면 적당한 기억으로 미화되거나 아련한 기억으로 남는데, 그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그런 것도 없다. 그렇게 몇 년을 헤매다가 나중에는 도저히 이렇게는 안 되겠다, 이사가자.. 그래서 지금의 충무로 사무실로 그 꼬질꼬질한 일상을 버티던 사단들이 전부 이동을 했다. 그렇게 너무너무 힘들고 배고팠고, 그래서 또 서로 싸우게 되었던 아리랑 고개 시절은 끝났다. 그 때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싸웠는지 아직까지도 약간의 앙금들이 남아있을 정도다.

 

<모피아>는 그 아리랑 고개 시절에 썼다. 처음에는 간단한 경제 코미디 같은 거 해보자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것인데, 쓰면서 나도 오기가 생겼다. 버전을 거듭하면서 나도 정색을 하고. 마지막 버전까지 가면서, 하여간 나도 고생 할만큼은 했다는 생각이.

 

MB 말기, 마지막 작업은 큰 아이가 태어나는 것과 시간이 맞물렸다. 거기다 이사도 했다. 아내는 병원에 있었고, 나는 아주 복잡한 종료의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진짜 땀 뺐다.

 

그리고는 좀 한숨 돌릴까 싶었는데, 대선판이 커졌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실패 이후, 국민연대라는 조직을 만들고 거기에서 대선을 총괄하기로 했는데, 엉겁결에 그 기구의 공동대표를 맡게 되었다. 예전 대선으로 치면 선대위원장에 해당하는 자리다. 나꼽살하고, 소설 발간 막바지 준비하는 와중에 선대위원장 역할을 하고. 그리고 막 태어난 아이는 백 일을 향해서 막 달려가고 있었고. 어수선의 절정이었다.

 

다행히 <모피아>는 반응이 좋았고, 드라마 판권도 금방 팔렸다. 영화 판권은, 드라마랑 기간이 겹쳐서 좀 더 후에 팔기로 했는데, 결국 그렇게 가지는 않았다. 대선은 지고, 모두가 멘붕, 그 시절에 <모피아>가 그런대로 버티면서 나는 차분하게 그 겨울을 버텼다.

 

박근혜 시대에 내가 쓴 얘기를 원본으로 드라마 편성이 잡히지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MB 시대에 내가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었는데, 박근혜 때는 더 했다. 집권한 몇 달간은 그래도 좀 괜찮았는데, 그 후에는 좀 치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여왔다.

 

그리고 <불황 10>이라는 책이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둘째가 본격 아프기 전까지, 그런대로 난 큰 변화없이 살던 대로,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그 후에 그 모든 것들은 일단 올스톱’.

 

2년 전 여름이었다. 이젠 정권도 바뀌었고, <모피아> 얘기 다시 살려보자는 얘기들이 있었다. 나도 좀 고심을 했다.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미쳤냐”, 이런 소리 들었다. 얘기를 계속 만들어야지, 옛날에 했던 거 쪼물닥거리는 건 영 아니라는.. 그래서 그 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새로 만든 얘기가 <당인리>.

 

그리고 계속 손에 쥐고 있었다. 아직은 시기가 좀 이르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원래 D-day로 잡은 게 올해 12월이었다. 엄청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저렇게 일정을 잡아보니까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못 했다.

 

아이 둘 데리고 뭔가 한다는 게, 늘 일정보다 늦어지게 된다. 생각보다 어렵다. 몸도 힘들지만, 실랑이하고 있다 보면 좋은 심리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그런 마음이 종종 든다. 그 상태에서 애 보는 건 할 수 있는데,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좀 돌발 변수가 생겼다. ‘국가의 사기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 되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50대 에세이는 생각보다 훨씬 짜증나는 작업이 되었다. 중간에 에디터가 바뀌었고, 그나마 마무리한 에디터는 책 나오자마자 퇴사. 완전히 새로 쓰는 정도로 중간에 크게 한 번 판갈이. 하기 싫은데,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직장 민주주의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작업이 되었다. 자존심을 걸고, 최대한 읽기 편하게 그리고 최대한 낮은 시선으로, 크게 한 번 탈탈 털었다. 그리고 연말이 되었다. 나는 기진맥진.

 

좀 쉬고 싶은데, 이게 쉴 여지가 별로 없다. 아내도 회사 다니느라고 힘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청소 제대로 안 해놓고, 음식들 냉장고에 정리 안 했다고 집에 오자마자 막 소리지르고 그런다. 어렵겠지, 그러고 참기는 하지만, 몇 년째 웃는 얼굴만 보여줬더니,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소리를 나한테 막 지른다. 아니면 인상 쓰거나. 다들 힘들다. 그래도 그나마 크게 힘들지 않고, 스트레스 덜 받고 버티는 나한테 막 뭐라고들 한다. 그리고 애들도..

 

아빠, 코 묻혔어.”

 

큰 애는 내 바지에 코딱지 붙이고 좋다고 한다. 둘째도 코딱지 붙인다고 막 쫓아온다. 도망간다. 이게 뭔 일이래.. 이러고 산다.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정말 최악의 상황인데, 이게 몇 년째 되니까 특별히 더 힘든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작업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요즘 나는 따로 작업실 낼 형편은 안 된다. 카메라 렌즈 하나를 더 살 필요가 생겼는데, 150만 원 넘는다. 예전 같으면 모델 넘버 나오면 바로 샀는데, 지금은 그러면 당장 생활비가 달랑달랑하다. 술도 한동안 일본 사케 마셨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그것도 소주로 내렸다. 돈이 좀 넉넉해져도 내가 쓰는 돈은 별로 늘이지 않다가, 약간 부족해지면 내가 쓰는 돈부터 먼저 줄인다. 그렇게 지낸지 5년쯤 되는 것 같다. 그냥 참고 지낸다. 나한테 작업실이 필요할까?

 

돈도 돈이고, 애들도 봐야 하고, 이래저래 나와는 좀 거리가 먼 세계의 일이다. 고양이랑 같은 방 쓴다. 서로 나오라고 난리다. 그래도 이런 건 애교라서 즐겁게 생각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모피아><당인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작업이다. 그 시절의 동료들이 지금도 그대로 있고, 그래도 다들 그 때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지기는 했다. 덜 싸운다. 다만 내가 그 때보다 몇 배로 힘들 뿐이다. 그 때는 아이가 없었고, 주머니 사정도 훨씬 나았다. 나꼽살 같은 방송도 이제는 안 하고, 책 시장은 비교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졌다. 그래서 인심도 더 사납다. 돌아보면 열악한 요소가 너무 많다. 그렇지만 책을 쓰는 건, 지금 이 시기에 이 얘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땅히 넘길 다른 사람도 별로 없다.

 

나는 연말에 한 번 크게 그리고 여름에 한 번 좀 작게, 일정을 전체적으로 조율한다. 꼭 필요한 얘기라도 지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뒤로 넘긴다. 농업경제학이 그렇게 넘기고 넘겨서 내년까지 밀렸고, 나머지 것들도 당장 필요한 거 아니면 다 뒤로 넘긴다.

 

<당인리>는 지금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지난 2년 동안 넘겼듯이 또 뒤로 넘겨도 되지만, 이제는 더 넘기기가 쉽지 않다. <당인리> 얘기 후반에 서브 플롯으로 등장하는 발전소가 바로 이번에 비정규직 청년이 죽은 바로 그곳이다. 2년 전, 누적된 문제들이 이제 슬슬 터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이제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

 

새로 주변을 돌아보며 정리정돈하는 중이다. 그 김에 잠시 <모피아> 시절을 돌아보았다. 대략 6년 전, 그 기간을 나는 죽지 못해서 살아남은 것 같다. 정말 꾸역꾸역, 모멸과 조롱을 일삼는 사람들의 잔인한 말들을 버티면서 지내왔다. 그래도 내 마음에 원망이나 회한 같은 것은 없다. 그래도 나는 행복한 편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욕한 적은 없다. 가끔 견디기 어렵게 힘들지만, 대체적으로 명랑한 편이다. 그리고 살면서 웃을 일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 정도면 썩 괜찮은 거다.

Posted by retired
,

http://www.segye.com/newsView/20181214003407

 

“수평적 기업문화 선택 아닌 필수… 변화 수용해야”[차 한잔 나누며]

군대문화 만연해 있는 한국 직장/공채·연봉제 등 수직 구조 강화/젠더 민주주의, 직장 민주화 핵심/임금격차·유리천장 등 해소해야/강한 위계 현대 기업에 맞지 않아/혁신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것

관련이슈  : 차 한잔 나누며
글씨작게 글씨크게
입력 : 2018-12-14 20:15:22      수정 : 2018-12-14 20:15:22

 

‘꼰대, 진상, 갑질….’ 직장 상사 앞에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수식어들이다. 한국 직장 문화가 그만큼 고달픔을 반증한다. 우리 조직문화는 군대를 닮았다. 상명하복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고, 윗사람이 부당해도 토 달지 않는 게 살아남는 길이다. 촘촘한 위계질서 속에 수많은 이가 고통을 삼키며 속으로 곪고 있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한국 직장의 상명하복 문화·갑질 문화가 없어지려면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팀장연수원을 도입하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재문 기자

경제학자 우석훈이 이런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 지수는 훌쩍 높아졌는데 어째서 직장 문화만 구시대적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신간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를 내놓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우석훈은 “아직 군대문화를 바꾸자고 얘기하기엔 많이 이르다”며 “한 4, 5년쯤 있다가 책을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남자는 (군대식 조직에) 불편함이 전혀 없어요. 대학생들도 익숙해지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죠. 또 신엘리트인 민주당 계열의 많은 사람도 불편해하지 않아요. 이들이 (대학 시절) 군인들과 싸우다 보니…. 운동권 내 위계가 확실했죠.”

 

한국 직장의 경직된 군대 문화는 일제강점기에 이식되고 군사정권과 함께 자랐다. 공채 문화는 선후배 기수라는 또 다른 수직 문화를 만들었다. 이에 더해 차등화된 연봉제는 팀장의 권력을 강화시키며 수직 구조를 강화했다. 우석훈은 “회사에서 토요일에 등산 가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우리밖에 없고 일본도 이 수준은 아니다”라며 “한국이 기념비적으로 이상한 회사 문화”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4, 5년 후에는 다르리라 본다. 그는 “변화는 밑에서부터 온다”며 “지금 대학생들은 학번이 없어지고 서로 ‘∼씨’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회사에 들어갈 때쯤 사회가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과장 이상 직원은 이상적인 회사로 ‘가족 같은 회사’를 원해요. 반면 대리 이하가 바라는 건 ‘사생활 보장’이에요. 지금 20·30대 초반 직원들은 (회사 사람들과) 밥 먹기도, 영화 보기도 ‘단톡방’도 싫어해요. 그런데 50대 이상은 이런 변화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40대들은 자기네 회사가 망해가는 중이라 생각하죠. 젊은 사원들이 자세가 안 돼서요. 요즘 회식을 유지할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그가 생각하는 직장 민주주의는 ‘여직원들이 억지로 웃지 않는 것, 군대식 모델의 상명하복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해법은 과격하지 않았다. 그는 ‘팀장·젠더·오너 민주주의’ 세 범주에서 제도 변화를 제안했다. 팀장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직장 민주주의 인증제’ 도입과 국가 차원의 ‘팀장 연수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 가족친화 인증을 의무화했듯 얼마나 수평적 조직인지 인증받도록 하자는 말이다.

“요즘 신입직원들이 많이 그만두는데, 사장과 싸우거나 3세 승계에 반대해 그만두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바로 위에서 괴롭히니까 그렇죠. 팀장에게 관리 책무가 있다는 걸 우리 사회가 한번도 논의한 적이 없어요. 교육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 하지만, 알려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사고 발생 확률에서 차이가 나죠.”

젠더 민주주의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조직이 되면 다른 사회적 약자의 환경도 함께 개선되기에 제안했다. 우석훈은 육아로 여성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여성 임원의 숫자가 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면 직장 민주화도 자리 잡으리라 봤다.

“남녀 임금 격차가 너무 커요. 사회 전체적으로 힘들고 춥고 돈 적게 주는 일은 여성들, 약자들이 해요. 편하고 좋은 일자리는 주로 남자들이 가지니, 상위로 갈수록 다 남자들이 올라가죠. 수치로 따져보면 별 거 안 하고 돈 많이 가져가는 건 남자들 아니에요? 나중에는 여성들이 하는 일에 비해 돈을 많이 받아간다고 얘기해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10, 20년 내에는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오너 민주주의를 위해 유명무실해진 사외이사제와 감사제를 강력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석훈은 “IMF 같은 대형 위기 재발을 막자는 취지로 1999년 사외이사제가 도입됐는데 20년 지나보니 사외이사가 오히려 공식 로비 창구가 됐다”며 “감사 역시 브레이크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 오너 일가의 횡포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만 정비해도 지금보다 개선 여지가 많아요. 아마 이게 다음 대선의 주제가 될 거예요. 97년 체제를 20여년 운영해보니 그때 몰랐던 부작용들이 생긴 거죠. 회사가 어떤 틀을 가질 거냐는 상법과 전체 운영 기조를 바꾸는 거라서 결코 작은 얘기가 아닙니다.”

우석훈은 수평적 기업 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민소득 7만, 8만 달러 국가 중 한국 같은 회사는 없다”며 “옛날같이 큰 공장을 돌리는 데는 군대식 문화가 잘 맞았지만 지금은 공장조차 스마트 팩토리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군대식 조직으로는) 혁신경제로 갈 수가 없어요. 위계를 따라가다 망하거나,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여 혁신 속도를 높이거나. 선택지가 둘밖에 없는 거예요. 기분에 따라 선택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는 직장 민주주의가 곧 천국의 도래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회사를 덜 지옥처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회사란 곳은 (늘) 괴로워요. 조직이 변해도 (직장에) 안 오고 싶고, (일을) 안 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일 테죠. 하지만 지금은 힘들게 들어갔는데 너무 괴로워서 그만두잖아요. 굳이 지금처럼 고통받으며 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건 광주, 토호들의 광주..  (0) 2018.12.19
소설 모피아 시절의 추억  (2) 2018.12.15
중3 남학생을 위한 변명  (3) 2018.12.13
2019년, 농업과 젠더, 두 축으로  (6) 2018.12.13
2019년 출간 일정  (4) 2018.12.12
Posted by retired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일곱 살 큰 애는 며칠 전부터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못들은 척 하지만, 이게 고민은 고민이다. 다들 그렇게 노는데, 얘만 안 사주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일단 시작하면 벌어질 일도 뻔하기는 한데.

 

우리 집 애들은 사립학교도 안 갈 거고, 그냥 되는대로 동네에 있는 학교 그냥 다닐 거다. 로얄코스와는 거리가 먼. 왜 애들을 그렇게 방치하느냐고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된장. 윗길과 아랫길, 벌써부터 아랫길이 뻔히 보인다고, 나를 한심 맞게 바라본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나는 최대한의 자유와 여유를 보장해주려고 한다. 그렇지만 이 길의 끝에는, 핸펀과 게임기가 있다. 우리 집 애들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그러면 그게 과학 하는 마음은 아니다. 로또식 요행수지.

 

부모님 말 잘 듣고, 비싼 학교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는 중3 남학생이, 잘 찾아보면 어딘가 있기는 할 거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한국의 중3 남학생들은 열심히 게임을 하고, 책 같은 것은 구닥다리라고 생각하고, 여성들을 열심히 혐오할 것이다. 우와. 그 엄청난 적개심, 내가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가면? 대안학교 남학생들도 근본적으로 그런 여성혐오에서 많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2병이라는 말이 있다던데, 하여간 게임기 붙잡고 있는 중3, 어마무시하게 살벌하다.

 

모르겠다. 청와대에 가신 높은 아저씨들은 자녀들이 다들 좋은 학교 다니고 공부 잘 해서 그런지, 방치된 공교육의 남학생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싶다. 우리 애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나도 노력을 하겠지만, 세상의 흐름에서 저 혼자 비껴날 수 있겠나 싶다.

 

동네에 수학학원이 있다. 별로 성적은 오르지는 않는데, 애들이 학원은 잘 간댄다. 아줌마들이 곗고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들이다. 피자 파티도 자주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연애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 같다. 하여간 학원에 열심히들 간다. 그래, 가기만 하는 게 어디야. 어떤 아줌마가 정답을 말했다. 학원 안 가고 땡땡이가 기본인데, 그래도 이 성적 오르지 않는 학원에는 열심히들 간단다. 이게 우리 아들들이 몇 년 후에 정면으로 만나게 될 현실이다. 그리고 나의 현실이 될 것이다.

 

성적으로는 여학생한테 밀리고, 돌아서면 게임기, 어쩔 것이냐, 이 운명적 위치 앞에서! 그나마 힘 좀 있다는 한국의 엘리트들은 쯧쯧쯧, 우리 애는 안 그래. 그게 좀 아니다 싶으면, 잽싸게 외국으로 고고씽. 이게 이완용급이 안 되어서 그렇지, 대체 뭐여!

 

여성들을 혐오하며 게임기 붙잡고 있는 공교육의 무수히 많은 우리의 중3 남학생들, 문제아로 찍히고, 사회적 관심도 없고, 그냥 방치. 그렇다고 거기에서 영국 등 유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화장실 유머로 대표되는 서브 컬처가 나오는 것 같지는 않고. 뭐야?

 

영국도 우리랑 사정이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이 때 등장한 영웅이 있었으니, 바로 제이미 올리버. 학교에서 학생들이 먹고 있는 것은 음식도 아냐.. 영국에 일대 충격을 가지고 왔다. 그리하야 중학교용 교과목 가정요리기술이라는 정식 교과목이 탄생하게 되었다. 바라바라바라밤!

 

영국에 벌어졌던 농업 혁명과 같은 일과 제이미 올리버의 사회적 등장, 이런 게 뒤져보면 광우병 사태와 뿌리가 다르지 않다. 대충 먹지, 아무 거나 먹지, 그러다 광우병과 함께 영국 농업 폭망!

 

그 뒤에 사회적 변화가 왔고, 제이미 올리버와 함께 그 태풍의 핵은 바로 중학생이 되었다. 그것도 건들건들, 미래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던 방치된 그 공교육의 현장에서.

 

이게 내가 해보고 싶은 농업경제학 책의 기본 밑바탕이다. 제이미 올리버도 했는데, 우리는 왜 못해? 그리고 나는 왜 못해?

 

그리하야, 나도 되든 말든, 3 남학생들에게.

 

공부 잘 하고, 책 열심히 읽는 그런 중3 말고, 그냥 사회가 포기하고, 부모들만 속 태우는 바로 그 친구들을 위하여.

 

그들 손에 어떻게 책이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배달방식은 오리무중이다. 하여간 부모든 친구든, 어떻게든 그 손에 책이 들어갔다고 가정하고..

 

그리고 그들이 주말 하루에 읽을 수 있고, 뭔가 가슴에 남을 수 있는 책. 나는 농업경제학을 그렇게 하려고 한다. 되면? 나는 제이미 올리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가 영국에 뿌린 씨앗의 의미를 이해한 최초의 조선 경제학자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학자, 99%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고 믿고 있다. 안 그런 사람들, 손에 꼽는다, 꼽아.

 

최근에 생긴 나의 믿음이 하나 있다.

 

한국의 위기를 돌파하는 장기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두가 포기한 중3 남학생이 똑똑해지는 것, 아니면 우리 다 망한다. (그리고 나는 중3부터는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생각이다..)

 

 

(7살 큰 애, 얘가 중3이 되어서 열심히 책 읽고, 공부 착실히 하는 그런 소년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게임기 달고 있는 중3 남학생이 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는 매우 높다.)

Posted by retired
,

 

예전에 12권 목표로 경제 대장정 시리즈 진행하던 적이 있었다. 1권이 <88만원 세대>였다. 결국 <문화경제학>을 끝으로, 시리지는 종료했다. 화려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일단은 정지시킨.

 

문화경제학 다음이 농업경제학이었다. 서 있던 그 상태에서 몇 년간 공전을 했다. 그 시절, 책 시장이 사실상 붕괴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나는 <불황 10> 내면서 돌파구를 좀 찾았는데, .. 지지율 13.5% 찍던 민주당에서 도와 달라고.. 그 시절, 문재인은 당대표도 아직 아니었고, 다음 출구를 찾지 못하던 시절.

 

돌고 돌아, 이제는 농업 얘기를 해도 되는 시기가 왔다. 안 팔려도 되지만, 안 팔릴 것을 알면서도 책을 준비하는 것은 마음의 부담이 너무 크다. 예전 한국 독립 영화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괜찮아요, 어차피 안 될 거니까.” (요 대사는 유승환 감독이 <짝패>에서 써먹었다.)

 

젠더경제학은 더 부담스럽다. 2000년대 초반, 여성경제학회 생길 때, 주도했던 양반들이 친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공부 좀 하게 젠더 경제학 책 좀 써 달라고 했더니, 나보러 쓰란다. 된장. 그리고 가끔, 왜 안 써, 요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최미희 박사. 누님 중의 누님이다.

 

남자가 쓰기에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한데, 그래서 더 쓰라고 난리들을 친다. 매도 니가 맞아야, 이런 된장! 일베 전성시대에 이 무슨 더러븐 꼴이람.

 

여성가족부에서 장관 자문하는 뭔가가 생기는 모양인데, 나도 좀 해달라고. 우왕, 조한혜정 선생 등 할머니들 잔뜩 모시고, 한동안 사부작사부작.

 

기왕 젠더 얘기 하는 김에, 책도 이 기회에 정리하는 게 좋겠다, 요런 대구빡을 굴렸다. , 딱히 팔릴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젠더 얘기가 한국에서는 최전선이다. 나는 그렇게 최전선에 있는 게 좋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났더니, 2019년은 농업과 젠더, 그렇게 두 축으로 정리가 되었다.

 

오매나야. 그래도 뭐 좀 말랑말랑하거나, 혹시라도 좀 팔릴 걸 기대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보통 이 정도면, 망했다! 요런 평가 받기 딱 좋은. 사양산업과 혐오산업, 그냥 경제 용어로 하면 그런 분야다. 일부러 이렇게 가기도 어렵다. 게다가 엄청난 무관심 지역.

 

원래는 애 키우고 애들한테 돈 들어가는 아빠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만약 후배가 나한테 이런 일정으로 작업한다고 와서 물어보면, “, 미쳤냐? 골드 바 좀 사 놓은 거 있냐?”,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괜찮다. 내년부터는 부인께서 우리 집 생활비 만큼은 벌어 오신다. 당분간 차 바꾸는 것 같이 목돈 들어갈 일도 없다. 그리고 내가 받는 인세도, 평균 내면 그럭저럭 대충 생활비 만큼은 된다. 호사하거나 쾌적하지는 않아도, 뭐 꾸역꾸역, 가끔 애들 데리고 여행 다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농업은, 딱 중3에 맞추기로 했다. 그것도 책 많이 읽고 머리 잘 돌아가는 중3말고, 게임 하느라고 정신 없는 남학생이 정말 어쩌다 어쩌다 강요에 의해서 책을 한 권 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시선으로. 나 중3 때는 겨울방학 내내 이불 뒤집어쓰고 무협지만 읽었다. 와룡생의 <군협지> 같은 거, 그 시절에 읽었다. 게임은? 하고는 싶은데, 동네 오락실에 가기에는 가진 돈이 너무 없어서 어쩌다 한두 판, 잘 할 택이 없는.

 

젠더는 20~30대 여성에 맞추기로 했다. <솔로 계급의 경제학> 하면서 그 또래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너무 출산에 맞추지 않고, 솔로로 남을지 아니면 혹시라도 불같은 사랑을 하게 될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표준적 여성을 모델로 할까, 생각 중이다. 너무 엄마 얘기만 하는 건, 좀 그렇다.

 

기왕 가기로 한 거, 최대한 명랑하고 즐겁게 해보려고 한다. 톤도 가능하면 확 깨게. 내가 이 나이 먹어서 눈치 볼 게 뭐가 있겠나. 게다가 별로 팔리지도 않을 거. 최대한 실험적으로 가서, 명랑학을 내가 정립시키고야 말리라, 굳은 결심을.

 

 

(인간 조철현, 이 인간이 농업 연구 같이 하게 된다. 전문가 인터뷰도 같이 하고 싶다고..)

 

Posted by retired
,

2019년 출간 일정

 

2019년 출간 일정이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직장 민주주의 책이 잘 안 나간다. 물론 책이 잘 안 나간다고 해서 특별히 호들갑을 떨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냥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책 준비 진도 나간다.

 

직장 민주주의 경우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이건 될 때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는 주제. 내가 원래 운동권 출신이다. 시민 운동하던 시절에도 전국을 몇 번이고 돌았다. 그래도 어디 집회 나가서 앉아 있고, 삭발하는 것보다는 바닥에서 사람들하고 얘기를 더 하는 게 훨씬 편하다.

 

그래서 강연을 좀 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에는 내년 봄에 꽃필 때가지는 나도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차분한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3월에는 큰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즈음까지는 특별한 일정 없이, 그런 게 원래 계획이었다.

 

강연을 다시 시작하면서, 내년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도서관 얘기는 필라델피아에 갔다오면서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필라델피아 방문도 일단은 무기 연기. 그렇게 하면서 전면적으로 내년 일정을 재조정하게 되었다.

 

1)

당인리는 그냥 일정대로 간다. 큰 변화 없다.

 

2) 농업경제학

원래는 당인리 작업하면서 농업경제학도 같이 할 생각이었는데, 강연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그렇게 하기는 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연기.

 

3) 젠더 경제학

도서관 경제학은 필라델피아 갔다 온 다음으로 밀려서, 내년 출간은 좀 어렵게 되었다.

 

최근의 젊은 여성학자들이 젠더 경제학 작업에 도움을 좀 주거나 같이 참여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바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주제는 현재로서는 젠더 경제학이다.

 

결국 도서관 경제학을 후년으로 미루고, 젠더 경제학을 내년 겨울로 잡는, 그런 조정을 좀 했다. 젠더 경제학은 현재로서는 주로 통계 작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꼭 어딘가 출장을 가거나 인터뷰 작업을 엄청나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몸 보다는 머리가 힘들 작업..

 

그래서 작업 일정이 아닌 출간 일정만으로는 내년은 당인리, 농업경제학, 젠더경제학, 그렇게 세 권으로 라인업을 짰다. 애 둘 보면서 하기에, 사실 좀 벅차기는 하다.

 

젠더경제학은 작업실 지원 정도는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원래 그냥 아무 데서나 막 글을 쓰지, 따로 정색을 하고 작업장을 갖추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생각 중이다.

 

일단 이렇게 해놓고, 도서관 경제학 등 그 다음 작업은 내년 여름에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판단을 하려고 한다. 이젠 애 보면서 뭔가 하는 거라서, 전처럼 일정에 무리하게 맞추고,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은 책도 거의 안 나간다. 무리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방법 없다. 흐름 따라, 힘들면 쉬었다 가고.

 

농업경제학이나 젠더경제학이나, 다 인기 없는 분야고, 무플과 악플, 두 양 극단을 달리는 주제다. 아주 인기가 없거나, 돌멩이가 잔뜩 날아오거나. , 별 상관은 없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황량한 개활지를 나 혼자 걸어가는 일에 나는 아주 익숙하다.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기 시작한 게 2004년 여름이었다. 그 동안에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는데, 그 시절의 결심을 후회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많은 독자들과 그 기간의 기쁨과 슬픔, 좌절과 고통을 함께 했다. 명박이 시절, 근혜 시절, 순실이 사건도 다 함께 겪으면서 그야말로 찌질한 궁상의 시간을 같이 보냈다. 돌아보면 그래도 행복한 기억이다.

 

2년 전, 뭘 해야 할지도 잘 몰랐고, 둘째는 계속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일정표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아내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시절에 동료들이 있었고, 책이 있었다. 2018년이 끝나고, 오랜만에 나도 출간 일정이라는 것을 다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분 없는 일도 안 한다. 보람이 없을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하지도 않는다.

 

국가, 민족, 그런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다. 자기가 태어난 조국에서 자기 자식 교육시키는 게 싫다고 자식들 전부 외국 보내 놓고 자기가 애국자라고 하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틈만 나면 민족 얘기하는데, 미국이 자기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그 민족도 잘 모르겠다. 당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데, 자신의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는 꼬질꼬질하고 남루하게 살지는 몰라도, 치사하게 살지는 않을 생각이다. 시민운동 팔고, 남의 성과물 팔아서 한 자리 하는, 그런 짓은 죽으면 죽었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딴 짓 안 해도, 충분히 많이 웃을 수 있고, 명랑하게 살 수 있다.

 

마이크도 필요 없다. 큰 마이크, 더더군다나 필요 없다. 생각한 주제의 순서대로, 그냥 때가 되면 그 책 출간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다.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명랑하게 그리고 보람지게 살 수 있다.

 

2018, 나는 이제야 온전히 웃음을 되찾았다.

 

물론 현실을 돌아보면 존심 상하고, 푸대접 받고, 약간씩 빈정 상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애가 아파서 병원에 수시로 입원하는 고민에 비하면, 그딴 건 고민 축에도 못 들어가는 일이다.

 

2019년 계획으로 나는 역시가 별 볼일 없이 보낸 2018년을 마무리한다.

 

May the 명랑 be with you..

 

 

Posted by retired
,

http://bookbybook.co.kr/221417119667

 

(이 링크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강좌 내용】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 직장.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일하는 시간이 주어지지만,
누구에게는 행복하고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시간이 누구에게는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우석훈 작가님은 조직문화 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자신의 일을 좀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 그 사람들이 기존의 시선으로 보면 일종의 뮤턴트다. 그들은 시키지 않은 일을 하고, 심지어는 별로 권고하지 않거나 하지 말라는 일을 한다. 각자 자기 시대의 뮤턴트가 되기 위해서 움직이고, 그래서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국가를 기반으로 한 복지라는 틀 안에서 먹고사는 데 크게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 그것이 북유럽 스타일의 핵심 요소다. 국가 차원에서 이렇게 뮤턴트를 허용하고 권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복지다. 그리고 기업 차원에서는 그것이 바로 직장 민주주의다"

by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중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할 만큼 특이한 대한민국식 '직장 갑질' 현상을 사회과학의 언어와 경제의 논리로 분석하고 대안을 논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떤 이유인지 원인을 찾지 못하는 분들
 대한민국 직장갑질 현상에 동의하는 분들
대한민국 직장갑질 현상에 반대하는 분들
▶ 풍요롭고 행복한 직장생활의 경험을 하고 있는 혹은 해본 적이 있는 분들
▶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를 하고 싶은 분들
▶ 우석훈 작가님 팬인 분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