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가서 멍하니 동해 바다 보고 있다 보니, 문득 내년이면 박사 25년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와. 시간 끔찍히도 흘렀다. 얼추 인생의 절반을 박사로 산 셈이다. 오매나야. 뭐하고 시간이 이렇게 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기로 했기 때문에 해야 하는, 그런 건 이제 안 할 생각이다. 하고 싶고,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고.. 그런 것만 할 생각이다.

이승만 얘기를 3권 짜리로, 좀 키우기로 했다. 아내도 그런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얘기를 압축해볼까, 한동안 고민을 했는데.. 그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고. 풀 스펙, 있는 대로 한 번 풀어볼 생각이다.

시간이 꽤 걸리기는 할 것 같은데.. 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개인적으로 이승만이라는 인간에 대해서 궁금하다.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이러다 보면 나도 어느새 50대 중반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미 살살 사는데, 더 살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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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스트 _ 2019

낸책, 낼책 2019. 10. 12. 21:27

처음 낸 책..

 

일이 딱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냥 잠시 남은 책들을 정리해봤다. 별 일 없으면 50권까지는 쓰려고 한다. 직장 민주주의 책이 36 권째였고, 37 번째 책은 지금 원고가 출판사에 가 있다.

50 번째는 나온 책에 대한 코멘터리 북 같은 걸로 하기로 예전에 정했고, 49 번째는 평화경제학으로 해야겠다고, 오늘 마음을 먹었다. 외교부 사람들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미루어두었던 건데, 50권 안으로 넣어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이미 결정된 것들이나 결정 과정에 있는 것들을 순서대로 정리를 해봤다.

물론 이미 결정된 것들도 여의치 않거나 사정이 변하면 좀 변할 수 있기는 하다. 하여간 지금 비어 있는 건 두 권이다. 47번, 48번.

좀 아쉽다. 경제 대장정이라고 하면서 시작한 건데, 세상이 좀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슬슬 마무리 단계로 넘어간다. 남은 두 권은 좀 천천히 결정할 생각이다.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애들 등하교를 시키려고 하는데, 대충 그게 2022년까지다. 아마도 그 안에 50권을 마치기는 좀 어려울 것 같고, 1~2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럼 나도 50대 중반이다. 더 쓸 얘기가 그 때도 남아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그 뒤의 일은 모른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놀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 경제 다큐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남은 삶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하나. 그렇지만 워낙 여건이 열악하다. 그래서 지금 뭔가 결정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하여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책이 두 권이라고 생각하니, 약간은 허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 책을 냈을 때, 맨 처음 나온 서평이 연합뉴스였다. 그리고 몇 개의 스트레이트 기사들. 2005년의 일이다. 그 때만 해도, 이렇게 멀리 오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2020년
38 농업경제학
39 최소한의 독서 -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
40 젠더경제학
41 도서관의 경제학

2021년
42 이승만
43 책에 관한 에세이
44 거시경제학, 생태편

2022년
45 (공포물)

46 (정치 관련)

49 평화경제학
50 코멘터리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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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 '놀부의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당 아저씨들이 얼마나 황당한 옛날 얘기를 들고 다니는지, 뭐 그런 책을 한 번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게 법사위 등 국회 자료 뒤져야 하는 종류의 책이라서 품이 많이 간다. 생각은 뻔한데, 워낙 품 갈 일이라서 엄두를 못 냈다.

황교안 민부론 얘기 하는 거 살펴보니까, 이게 딱 '놀부의 경제학'이다. 2011년에 뭔가 좀 미래에 대한 거시경제 얘기 같은 것을 할까말까 생각 중인데, 마침 놀부 얘기하는 것 같은 얘기를 보면서..

아지간히들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싶었다. 다음 단계의 경제는 무엇일까, 그런 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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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50번째 책 제목이 생각났다.

너에게 묻는다.

내가 평생 답하려고 했던 질문들을 묶어서, 50번째 책으로 하면 어떨까 싶은.

나에게 참 많은 질문을 던졌다. 답 하려고 살았다. 잘 처 먹고 살려고 한 평생 살았던 삶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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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이 작업 때문에 출간 일정들이 전부 개판이 되었다..

 

내가 저자로서 얼마나 더 활동을 하게 될지,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더 이상 쓸 애기 없고, 뭔가 쥐어짜야 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적당할 때 쓰는 걸 내려놓을 생각이기는 하다. 없는 얘기를 쥐어짜면서까지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다.

하여간 애 보면서 뭔가 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뭔가 조사하러 어디론가 움직이거나, 그런 데 제약이 많다. 이승만은 현장 스케치를 좀 더 하고 싶어서, 일단은 내년 말로 미루었다. 뭐, 실제로 내년 안에 끝날지도 잘 모르겠지만, 앞의 작업이 길어지면서, 올해 일정이 일단 개판이 되기는 했다. 그냥 순차적으로, 이것저것 전부 밀려가는 그런.

스타일상, 나는 여러 권의 책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물론 진짜로 쓸 때에는 한 권만 붙잡고 가지만, 몇 년 전에 일정을 정하고, 조금씩 진도를 나가는 방식을 주로 쓴다. 장점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아주 오랜 기간 생각을 할 수 있다. 깊이를 만드는 데에는 이 방식이 유리한 것 같다. 단점은, 지친다는 거.

1) 농업경제학과 '최소한의 교양 – 꿈 없는 10대를 위한 독서 에세이'

진짜 오래된 책이다. 어쨌든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정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책과 그 뒤에 쓸 최소한의 교양은 사실, 두 권이 연동되는 책이다.

주인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게임 중독, 학교 다닐 이유를 못 찾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이다. 한 쪽은 농업을 입구로 거기에 들어가는 얘기이고, 독서 에세이 형식의 책은, 그래도 내가 권해주고 싶은 정말 최소한의 독서 리스트.

사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농업에 대해서 거의 몰랐다. 농업만 모르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경제학과가 뭐하는 지도 모르고, 그냥 점수 맞춰서 대충 들어갔다.

그럼 꿈이라도 있었냐? 그딴 거 없었다. 장래 희망 사항을 쓰는 게 아주 힘들었다.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아버지가 외교관이었다. 그래서 그냥 외교관이라고 썼다. 이유는.. 그 집에 있던 외제 미니카 장난감이 너무 멋져 보였다. 저런 멋진 장난감을 살 수 있는 직업이 외교관.. 그 이상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장래 희망에 외교관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외교관이 될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첫 해에 그래도 그 시절에 장래희망이라고 쓰던 게 생각이 나서 외교론 수업을 듣기는 했다. 그리고는 정말로 외교관이 될 생각을 하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시절에도 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요즘 학교에서 유행하는 진로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아예 장래성도 없고, 꿈도 없는, 그런 버려진 존재가 되었을 것 같다. 물론 고등학교에 들어가니까 담임 선생님들이 내가 그런 형태의 '동기'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챘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담임들이 나를 겁나게 미워했다.

뭐, 아무 신경도 안 썼다.

꿈이 없다고 해서 교양도 아무 것도 없으면? 그건 좀 살기가 어려울 것 같다.

너무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학생들만 데리고 교육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지는 좀 된다. 그런 친구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했다.

2. 젠더경제학

올해 다른 책에 밀리지 않았으면 지금쯤 한참 쓰고 있었을 것 같은데..

이승만이 길어질 것 같아서, 순서를 바꾸었다.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의 박사 몇 사람이 같이 스터디 같은 거라도 하면 좋겠다는 연락이 몇 번 왔었다. 진작 그렇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어쨌든 현장의 박사들하고 얘기 많이 하는 기회를 좀 가져보려고 한다.

오세훈 시장 때, 오세훈 돈 받아서 이런 거 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몇 번 있었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미루다 보니까 지금까지 밀려왔다. 이것도 이제는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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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낸책, 낼책 2019. 6. 5. 15:09

 

1년에 감자꽃을 볼 수 있는 날은 며칠 안 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나는 감자꽃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는 수 년간 미루고 미루었던 농업경제학을 쓴다. 감자꽃 보는 마음이 예전보다 더 각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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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번째 책이 되기를 희망하는..

1.
책을 쓰고 나서 만난 사람들이 있고, 그 전에 알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책을 쓰게 된 데에는, 아내가 제일 영향이 컸고.. 그리고 이재영과 노회찬이다. 2003년 정도에 그 둘을 만났고, 2004년에 민주노동당 총선을 같이 치루었고, 2005년에 첫 책이 나왔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많이 영향을 받았겠는가. 서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88만원 세대'를 썼을 때, 정말로 뛸듯이 좋아했던 사람이 노회찬이었다. 여러가지 중의적 의미다. 그 인세로 이재영이 월급을 받게 되었다.

50대 에세이가 잊혀지기 어려운 책이 된 건, 그 시절의 얘기, 정확히는 그 둘과 가장 행복했던 어느 날의 얘기를 썼는데..

그리고 이제는 노회찬 마저도 죽었다.

'붉은 돼지'의, 좋은 놈들은 이미 죽었어, 정말로 그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이라는 책을 쓰고, 그 표지에 노회찬 얼굴을 어마어마하게 달고, 그리고 시내버스에 광고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 시내에 노회찬 얼굴이 버스와 함께 달리게 하고 싶었다.

2.
이게 책이 될 것이라고 처음 생각한 것은, 이재영이 울산과 포항 지역에 기지를 만들기 위해서 처음 경주에 가던 시절의 얘기를 해주었을 때의 일이다. 정말로 웃겼다. 처음에 인천에 가던 시절의 얘기는, 오히려 경주에 가던 시절에 비하면 덜 재밌을 정도였다.

그래도 바로 못한 것은, 이게 거의 인류학 책 정도가 될 정도로 인터뷰도 많이 필요하고, 자료조사도 필요한, 품이 많이 드는 책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점점 더.. 기억하는 사람들도 줄어가고, 자료도 없어져간다.

내가 인민노련 책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전국의 인민노련 활동가였던 분들이 연락을 많이 해오셨다. 참.. 눈물 나는 얘기들이 많다. 우울증이 많았고, 사회부적응 상태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인민노련 얘기를 누군가 해보려고 한다니까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고..

그래도 너무 힘들어서, 일단은 접어놓았다.

3.
그 때 바로 하지 않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나도 조금 더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힘은 많이 드는데, 팔릴 가능성은 별로 없는 책을 바로 추진하기에, 진짜 도니가 달랑달랑.

그리고 언제든지 이재영에게 얘기를 들으면 되니까, 좀 더 편안해지면 하자.. 고 했다.

그 때는 이재영이 그렇게 금방 죽을 줄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그 책은 못했을 것 같다. 너는 이제 죽을 거니까, 그 얘기 좀 해주라.. 그렇게는 못했을 것 같다.

긴 시간의 눈으로 보면, 어차피 그 책은 그 때 나올 수가 없던 책이었다. 발사대인 나도 너무 힘이 약했고, 주인공인 이재영은 곧 다가올 죽음을 자신도 모르면서 기다리던 중이었고.. 그리고 메인 주인공이었던 노회찬도 결국은 죽을 것..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그 후에 노회찬은 국회의원도 되고, 몇 가지 호칭이 생겼다. 그렇지만 내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노회찬의 호칭은 인민노련 조직부장. 이 사람이 어떤 20대를 보냈는지, 가장 잘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인민노련 출신으로 알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산 건 아니고, 그냥 인민노련 사람들을 많이 안.

4.
50권으로 나의 '경제 대장정'은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그 후로도 책을 쓸지, 아닐지, 나도 잘 모른다.

쓰던 책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인민노련 책은 해야할 것 같고, 만약에 정말로 쓴다면, 59번이 되는 게 맞을 것 같다. 60권째는 전체를 마무리하는 코멘터리 북이 되는 게 맞을 것 같고.

딜레마도 있다.

일단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감정적인 것은 차지하고라도, 육체적으로 해야 할 작업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어디론가부터 후원이나 지원을 기대할 상황도 아니고.

또 다른 딜레마는, 지금 아니 4년 후라도, 그 시기에 과연..

집을 떠나 인천으로 가서 노동자가 된 대학생들의 얘기가 청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얘기가 될 것인가? 이걸 잘 모르겠다.

그냥 꼰데들의 노스탈지아.. 이러면 재미 없다. NL과 PD가 싸우던 시절의 얘기, 그런 것을 지도부가 아닌 현실의 얘기로 일부 다루려고 한다. 느무느무 재미 없다. 그렇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 얘기가 빠지면 왜 민주노동당이 집권하자마자 정책국장이던 이재영이 당에서 짤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이제 막 국회의원이 된 노회찬이 역시 개고생을 하고, '풍찬노숙'의 길로 들어갔는지, 설명이 좀 쉽지 않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 괴로운 얘기라서 이 얘기를 꺼내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나만 해도 한 다리 건너라서, 그 때 그랬어요..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해도 나에게도 감정 소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왜 내가 갑작스럽게 유학을 가게 되었는지, 그 출발점에 해당하는 얘기들이 인민노련 안에 복잡하게 엉켜있다.

5.
그걸 명랑하게 그리고 재밌게, 그렇게 쓸 마음의 준비가 되면 나도 '이상한 나라의 인민노련'을 쓸 거다. 그러나 그냥 가슴만 후벼파고, 죽은 사람들에게 "내 책을 바친다", 이런 개 같은 소리나 할 거라면, 필요없는 책이다. 레토릭.. 그딴 거 필요없다. 명랑할 수 없다면 결국은 그냥 개소리일 뿐이다. 너무 생생한 과거의 얘기이고, 승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렇기도 하다.

하여 나도 생각 중이다.

마음은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걸 읽어줄 독자들이 과연 있을지, 어떻게 집 나온 대학생 얘기들이 그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며칠 전에 인천에 갔었다. 아니, 올해 인천에 자주 갔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주 갈 일정이다. 그 때마다 인민노련 생각이 나고, 이재영에게 들었던 얘기들이 생각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마도 한국에서 인민노련 얘기를 쓰고 싶어하고, 또 진짜로 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쓰면 그래도 이 얘기가 남는 거고, 내가 안 쓰면 아마도 그냥 사라질 것 같다.

인민노련 출신들하고 이렇게 생활도 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을 같이 나눈 사람들이 또 얼마나 있겠나? 지금도 많이 잊혀졌다. 시간이 지나면 더 잊혀질 것이다.

그래서 계속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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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 일정을 전면적으로 조정을 했다.

'당인리'는 6월 출간을 생각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택도 없다. 애들 키우면서 하다보니까 방법이 없는 것도 좀 있지만, 생각보다 일이 잘 된 이유도 좀 있다. '모피아' 이후 6년만인가, 소설 작업하는 게.. 오랜만이기도 하고, 또 그 사이 내가 뭔가 모르게 시선이 변한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그래서 8~9월 출간으로 좀 늦췄다.

기왕에 하는 김에, 이어서 하나 더 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가 물망에 올랐는데, 결국에는 이승만 얘기 하기로. 순서대로라면 이완용 쓸 차례이기는 한데, 이건 자료 조사가 더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이건 원래 하려던 순서대로 할 생각이고, 이번에는 이승만 얘기.

그 두 개 사이에 어느 정도 얘기 골격이 형성되어 있는 농업 경제학이 들어간다. 이건 올해를 넘기면 좀 그럴 것 같아서. 그리고 지금 잡고 있는 틀도 시간이 지나면 까먹을 것 같은.

원래 중간중간에 에세이 같은 작은 글을 쓴다. 이건 시간 나거나 심심하면 틈틈이 써두는.

일단은 10대들을 위한 서평집을 먼저 하기로. 책에 관한 책은, 10대용 서평집 이후로. 이건 조금씩 써서 모아두는 형태의 책이라서, 언제 나갈지 나도 모른다.

농업경제학이 중3 올라가는 중2 학생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 될 거다. 10대 연구하는 김에, 10대용 서평집까지 모아서 한 번에 하면 더 감정적으로 편할 것 같다. 물론 이게 언제 끝날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올해 나가는 건, '당인리'하고 농업경제학 두 권이다. 실제로 내는 건 2~3권이라도 매년 계획은 4권씩 잡았었다. 올해는 계획도 두 권이다.

주변 여건이 개판이다. 방법 없다. 큰 애가 어린이집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하루에 두 탕 뛰면서 왔다갔다,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다. 나머지 여건들은? 개판에 개판이다.

에디터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 나도 사람인데, 책마다 새로운 에디터들하고 새로 만나고, 새로 익숙해지고.. 도저히 이 짓을 더는 못하겠다. 지금까지는 출판사를 중간에 바꾼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주로 에디터들하고 작업을 하는데, 에디터 바뀌면 나도 너무 힘들다. 이제부터는 출판사 바꾸는 것도 염두에 두려고 한다. 이래저래 개판에 개판인 상황에서, 묵묵히 글 쓰는 것도 너무 지치는 일이다.

나머지 여건은? 나머지 여건도 개판이다.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도 묵묵히 글을 쓰고 있는 날 생각하면, 이게 진짜 감정도 없는, 상또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상황에서도 글이 써져? 그래도 묵묵히 하기로 한 건..

변한 상황에 맞춰, 새로 출간 계획도 정리하고, 원칙도 바꾸었다. 이제부터 에디터 바뀌면, 나도 출판사 바꾼다. 그리고 작업 여건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도, 출판사 바꾼다.

하여간.. 내년 봄까지는 출간 일정이 결정이 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의 순서도 정리가 되었다.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 될 때까지는 아직 4년 남았다. 지금까지 낸 책이 36권인데, 14권 마처 채우면 50권 된다. 50 권 될 때까지는, 벌려놓은 몇 가지 일들 무리하지 않게 마무리하는 정도로만..

50권 되면? 글쎄..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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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고타로, 아사히 신문 기자의 우다탕탕 벼농사 도전에 관한 '맛있는 자본주의' 해제 원고를 끝냈다. 올해는 추천사는 일절 안 쓰기로 했는데, 책이 진짜로 웃겼다. 우와..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은. 너무 웃겨서 원고 읽고 바로 써준다고 했다.

김의겸 얘기를 좀 많이 쓴 버전 하나가 있었는데, 너무 슬퍼서 날려버리고, 좀 더 코믹 버전으로 새로 썼다.

내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삶이 변해서 그런지, 이제 진지하기만 하고 호통치는 얘기는 내가 싫다. 조롱만 하는 얘기도 싫다. 답 없다.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이건 정말 내가 못 참겠다. 우짜라고..

한 때 '멘토'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어지간하게 멘토라고 하는 사람들, 왠만하면 내가 아는데, 그 사람들, 그렇게 멘토질 할만한 사람도 아니다.. 마케팅이 움직이다 보니, 어떻게 자기도 모르게. 구역질 나는 시대를 참고 왔다.

요즘 권위가 무너진 시대가 슬프기는 하지만, 누가 멘토라고 쌩지랄 떠는 것도 같이 없어져서, 한결 홀가분하다.

그냥 다이다이, 니나 내나, 그렇게 사는 거 아닌가 싶다. 조금은 더 21세기 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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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밑에서, 서평을 썼다. 문득.. 청년을 위한 서평집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들을 위한 독서 목록집 비슷한 느낌으로. 움베르트 에코는 축구의 나라이자, 축구광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축구 싫어하면서 살았다. 그냥 싫어한 게 아니라, 축구 싫다고 아주 공개적으로 칼럼을 쓰면서 살았다. 그렇게 살고 싶은 청소년도 있을 거 아니냐.. 부모가 알았으면 절대로 못 보게 할 금서 같은 책들만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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