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조금 지나면 환갑이다. 환갑이 지나면 어떻게 살지는 아직 생각해둔 것이 없다. 어디에서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88만원 세대’ 스면서 시작한 경제 대장정이라고 불렀던 일련의 출간들은 환갑 전에 마무리하려고 한다. 50권째 책은 예전에 정해둔 게 있다. 윤석열이 ‘가짜 평화’라고 불렀던 바로 그 평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면 아직 별 계획이 없다. 

아마 시민단체에 소소한 봉사활동 같은 거 하면서 노년을 마무리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 평생 아주 노곤하고 피곤한 삶을 살았다. 2005년에 첫 책을 내고, 대부분의 시간을 정말 사회 최전선에서 살았다. 한때는 격렬했고, 한때는 덜 격렬했고, 그런 차이만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평생을 살 수는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냥 내가 누리면서 살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사회와 자연에 돌려주고 사는 삶, 그런 정도만 생각한다. 생태 문제로 박사 논문을 썼고, 그런 문제 의식으로 평생을 살았는데.. 아마 노년은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평생 그랬던 것처럼 시대의 어려운 사람들이나 힘든 일 옆에 서 있으려고는 할 것 같다. 나는 높은 곳, 영광스러운 곳을 보면서 살지는 않았다. 거품 없이 살고 싶었고, 허세 없이 살고 싶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아이들 둘 키우다 보니까. 문제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정말로 머리 아프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날 그리고 그보다 좀 덜 골치 아픈 게 있는 날, 그런 날들만 있다. 그 안에서 느끼는 게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은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행복은 없다. 그냥 판타지일 뿐이다. 뒹굴면서 잠시 만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책을 못 냈다. 연초에 좌파 에세이가 나오기는 했는데, 그건 제작년에 썼던 책이 출간만 일정상 작년으로 넘어온 것이었고. 

아버지가 2년 전 겨울에 쓰러지시고, 몇 달 동안 병원에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주로 주말에 병원에 몇 달간 있었고, 그게 끝나고 나서는 무리했던 막내 동생이 쓰러졌다. 진짜 한해에 두 번 상 치르게 될까봐 시껍했다. 다행히 막내 동생은 의식이 며칠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 와중에 씩씩하게 잘 버텨준 큰 애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게임기 사준다고 약속한 것은 연초였다. 큰 애가 게임기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가고 싶어하고, 집에서는 틈만 나면 게임 유튜브 보다가 혼나고, 그런 게 이래저래 좀 안되었다 싶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힘들어지고.. 결국 닌텐도 사줬다. 그게 행복을 줄까 싶지만, 우리 집 어린이들과 나 사이의 타협 같은 것 아니겠나 싶다. 

나는 주로 에디터들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면서 책을 준비하는 편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최근에 에디터들이 회사를 옮기면서 몇 권이 중간에 붕 뜨게 되었다. 나도 정신이 없고, 준비도 덜 되고, 그래서 그냥 시간만 지나가게 되었다. 최근에야 정리를 좀 했다.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다. 예전에는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더 길었고, 움직이는 범위도 더 컸다. 이제는 그때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열정적으로 얘기하지도 않는다. 얻어걸리는 얘기도 줄어들었다. 그냥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얘기들을 정리할 뿐이다. 

저출생에 관한 책과 도서관 경제학은 순차적으로 붙여서 쓰는 중이다. 워낙 오랫동안 밀리기도 했고, 이제는 더 미루기도 그렇다. 

보통 진보와 보수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도서관이 거의 유일한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좀 묘한 게, 도서관 문 닫는 일에 열심이다. 도서관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걸 그냥 문을 닫으려고 하나 싶다. 마포구에서 촉발된 논쟁인데, 생각보다는 본질적인 얘기인 것 같다. 도서관은 뭐고, 책은 뭐고, 그런 생각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도서관 경제학과 책에 대한 에세이 두 권으로 디자인을 했었다. 사회적 경제 준비하면서 같이 준비된 책이니까. 진짜 오래된 얘기다. 책에 관한 에세이는 안 쓰기로 했다. 내 책도 겨우겨우 팔면서 책이란 이런 거다, 이렇게 쓰면 도움이 된다, 그런 얘기할 처지가 아니다. 꽤 긴 시간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쓰면서 나도 일종의 작업 노하우나 루틴 같은 게 생겼다. 그런 얘기를 좀 차분하게 해볼까 했었는데, 내 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 형편이다. ‘바담 풍’ 하게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은 없애기로 했고, 그 대신 최근에 많이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에세이를 별도로 준비하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문을 하면서, 우울증과 자살 특히 이런 문제의 행정적 절차에 꽤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늙어가면서 생겨난 변화들이 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화를 부정한다. 아니 부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더 그렇다. 은퇴 준비가 안 된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좋든 싫든, 어떻게든 더 돈을 벌어야 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늙어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건 성숙이 아니라 미성숙으로 가는 길이라고 가끔 생각을 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권연대랑 같이 ‘경제와 인권’에 대한 강의를 하기로 했다. 대학교 한 학기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가 될 것 같다. 아마 이건 좀 손을 보고 내년에 나가게 될 것 같다. 

내년에는 그 외에도 두 권이 더 있다. 올해 도서관 경제학 자리에 있다가 내년으로 넘어간 것이 젠더 경제학이다. 벌써 몇 년째 계속 뒤로 미루어지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는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계약상 밀려 있는 마지막 책이 10대를 위한 경제학책이다. 이것도 사연이 좀 많다. 안 해 본 출판사인 북멘토랑 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년까지 가면 계약 해 놓고 아직 마무리 못한 책들이 다 끝난다. 중간에 시급한 책이 끼어들어 올 수는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아버지 상 등 이것저것 개인사가 많이 끼어들어서 뒤로 밀린 것들을 이제서야 정리할 일정을 짰다. 그냥 묵묵하게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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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밀려 있는 거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기는 한다. 밀려도 너무 밀렸다. 내년까지는 꼼짝할 공간이 없다. 이게 뭔가 잘 되서 그런 게 아니라, 진작에 썼어야 하는 게 이래저래 밀려서 그렇다. 

2년 전 가을에 둘째가 병원에 입원했고, 좀 있다가 아버지 쓰러지시고. 아버지 상 치르고, 좀 있다 또 둘째 병원 입원하고, 이러다 보니까 지금 딱 이 형편이다. 도저히 시간 관리가 안 되어서 작년에는 학교도 그만두었다. 좀 낫다. 

미루고 미룬 책 두 권을 이제는 정리하려고 한다. 저출산에 관한 책이 하나 있고, 도서관 경제학도 이번에는 마무리하려고 한다. 

두 권 다 강연이 좀 필요한 책이기는 한데, 지난 가을부터 강연 일정은 거의 안 잡고 있다. 언제 둘째가 아플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곤란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강연이 자신이 없어서 내년으로 다시 넘길까 했는데.. 이게 그냥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올해는 정리하려고 한다. 

먼저 할 건 저출생 얘기다. 사실 진작에 냈었어야 했는데, 앞의 일정들이 끝나지 않아서 많이 늦어진 책이다. 할 말이 없다. 이런저런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거의 최종 버전으로 잡혔던 게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였다. 느낌은 딱 이건데, 너무 길다. 그리고 문장이 입에도 잘 안 붙는다. 그래서 결국 한 발 양보, “모두의 문제”라고 줄이기로 했다. 

부제에는 ‘10대’라는 키워드를 넣을 생각이다. 사실 10대라는 말이 좀 애매하기는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건데, 그 사이에는 어마무시한 변화가 있다. 요즘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묶어서 하나의 집단으로 보기도 하는데, 그것도 좀 애매하고. 예전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에 엄청난 취향의 차이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문화적 취향으로는 한 집단으로 묶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10대에게 얘기하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몇 번 시도해봤는데, 별로 효과는 없었다. <생태요괴전> 낼 때만 해도, 10대 대상의 책으로도 만 부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었다. 그렇지만 그건 정말 오래 전 일이다. 

책에서 누구랑 얘기할 것인가, 이걸 정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난의도와 깊이 이런 것들이 많이 결정된다. 

이 책의 청자를 10대로 정한 건, 이제 우리 집 어린이들도 10대에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에게 해주는 얘기 같은 톤으로 이 복잡한 얘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아무려면 아비가 자식에게 해로운 얘기들을 해주겠느냐.. 나도 그런 심정이다. 

대략적으로 10여년 전에 탈계몽의 시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계몽.. 그딴 거 통하지 않은지 이미 좀 된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은 없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나도 그런 계몽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무슨 변화가 올 것인가, 이런 얘기들을 좀 차분하게 해보고 싶다. 

인구가 줄면 더 많은 사랑이 생겨날 것 같지만, 우리의 경우는 더 많은 혐오가 생겨난 것 같다. 

경쟁압에 대한 얘기를 이번에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하고,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왜 우리는 누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런 질문들을 좀 던져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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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간 일정을 뒤늦게 잡았다. 뒤로 미룰 걸 좀 미루고, 순서도 재배치했다. 

1. 제일 먼저 나올 책은 출산율과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책이다. 저출산과 저출생을 구분한다면, 저출생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솔로 계급의 경제학>에서 연결되는 책이다. 올해 나올 책 중에서는 가장 이론이 많이 나오고, 가장 혁신적인 책이다. 제목이 마땅치가 않다. 제일 땡기는 제목은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이건데, 좀 길다. 

2. 고심 끝에 도서관 경제학을 상반기에 먼저 하고, 젠더 경제학은 다시 내년으로 넘겼다. 개인 일정도 좀 그렇고, 저출산 책에서 연결되는 내용들이 좀 있어서, 아예 거리를 확 떼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로. 도서관 책도 몇 년째 밀리고 밀렸는데, 오세훈을 비롯한 보수 아저씨들이 도서관 닫느라고 한참 열내고 있을 때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원래는 ‘책에 대한 책’ 정도의 가제로 책에 대한 가벼운 글들을 모아서 에세이집을 하나 할 생각이 있었다. 그걸 없애고, 책에 대한 얘기들도 다 도서관 책에 몰아넣기로 했다. 중간에 여유가 되면 펜실베니아에 갔다 올 생각은 있는데, 그럴 형편이 될지는 모르겠다. 맨 처음 구상을 할 때, 책 앞머리는 펜실베니아에서 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내 형편이 쪼그라 붙어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3. 이것저것 다 내년으로 넘기고 여름부터는 죽음과 늙어감에 대한 얘기들을 모아서 간만에 에세이 한 권 내기로 하였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제 한참 치매가 진행 중인 어머니 모시고 살아가는 내 애기이기도 하지만, 늙어가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원래는 작년에 해보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귀찮아서 그냥 시간만 끌고 있던 주제다. 정태인 선배의 죽음이 꽤 영향을 미쳤다. “형도 이제 환갑이네요.” 쓰러지기 직전에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다. 그때는 나나 정태인 선배나, 그렇게 인생이 덧없이 지나갈 줄 몰랐을 때였다. 

장례식에 우리 집 어린이들 다 데리고 갔었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집에서 장례 치룬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장례식이 아주 익숙했다. 삶이란 그렇게 덧없는 것. 이재영 죽을 때는 벌써 10년 전이다. 안 되었다는 슬픔만 많았지, 내 일일 것이라는 생각은 많이 안 들었다. 환갑 넘자마자 정태인 선배 쓰러지면서, 나도 내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살았는데, 나라고 무슨 고래 힘줄처럼 강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일부러 한 건 아닌데, 살다보니까 자살에 대한 연구도 꽤 하게 되었고,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문을 벌써 3년째 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 자살특위 위원장을 해달라고 해서, 나에게는 과분하다고 물린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르다고 하지만, 안락사에 대한 얘기도 좀 하고 싶다. 죽을 날 기다리면서 그냥 앓다고 죽는 건 좀 그렇다. 지금도 연명치료에 대한 서약이 제도로 있다. 이거 신청하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안 받아도 된다.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어렵지만, 나에 대한 얘기들은 할 수 있고, 이제 나도 그런 나이가 된 것 같다. 

좌파 에세이 쓰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많이 털어낸 것 같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런 얘기 없이 좀 어정쩡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좌파 에세이에서 그런 사회적 짐을 많이 덜었다. 이제는 좀 편안하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얘기인가, 아닌가, 이제 그런 생각만 하기로 했다. 내가 편안해야 읽는 사람도 편안할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편안해야 더 어려운 얘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박찬일의 노포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게 많다. 잠깐 성공할 수 있고, 잠시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오래 가서 50년 넘게 망하지 않은 가게는 그렇게 화려한 데는 아니다. 박찬일의 예전 책도 좀 봤는데, 확실히 노포 얘기를 다루면서 박찬일의 스타일도 좀 변했다. 

내가 다루는 애기는 쉬운 얘기도 아니고, 그렇게 인기 있을 얘기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얘기를 편안하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 트렌드와 한 발 떨어져서 가는 게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별로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변하는 사람은 나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박찬일 책을 읽기 이전에 나는 그런 생각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올해 쓸 책들은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좀 편안해질 수 있는 데 신경을 좀 쓰려고 한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 잘 못 했다. 나도 좀 배운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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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둘째가 태권도장에서 송판 한 번에 깼다고 송판 들고 와서 한참을 자랑을 했다. 나는 숨 잘 쉬어서 너무 고맙다고 했는데, 둘째는 뭐가 고맙냐는 반응이다. 지금도 매일 호흡기 치료를 하고 있어서 그냥 괜찮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던 거 생각하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기념으로 2주 후 주말에는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가서 짜장면도 먹고, 월미도 가서 범퍼카도 타기로 했다. 둘째는 키가 안 되어서 혼자는 못 탔는데, 이젠 얼추 키가 된다. 

가능하면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했는데, 두피의 지루성 피부염이 최근 다시 심해졌다. 원래 그런 거 없었는데, 아버지 병실에서 간호하면서 병이 몇 개 생겼는데, 그 중에 사소한 게 지루성 피부염이다. 병원 다녀서 없어졌는데, 둘째 입원하면서 다시 생겼다. 병원에서도 이건 원인을 모르고, 완치는 어려우니까, 그때그때 다시 치료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젊은 의사가 너무 웃기고 유쾌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자기 동생도 증상이 나랑 똑같은데, 의사인 형 말 더럽게 안 처먹어서 도저히 나아지지가 않는다고 한다. 그때 의사가 약을 정말 왕창 처방해주면서, 또 증상이 생기면 적당히 조절해서 먹으라고 했었다. 결국 오늘 다시 먹기 시작했다. 나는 스트레스 안 받는다고는 하는데, 아주 안 받는 건 아닌 듯 싶다. 

다음 번 책 제목은 “10대들이 살아갈 세상”과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두 개를 놓고 꽤 고민을 했었다. 부제는 ‘노동 희소 사회’ 정도 된다. 좀 고민을 하다가, 그냥 정직한 제목을 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내가 한국에 대해서 갖게 된 생각이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그런 것이다. 저출생은 여러 경로로 결국은 모두에게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지만 이걸 진짜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아직 못 봤다. 그게 누구에게 뭐라고 할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당장 생겨나는 문제들이 많은데, 이런 답 없는 문제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결국 아무의 문제도 아닌 게 된다. 

학부 시절 홍성찬 선생의 서양경제사 시간에 들었던 얘기가 하나 생각난다. 로마 시절에 폭군 황제를 젊은 장군들이 물리쳤다. 그런데 그 장군들도 그날 집에 돌아가면 노예들이 몸을 씻겨 주었단다. 독재를 했던 폭군도, 그걸 뒤집어 엎은 장군들도 노예에게 일을 시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스팔타쿠스 반란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 깔았던 말이다. 그 얘기가 나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똑 같은 얘기는 아니지만, 유사한 얘기가 경제인식론에 나온다. 밤에 가로등 밑에서 동전을 줍던 신사를 길가던 어떤 소년이 도와서 같이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동전이 나오지 않으니까 소년이 여기에서 동전을 잃어버린 게 맞냐고 물어봤다. 신사는 동전을 잃은 곳은 저 쪽이지만, 그래도 가로등 앞에서는 뭐가 보이니까 여기서 찾고 있다고 했다. 그게 경제학의 문제라고 배울 때 너무 재밌었다. 우리는 풀어야 하는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풀 수 있는 수단이 있는 문제만 풀려고 한다. 통계가 있고, 방법론이 정립된 문제를 푸는 게 논문이다. 그렇지 않은 문제는? 어지간히 노벨상급의 의견이 아니면, 이미 잘 정립된 질문 말고는 논문 쓰지도 않고, 써도 받아주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애로우가 그런 뜬굼 없는 얘기들을 하면서 사람들 방향을 한 번에 바꾸는 역할을 했었는데, 애로우 죽고 나서는 그런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와 같다. “칠 수 있는 볼만 치고, 잡을 수 볼만 잡는다..” 경제학이 사실 그렇다. 풀 수 있는 문제만 푼다. 애로우는 박사 논문이 ‘불가능성 정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상징적이다. 

답 없는 질문은 원래 안 던지는 게 답이다. 나도 이제 나이를 처먹을 만큼 처먹었다. 뻔한 질문만 던지면서 남은 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 어려운 게 아니라, 아예 답이 없는 질문을 던져도 좋은 나이가 되었다. 

며칠 전에 어떤 정부 연구원에서 신임 경제학자 모집 공고가 나온 걸 우연히 봤다. 아이만 안 아팠으면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물론 내가 내면 욕 더럽게 처먹을 건데, 그냥 그렇게 출발점 위에 다시 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은 애 봐야 해서, 사실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둘째 등하교 이제 그만 신경 써도 될 나이면, 이젠 내가 힘들어서 그런 건 못 할 것 같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아야 할 처지에, 답이 없는 질문들만 찾아가는 내 삶도 참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밋밋한 인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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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수업 듣는 학생들하고 준비해서 만든 책이다. 이래저래 평균치는 한 책이다. 

성결대에서 4학기째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는데, 이것도 시간이 좀 지나다보니까 약간의 이해가 생겼다. 지난 학기에 처음 가능성을 보았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수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쓴 학생들이 좀 생겨났다. 그때 처음부터 책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면 할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내내 고민을 했는데,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얼마나 팔릴 지는 자신은 없는데.. 출판사에서는 필요하면 진행해도 된다고. 좌파 에세이가 판매에서도 어느 정도 되었으면 안 해도 되는 고민이었는데, 현실이 또 그렇지가 않아서. 

청년 그것도 예술을 키워드로 한 일종의 문화관찰지 같은 것을 생각한다. 경제 인류학 공부하던 시절에 종종 하던 작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면 대체적인 틀이 잡힌다. 

일부러 4학년 학생들 대상으로 했고, 문화와 예술 그리고 서브컬처 같은 게 키워드다. 

올해는 일정이 빡빡하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 정도 작업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까지 빡빡하지는 않다. 원래 올해 있던 책 몇 권을 내년으로 넘겼다.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필드 작업을 하기에는 점점 더 힘이 부치고, 아마 실제 대상들을 만나서 하는 거로는 내 인생의 마지막 작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전문가들 인터뷰 이런 건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그 사람들은 훨씬 더 준비된 사람들이다. 짧게 만나고 필요한 얘기만 주고 받아도 된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은 좀 다르다. 훨씬 힘이 더 많이 들고, 더 조심스럽다. 문화기술지는 나도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 점점 힘이 떨어지고, 내 시간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다. 

하여간 할까, 말까, 이걸 놓고 두 달 동안 고민을 했는데.. 오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는 곧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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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잡지에서 청소년들이 볼 수 있는 경제 책을 좀 분야별로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정말 며칠을 끙끙거렸다. 그런 기준에 맞는 책이 거의 없거나, 너무 오래 되었거나.. 

한 때 장하준 책이 이 분야에서 거의 독보적으로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마땅한 책이 없다. 돈 버는 법, 이런 건 엄청 많다. 어린이 증권 교육 등 최근에는 아주 많아진 것 같다. 그렇지만 좀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돈이 아니라 경제에 대해서 얘기하는 책은 이제 아주 씨가 마른 것 같다. 

예전에는 ‘대안 경제’ 같은 이름으로 이 분야가 형성되어 있기는 했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성인용 책에서도 그렇지만, 이게 청소년 혹은 교육 분야로 들어가면 더욱 그렇다. 

요즘은 책이 아주 어렵다. 특히나 사회과학 같은 경우는, 이런 장르가 존재한 적이 있었나 싶게, 존재 자체가 거의 화석처럼 변했다. 나도 겨우겨우 버티고만 있는 것 같다. 책 한 권 한 권 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10대용 책은 더욱 어렵다. 인터넷 서점에서 10대용 인터페이스 자체를 아예 없애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책의 위기는 더더욱 빨라져서, 10대들의 책들은 내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나도 몇 권을 시도했다가, 영 여의치가 않아서 포기했다. 

그러다 보니까 대안 담론 같은 것은 10대 안에서 아예 형성되기가 어렵다. 뭐 그걸 꼭 책으로 해야 하나?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자기가 가진 가장 최상의 내용들을 책의 형태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냥 유튜브로 하면 안 돼? 글쎄올시다.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책을 쓰기에 최적화된 사람들의 경우에는 몇 곱의 힘과 품이 들어간다. 현실적으로는 개인이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소재가 매일매일 발생하는 정치평론과 달리, 경제 담론은 정리하고 사색하는 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책이 지식을 만드는 최전선에 여전히 서 있는 것은, 책이 그런 특징이 있어서 그렇다. 

여기에 또 하나 문제가 생긴 게,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역할을 사서 선생님들이 움직일 공간이 팬데믹 이후로 매우 협소해졌다는 사실이다. 학교도 대면 수업과 원격 수업을 왔다갔다 하는 몇 년 동안, 학교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사이에 청소년 도서 시장 자체가 거의 붕괴하디시피 한 변화가 벌어진 것 같다. 

나도 우선 순위에서 약간 떨어져서 10대용 경제책을 준비하고는 있는데.. 이게 내 삶의 준비가 아직 안 되어서 계속 미루어지는 중이다. 내 삶의 경제적 기준이라는 게, 단순하다. 지금보다는 더 넉넉하게 몇 년치 생활비가 충분히 확보되면, 나도 그냥 최소 판매만 생각하고 이런 책들을 좀 더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는 있다. 

최근에 낸 좌파 에세이와 10대용 경제책을 비교해보자. 둘 다 최악의 경우에 손익분기점을 못 넘길 것을 염두에 두면서 준비할 수밖에 없는 책인데, 이 책 두 권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좌파 에세이가 더 앞이다. “나는 좌파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나는 좀 더 큰 불이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건 내 삶에도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10대용 경제책은 그렇게까지 내가 모든 것을 제치고 앞으로 나올 분야는 아니다. 보람은 있지만, 내 모든 것을 걸 정도로 나에게 시급한 주제는 아니다. 도서관 경제학 같은 경우도 10대용 경제책에 비하면 우선 순위가 훨씬 더 높다. 그러니까 결국은 다시 뒤로 밀리게 된다. 

이런 구차한 얘기를 하는 것은, 이게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라고 사정이 좀 낫겠나 싶다. 사정은 그만큼 안 좋다. 

그래도 내가 10대용 경제학책과 같은 10대용 책을 계속 준비하는 이유는, 정말로 개인적인 이유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애가 곧 중학생이 될 거고, 이 아이들과 그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나에게도 있다. 설마 아비가 자식에게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얘기를 이념적으로 해주겠느냐? 세상에 그런 아비가 어디 있겠느냐? 그런 전차로… 10대용 책들이 아직 나의 출간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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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기 수업계획서가 쓰기 싫어서, 설연휴 마지막날 아내가 처가댁에 애들 데리고 가는 길에 따라 갔다. 오는 길에도 그냥 오지 않고 여기저기 들러서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저녁 때도 애들하고 놀면서 아무 것도 안 했다. 

평일에도 애들하고 뭐 좀 하다가 또 일도 좀 하고 그렇게 산다. 그대신 휴일에도 하루종일 노는 일은 잘 없고, 밀려 있는 걸 조금씩 처리하면서 살아간다. 결혼하고 이렇게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놀았던 거는 처음 본다고 아내가 말한다. 

수업계획서가 쓰기 귀찮다고 해봐야 얼마나 귀찮겠냐. 사실 마음을 정하지 못해서, 쓰기가 어려웠던 거다. 그리고 어제, 오늘 지나면서 최종적으로 마음을 먹었다. 

요번 학기에는 간만에 학생들하고 책을 한 권 해볼까 하는 생각이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가 그렇게 수업 중에 학생들이 쓴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다. 나름대로 생생한 목소리가 그냥 담길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품은 엄청 많이 들어간다. 학생들하고 돼지갈비 엄청 먹었다. 그리고 민감한 나이라서, 성인들과 작업하듯이 덤성덤성, 그렇게 넘어가면 서로 곤란한 일만 생긴다. 그때는 연세대하고 성공회대 학생들이 같이 작업을 했는데, 학기 끝나고 방학 때 하는 일종의 방중 프로그램 같은 것처럼 해서 정말 품 많이 들어갔다. 그때는 나도 아이들 태어나기 전이라서, 일반인들하고 사회과학 강좌 같은 것도 열고, 학교에서도 매번 목표를 하나씩 정해서 나름대로 하나씩 해보던 시절이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지난 학기에 몇 명은 이 정도면 같이 책을 해봐도 좋을 정도로 글도 잘 쓰고, 생각도 깊은, 그런 가능성을 보았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는 큰 맘 먹고 한 번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걸 막상 하려고 하니까, 걸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일 큰 건 좌파 에세이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 그걸로 퉁치자고 하고 출판사에 부탁을 하려고 했는데.. 좌파 에세이는 아직 자기 손익분기점도 간당간당해서, 그 여력으로 다른 책까지 끌고 다닐 정도는 아니다. 그러면 들어가는 품은 품이라고 쳐도, 출판사에 어느 정도 기본은 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남는데.. 

그걸 넘기기 위해서는 또 품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야 하고, 한다고 해도 된다는 보장도 없고.. 

이런 연유로, 막판까지 마음을 못 먹고 질척질척거리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잘 될 것 같지 않다는 끈적끈적한 일들을 성공시키는 게, 이게 또 내가 잘 하는 일이다. 

밤에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안 한다고 하고 엎는 것은 몇 분 안 걸리는 일인데, 그게 힘들다고 이제는 어느 정도 시도해봐도 괜찮을 상황에서 먼저 덮는 건, 이건 또 내 스타일 아니다. 후퇴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시작도 못했다고 하면, 이건 또 마음의 상처가 될 것 같다. 아직 그렇게까지 나이를 처먹은 것도 아니고. 

그리하야.. 일단은 하는 걸로 최종적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냥 시간을 때우면서 사는 삶은, 정말로 죽기보다 싫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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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책 나올 때쯤이면 다음 책 한참 쓰고 있을 시기다. 일부러 그렇게 맞춘다. 좌파 에세이 뒤에는 이것저것 잡일과 토막일들이 널려 있어서 그렇게 되지 않은 것도 있고, 또 그 다음 책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도 있어서.. 

좌파 에세이는 원래 작년 가을에는 나왔을 수도 있었을 책이 이것저것 손을 보다 보니 늦어져서 올해로 넘어온 것이고. 

올해의 첫 작업을 무엇으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마냥 헤매는 중이다. 나는 도서관 경제학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하고, 출판사에서는 연결된 주제를 가지고 계속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고. 하여,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는. 

도서관 경제학은 원래 앞부분은 필라델피아에서 쓰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일정도 잡았었는데, 바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냥 뒤로 밀려왔다. 지금 쓰려고 하면, 필라델피아 대신 여의도에 있는 국회 도서관 가서 쓰게 생겼다. 

처음에 도서관 경제학 생각하던 시절, 국회도서관 관장이던 황창하랑 자주 만났었다. 가끔 낮술도 하고. 그 시절에는 도서관 관련된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났었다. 그렇게 도서관 경제학이 처음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박근혜 시절 얘기다. 

그즈음 권양숙 여사를 만난 일도 영향을 받기는 했다. 거제에서 꽤 길게 만났는데, 세상에서 들은 도서관 얘기 중에 가장 재밌는 얘기를 그때 들었다. 그 얘기를 한 번쯤은 제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숙 여사는 그보다는 좀 더 뒤에 만났다. 그때도 도서관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렇게 하겠다는 것 같았는데.. 실제 집권하고는 좀 다르게 움직인 것 같다. MB 시절에는 한식 세계화가 영부인 사업이었다. 

도서관에 관한 얘기들은 그런 모티브를 가지고 형상화되기 시작하였다. 

젠더 경제학은 더 위로 올라간다. <88만원 세대>가 포함된 발간 리스트 정리하던 시절에 같이 있었던 것 중의 하나다. 그게 밀리고 밀려서, 지금까지 온. 처음 나에게 그런 책을 써보라고 한 사람은 아직 국회에 가기 이전의 최미희 박사였다. 그 사이에 이 양반은 벌써 은퇴한. 

여성정책연구원의 젊은 박사 몇 명이 같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나도 사는 게 정신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까지 밀려온 책이다. 

결정적으로 이걸 다시 해야겠다고 한 동인을 다시 얻은 것은, 은행 등 금융계 전문직 여성들의 최근 사정에 대한 얘기들을 알게 되면서.. 아직 인터뷰 리스트를 정리하지는 못했는데, 이건 인터뷰를 좀 많이 하는 그런 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여간 이런 사정이 있는 책 두 권이 나에게는 다 중요하기는 한데, 하나는 다음 달부터 바로 작업을 시작하고, 하나는 다음 해로 넘겨야 할 상황이다. 나머지 책들은 박혀 있는 것들이라서 움직이기가 어렵다. 

도서관 얘기와 젠더 얘기, 다 재밌는 얘기들이고, 또 각기 장단점이 있다. 그래서 아직 순서를 못 정하고 있다. 보통 이 정도 작업이 되고, 어느 정도 형성이 되면 크게 신경 안 쓰고 바로바로 결정하는 게 내 스타일이기는 한데.. 

요즘 또 내 형편이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이래저래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도서관 얘기나 젠더 얘기나, 별로 인기 있을 얘기는 아니다. 도서관이야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런 게 요즘 분위기고. 젠더 얘기도 인기와는 좀 거리가 멀 얘기다. 

그런 상황들 별로 고려하지 않는 편이지만, 올해는 상을 두 번이나 치루어야 할 것 같고, 이래저래 나도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아직 무엇부터 할지, 마음을 못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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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방학이다. 코로나로 학사 일정이 개판이라, 겨울방학이 무려 두 달이 되었다. 죽음이다. 결국 아내는 한 달간 육아휴직 냈다. 

돌봄 교실 보내는 대신, 그냥 태권도 특강 좀 더 하고, 그렇게 버티기로 했다. 아이 둘이 같은 특강을 하면 그래도 좀 더 나은데, 얘들도 이제 선호가 생겨서. 큰 애는 체조를 하고, 둘째는 줄넘기를 한다. 10시, 11시, 아침마다 나가는 시간이 다르다. 요일별로도 다르다. 한 시간 간격으로 두 번을 데려다줘야 한다. 아내랑 나눠서 하기는 하는데, 오늘은 아내가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작은 회사라서, 육아 휴직이라고 해도 아주 안 나가기는 어려운가 보다. 

아직 어머니도 집에 계시다. 점심은, 그냥 치킨 시켜먹기로 마음을 먹었다. 2시에는 줌으로 하는 강연이 하나 있다. 학생상담소 통해서 온 대학생 경제생활 강연인데, 아주 부담스럽다. 무슨 얘기를 해도 비현실적일텐데.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대중들과 얘기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 내가 하는 얘기들은 보통은 불편한 얘기들이다. 별로 안 하고 싶다. 그래서 에너지가 더 많이 들어가고, 힘이 든다.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그래도 참고 하는 게 아주 힘들다. 

2022년, 한국의 특징을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혐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화가 나 있고, 욕할 대상을 찾는다.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근본적인 것 같다. 화낼 준비를 하고 있고, 틈만 생기면 기꺼이 화를 낸다. 그리고 누군가 “너 화 너무 많이 낸다”고 얘기하면 “아니 저 새끼가 개새끼야..” 그건 20대부터 70대까지, 거의 공통적인 것 같다. 

한국처럼 여성들에게 화를 내는 사회를 본 기억이 거의 없고, 한국처럼 아이들을 증오하는 사회도 못 본 것 같다. 조금 사적인 공간으로 바뀌면, 한국의 여성들이 얼마나 못 된 존재인지, 마이크만 주면 열 시간도 떠들 기세인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도 그렇다. 마이크만 쥐어주면, 한국의 아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못 배우고 막 되먹은 존재인지, 열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도 떠들 것 같은 기세다. 

소파 방정환에 대한 연구를 짧게 한 적이 있다. 그 시절에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이들이라고 하면 무조건 욕부터 하던 분위기였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아동 혐오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기본적으로 아이를 사랑하는데, 그렇지 않은 예외적인 사람이 있다고 관찰하기 보다는.. 다 아이들을 혐오하는데, 그 중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일부 있다고 하는 게 조금 더 관찰을 용이하게 하는 것 같다. 

이건 생태학에서 접근하는 방법과 같다. 프리데이터와 프레이의 숫자를 세고, 포퓰레이션, 모집단의 숫자를 세고, 그 변화를 보고, 그렇게 특정 생태계의 특징을 잡고.. 그런 특별하게 선호를 개입시키지 않고 보는 생태학적 방법으로 보면, 한국이라는 사회는 기본은 아동 혐오이고, 그렇지 않은 개체군의 숫자와 특징을 파악하는 게 더 빠른 집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냥 어느 한 사람을 랜덤으로 샘플링해서 그 사람의 하루의 삶을 관찰한다고 생각해보자. 증오에 해당하는 시간, 사랑에 해당하는 시간 그리고 그냥 아무 판단 없이 지나간 시간, 이 세 가지로 나누어서 보면 어떻게 될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루틴에 의해서 특별한 판단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가장 많을 거고, 뭔가 감정이 움직이는 시간들이 아주 약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시간은? 뭔가 욕하고 혐오에 들이는 시간이 월등하게 많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다양하고 개성적이며 독특한 이유로 자기가 아동을 증오하고 혐오하게 된, 거의 간증과도 같은 얘기들을 한다. 아니 한국에 이렇게 어린이들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이 많았단 말이야? 

이제야 안철수가 ‘촉법소년 12세’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배경이 좀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는 안철수가 특별히 아동 혐오가 있거나, 어린이들을 더 미워하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튀어나가야 하는 그에게, 가장 예민하고 휘발성 높은 공약이 필요하지 않겠나?

만약 AI에게 한국이라는 모집단을 관찰하고, 가장 민감도 높으면서도 비용이 들지 않는 ‘가성비 좋은’ 공약을 찾으라고 한다면, ‘촉법소년 12세’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범죄 대상을 두 살 낮추는 데에 큰 돈이 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광범위하게 아동 혐오가 퍼져 있는 사회라면, 이 공약은 매우 효과적으로 저렴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저렴한 공약으로서의 유효성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한국의 여성을 혐오하는 이유, 내가 한국의 아동을 혐오하는 이유, 이런 얘기를 하는데, 아주 공을 들여서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저출산과 아동 혐오의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연성만 있을 뿐이지, 입증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경우 부대 상황이라는 표현을 쓴다. 인과 관계는 알기는 어렵지만, 하여간 두 가지의 사건이 동시에 벌어질 때 그렇게 표현한다. 저출산과 아동 혐오는 부대 상황과 같다. 그냥 두 가지 일이 우연인지, 공교롭게인지, 하여간 한국에서는 같이 벌어지고, 동시에 벌어진 일이다. 

여성과 아동은 가장 손쉬운 혐오의 대상이다. 이게 끝은 아니다. 아동만큼 광범위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노인에 대한 혐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혐오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사이에서 개개인이 리스트를 만들어보면, 혐오의 대상은 명확한데, 사랑하는 것은 좀 더 협소할 것 같다. 한국인은 도대체 무엇을 사랑하면서 살아갈까? 

고양이를 가지고 해보면,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과 고양이를 그만큼 혐오하는 사람으로 나뉘어진다. 어머니가 건강이 아주 심각해져서 2주 전부터 우리 집에 와 계시는데, 그 와중에도 억지로 몸을 일으키셔서 제일 처음 한 얘기가 “저 고양이 갖다 버려랴”였다. 들은 척도 안 하니까 “그럼 방에다 가두기라도 해라.” 그래도 들은 척도 안 했다. 어머니는 화를 내시기 시작하셨다. 아주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고양이를 귀신과 비슷한 존재로 생각했던 예전 사람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냥 문화가 바뀐 것이다. 

모든 한국인들이 거의 예외 없이 좋다, 혹은 사랑한다고 말하는 유일한 대상은 해외 여행이 아닐까 싶다. 

혐오하는 것은 뭐고 사랑하는 것은 뭐고, 이런 것들을 개별적으로 리스트해보면, 개인적 삶도 어느 정도는 볼 수 있고, 사회적 상황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일단은 가장 큰 질문이.. 아동을 혐오하지 않는 한국인은 몇 명인가, 이 질문이다. 이건 찾아내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여론조사를 한다고 해도 “나는 아동을 혐오한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어보나 마나한 질문이고, 돈을 들여서 여론조사를 하면 헛돈을 쓰는 게 된다. 이 경우에는 아동을 사랑하는 쪽을 세는 게 더 빠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조사는 아니다. 

2022년 한국인은 보편적으로 아동을 혐오한다, 이렇게 가설 명제를 세우고, 그 보편에서 아닌 사람 쪽을 설정하고 찾아나가는 것이 훨씬 빠른 조사방법일 것 같다. 

좀 극단적인 가설 체계이기는 하지만, 혐오라는 주제에 사회과학방법론을 결합시키면.. 아주 보편화되고 일반화된 혐오가 2022년 한국의 특징이라는 결론이 나올 것 같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사랑하면서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나? 꽤 많은 숫자의 사람에게서 ‘돈’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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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노키즈존에 관한 연구. 여유가 좀 생기면, 제네바나 쮜리히 같은 데 노키즈존이 있는지, 파리에 노키즈 존이 있는지, 좀 살펴보고, 현지 사람들 의견도 좀 물어보기로 했다. 혐오에 관한 별도의 책을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여유가 있으면 노키즈 존에 대한 여론조사도 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노키즈 존을 지지하는 사회경제적 범주에 대한 분석이 있으면, 많은 것들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 

내년도에 낼 책으로 '혐오에 대하여', 일단은 올려놓았다.. 맘충에서 노키즈존으로, 그 사이사이 외국인 혐오가 발생하고 움직인 얘기들. 전체적인 가설은 광주 등 지역 혐오로 개도국 시절을 지냈던 국가에서 다음 단계에서 혐오에 대한 에너지를 줄여나가는 방식을 찾지 못하고, 주변의 약자와 손쉬운 대상으로 혐오의 에너지 투사 방식을 바꾸면서, 전체적으로 혐오 에너지를 더 키워나갔다.. 요게 기본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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