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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20 집중분석 takE, 방송 후기 첫 번째 4

집중분석 takE, 방송 후기 첫 번째

 

 

(, 어색한 백화점 사진. 여러 사람이 찍다 보면, 어쩔 수 없다. 안진걸 팀장과는 그렇게 오랫동안 알던 사이인데, 사진은 정말 처음인 듯싶다.)

 

작년 12월 초인가, 하여간 대선 치루고, 아기 100일 막 지나서 정신 하나도 없을 때, 어떤 케이블 TV에서 방송 기획안을 받았던 기억이다. 솔직히 대선이 어떻게 될지도 잘 몰랐고,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던 순간이었다. 너무너무 바빴고, 당시에는 내가 사실상 기획을 맡고 있던 경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대선이 끝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히로시마에 가기로 되어 있던 계획을 취소한 것이었다. 뭘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외국에 가는 건 좀 아닌 듯 싶었다. 이기든 지든, 한동안 일본에서 지내려고 했었는데,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겨울, 나는 6개월 즈음의 아기를 돌보고 지내는 일 외에는 한 게 없다. 별 계획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시간은 주룩주룩 잘도 지나가는데, 시간만큼 아기도 광속으로 자라났다.

 

(아기가 처음 침대를 집고 일어선 날, 녀석도 엄청 속으로는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듯 싶다.)

 

, 참 또 한 게 있었다. 4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는 일, 특히 마당에 있는 고양이 3마리를 돌보는 것은 정말로 뼈골이 빠지도록 힘든 일이었다.

 

 

 

지난 집 마당에서 같이 살던 고양이 식구들을 겨우겨우 데리고 왔는데, 새로 이사온 집에 적응하기 위해서 현재 케이즈에서 돌보는 중이다. 영하 15도로 내려간 밤, 마당에서 고양이들 화장실 청소하고 있으면, 문득 삶이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가,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그 지겹도록 춥던 밤도 지나고 이제는 봄이 되었다.

 

몇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어쨌든 결국은 김유식 부장의 꼬임에 빠져서 집중분석 takE’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원래도 아침에는 안 일어나고, 아침에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안 한다. 그렇게 지난 몇 년 간을 살았다. 1주일에 한 번이면 된다고 해서, 나도 10년 동안 회사 출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설마 한 번도 못 나겠냐 싶어서 그냥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술집에서 정종 한 잔 , 한 잔 보다는 많이 하더니, 매일 나오면 좋겠다고

 

몇 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하여간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더라도, 나름대로는 재밌게 해볼 수 있는 포맷을 가지고 있는 이 곳에서 나도 작은 실험들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늘 누님이라고 부르는 김미화씨와 1년 넘게 방송을 하다가, 이번에는 김학도씨와 같이 하게 되었다. 모델과는 방송은 해본 적이 없는데, 슈퍼모델 두 명과 번걸아가면서,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짚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임종윤 기자가 MC를 맡는데, 생각보다 편안한 진행이라, 간만에 오래 전에 즐겁게 입던 슈트를 꺼내 입는 기분이었다.

 

얼떨결에 그리고 어정쩡하게 방송을 시작한지 벌써 1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핸드폰 가격편이었는데, 참여연대의 안진걸 팀장이 게스트로 나왔다.

 

, 진걸! 예전에 문정동 살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관계로, 정말 친하게 지냈던 후배다. 아끼고 총애하던 후배, 녀석을 보니 야, 얘도 이렇게 늙었구나 싶었다. 남 나이 먹어가는 걸 보면서 정작 내가 나이 먹는 걸 까먹었다고나 할까.

 

생방송 끝나고 나오면서 안진걸 팀장, 언제 또 이렇게 볼까 싶어서, 잠시 사진 한 장.

 

기억이라는 것은 지나가고, 뭐라도 단상을 적어두지 않으면, 그 아무리 화려하거나 멋진 기억이라도 잠시 분말처럼 흩어져, 영원한 우주 너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순간, 사진도 좀 찍어두고, 그날 그날, 약간식이라도 단상을 적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안진걸이 나에게 뭘 해준 건 별로 없지만, 그를 만나고 나면 뭔가 해보고 싶어지는 생각이 늘상 들던! 그와 그렇게 지냈던 시간이 벌써 10년도 넘는다.

 

그리하여 좌충우돌, 우왕좌왕, 집중분석 takE의 방송 후기를 적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sbs cnbc 9:10~10:40, 생방송. 4월부터는 오후 4시 방송으로 옮겨갈 예정.)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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