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1. 캠핑의 경제학

 

가끔 살다 보면 아주 재능이 있는,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오늘 방송에 나온 두 명의 키맨 중 한 명이 그렇다. <캠핑, 내 아버지의 선물>의 저자이자, 한국의 대표적 캠핑계 리더라고 할 수 있는 김현수씨는 정말 재능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책으로만 본다면, 일단 이 책은 기획이 좋았다. 시공사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이 많기는 하지만, 얄미울 정도로 기획을 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이 그렇다. 그리고 사진이 아주 좋고, 사진보다 사진 보다도 배치와 레이아웃 같은, 편집이 아주 좋았다. 블로그의 필명인 김대리로 불리기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김현수씨가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사진에 약간의 어깨 힘이 들어간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간만에 재밌게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외국계 보험사 직원이지만, 8년째 캠핑을 계속하고 있는 분이고, 캠핑 밴드의 보컬이라는 것 같다. 주로 김광석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앞으로 이 양반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또 만나게 될 일이 있을지, 그런 미래의 일은 잘 모른다. 어쨌든 간만에 재능있는 사람을 만났다.

 

 

(오늘의 키맨 김현수씨와 오익근 교수)

 

최근의 캠핑 현상에 대한 몇 가지 분석과 장비들의 가격에 이르기까지, 자질구레한 얘기들을 좀 나누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가 가지게 된 생각.

 

일단은 셋트로 대여하는 게 정답이다…”

 

캠핑을 하는 게 선진국인가, 아니면 선진국이 되어가니까 캠핑이 늘어나는가, 그런 꼬리를 무는 질문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과 문화적으로 유사한 모습을 가지는 게 늘어나는 듯 싶다. 문화 전반적인 활동에서 ‘fair’라고 쓰고 공정이라고 번역하는 게 요즘 유행이다. 좋은 일이기는 한데, 캠핑에서도 공정 캠핑이라는 게 유행한다는 얘기는 오늘 처음 들었다. , 그럴만도 하다.

 

 

(오늘의 메인 작가, 차은주. 잠시 쉬다가, 한 컷.)

 

방송후기 열 번이 넘었는데, 아직도 작가 얘기는 한 번도 못했다. 집중분석 take는 연출 3, 작가 4팀이 돌아간다. 아직 초반이라서 작가 한 명 한 명에 대한 파악이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다. 어쨌든 제일 먼저 이해한 작가가 바로 차은주, 육식은 못하는데, 비건류의 채식주의는 아니고 입맛이 맞지 않아서 못한다고어린 시절에 가난했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어쨌든 메인 작가 중에서는 가장 감성적인 느낌이 촉촉한 양반이다. 또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하고,

 

연출 3, 작가 4팀이 돌아가는 take팀은 스튜디오 진행 스탭까지 합치면 60명이 넘는 대부대이다. SBS CNBC에서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방송이기도 하고. 아직은 방송이 제 자리를 못 잡아서, 이런저런 형식과 진행에 걸친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어쨌든 세상에 없던 경제방송을 만들어보자, 그런 게 모토이다.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해 진행상 실수가 많다. , 이렇게 실수가 많은 경제 방송은 일찍이 없었다, 아직은 그렇게 농담하면서 지낸다.

 

방송 끝나고 나오면서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김미우씨의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진 양반인데, 언제 저 포텐을 폭발시킬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머리 한 구석에 지끈지끈하다. Tourism voyage의 구분, 그래서 처음으로 관광부라는 게 생기던 순간의 얘기를 색다른 시선에서 얘기했다. 무거운 얘기는 안 하려고 하는데, 캠핑 얘기가 너무 가벼울 듯 싶어서, 일부러 무거운 얘기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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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0. 신용카드편

 

(오늘은 새벽에 사진 작업 하다가 SD 카드를 컴에 꼽아놓고 왔다. 내가 이런 짓 잘 한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이 없다. 카드 100개를 모아놓은 클리어 파일, 진귀한 광경이었는데, 아쉽다.)

 

집중분석 takE, 어쩌다 내가 이 팀에 합류하게 되어서 아침마다 방송을 하고 있는지, 그 기원도 벌써 까마득하다. 내가 왜 여기 앉아있는지, 왜 나는 후기를 매일 쓰고 있는지, 그 처음의 동기도 이제 모호하다. 패턴화된 삶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매일 방송, 그것도 매일하는 생방송은 싫든 좋든 패턴을 만든다. 처음 시작할 때, 사실 큰 생각을 했거나, 이런 걸 해야한다고 생각한 건 별 거 없다. 솔직히 내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나올 수 있나, 그런 게 더 걱정이었고, 요즘도 그게 제일 어려운 점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자로 살아온 내 삶에 비추어, 가끔은 학자의 눈으로, 가끔은 7달된 아기의 늙은 아빠의 눈으로, 얘기를 하는 건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자로서의 삶만이 아니라 경제적 삶에서,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부분들이 적지 않다. 주변에서는 왜 그러고 사느냐고 말이 많았지만, , 어쨌든 살아보니 입에 세 끼 밥 들어가는 데 큰 지장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원칙들 그런 얘기를 좀 거칠게 풀어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어차피 우리는 장기공황으로 지금 가고 있는 것 아닌가? 2000년대 초중반의 고도성장에 뒤이은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 '신빈곤'이라고 가끔 내가 표현하는, 가난의 시대로 우리가 가는 중이다. 내가 아는 것들을 조금 더 작고 잘잘하게 쪼개서 얘기해보면 어떨까, 요즘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집중분석 takE '무지향성'이다. 별 지향은 없다. 좌우 지향도 없고, 상하지향도 없다. 그리고 특별히 결론을 내리고자 생각하는 방향도 없다. 언제 어느 쪽으로 튈지 모른다. 우리가 '키맨'이라고 부르는 게스트의 성향에 따라서 방향이 천차만별이다. 옆에 매일 앉아있는 김학도씨와 나의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많이 영향을 받는다. 이상하게 신나는 날, 이상하게 축 가라앉은 날,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말 무지향성이다.

 

그렇지만, 스피커의 세계에서 무지향 스피커는 정말 비싸다. 일반 스피커 보다 동그라미 하나는 더 붙은. 어디 앉아서도 잘 들을 수 있는, 방향을 타지 않는 스피커는 비싼 스피커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는 내 삶이 그렇듯이, '마이너의 마이너', 3부 리그, 500번대 채널에서 열심히 무지향성을 지향하고 있다.)

 

'신개념 토크쇼'를 로고로 내걸고 있지만, 가끔 회식할 때 우리끼리 농담하듯이 '무개념' 토크쇼에 가깝다. 경제의 많은 개념과 테제들이 생각보다 이념적인 게 많다. 무가치하고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도, 잘 분석해보면 엄청나게 이념적이거나 선입관 가득한 개념인 경우가 많다. '시장 경제'라는 말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 선입관이나 편견에 비추어보면, 우리가 하는 얘기는 무개념에 가깝다. 좌우당간, 해야 해, 말아야 해?

 

카드 얘기 같은 게 자칫하면 한쪽 이념으로 흐를 수 있고, 잘못하면 다들 알고 있는 얘기를 정보라는 명목으로 그냥 반복하고, 우리 너무 똑똑한가 봐, 이렇게 가기 쉬운 주제였다. 결론적으로, 나도 느끼는 바가 있을 정도로 여신금융협회의 박성업 부장이 얘기를 잘 해주셨다. 개별 카드사가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 최근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이렇게 차분하게 들어본 것은 나도 처음일 정도이다. (이건 직접 한 번 방송을 보시는 게 나을 듯 싶다. 차분히 보면 느껴지는 게 있을 그런 내용이다.)

 

최성찬 카드 컨설턴트는, 소위 카드 디자인을 해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난 고객의 10 9은 신용카드로 인한 과소비 성향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이성적이거나 냉철한 경제적 동물이 아니다. 이걸 인정하는 게 건전한 소비생활의 출발점이다. 최성찬 컨설턴트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직불카드 중심으로 디자인하고, 통신비 등 고정비 중심으로 카드를 디자인한다고 한다. 그런 영업 비밀을 막 알려줘도 되나 싶게, 간단하지만 옳은 얘기였다.

 

카드는 경제라기 보다는 문화다, 개인들에게는. 문화의 영역, 여기에 대한 고민은 경제에 대한 고민과는 다르다. 문화의 복잡성, 이것의 섬세함을 다루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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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9. 부동산종합대책편

 

이번 시즌에 뭔가 방송을 할지 말지, 몇 달을 고민을 했었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결국 SBS CNBC 한 켠에서 정말 조그맣게 시즌을 맡게 되었다. 요즘 방송 개편 중이다. 벌써 끝난 데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데도 있다. 아침 방송을 하나 하고, YTN 라디오에서 주간논평을 하나 맡았다. 몇 군데 더 있기는 했는데, 이 이상 하는 건 무리라서 그냥 고사했다. 지금 하는 집중분석 takE는 안 해본 실험이라서, 일단 재밌기는 하다. 다만 매일 아침 나오는 게, 이게 영!

 

보통은 생활 밀착형 경제 주제를 다루는데, 정부에서 긴급 발표가 나면 여기서도 긴급 편성을 한다. 일단 밤새서 새로 만들고, 원래 있던 건, 다음 기회에

 

1시 정도까지 대본이 오면 읽고 자려고 했었는데, 역시 그 때까지는 안 왔다. 80분 정도, 그것도 생방으로 진행되는 거라 기본 구성은 대본으로 만든다. 그러나 대본에 내가 할 얘기는 안 써있다. 무슨 얘기를 할지, 보통 전날 생각을 정하는데, 오늘 같은 날은, 부동산이야 워낙 뻔한 거니까, 그래도 미리 생각을 정했다.

 

우석훈의 색다른 시선은 전날 밤에 주로 정하는데, 아침에 운전하고 가면서 바꾸는 경우도 있고, 그 자리에 있다가 바꾸기도 한다. 오늘 같은 경우는 하다가 바꾼 경우이다. 원래는 감가상각이라는 주제를 준비했었는데, 실제로는 비정규직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집 살거냐, 말거냐, 이게 오늘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 센터장이 나왔고, 그냥 시사평론가로 부르는 게 더 편한 최영일 대표가 나왔다. 부동산 114는 몇 년 전인가, 대표와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름 상당히 감명받은 적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정말 애간장이 타게 집 사세요할 거고, 정말 대상인 생애주택구입자는 아직은 아니라고 할 거고솔직히 나에게 물어보면, ‘입지가 최고 조건이라고 하겠다. 원래도 그렇지만 요즘의 한국 부동산의 제일 큰 변수는 입지가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건별로 다르다.

 

정부의 마음이야 이해를 하겠지만, 일단 시기가 미묘하다. 보금자리주택을 안 하겠다는 건, 지난 대선 과정과 인수위에서도 어느 정도 흘러나온 얘기라서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현재의 가격 하락을 끌고 온 게 보금자리주택, “이 웬수라는 게 업자들의 시각이다. 반대로 경실련의 이헌동 본부장은 MB가 유일하게 잘 한 게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논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보금자리주택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해서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서민주택이라는 명분으로, 일단 짓고 보자가 과연 맞느냐, 이게 DJ 시절부터 10년을 넘게 끌어온 오래된 논쟁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이번에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라는 게 문제가 된다. 이거는 일반 분양을 늘리는 거니까, 금방 아파트 공급 줄인다고 해놓고, 이건 또 뭐야,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부동산 공급을 줄여서 가격을 올린다고 해놓고, 전면적으로 공급을 늘리게 되는 수직중측을 끼워넣으니까, 사회정의의 문제와는 별도로, 도대체 이건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따지고 보면, 손학규가 분당 보궐에 나올 때, 덥썩 수직증축 받아준다고 했을 때부터, 이게 문제가 되었다. 결국 MB, 이건 안한다고 정리를 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회의원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찬성한다. 자기집을 남의 돈 가지고 고치겠다는, 상당히 이상한 제도이기는 한데, ‘남의 돈좋아하는 게 사람의 본성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건 국회 통과가 좀 어려워 보인다. 사실 좀 이상한 것이기도 하고, 여기서 뚫리면 이제는 별동신축이라는, 또 다른 괴물이 튀어나온다. 2~3층 올리는 수직증축 먹고 떨어질 그럴 토건 아저씨들이 아니다.

 

이번의 부동산 종합대책은, 예고한 것에 비하면 사실 별 거 없다.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하던 DTI, LTV, 이번에도 크게 손을 못봤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도 검토라서, 일단 꼬리부터 내리고 들어오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양날의 칼이다. 잘되면 서승환식 토건이 자리잡히는 건데, 별 효과 없으면 당분간 답 없음, 깊은 침체다.

 

나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의 비정규직 시스템에서 연소득 6천 미만의 20~30대가 덜컥, 나는 집을 사겠음이라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라 stability, 안정성이 경제 행위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부부 정규직, 이건 수치도 잘 파악되지 않는 복합 변수가 아닌가.

 

 

(슈퍼모델 김미우,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요즘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중이지만, 아직은 여전히 서로 어색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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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kE 방송후기 8. 내 남자의 자동차

 

평균적으로, 나는 하루에 두 권 밑으로 독서량을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96년에 처음 직장이라는 데를 나가게 되었는데, 이 때 내 상사가 나중에 현대자동차 CEO가 된 이계안 전무였다. 아니, 이 양반이 무지막지하게 책을 읽어대는 거라, 하루에 2권 밑으로 읽었다가는 이계안한테도 밀리겠다는, 정말 무서운 생각이 들어 죽어라고 책을 읽었다. 아무 책이나 읽고, 정 안되면 만화책이라도 읽었다. 그러나 아기 태어나고는 진짜 1주일에 두 권 읽기도 벅차다. , 내가 살면서 이렇게 책을 안 읽은 적이 있었나,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다. 읽고 싶은 책이 그러니까 더 머리에서 떠오르지만, 책 집어 들기가 너무 어렵다.

 

신동헌의 <그 남자의 자동차>는 나보다 아기가 엄청나게 좋아했다. 책 날개도 알록달록하고, 책도 빨간 색이라서, “햐아!’ 탄성을 지르면서 아기가 결국 책 날개를 뺏어갔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손에 들고 꾸기던 책 날개를 순식간에 입에 넣기에, 아기의 공격을 피하면서 책을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순간 <그 아이의 자동차>라는 제목이 생각이 났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귀담아 들을 얘기도 많았다. 단점이라면, 뒷부분으로 가면서 책을 마감하는 순간, 꼰대틱한, 이래라 저래라, 요런 투로 급변초반의 발칙함이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오늘의 키맨, 장진택과 낸시 랭)

 

슈퍼카에 대한 얘기, 약간은 허무할 수밖에 없다. 내 차도 아니고, 니 차도 아니고, 그냥 서로 구경하거나 잠깐 몰아본 경험으로 얘기하는 게, 약간은 덧없다. 그렇지만 그걸 타고 몰고, 랩타임까지 재면서 하는 방송도 허무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 빈 공간을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얘기로 채우려고 한 셈인데, 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대본에는 20대의 운전면허 감소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얘기들도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생략. 늘 생략된 것은 아쉬운 법이다.

 

낸시 랭과는 몇 년 전인가, 박경철 방송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참 좋은 기억을 가졌었는데, 시간은 쏜 살과 같이 달리는 법!

 

나는 이 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되지만, 그래도 조금씩 손발이 맞기 시작한 것 같기는 한다. 아마 오늘부터 초연출이 더 투입되다는 것 같다. 500번대 채널에서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샤넬 가방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게 2.55이다. 55 2월에 만들어져서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시에 여성들의 의상으로는 차를 운전하기는커녕,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차를 타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샤넬은 과감하게 그들에게 바지를 입히고, 코르셋을 벗을 수 있게 옷을 디자인했다. 지방시는 그 코르셋을 다시 입혔다. 그래서 샤넬 정신과 지방시 정신은 정반대에 있을 듯 싶다. 샤넬백 2.55는 처음으로 어깨 끈을 달고 나온 가방이다. 여성들이 손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주게 된. 물론 요즘 팔리는 2.55 600만원 정도 하는데, 이게 혼수 품목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가격 결정이 아주 복잡해졌다.

 

우연하게 유사한 숫자를 가진 205, 이건 뿌조 자동차의 이름이다. 요즘은 아마 208까지 나왔을 것이다. 자동차 역사에서 T형 포드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차는 83년에 등장하면서 세컨 카 혁명을 이끌었다. 작고, 날씬하고, 주차하기 편하고, 잔 고장 없고이 때 여성들이 공간의 자유를 얻었다.

 

샤넬 2.55와 뿌조 205, 명품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에 그냥 기술만 있는 게 아니라 시대 정신이 그 뒤에 깔려 있는 것 아닌가?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모두 나름대로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나는 무슨 정신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그런 시껍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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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 후기 7. 프렌디편

 

아무래도 오늘 방송에서 내가 느낀 가장 큰 소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 최광기!"가 아닐 수 없다. 전날 두 명의 키맨 중 한 명이 최광기인 걸 알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이 얘기를 쓸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었는데, 방송 내용이야 보면 되는 거고, 화면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좀 기록해보자는 게 원래의 내 의도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방송사 고위층들이 보면 좀 안 좋아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송에 익숙한 페미니스트 한 명이 아빠 얘기하는데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이게 섭외 의도였던 걸로 안다.

 

지난 대선 마지막 전날, 문재인 후보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고 내려가면서 마지막 유세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나도 엉겹결에 부산까지 내려갔다. 그 때 대구까지 나와 같이 내려가면서 사회를 봤던 사람이 바로 최광기였다. 그냥 쉽게 설명하면, 한국의 집회는 최광기가 사회를 보는 집회와 그렇지 않은 집회로 나뉜다고 하기도 했던 바로 그 최광기. KTX 옆 자리 앉아서 내려가다가 대구역 유세에서 그는 바로 서울로 올라갔다. 그 때 헤어지고 도통 술 한 잔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방송에서 만난. 사는 게 과연 뭔가 싶다. 나는 그 후 100일 막 넘은 아기 돌보느라,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우린 왜들 이러고 사나,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방송 전 담소 중. MC, 슈퍼모델 김미우씨 그리고 최광기)

 

오늘의 주제는 프렌디, friend+daddy의 합성어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키맨은 아빠 놀이학교의 권오진 교장 선생님, 징그러울 정도로 살갑게 사람을 대하신다. 지리산에서 너무 익숙하게 보았던 사람들의 느낌이 살짝 드는. 왠지 꽁지 머리를 하고 있어야 어울릴 듯 싶은. 흔한 마초와는 정반대의 캐릭터.

 

하여간 아빠들의 방송인데, 김학도씨는 아기 3, MC는 중학교 1학년, 나는 7개월 된 아기, 그렇게 아빠들이 아기 키우는 얘기를 중심으로 얘기하는 날이었다. 김학도씨는 대표적인 모범 아빠이다. 그야말로 아빠들의 토크인 셈이다.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에 잠시 통화를 하는 방식으로라도, 아이들과의 연 날리기 놀이를 계속 하라는 것이었다. 연줄은 가늘어도 좋지만 끊어지면 안 된다. 아무래도 아빠가 일정한 역할을 해주면 어린이들에게 좋은 거 아니겠나 싶다.

 

최광기가 한 얘기는 가슴을 뜨끔하게 했다. 똑 같은 일을 엄마가 하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러다가 아빠가 하면, 우와! 이거 억울해서 살겠냐?

 

나도 아기 키우다 보니, 요즘 사는 게 벅차다. 국가가 특별히 더 해주는 게 없고, 엄마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친정 어머니가 하거나 남편이 하거나, 선택지는 아주 좁다.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색다른 시선의 제목은 궁극의 트렌드로 잡았다. 이건 한 번 왔다가 가는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다시는 뒤로 가지 않을, 그야말로 궁극의 트렌드가 아니겠는가 싶다.

 

 

방송 중에는 너무 옆길로 빠지는 것 같아 얘기는 못했지만, 사실 두 가지 좀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프렌디라고 얘기는 하지만,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까지라는 게, 현재 한국의 현황인 것 같다. 나는 아기를 사교육으로 보낼 생각은 없지만, 그거야 나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곡된 지금의 사교육 열풍이 얼마나 갈까, 그리고 그 속에서 아빠의 역할은?

 

또 한 가지 씁슬한 것은, 김학도씨나 나나,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다. 물론 바쁘기로 마음을 먹으면 나도 정신 사나울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아기만 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지금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 돌보는 데에 쓸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아빤들 아기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을 너머 점심이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쮜리히에 처음 방문했을 때,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점심 시간에 대거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아빠들이 집에 가서 점심 먹으러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점심 먹는 삶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보고 엄청 놀랐던 적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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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6. 국민행복기금편

 

매일 방송을 만든다, 그것도 하나의 아이템을 정해서, 이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특정 주제에 관해서 2~3주 시간을 가지고 조금씩 발전시키는데, 가끔 전날 주제가 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 어쩔 수 없이 비상이고, 담당팀은 날밤 까는 수밖에 없다. 12시까지 대본이 오면 읽고 자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포기하고 그냥 잤다. 내일 일은 내일

 

 

(LG 경제연구소의 조영무 박사. 점잖고, 생각보다 소박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잠시 얘기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같이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키맨은 한 명이다. 밤에 연락이 와서 몇 사람 연락처를 급히 알려주었는데, 하여간 무사히 섭외가 되었다. 가끔 기업경제연구소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는데, 실상과는 좀 다른 얘기들이 많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자주 접하기 어려운 특수한 영역이라서 그런지 환상이나 편견 같은 게 섞여 있는 것 같다. 나의 첫 직장도 기업연구소였고, 흔히 보는 경제연구소의 연구원과 내가 하는 일도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았다.

 

 

(우리 팀의 막내라고 할 수 있는 황세진씨. 내가 오기 전에 슈퍼모델들이 진행하는 코너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성공적이지는 않았었나 보다. 요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김유식 PD가 카메라를 받았는데, 예쁘게 나왔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미하리라!”

 

성경구절의 패로디 버전이다. 이게 국민행복기금의 정확한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18조 이상, 혜택 대상 300만명 이상, 이게 원 버전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걸로는 1 5천억 정도, 최대 수혜 대상 44. 이 발표를 처음 보고 내가 가졌던 생각은, 하거나 말거나. 국채를 대거 발행해서 결국은 토건 자본 쪽으로 돈을 몰아줄 것인가, 이게 내가 신경을 곤두세워서 봤던 점인데, 이래저래 논란이 되었었다. 결국 그렇게 하우스푸어의 부채를 일방적으로 탕감하지는 않는 식으로 결정이 났다.

 

그건 일단 다행인 거고.

 

그렇지만 다음 문제가 생긴다. 아주 제한적으로, 그러나 탕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군가는 부채의 50%를 감면 받는다. 조건만 맞으면, 진짜하게 부채 50%가 탕감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누가 그 행운의 대상이 될 것인가?

 

누군가는 오예, 삶의 희망을 갖게 되겠지만, 최소 250만명 이상은 홧병나게 생겼다. 부채를 너무 일찍 떠 앉았거나, 너무 늦게 떠 앉았거나너무 작거나, 너무 많거나, 그래도 안 된다. 오 마이 갓! 운이 좋은 사람은 세상에 따로 있는 법?

 

(생방 시작 전에 카운트가 들어가도, 우리 팀은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원래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이 분노보다 더 강한 동인이 되는 법, 국민행복기금 방안 발표 하루만에 국민 불행기금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되었다. 여기에 이걸 딱 한 번, 원타임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배드 뱅크처럼, 정크본드 관리기법을 국가가 직접 사용하는 항상 정책으로 할 거냐, 이건 쉽지 않은 딜레마이다. 경제학 교과서에 이런 복잡한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내 생각은?

 

탕감 규모는 줄이고, 수치 조건으로 수혜자를 판단하는 것 보다는 지역 즉 동네에 일종의 지역위원회를 만들어서, 도와줄 사람을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하면 좋을 듯 싶었다. 어쨌든 나에게 이걸 운영해보라고 한다면, 지금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제도를 디자인할 것 같다.

 

모랄 해저드라는 비난에 너무 쫄아서 최소화로 만드는 데 관심을 두었지만, 지역경제의 사회적 주체들과 연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는 않은 듯 싶다.

 

하여간 부채탕감에 대해서 나는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같은 이유로, 농가부채 탕감에 대한 주장을 예전부터 했었다.  서민경제라는 관점 그리고 긴급구제라는 관점에서 사안을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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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5. 주머니 속 경제

 

벌써 다섯 번째 방송후기다. 기본적인 출연진과 포맷에 대한 소개는 간략하게는 했는데, 이 방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사람이 조금 더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집중분석 takE’ 1부와 2부 사이, 잠시 쉬어가는 코너에 들어가 있는 주머니 속 경제를 끌고 나가는 사람인 이인표 대표!

 

일단 내용이 재밌다. 김학도씨와 3~4분 정도에 짧은 경제 정보를 보내주는데, 이게 생각보다 진국이다. 간단한 금융 상품 소개를 곁들인 가벼운 재테크 얘기 같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깊이가 있고, 게다가 정확하다. 원래 방송인은 아니고 광고회사 대표인데, 어떻게 하다보니 테이크팀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비즈니스라는 표현이 적합한데, 실제 비즈니스를 하면서 생기게 된 노하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코너이다. 내가 가진 경제학 지식에 비추어볼 때, 거진 맞는 말이고, 다른 비슷한 코너에서 다루지 않는 깊이감이 있다. 보험상품을 다룰 때에는 사업비와 같이, 흔히 경제 상식 같은 데에서 얘기해주지 않는 얘기들을 짧게나마 다루는 걸 보고, 진짜로 감동 먹었다.

 

가벼운 코믹 터치이지만, 내용도 가볍지는 않다. 경제에 관한 얘기가 그렇듯이, 간단한 정보지만 작게는 몇 십만원, 조금 크게는 몇 백만원이 그 작은 정보에 의해서 왔다 갔다 한다. 코너를 함께 진행하는 김학도씨와 이인표 대표의 공저로, 출간에 관한 고민을 요즘 같이 해보고 있다. 이 방송에서 제일 먼저 책이 나온다면 주머니 속 경제가 아닐까 싶다.

 

 

(방송 준비하며 이인표 대표, 잠시 한 컷. 사진 보자자마 첫 평이, 너무 말랐다사실, 심하게 마르기는 했다. 살쪄야 한다며, 약 먹을까 말까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이인표 대표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팀장. , 사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백종우 팀장, 어쨌든 높으니까 팀장이라고 부르겠지. 하여간 형식상으로는 대빵이기는 한데,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는 천천히 겪어보면서

 

 

(, 별로 아직은 소개할 타이밍은 아닌데, 너무 인상 좋게 사진이 한 장 나와서, 말 나온 김에 잠시 소개하고 넘어가는 백종우 팀장.)

 

아침마다 모니터로만 만나는 리포터 언니들은 아직 직접 얼굴을 보고 인사한 적은 없고, 현장 스튜디오를 끌고 나가는 FD 언니들이 있다. , 인상은 정말 좋아 보이고, 실제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술 마신 모습을 보지는 못해서, 술 마신 상태에도 인상 좋을지, 그건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어쨌든 생방 현장에서 PD나 작가는 너무 멀리 있고, 진짜로 긴박한 상황에서 접하는 것은 FD 언니들.

 

작가는 4, PD 3, 이렇게 일일 방송을 돌린다. 여기에 내가 합류한지 이제 열흘 정도 되었나, 정말로 정신 없이 돌아간다. 내가 어쩌다 꼬임에 빠져서 일일 방송팀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미쳤지, 정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야 게으른 거로, 그야말로 공인 받은 사람 아닌가!

 

이 타임에서 작은 에피소드. 내일은 원래 허경영 나오기로 한 날이고, 오늘 아침까지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아니 허경영과 무슨 경제 얘기를 해, 난 혼자서 입이 대빨 나와서, 툴툴 거리고 있었다. ‘까였다는 표현 그대로, 경영층에서 그건 아니다는 결정이 밤새 나왔나 보다. 그리하여 내일 방송은 국민행복기금 긴급 대체! 오 마이 갓! 워낙 후다닥 발표가 나서, 나도 아주 개괄적인 것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런 일들이 통통 생기면서 콩 볶아 먹듯이 또 하루가 간다. 하여간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굴러가면서 매일 아침, 경제와 관련된 생방송을 만들어낸다. 보거나 말거나,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진도를 나간다!

 

어쨌든 이런 형식의 경제 방송은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500번대 채널, 그야말로 야구로 치면 3부 리그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식 실험들을 만들어나간다.

 

(오늘 비타민편도 재밌기는 했지만, 내가 행정법원에 증인으로 나갈 일이 생겨서, 사진이 준비가 안되었다. 오늘 에피소드는 다음 기회에출연진 중에 슈퍼모델 김미우씨 소개가 아직 없었다. 화려한 사진이 아쉽다.)

 

SBS CNBC ‘집중분석 takE’ 09.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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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 후기 4. 과잉의료편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유일하게 내 습관 중에서 모범생 비슷해 보이는 것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외에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방송과 관련된 책이 있다면, 어지간하면 읽고 오려고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저자와 만나는 것은, 더더군다나 좀 미안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내가 읽는 책이 다 재밌는 것은 아니다. 재미없어도 읽고, 읽기 싫어도 읽는다.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고민이 생겼다. 정말 가슴 속에 깊이 남는 책이 별로 없다는 것, 아무래도 나의 감수성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그런 고민 중이다. 정말 깊은 감동이나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든다.  

 

현직의사 김현정의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그런 심드렁해진 내 마음 한 구석을 치고 가는, 확실한 무엇인가가 있는 책이다. 요즘 한국 책들은 너무 맵시가 좋다. 북 디자이너들이 전문적으로 붙어서 여러 가지를 만지고, 에디터들도 이래저래 손을 많이 본다. 그런 잘 빠진 책들만 보다가 이 책을 처음 잡은 순간, 어 뭐지? 이 학급문고 같은 고풍스러운 디자인은? 게다가 80년대 캔디풍의 일러스트는?

 

발행인, 발간인, 하여간 이런 게 전부 김현정으로 되어 있었다. 이 경우는 단 하나의 경우이다. 원고 출간이 어려워서 본인이 직접 출판사 등록을 하고 펴낸 경우. 그야말로 스캔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직 의사로서, 약간은 돌려가며 적어내려간 양심선언? 혹은 주류의 비주류화 선언?

 

그렇게 바짝 긴장을 하면서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잠정적으로 느낀 결론은, 이 책의 저자는 완전히 달통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잘 보호받아 아직도 소녀적 감성을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

 

이상의 오감도가 인용될 때까지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공산당 선언문 패로디가 툭툭 튀어나오고, 그야말로 장난 아니다. 설마 공산당 선언문 인용구절을 의학, 아니 의학 사회학 분야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건 방송 끝나고 차 한 잔 마시면서 김학도씨가 내 카메라로 찍은 사진, 잘 나왔다.)

 

그리하여 출연자 대기실에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문제의 김현정 박사를 만났다. 오 마이 갓! 순도 100% 똘끼, 이거거던! 직관적으로 내가 느낀 건, 앞으로 의학 분야 조금 더 넘어가면 과학적 성찰 분야에 한 몫을 담당할 새로운 저자가 등장했다는 사실.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니, 기왕 출판사를 만들 때에는 더 출간을 할 생각이 있었다는 것.

 

하여간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저자를 만단다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김학도씨와 MC 임종윤. 뭐 심각한 얘기하는 실루엣이지만, 별로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다.)

 

김현정 박사는 글로 느꼈던 인상에 비해서 보다는 실제 방송에서는 미리 그어놓은 선이 많았다. , 조금 더 치고 나가도 될 듯싶은 데서 한 박자 늦추고, 적당히 세울 줄 아는 정도. 나쁘지는 않지만,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언젠가 저 입에서 방언이 터지는 날, 그야말로 신흥 의학 종교의 교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과잉의료 혹은 의료 쇼핑, 언젠가 한 번쯤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상의 목소리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평소에 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런 때가 온 셈이다. 의학계 내부에서도 뜻을 같이 한다는 지지 입장이 적지 않게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어쨌든 한국도 조금씩 선진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백화점 사진. 생방 때 사진을 찍기는 좀 곤란해서, 별 수가 없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보면 기가 막힌 명대사가 나온다.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포기한다.”

 

우린 하면 된다는 70년대의 필승 신화에 너무 오래 사로잡혀 있었고, 뭔가 투입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문득 뒤돌아보니, 세상 일이라는 것은, 특히 생명에 관한 일이라는 것은 그렇게 작전과 같은 것이 아니고, 또 전술전략적 거시기 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 그걸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

 

삶에는 포기도 좀 있어야 하고, 완벽은 일부러 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성숙한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의학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은 100% 관리되는 것이 아니다. 간만에 철학적 얘기를 같이 할 수 있어, 오늘은 방송 끝나고 나서는 길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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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3. : ! 인강

 

오후만 있는 삶, 이게 내가 꽤 오랫동안 살아왔던 패턴이다. 보통은 아침 5시나 6시까지 원고 작업을 하는데, 어떤 날은 오전 9시 이상까지 하는 날도 있다. 보통 작업 시작하는 것은 11시나 12. 그리고 나면 오전은 없고, 오후에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후에는 인터뷰나 자료조사 같은 것들 아니면 대외 일정 같은 걸 하는데, 그러다 보니 가능하면 아무도 안 만나려고 하고, 아무 곳에도 안 가려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MC 임종윤 기자와 슈퍼모델 황세진씨. 8 30분에 생방 준비에 돌입하는데, 출연진이 많아서 분장 등 방송 준비하다 보면, 9 10분까지 좀 벅차다. 몇 마디 맞춰보지 못하고 바로 들어간다.)

 

 

그러던 내가 아침 방송에 나오기로 한 것은, 어차피 이제는 아기를 아침에도 봐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작업 패턴을 바꿀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침에 나가라고 가장 적극적으로 권장한 거은 아내였는데, ‘고소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다음 주까지만 아침 방송이고, 4월부터는 오후 4시 시간대로 옮겨간다.

 

정의는 승리한다!

 

누군가 20대 때 내 사주를 봐주었는데, 대학교수 되는 건, 사주에 없단다. , 그런가 보다 하고 산다. 그렇지만 작은 운들은 있는 편이다. 오후방송으로 옮기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 내가 살면서 소소한 운은 좀 있는 편이지, 그 생각이 들었다.

 

 

 

 

(MC 옆 자리에 슈퍼모델을 앉혀서 자리를 꽉 채우는 게 제작진이 소망이지만, 그렇게는 좀 어렵다고 한다. 황세진씨 앉아 있는 자리가, 원래 내가 앉던 자리였다. 이 오른쪽에 세 명을 앉히는 방법에 대해서 요즘 다들 연구 중이다.)

 

오늘 방송은 얼마 전 우정파괴 광고로 알려진 바로 그 인터넷 강의에 대한, 그야말로 인강편이다. 이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 여러 사람들이 격분을 토로했는데, 나는 분노라기 보다는 착잡하면서도 복잡한 그런 심경이었다. 첫 느낌을 얘기한다면, 드디어 한국의 사교육이 갈 때까지 갔구나, 그런 걸 본 것 같았다. 주식에는 목에서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대충 하라는 얘기인데, 너무 끝까지 가면 반드시 다른 위험이 따른다는 얘기이다. 사교육 업체와 한국 사회의 관계가 어떻게 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

 

요즘 <모피아>의 다음 소설인 교육 마피아 얘기를 한참 구상 중이다. 원래는 교육청 내부의 관료들을 중심으로 이 얘기를 풀어나가는 게 작년에 세웠던 구상인데, 이 우정파괴 광고를 보면서 10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다른 스토리 라인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또래 친구로 남자와 여자와 짙은 우정과 애정을 나누는 어느 고3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생각이다. 실제 몇 년 전에 잘 알고 지내던 어떤 고3 소녀로 원 모델이 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요즘 대학 서열화와 사교육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내 관심사로 올라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담당 PD에게 잠시 카메라를 맡겼더니, 정말로 카메라를 찍어놓았다. , 사람의 직업적 관심이란!)

 

어제 오후 늦게까지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키맨을 섭외하려고 하였지만 결국 불발, 곽동수 교수 혼자 나오게 되었다. 원래 이 양반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에 게스트로 나가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워낙 자주 만나다가 이렇게 방송에서 만나면, 갑자기 점잖 빼면서 얘기하는 게 어색하기도 하다.

 

사교육, 그 중에서도 인터넷 강의,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 대해서, 정말로 마음이 착잡할 뿐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사교육 업체가 이렇게까지 증시에 상장하게 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특수한 사례는 특수한 사례이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얘기들이 꼬리를 물면서 한 시간 반이 정말로 후딱 갔다. 토크쇼의 좋은 점은, 뭔가 결론을 내기 위한 압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고, 단점은, 오늘도 당장은 답이 없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는 것.

 

사교육이나 인터넷 강의에 대한 내 기본입장은 이렇다. 이 모양의 상품이 30년 혹은 50년 후에도 여전히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인강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우리 나라가 망했거나.

 

인강 권하는 사회, 어쨌든 2013년 신학기는 그렇게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이미 시작되었다.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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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 후기 2. 김학도와 슈퍼모델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백화점 사진이다. 생방 중에 사진 찍기는, 영 형편이 어렵다.)

 

주변 사람들과 몇 달 전부터 경제 방송의 새로운 포맷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논의를 하고 있었다. 경제 방송이라는 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달이 아주 어렵다. 지금의 경제 방송은 그야말로 남성 엘리트 중심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덩더쿵 덩더쿵, 북치고 장고치고, 그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 시청률 거의 나오지 않고, 볼 사람만 보는 방송이라서 그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좀 험악하게 얘기하면,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인 셈인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전달력도 떨어진다는 게 다를 것 같다. 사라 제시커 파커는 빅 데이터 분석에서 후원 저녁모임으로 가장 많은 모금이 될 것 같다고 컴퓨터가 꼽아준 인사였고, 실제로 오바마 캠프에서는 그녀를 주빈으로 한 후원 모임을 했다. 돈만 많이 걷힌 게 아니라, 진짜로 오바마는 대역전극을 거두면서 대통령이 되었다. 엘리트 남성들이 모여서 거의 그 수준의 덩더쿵 덩더쿵 얘기를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고, 영향력도 별로 없다는 거, 이게 한국의 경제 방송의 현실이다.

 

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좀 강도 높은 토크쇼 형식이나 예능 포맷을 전폭적으로 도입한 그런 경제 방송에 대한 기획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간간이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은 정말로 정기 개편 때 편성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 혹은 현실적 이유로 공중파 내에서 전격적으로 다른 포맷의 경제 방송이 론칭되지는 못했다. 대선이 끝나고 다시 경제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즈막하게 진행되기는 했는데, 대선 이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전격적으로 새로운 방송을 론칭하기는 힘에 부쳤다.

 

SBS CNBC의 집중분석 takE의 기획 과정에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 시대가 원하는 보편적 정서 같은 게 있던 것인지, 나나 내 주변 사람들이 구상하던 경제 방송과 거의 근사한 모습의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이 방송에서 MC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김학도씨다. 옆에서 한동안 지켜본 바로는, 일단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아주 좋다. 김미화 선배랑 1년 넘게 방송을 하면서 느낀 것은, 경제방송에서 일단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같이 있으면, 접근성이 아주 좋아진다. 근데 경제 이슈라는 게, 별 거 아니지만 일단 밑밥으로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 좀 많고, 개별 이슈들은 쓸 데 업이 용어가 어렵고 특수 사례가 많다. 게다가 엄청나게 높은 사례를 하느냐, 그런 것도 아니고. 들이는 품은 많고, 나오는 건 별로 없고, 그야말로 비경제적 방송의 대표 사례가 경제 방송이다. 사실 경제적으로만 따진다면, 경제 방송은 안 하는 게 경제적인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여기에 김미우씨, 황세진씨, 두 명의 슈퍼모델이 번갈아 참여하면서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리 역할 외에 독특한 영역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직 우리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팀웍에 의한 제 3의 힘을 만들어낼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여간 이 정도로 진행팀을 모은 상태라면, 뭔가 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짧게 두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건,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한국을 뒤흔들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것 같다. 이제 막 세상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고, 높게 날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힘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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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내가 가장 늦게 합류하면서 기본 포맷이 잡히기는 했는데, 아직도 우리는 시행착오 중이고,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좌충우돌, 실험 중.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자리 부족이다. 내가 끼어들면서 게스트가 두 명이 나오면 자리가 부족해서 우리의 슈퍼모델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진다. 찬반 토론이 있는 방송을 기획하면, 뭔가 순간순간 난감한 경우가

 

오늘 북핵 방송의 경우가 그랬다. 동국대 북한학과의 김용현 교수와 탈북 북한장교인 장세율 대표, 키맨이 두 명이 되면서 슈퍼 모델이 앉을 자리가 없어서 결국 다시 아저씨들끼리 앉아서 덩더쿵 하는 아저씨 방송이!

 

(장세율 대표. 북한군 장교 출신. 털털하고 재밌는 분이었고, 가끔 빵 터지는 개그를…)

 

마침 공공 전산망 마비가 있던 다음 날이라, 타이밍 한 번 기막혔다. 1부에서는 핵폭탄이 갖는 파괴력에 대해서 조금은 과장스러울 정도로, 정말 무서운 거다, 그리고 2부에서는 현실적인 해법에 대해서, 다시 땅 위의 얘기로.

 

북핵이라는 민감 만땅의 주제를 다루면서 너무 한 극단으로 갈 것에 대해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실제 그렇게 가지는 않았고, 출연진들이 적당한 선을 타면서 토크 자체는 말끔하게 끝났다. 물론 그게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무난하다는 건, 재미 없다는 것! 좀 격할 지라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얘기를 끝까지 끌어내야 할텐데, 그건 이제 좀 격렬하고 다소 거칠어진다. 물론 그 편이 재미는 있다.

 

토크가 있고, 토크쇼가 있다. 오늘은 토크에 가까웠고, 쇼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국가 혹은 세계의 장래가 걸린 핵폭탄에 관한 얘기를 쇼로 접근하는 것, 이건 사실 내 양심에 걸리는 일이다. 하여간 두고두고 이런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싶다.

(sbs cnbc 9:10~10:40, 생방송. 4월부터는 오후 4시 방송으로 옮겨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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