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야옹구'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12.04.02 아빠가 돌아왔다... 9
  2. 2012.04.01 아빠 고양이 6
  3. 2012.03.31 형광등 밑의 야옹구 5
  4. 2012.03.28 나무 속의 아들 고양이 6
  5. 2012.03.25 야옹구, 한 때... 6
  6. 2012.03.18 행복, 어느 봄날 2
  7. 2012.03.15 야옹구 사진 몇 장... 2
  8. 2012.02.27 1년 전의 부부 고양이 1
  9. 2012.02.26 하오의 연정 3
  10. 2012.02.21 검은 고양이의 출현 7

 

 아빠가 돌아왔다...

 

이 사진은 작년에, 지금의 가족 고양이를 처음 찍은 사진이다.

물론 이 시절에도 마당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그렇게 열심히 주지는 안았다.

지난 장마, 이들 부부에게서 세 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가을에 정신이 좀 들어서 보니, 두 마리는 벌써 죽었고, 아들 고양이가 한 마리 남았다.

언제까지 같이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난 겨울이라도 같이 나게 해주자고,

겨울나기를 같이 준비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난 후, 아빠 고양이가 사라졌다.

전에도 가끔 안 보이던 적이 있지만, 이렇게 길게 안보인 적은 없었다.

겨울도 다 지났는데...

 

지난 가을, 아빠 고양이는 구청에 끌려가서 중성화 시술을 받고 왔다.

고양이의 중성화에 대해서, 내 생각은 좀 복잡하다.

어쨌든...

아빠 고양이는 이 가족에서 필요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먹이가 부족하지 않게, 충분히 주었는데, 덕분에 이 가족은...

겨울을 지나면서 뚱띵이들이 되었다.

위 사진은, 돌아온 아빠의 첫 번째 사진이다.

여전히 가족이고, 여전히 친근하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바짝 세우면서 기다려본 적이 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정도이다.

아들 고양이.

녀석은 이 마당에서 태어났고, 이곳을 자신의 집이며, 우주라고 생각한다.

얼굴에 카레를 묻히고 다니는 녀석.

담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엄마 고양이를 쳐다보는 아빠 고양이의 표정.

엄마는, 확실치는 않지만, 아기를 가지고 있는듯 싶다.

이 복잡미묘한 심경.

삶이란!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렌즈를 무턱대고 추가하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의 렌즈로는 도저히 무리라서 렌즈를 추가했다.

마침 다음 날, 아빠 고양이 혼자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녀석, 나름 멋진 삶을 살고 있다.

(이거 찍는다고, 나도 마당에서 구르면서 생쇼를 연출했었다.)

 

이것보다 더 부드럽게 졸고 있는 모습을 잡은 게 있었는데,

삥이 안 맞았다. 자동으로는 거의 촛점을 잡지 못해서, 대부분 수동으로 촛점을 잡는데...

나도 노안이 심해져서, 이게 고역이다.

안경 벗었다, 썼다, 아주 난리도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녀석은 이미 세 번이 겨울을 났다.

자연상태에서는, 자기 수명만큼 산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조는 모습에서 문득 내 모습을 투영해보기도 한다.

난 이 사진이 참 좋은데,

내 주변 사람들은 별로라고들 하신다.

녀석이 얼마나 더 살지, 내가 얼마나 더 녀석을 보고 있을지, 나도 잘 모른다.

고양이의 삶은, 사람보다 짧고, 길고양이의 수명은 더욱 짧다.

아빠 고양이, 녀석에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운다.

부부 고양이는 가끔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일가가 같이 지내는 것은, 나도 처음이다.

예전에 키우던 고양이들은,새끼를 낳고 나면 어미가 도망가고는 했다.

녀석의 남은 삶이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나도 이사를 준비하는 중이라서, 이 집에서 영원히 살지는 못한다.

포획을 해서 데리고 가서, 새로운 집으로 같이 데리고 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그게 과연 옳은 것이냐, 그 철학적 질문에 나는 순순히 답을 내지는 못하겠다.

 

그거 그 때 생각할 일...

아빠가 돌아왔다,

지금은 그걸로 기쁘다.

이렇게 우리 집 마당 고양이의 겨울나기는 끝.

이제 봄이 돌아왔다.

장마가 가까워지면, 새로운 고양이들이 태어날 것이고, 이 가족에도 변화가 올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이 하는 일,

인간의 개입은 최소한인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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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아 돌아왔다...

긴 겨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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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구 사진 한 번 찍을려면 엄청 굽신굽신 거리면서...

카메라를 아주 싫어한다.

간만에, 그래도 자연스러운, 그리고 눈뜨고 있는 사진이 하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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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온다.

엄마 고양이가 진짜 예뻐졌다. 멀리서 보는 하는 거라서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마도 아기를 가진 것 같다. 배가, 범상치가 않다.

아빠 고양이는, 벌써 열흘째 보이지 않는다.

몇 년째 많은 고양이들과 지내고, 또 헤어져 보내고.

그냥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아들 고양이가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작은 덤불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보니까 더 귀여워 보인다.

지난 겨울을 같이 나면서, 이 녀석, 이제 진짜 환하게 피어올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 귀엽다.

첫 겨울을 버텨낸 새끼 고양이, 이제는 지 어미보다도 더 큰, 다 큰 고양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앳된 티가 가시지 않는다.

도저히 카메라가 포커스를 맞추지 못해서, 난감한 상황에서 수동으로 촛점을 잡았는데...

뭐, 순간 나도 조금씩 움직여야 하니까 고약한 작업 환경이기는 하다.

정확히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열어보니, 오... 낙엽에 가서 맞아버렸다.

고양이 사진이 어려운 건, 일단 찍을 수 있는 순간이 순식간이고, 이것저것 만지고 할 자시고가 없다.

장비의 도움을 최대한 빌리는 수밖에 없는데, 뭐...

그건 내가 해볼 수 없는 거고.

고양이 사진에서 해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어이, 이 쪽 좀 돌아보시지, 포즈를 요청해보는 것.

진짜, 마음으로 찍고 마음으로 보는 수밖에 없다.

 

지금의 엄마 고양이와 아빠 고양이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나한테 밥을 얻어먹은 것은 아니다. 너무 자주주면 자연에서 살아갈 수 없을 듯하여... 가끔 주었다.

이 녀석은, 장마에 태어난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남고 난 다음부터, 정말 매일 밥을 주었다.

엄마랑 아빠가 다른 데 놀러가도, 얘는 늘 마당을 지킨다.

내가 잘 하는 건지, 가끔 물어보게도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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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작년 요맘 때 찍은 야옹구 사진이다.

엄청 후진... 까지는 아닌, 후지 똑딱이로 찍었던 사진이다.

날만 좋으면, 똑딱이도 사진 엄청 잘 나온다.

요즘은 그냥 소니 쓰는데, 후지 색감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

이 사진은, '1인분 인생'에 흑백으로 실린 적이 있다.



마침 참새가 지나가는 걸, 정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표정.

고양이의 저런 성격이 나는 참 좋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그 빈 공간을 탐욕이 매우게 되는 걸까?


 



지난 겨울, 자궁축농증으로, 진짜 구름다리 넘어가는 걸 겨우겨우 살려서 데리고 왔다.

그 때 생각하면 지금도 시껍...

죽기 직전까지도 아픈 티를 전혀 안내서, 정말 죽어가는 줄 몰랐다.


아파서 누워있는데, 문득 사진 속 표정을 보면서 생각해보니, 처음 키웠던 고양이가 현관 문 앞에서 죽어가던 순간이 생각이 났다.

이렇게 누워서 자면,그렇게 그냥 일어나지 않는, 그런 고양이의 죽음이 갑자기 생각나서...

안 가겠다고 난리치는 걸, 억지로 캐리어에 쑤셔넣고 동물 병원으로 뛰어갔다.

백혈구 수치가 1/3로 떨어져 있어서, 정말 이 잠이 마지막 잠이 될 뻔 했었다.

이틀만에, 살아났고,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수술 끝나고 병원에 가서 날 보자마자, 야옹구도 안심하는 표정.

그리고는...

다음날 병원에서 오줌 쌌다.

의사 선생님이,

"얘, 이제 데려가셔도 됩니다, 다 나았어요."

병원에서 바로 쫓겨났다.

그 다음 날 주사 맞춘다고 한 번 더 병원에 데리고 가는데,

내 차 안에서 발버둥을 치다가 캐리어 안에서 오줌을 쌌다.

정말 사력을 다해서 발버둥 치는...

"또 배쨀려구?"



그리고는 깔때기 고양이가 되었다.

식구로 같이 살아간다는 것,

가족이라는 것..

한 번쯤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아오, 급하게 바로 셔터를 눌렀더니... 삥이 물먹는 하마에 가서 맞아버렸다, 할 말 없다, 야옹구. 너의 이 회복 첫 날에, 딱 한 번 들었던 카메라가 내놓은 사진들이 다 이 모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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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좀 춥지만, 어쨌든 이 추위를 밀어내면서 새싹들이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다.

어느 날 하오, 집 밖을 나가는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엄마 고양이와 아들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 고양이는, 일주일째 보이지 않는다.

등을 돌리고 있는 건 엄마 고양이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엄마 고양이는 자태와 모양새가, 어쩌면 새끼를 배고 있는 건지도...

하여간 느낌이 그렇다.

확실하지는 않다.


누군가 평온한 모습을 보면, 자신도 평온해지는 게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마당에 이렇게 저렇게 다섯 마리쯤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세 마리는 가족이고, 나머지는 그냥 군식구.

이렇게 또 모질도록 추운 지난 겨울을 났다.

 


검은 고양이가 얼마 전에 머리에 큰 상처가 난 후,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좀 걱정을 했었다.

워낙 떡대 좋고 기세 좋은 녀석이라, 잘 이겨냈겠지... 싶었는데, 하여간 보이지 않아서, 좀 걱정을.

며칠 전에 밤에 산책을 나갔다가 녀석과 딱 마주쳤다.

얼핏 보기에는 상처도 거의 다 나은 것 같고, 건강이 이상해보이지는 않았다.

한시름 놓았다.


아들 고양이,

오늘 따라 밥 먹는 것보다 간만에 나온 따스한 햇살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뒹굴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최근에 낸 에세이집에는 겨울을 나기 전 아들 고양이의 모습이 작은 사진으로 들어가 있다.

뭐, 엄청난 사건은 아니지만, 하여간 아들 고양이가 메인으로 찍힌 사진이 책에 들어간...

 


대박, 고양이 아들 고양이 하품하는 모습이 제대로 잡혔다.

고양이 하품 하는 모습이, 워낙 포착하기도 어렵고, 빛이 조금만 어두우면 그냥 흔들려서 나오기가 일쑤다.

엉겹결에 카메라 켜자마자 찍은 거라, 이것저것 조정할 틈도 없이, 어제 썼던 ISO 800값에 그냥 맞추어져 있어서...

사진은 맘에 들지는 않는데, 역시 우연히 잡은 하품하는 모습이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잡혔다.


글쎄...

나는 연출하거나 그런 사진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그 상황대로 찍는 편이라... 너무 날 것을 찍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마지막에 잡힌 아들 고양이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순간, "행복이란!", 그런 문장이 머리를 스치고 갔다.

조금 더 가까이가서 클로즈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 그것은 약간 멀리에 있을 때,

자기가 알아서 오는 것이다.

더 들어가서 자세히 보려고 하거나, 손에 쥐려고 할 때,

그것은 포말과 같이 날아가는 것.

그건 누가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도 아닐 성 싶다.


어쨌든 봄,

행복이 잠시 피어오르는 것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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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는, 그냥 똑딱이 썼다.

좋은 카메라를 쓰는 데 대한 일종의 이상한 거부의식 같은 게 있어서, 줌 배율이 높은 후지 카메라 썼었다.

책의 양식을 바꾸면서, 포토 에세이를 구상하면서...

별 수 없이, 카메라를 바꾸었다.

똑딱이에서, 좋은 건 고배율... 300미리에서 400미리 존을 주로 썼다.

고양이 찍거나, 관찰하는 사진들은 고 정도가 딱 좋은데... 좋은 품질의 사진은 기대할 수 없지만, 그냥 일상 생활에서는 오히려 그게 더 좋다.

하여간 카메라를 얼마 전 바꾸었다.

렌즈는...

아직 고민 중, 그냥 1850, 표준 줌  하나 달려있다.



표준 줌 처음 들고 야옹구 앞에 나타난 순간,

그냥 책장 위로 올라가버렸다.

카메라 엄청 싫어한다.

쉬악질이라고 부르는,

그런 것도 한다.



하여,

200미리 정도 되는 렌즈 살 때까지 그냥 포기하고...

그래도 오늘으 어떨까, 잠시 카메라를 들어봤더니...



잠시 조리개값 만져 보는 사이, 벌써 일어나 버려서...

그리고는 냅다 고개를 흔들어대더니...


휙...결국 포기, 그냥 오토로...


고양이 스트레칭...

 

 



그리고는 냅다 달린다...

얼굴에는 원망이 가득하다.

뭐... 쓸 수 있는 사진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달리는 사진을 잡은 건,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마음으로 보는 사진.

야옹구 뛰는 거 따라가다 보니, 뭐 일부러는 아니고...

연출한 것과 유사하게 되었다.

고양이 사진 찍을 때에는, 플래쉬는 물론이고 보조광도 못 쓴다.

랜즈가 좀 밝았으면 싶은데...

e 마운트에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는 듯 싶다.

135 단렌즈, 요거, 딱인데...



같은 날, 빛이 좋은 마당에서 엄마와 아들 고양이,

화사하게 나왔다.

요 느낌... 난 좋다.

50밀리로 요렇게 찍으려면, 얼마나 가까이 가야 하는지...


오늘은 한미 FTA가 발효한 날...

사실, 그냥 있으면 너무 우울할 것 같아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고양이 사진을...


야옹구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달리고 싶다...

지난 수 년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주변에 공무원들이나 경제인들이 싹 사라졌다...

그야말로 시방 나는 위험한 존재.

그 대신 시민들과 저잣거리에서, 그들과 함께 이 순간을 같이 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

나도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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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의 부부 고양이 사진이 남아 있는 게 있어서...


작년 겨울을 나고, 봄에 본 부부 고양이의 모습이다.

이 때만 해도, 이 부부가 자식을 낳고, 새끼를 거느린 가족이 될 지는 나도 몰랐다.

엄마와 자식, 이렇게 사는 가족들은 이 마당에 가끔 있었는데...




이 녀석이, 카리스마로는 이 동네 짱을 먹은 녀석이다.

지금은 구청에서 중성화 수술을 당하고, 좀 초라해졌지만, 이 때만 해도 카리스마 장난 아니다.

 

 



처음 내 앞에 나타났을 때는, 진짜 삐쩍 골아서 남루한 모습이었지만...

겨울 한 철 잘 먹였더니, 정말 한 꺼풀 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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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집에서, 올해는 이사를 가려고 한다. 몇 년간 같이 살았던 고양이 식구와 헤어지게 될지, 어떻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른다.

어쨌든 마지막 겨울이 될지도 몰라서, 올 겨울에는 얘네들 엄청 잘 챙겨 먹었다.

어차피 자연에서 혼자 살던 넘들이라...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아서, 겨울에 얼어죽지는 않게 하겠다고, 가을부터는 정말 성실하게 밥을 줬다.




일요일, 오늘 따라 담벼락 위에 있던 아빠 고양이가 먼저 왔다.

보통은 엄마 고양이와 아들 고양이가 먼저 오는데...

아빠는 이 식구들과 언제까지 같이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봄이 되면 새로운 짝짓기가 시작될 거고, 아빠는 영 쓸 데가 없다.

게다가 가을에 구청에 끌려가서 중성화 수술도 해서...

이 가족에서는 군식구인 셈이다.



하여간 혼자서 식사를 마쳤다.

아빠는 혼자 먹는 경우가 많다. 식구들이 다 먹은 다음에 먹거나, 아니면 혼자 와서 따로 먹고 가거나...


다 먹고 휴식 중. 먹을만큼 먹었다 싶었다.



잠시 후에 엄마 고양이가 나타났다. 

소, 닭 보듯 하나 싶었는데...


엄마 고양이가 아빠 고양이한테 뽀뽀...

부부의 정, 진짜 애틋했다.

2년 넘게 보던 부부 고양이인데, 이런 모습은 나도 처음 봤다.

프랑스식 비주라고나 할까...

어쩌면 긴 겨우내, 영하 10도 이하를 버텨낸 것은,

자기들끼리 체온을 나누며 부등켜 안고 지냈던 시간들일까?


엄마, 밥 먹으러 간다 싶었는데...


간만에 같이 하는 식사라서 그런지,

금방 먹고 포만감에 기지개켜던 아빠 고양이가 다시 먹기 시작한다.

동물도,

꼭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것만은. 아. 니. 다.

 

잠시 후, 아들 고양이가 나타났다.

(아, 삥이 나무에 가서 맞아버렸다... 이제 나도 눈이 많이 나빠져서, 수동으로는 촛점을 거의 못 잡고, 그냥 기계에 맡겨두는데, 가끔 반셔터 미스로, 결정적인 장면에 요딴 일들이 생긴다.)

 


아들 고양이가 잠시 나를 쳐다본다.

세 마리의 고양이 중에서, 나를 제일 좋아하는 게 이 아들 고양이다.

반면에 내가 가장 애뜻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제 이 가정에서 쫓겨나지 모르는 불안한 균형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아빠 고양이...

늘 넉넉하게 먹이를 주려고 하는 것은,

수용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 가장 먼저 쫓겨날 것이 아빠 고양이라서...

 

이번에는 아빠가 고개를 들고 나를 본다.

자식, 많이도 먹는다...

 


엄마의 몸단장. 하루에 고양이는 몸단장으로 1시간 정도는 쓴다는 것 같다.

아, 나는 몸단장으로 하루에 몇 분을 쓸까?

(1분도 안 쓰는 날도 많은 듯 싶다. 고양이한테, 이런 건 좀 배워야 한다.)


모든 행복을 다 느낀 하오의 아빠 고양이,

이제 당당하게 퇴청하신다.


아들도 먹을만큼 먹었다.

이사 가게 되면, 수의사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 녀석들을 데리고 갈까 고민하게 만든 게, 바로 이 아들 고양이 때문이다.

지난 여름, 장마가 한참일 때 세 마리가 우리 집 거실 앞에서 태어났다.

며칠을 새끼 고양이들의 울음과 함께 장마철을 지냈는데...

결국 가을이 오기 전, 두 마리는 구름다리 건너고,

이 녀석 혼자 남았다.

사라져버린 두 마리를 생각하며, 열심히 걷어 먹였는데...

그래서 이 녀석은 덩치는 부모들만해도, 자연에서 혼자서는 못 살아간다.


아들 고양이도 스트레칭.

아직 살짝 영하의 날씨이지만, 영하 15도씩 한참 가는 겨울을 버텨낸 녀석들에게는,

이제 세상은 이미 봄이다.

밥도 넉넉하게 먹었겠다,

정말로 여유롭다.

 

 



이 녀석들 말고도 마당에 사는 고양이가 몇 마리 더 있다.

겨울에 이 녀석들이 먹은 사료가, 오늘 세어보니 30킬로그램 정도 된다.

어쨌든...

다들 무사히 이 번 겨울은 넘겼다.

녀석들과 함께,

나야말로 삶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동네에 소문이 나서 그런지,

골목길 다닐 때면 꽤 많은 고양이들이 나한테 인사를 하고 간다.

아주 춥거나 힘들 때, 우리 집에 와서 뭐 좀 챙겨먹고 가는 녀석들...

겨우내,

내가 진짜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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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마당에 검은 고양이가 나타난 것은 지난 가을이 끝날 무렵이었다.

일년에 몇 번, 마당을 차지하기 위한 고양이들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2년 전에 이 싸움에서 승리한 누렁이가 일가를 이루고 산다.

물론 그렇다고 이 가족들만 마당에 사는 건 아니다.

나는 늘 먹이를 주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친하게들 지낸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일요일 오전, 검은 고양이가 마침 혼자 있던 아들 고양이를 밀쳐내기 위한 싸움을 걸었다.




늘 나를 보자마자 도망가던 검은 고양이에게 무슨 심경이 변화가 생겼는지, 혹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는 모른다.

어쨌든 다른 동네의 고양이들도 먹고 갈 수 있게 나는 먹이를 넉넉하게 주는 편이다.

오늘 처음으로 사진을 찍을 잠깐의 시간을 낼 정도로, 검은 고양이가 가깝게 왔다.

(물론 실제로는 300미리 정도 되는 줌을 썼으니까, 사진으로 보이는 것처럼 가깝게 있지는 않다.)


사진을 보고서야, 엄청 큰 상처가 생긴 줄 알았다.

삶이란...

치료를 해주고 싶지만, 그럴 방법은 없다.


오후에 나오는데, 가족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들이 마당에서 같이 쉬고 있었다.

하여간 변화가 생기기는...

아빠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엄마 고양이와 아들 고양이가.

상처가 안 스러워서 특식으로 주는 사료를 줬다.

팽팽한 분위기...

누렁이들은 사료는 양보해도, 캔까지 양보하지는 않을 모양새다.


짜리하게 경계하고 있는 게 엄마 고양이.

그냥 내 마음에는, 검은 고양이의 상처가 안되서 뭐라도 좀 주고 싶었던 거지만.

그거야 내 생각이고.


사진으로 보니, 검은 고양이의,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상처가 더 안스러워 보인다.

상처난 고양이는 물론이고, 꼬리 잘린 고양이 등, 동네에서 숱하게 보기는 하지만.

어쩐지 내가 거두어 먹이는 고양이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는 않다.



남 먹는 거 보지 말라고...

그래도 이 녀석들이, 혈연이 아닌 다른 고양이가 이렇게 가깝게 오도록 하는 건 처음 보았다.

며칠 이렇게 실낭이를 하다가, 그냥 식구처럼 살게 될 듯 싶다.



엄마는 벌써 다 먹었고, 아들이 남은 걸 핥는 중이다.

검은 고양이, 뭔가 냄새에 이끌렸는지, 나도 좀 줘...

해보지만 소용없다.



엄마 고양이가 아들이 남은 걸 다 먹을 때까지, 검은 고양이를 견제한다.

이 집 아빠 고양이는, 2달 전 구청에 끌려가서 중성화 수술을 하고 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동네 짱이라, 카리스마 만빵이다.


식사 끝...

물론 사료가 충분히 있어서, 검은 고양이도 굶거나 그럴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만 상처가 너무 안되어서 따로 뜯어준 특식은, 구경도 못했다.


어쨌든 어제와 같은 전투 분위기는 아니고,

옆에까지 오도록... 사실은 많이 친해진 거고, 많이 익숙해진 것.

싸우면서 정든다는.


이 고양이 가족들이 언제까지 갈지는 모른다.

봄이 오면 또 새로운 짝들을 찾기 시작할 거고, 엄마들이 아기를 가지게 되면,

가족 구성에 전혀 새로운 변화들이 온다.


안방에 사는 야옹구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마당 고양이들.

carrying capacity, 수용능력이라는 생태학에서 사용하는 아주 딱딱한 개념 같은 것을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삶...

이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내일은 동물병원 가서, 검은 고양이 뭐 먹는 약이라도 없나, 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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