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달에 카드값이 좀 많이 나왔더니, 아내가 냉장고 앞에 뭔가 잔뜩 붙여놨다. 벤자민 플랭클린이 한 얘기다. 이 아저씨, 이것저것 참 말도 많이 했다. 드물게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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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쓸 때 문체는 늘 고민스럽다. 내가 다루는 문제들은 주로 어둡고, 슬픈 얘기들이 많다. 힘든 사람들, 어려운 형편의 일을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예전에 kbs에서 올해의 책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심사평 중 기억에 남는 것이 "다른 책은 나쁜 놈들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이 책은 불쌍한 사람에 대해서 다루었다"는 것이었다. 어렵고 힘든 것들, 그런 곳에 주로 관심이 가고, 뭔가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주로 다루게 된다. 

'명랑'을 기조로 삼게 된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재의 무게에 눌려서 얘기를 밀고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힘든 얘기를 더 힘들게 묘사하면, 정말로 지지리 궁상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집어들기 너무너무 어렵고, 무거운 얘기가 된다. 세월호와 배에 대한 얘기를 다루었던 "내릴 수 없는 배"의 경우가, 그 무게감을 이겨내기 어려웠던 경우였던 것 같다. 그때 다루었던 연안여객의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배에 대한 얘기를 다루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배에 대한 주제로 강연 부탁이 많이 왔었는데, 대부분 안 갔다. 섬에 대한 얘기도 아주 일부 다루었는데, 그런 얘기를 우리나라에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섬의날에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제 부탁을 받았는데, 그것도 여러가지 상황상 하기가 어려웠다. 

팬데믹 얘기를 다루면서, 다시 한 번 톤과 문체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고, 생각보다는 '종료 선언'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 바뀌게 된 사람, 그것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게 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만 수백만 명이 될 것 같다. 자살하게 될 사람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은 최대한 밝고 웃기게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2~3학년들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책을 처음 쓸 때에는 소위 정책당국에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야말로 나의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간이 오래 지난 다음에 알았다. 그건 그냥 소망이고, 현실은 그와는 아주 다르다. 그런 방식으로는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또 본다고 해도 아무 변화도 안 생긴다.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물론 논문 보다는 그래도 좀 더 보기는 하지만, 그런 얄팍한 생각으로는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읍소를 하면? 택도 없다. 그런 식으로는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책도 몰입감을 가지고 보던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아마도 사회과학을 그렇게 몰입감을 가지고 보는 사람은 우리 나라에서 2만 명 내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상이 주는 몰입감을 당할 방법이 없다.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데, 그 앞에서 하는 읍소는 지지리 궁상, 공감 대신 혐오만 사게 될 위험이 있다. 물론 읍소를 예술적으로 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그건 매우 높은 수준의 예술이라, 나는 하기 어렵다. 

코로나의 경우는, 딱 비극적이고, 비장하게 가기 좋은 주제다. 내용도 그렇다. 그래도 그렇게 안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엄청나게 경쾌하고 밝게 가기는 어려운 얘기인데, 그래도 그렇게 해 볼 생각이다. 농업경제학 이후로 몇 권째 계속 중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들을 쓰는 중이다. 어렵고 까다롭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뭐라도 변화를 생각할 수 있다는 마음은 변화가 없다. 짧게 짧게 끊어가고, 얕은 유머도 많이 넣을 생각이다. 묵직한 직구가 아니라, 약간은 날리는 변화구 같은 느낌으로. 정통 사회과학으로 보자면, 정말 간지러운 문체가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 다른 옵션은 없을 것 같다. 유튜브랑 경쟁을 하는 건 아예 게임이 안 되지만, 그래도 어쩌겠냐.. 그렇다고 아예 반대 방향으로 갔는 것은 무모하고, 방법 없는 일이다. 그냥 편하게 마음 먹고, 개쪽을 한 번 판다고 숨 한 번 들이키고.. 쪽팔림을 감수하는 길을 가보려고 한다. 

쓸 수 있는 파격은 다 쓰고, 동원할 수 있는 유머는 다 동원하는 방식으로 팬데믹 경제학은 좀 다른 스타일로 가보려고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책 제목과 내용을 보면, 다 알 것 같다는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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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판데믹 경제에 관해서 책을 쓰기 시작한다. 다음 달이래봐야 얼마 남지도 않았다.

연초에 코로나에 대해서 책 써달라는 부탁이 엄청 많았다. 책 한 권 분량을 정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그때는 너무 불확실한 것들이 많아서.. 속공 대신 지공을 선택했다. 판단을 12월로 미루었다.

12월을 앞두고, 이제는 많은 것이 조금은 더 선명해졌다. 원래는 백신 보급 시작되면 그때 쓰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크게 상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depth와 length라는 변수가 있다고 할 때, 경제 위기는 많은 경우 depth를 고민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length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우에는 지공이 맞다. 많은 것들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이후, 그후에 천천히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수능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 외에는 대부분이 내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움직인 것 같다.

거시경제에 대한 책을 한 번쯤 쓸 생각이 있었는데, 아마 이 책이 거시경제에 대한 얘기들을 가름하게 될 것 같다.

아마 4년 정도 지나기 전에 한국은 그냥 선진국도 아니고, 프랑스와 일본은 국민소득으로 넘어서는.. 그런 선진국 1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 코로나는 그런 변화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뭘 엄청나게 잘 해서가 아니라, 다른 데가 너무 못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편안해질까? 내부의 분열은 더 강화되고, 단절 현상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선진국이 되면 선진국 현상이라는 게 벌어질 것이라는 게 된다. 이게 우리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가혹할 수도 있다. 자영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원래도 생길 변화였는데, 코로나가 이걸 더 자극한 것에 가깝다.

세계적 변화도 생겨난다. V자형으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이 위기가 길게 영향을 미친 경우였는데, 우리도 이 순간을 넘지 못하고 80년 공항으로 갔었다.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 유형으로 경제의 구조 자체가 변했다. 길이가 영향을 준 경우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가 그냥 원타임으로 지나갈 문제인가? 팬데믹은 앞으로 또 올 것이고, 어떤 유형이 올지 모른다. 바이러스 자체에 주기성이 있는 것은 아닌데, 점차 출현주기가 주기적이 되어가고 있다. 그 자체는 우연의 변수인데, 사람들이 그걸 주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과연 크루즈에 진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선사가 앞으로도 그 계획을 유지할 것인가? 힘들거나, 확률을 줄이거나.. 하다 못해 리스크 분산이라도 하거나.

그런 전체적인 얘기들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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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끝났다. 올해는 늦게 끝나서, 정말로 한 해가 다 간 것 같다. 사실 다 간 것이 맞기도 하다. 

연말에 망년회 안 하면 망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작년은 완전 망한 해라서 망년회도 안 했다. 올해도 살짝 망한 해이기는 하지만, 작년급으로 망하지는 않은 것 같고. 코로나 때문에 망년회는 어려울 것 같다. 요번 주에 첫번째 망년회가 있었는데, 이래저래 취소. 

야구 시즌에는 삶이 단조롭더라도 매일 누군가 박 터지게 붙고 있으니까, 그걸로 신경을 많이 분산시킬 수 있다. 물론 그래도 머리 빡빡한 건 마찬가지지만, 잠시라도 다른 것들을 집어넣고.. 

어쨌든 야구가 끝나면 다음 시즌 시작할 때까지, 멍하다. 그만큼 재밌는 일이 없는 듯. 대체 이놈의 야구를 왜 보느냐 하면서, 30대까지는 야구장 종종 쫓아다녔는데.. 아이 태어나고는 야구장 못 갔다. 지금 같이 지내서는 아마도 내 생에 야구장 다시 가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맨날 지는 야구를 뭐하러 보냐면서도 틈만 나면 야구장 가던 30대를 지나고.. 

이제는 득도의 경지다. 지면 지나보다, 이기면 이기나보다.. 지는 게임은 보다가 그만 보면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러다가 이길 분위기면 다시 보면 된다 (핸펀으로 결과 계속 확인하는 걸 보면, 완전 득도의 경지다..) 

다른 데서는 이렇게 무념무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틈틈이 분노하고, 가끔 크게 열받는다. 아직 멀었다. 내 인생에 작은 소망이 있다면, 죽을 때 추접스럽지 않게, 그리고 웃으면서 죽고 싶다. 말만 그렇게 하고 아직도 추접스러운 욕망들이 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야구 보는 순간 만큼은 거의 득도의 경지다. 팀과 상관 없이, 저 아저씨 정말 잘 하신다, 야아! 다른 일은 이 정도로는 못 한다. 그런 이유로 야구를 보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욱 야구를 사랑하게 된다. 

얼핏 NHK 보니까 히로시마 토요카프의 투수가 이번 달 최우수 선수상을 탄 것 같다. 그것도 괜히 기쁘다. 반쯤은 시민구단.. 맨날 꼴찌에서 헤매더니 몇 년 전에는 우승도 했다. 괜히 응원한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닌데.. (히로시마 돔구장에도 갔다왔고, 모자도 사왔다..)

증오를 내려놓고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직도 머나먼 경지다. 그렇지만 팀이 이기든 지든, 크게 분노하지 않고 크게 낙담하지 않는, 그런 경지까지는 간 것 같다. 물론 롯데의 끈질긴 팬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몇 년 전 부산 삼겹살집에서 야구 보다가 롯데한테 역전하는 순간이 있었다. 옆을 돌아다보니까, 티 내면 맞아죽을 것 같았다. 

인생을 야구처럼 살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이기든 지든, 매 순간을 나의 게임으로 생각하고 뛸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매일 이길 수도 없고, 늘 상위권에 있을 수도 없다. 그냥 그날그날의 게임을 뛸 뿐이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내려놓는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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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얘기 등 최근의 토건 열풍을 모아서 한겨레 토요일자에 글을 쓰기로 했다. 모르는 척 혹은 못 본 척 그냥 넘어가면 그만인데, 나중에 내가 이 순간을 돌아보면 괴로울 것 같아서 결국 쓰기로 했다. 

학자라는 게 뭔가 싶다. 전문가라고 하면 입장이 훨씬 편하다. 아는 건 아는 대로 말하고, 지식을 돈과 바꿔도 크게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 반면에 학자라고 하면, 뭔가 의무감이 생긴다. 그런데도 왜 난 학자라고 말할까? 나중에 내 삶을 돌아봐, 양아치로 살았다고 회상하기 싫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로펌에서 제안이 오기 전에 외국 컨설팅 회사에서 제안이 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제안들이 그 시절에는 많았다. 요즘에야 하버드 대학에서 제안이 왔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만, 뭐.. 실제로는 왔었다. 그렇게 살아도 되기는 했는데, 좀 더 좁고 배고픈 길을 선택한 이유는.. 해탈까지는 아니더라도 20대의 나에게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그 바람에 아내는 결혼 초 된통 고생을 했다. 원형 탈모증까지 생긴..) 

이게 그렇다. 뭔가 하자고 하는 데에는 돈과 권력이 움직이는데, 뭔가 하지 말자고 하는 데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배고픔과 시련만이 따른다. 하긴.. 배고픔은 좀 덜 먹으면 그만이고, 시련은 버티면 그만이고. 

매사에 양심을 기준으로 살았다고, 뭐 그렇게는 말 못한다. 나도 적당히 눈 감기도 했고, 은근슬쩍 모르는 척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큰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눈 감지는 않고 살았다. 

이런 젠장, 신문 칼럼 하나 쓰기 전에 이렇게 한숨부터 크게 쉬고 살아야 하니.. 대통령 만세 외치면서 쉽게 사는 길을 나는 왜 이렇게 돌아가며 사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글 쓰기가 너무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 말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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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큰 애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기로 한 날이다. 큰 애가 오늘은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되냐고 한다. 왜?

"신나게 놀려구요."

친구들이 게임기를 각자 가지고 와서 신나게 놀려고 한단다. 아들은 아직 게임기 없다. 다들 집에서 게임기 가지고 노는데, 엄마들이 그냥 두지를 않으니까, 몇 달 전부터 서로 돌아가면서 친구 집에 가고.. 또 간 집에서 게임만 하다가 난리가 나니까 이래저래 돌아가면서 하다가 우리 집 차례까지 온 모양이다.

코로나로 돌봄 교실이 닫았다 말았다, 학교 보안관실도 닫던 날이 있어서 핸펀 사줬다. 아이들끼리는 칼 같은 비상 연락망이 유지된다.

이게 막는다고 해서 될 일인가 싶다. 크게 뭐라고 안 했다. 뭐라고 해봐야 결국 대화만 단절될 뿐 아니겠나 싶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가기 싫다고 버티고 버텨서, 몇 달간 학교 안 갔었다. 나 닮았으면 지금처럼 그냥 학교라도 다니고 있는 것만 해도 잘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모범생처럼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정상적으로 수업에 열심히 들어갔던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잠깐, 유학 가서 대학원 한 해, 그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대부분 시간 설렁설렁.. 땡땡이도 많이 치고. 박사 과정 때 너무 좋았던 건, 알아서 하면 되는 때라서..

아들 학교 친구 중에는 요즘 방황하는 친구도 있다. 집에 제 때 안 들어가고, 이 집 저 집 놀러다니고, 학원도 심심하면 빼먹고.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갈 2학년들, 아이와 소년의 경계에서 방황이 시작된다. 그나마 친구 집이 서로 약간의 일탈의 공간이긴 하다..

그나마라도 열려 있어야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지, 모든 게 닫혀 버리면 갈 데가 없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잠시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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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데리고 도서관에. 이제 진짜 다 키운 것 같다. 자기가 알아서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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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인데, 해야 할 일이 겁나게 밀렸다. 뭐, 심사해달라는 게 있고, 읽고 검토해달라는 게 있고. 이제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꼭 내일이 마감인. 난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그냥 해줘야 하는 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지 모르겠다.

부산 공항 문제로, 공항에 관한 것들 모아서 글을 한 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되어서, 담당자 전화번호도 어딨는지 잘 모르겠다. 귀찮다 싶은.

문득 수레바퀴 앞에 선 사마귀 얘기가 생각이 났다. 당랑거철.. 내 인생 자체가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맨날 되도 않는 싸움 앞에 서서, 맨날 지면서 살았다.

내가 쓴 글들 보기 싫은 사람이 뭐라고 하면, 그냥 시간이 안 가서 심심해서 썼다고 말하고 만다. 사실 심심해서 그렇게 정부 불편하게 하는 글을 쓰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 이제 글 같은 건 쓰지 말고 애들하고 시간이나 보내면서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민주당 여당 3년차 되니까, 사실 정부만 놓고 보면 mb 3년차하고 뭐 그렇게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자원외교 한다고 하고.. 와, 그때 대단했다. 공항 짓는다고 하는 그때나 지금이나, 뭐가 그렇게 다른가 싶다. 자원 빈국인 한국이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시장에 좀 참여해서 미래를 대비한다는데, 왜 이렇게 지랄이냐고..

그냥 그렇게 도도하고 강하게 지나가는 수레 앞에 서서 버텨보는 사마귀처럼 산 것 같다.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이렇게 살 것 같다.

월요일에 큰 애 학교 개교기념일이라고 학교 안 간다. 다행히 그날은 아무 일정이 없다. 둘째는 어린이집의 부모가 확진자라고 하는데, 오늘 검사 나온다고 하더니 아직 연락이 없다. 이래저래, 둘째도 그날 그냥 집에 있고 싶다고 한다. 둘 다 데리고 있기로 했다. 애들 둘 보다 보면, 사실 아무 것도 못하고 한나절 그냥 간다.

그 와중에 공항은 어떻고, 토건은 어떻고, 짬을 내서 그런 글을 쓸 생각하니까, 에고.. 사는 게 왜 이런가 싶다.

수레 앞에 마주서는 사마귀가 무슨 마음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토요일 밤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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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함께 지자체가 강화되지만, 그 영향으로 공항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몇 번 쓰기도 하고, 강연도 했다.

가능성만 놓고 생각한 건데, 현실은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토건과 민주주의, 뒤집어 놓고 생각해볼 주제이기는 하다. 이광재 이후로 민주 투사와 토건이 결합된 스타일들이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 87년의 대안으로 제시된 새로운 스타일이 한 쪽으로는 삼성의 유능함, 다른 한 쪽으로는 MB식 성과주의랑 결합.. 슬프지만, 우리가 지나온 과거가 그렇다.

결국은 공항은 죽도록 앞으로도 10년간 지어댈 것 같다. 4대강 22조도 이미 날린 국가인데, 또 다른 22조를 누가 두려워하랴.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것 때문에 나라 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복지 등 필요한 사회적 프로그램이 지체될 뿐이지..

진선미의 택도 아닌 말.. 진선미도 진선미지만, 진선미가 주거 관련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서 끌어간다고 할 때, 별 거 없을 거다.. 이미 결론나온 일 아닌가 싶다. 주거 문제를 진선미가 무슨 수로 풀겠나. 자리에 누군가 앉아야 하니, 그 자리에 앉은 것 뿐이지.

그나마 지금 욕 먹는 게 낫다. 앞으로 결과 나오면, 호텔 아파트와는 비교도 안 되게, 뼈골이 갈릴 정도로 욕 먹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면 이제는 은퇴한 원혜영 생각이 날 수밖에. 별로 인기는 없어도, 뭐라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는데 지독할 정도로 집착했던 인간이다. 폼은 안 나지만, 성과물도 꽝은 아닌 스타일.

그나저나 세상 참 묘하다. 성희롱 사건으로 원래도 이상했던 부산 시장이 급작스럽게 물러난 게, 결국 가덕도 신공항의 10조 정도 되는 개발사업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게.

한국의 토건 자본이라는 게 참 무섭다. 조그마한 틈과 약간의 우연도 다 비집고 들어가, 결국은 공항 아니면 철도로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기가막힌 기도문, "나의 아버지 요셉의 아버지이신 하느님, 기도하지 않는 자의 기도도 들어주십니까?", 이렇게 시작하는 기도의 바로 그 요셉의 아버지도 이렇게까지 우연과 우연으로 사건을 설계하기는 어려웠을 듯 싶다.

뭐라고 한 마디 하면, 서울 살면서 뭐든 다 누리는 것들은 빠지라..

코로나 한 가운데에서도 토건 시계는 잘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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