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출판계에서는 1, 2라는 이름으로 보통 불리는데, '팔팔 투', 이런 식의 코드명으로 불리는 것 같다.
시리즈를 다 끝내고 나서 한 번쯤 그런 애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언감생심 넘볼 처지는 아니지만, 이 책의 첫 모티브에 해당하는 것은 아마 국내에서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영화겠지만,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Pour Sacha>, 사샤를 위하여라는 영화의 몇 장면과 관련되어 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소피 마르소 얘기하면, 뭐 누군데, 그러겠지만, 소피 마르소와 피비 게이츠 그리고 브룩 쉴즈, 그렇게 당대를 분할통치하던, 요즘은 쓰지 않는 갱지 연습장의 표지 모델들이었다. 나는 소피 마르소가 프랑스에서는 엄청 유명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뭐 그렇게까지 유명한 것 같지는 않고,까뜨리느 드뇌브나 줄리에트 비노시나 그런 몇몇 배우에 비하면 연기 잘 못하고 별로 관심 없는 약간 B급 여배우 분위기였던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하여간 약간 나이를 먹어서 나온 영화인데, 인기가 떨어지다보니, 전라의 수영장면도 나오고 그러지만, 영화에서 그런 걸로는 별로 어필하는 바는 없고.
한국에는 생소한 이스라엘의 키부츠에 관한 것인데, 키부츠로 들어간 열혈 운동권 출신 커플인 사샤와 그의 연인인 소피 마르소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때 68혁명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그 대학생들이 그 뒤에 어떻게 되었나, 그리고 그들의 생각은, 그런 것을 따라가면서 보여주는 영화이기는 한데, 예술영화임을 슬쩍 자처하는 프랑스 영화들이 대개 재미없듯이, 뭐 그닥 머리에 빡 때리는 뭔가가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여간 이 영화에서 소피 마르소에 대해서 묘사하면서, 그가 그래도 68 출신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 도구 2개가 등장한다.
하나가 'Gitane Blue'라는 담배이고, 또 하나가 바로 키부츠의 작은 개인 사물함에 꽂혀있는 샤르뜨르의 <존재와 무>...
지딴 블루라는 담배는, 와, 나도 어지간히 독한 담배를 피지만,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독하고, 시가 냄새를 별로 맡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우와... (나는 당시 골라우즈 루즈라는, 역시 싸구려 담배의 대명사인 프랑스 민족 담배를 피웠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지딴 블루는 싸고 독하고, 그리하여 노동자들을 상징하는 것이었는데, 68을 계기로 학생과 지식인들이 주로 피운다고 해서 일종의 인텔리에 대한 상징과도 비슷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공장으로 간 386들의 손에는, 뭐 청자나 한산도 정도 해당한다고 할까?
소피 마르소는 프랑스에서도 그렇게 지식인과는 좀 거리가 먼 상징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에뛰디앙뜨>라는 영화에서 무척이나 지적인, 우리 식으로 하면 교수임용시험 정도 되는 걸 공부하는 시간강사 정도를 연기한 적이 있지만, 어쨌든 본인은 노력은 하지만 자꾸 일반인들은 백치미로 이해하려는.
그런 그녀의 손에 <존재와 무>라는 책이.
물론 보자마자, 이게 무슨 얘기인지 뻔히 알 수 있는 그런 상징물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때부터, <존재와 무>라는 게 과연 프랑스 사회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정말로 대학생들이 그렇게 이 책을 열성적으로 읽었는지, 바로 확인작업을 시작했는데, 와, 그 때 알게 된 게, 이 골때리도록 어려운 책이 고등학생들의 필참서 - 필독서는 아니었다고 한다 - 정도 되었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상황이 그래서 젊은 강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자신도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가지고는 다녔다고...
<88만원 세대>에 나온 샤르트르에 대한 애기들은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Pour Sacha'라는 영화를 보고 너무 궁금해서 그 당시의 고등학생을 지냈던 사람들을 만나서 확인해 본 얘기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알게 된 놀라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실이, 사실 진짜 변화는 대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으로부터 나왔다는...
이 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당시 지도교수이고 은퇴를 앞두고 있던 니꼴라이 선생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영감쟁이가 그 당시 고등학생들의 폭력적 행태와 특히 지방에서 벌어졌던 소요사태의 진실들에 대해서, 아무 꼼꼼히, 그러면서 박사논문 쓸 때 10대들의 행태에 대해서 좀 공부를 해보라는.
당시 내가 듣고 배웠던 모든 68에 대한 얘기들은 "오, 필승 대학생" 이런 분위기였고,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 확인한 얘기도 대부분 대학생 버전이었는데, 왜 아무도 당시 고등학생들의 그 영웅적 행태 그리고 샤르트르의 관련성에 대해서 얘기해주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에 있던 시절에 68에 대한 학계의 논의에서 맨 앞에 있던 것은, 마치 요즘 '386의 변절'이라고 툭툭 치는 게 일종의 국민 스포츠처럼 된 것처럼,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밑바닥에서 있었던 일은 가려져서 잘 얘기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의 경제 대장정 12권을 준비를 하면서, 샤르트르처럼 고등학생들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주었던 그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언감생심, 좀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뭐 별로 그렇게 생각했던 결과는 생기지는 않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방식의 질문거리를 하나 안겨주게 된 것 같기는 하다.
연구자와 '개입성'이라는 약간 오래된 질문이 있는 셈인데,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지.
원래 <88만원 세대>는 녹색평론을 위해서 준비했던 책인데, 약간 복잡한 이유로 출간을 못하게 되면서 우여곡절을 거쳐서 레디앙으로 원고가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출판사가 바뀌니까, 이젠 좀 더 편하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자고, 장 하나를 추가하였는데, 이 때 바리케이드와 짱돌에 관한 얘기들을 새로 집어넣게 되었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로 넘어오게 되면서, 예측과 개입이라는 두 가지 범주 사이에 나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질문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일종의 메타 텍스트에 대한 질문 같기도 하고, 이걸 내가 만든 건지, 아니면 원래도 생길 것인데 조금 먼저 발화하면서 그냥 얹혀가는 것인지, 나도 구분하기가 어려운 시점이 오게 된 셈이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 청년 유니온이 생길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랐다.
특히 대학별 알바 노조가 생겨날지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사례가 없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진짜일지, 아닐찌는 나도 좀 긴가민가했던 정도라고 하면 사태의 진실대로 말하는 셈일 것이다.
어쨌든 청년 유니온이라는 게 생겨났고, 이걸 내가 만든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그건 아니고 진짜 나도 모르는 어느 한 공간에서 알아서 생겨난 것이다. 나도 신문 보고 알았다...
물론 텍스트의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았겠지만, 전문 용어로하면, 부대적 상황 정도로 이해하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대학별 알바 노조가 진짜로 생겨날 것 같다. 나는 이게 생겨나면 진짜 사건이고, 지금까지의 지형도와는 전혀 다른 것들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로 생겨날 것 같다.
추진위를 띄우는 대학이 생겨났고, 아마 가을 학기를 경계로 꽤 확산될 것 같은 조짐이 보이는데, 어디까지 갈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원고 쓰면서 상상만 해봤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걸 뭐라고 해석을 해야할지, 약간 모호한 상태이기는 하다.
내가 사회과학에 대해서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여기에서 우리의 얘기를 하자"는, 시간성과 공간성 그리고 그걸 결합시킨 현재성에 관한 얘기들이 있다. 불어로 표현하면, dans la vie quotidienne라는, 20대에 약간 가슴 뭉클하게 생각했던 그런 개념이 있는데, 그걸 내 식으로 해석한게 현재성인 셈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사회과학에서 현재성은 텍스트와 텍스트 외부의 것이 혼재되어서 잘 분리시키기 어려운 지점이 생겨나는 것 같기는 하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내가 한국에서 20대를 가장 많이 만났을까?
variance로 표현하면, variance만큼은 분명히 높았던 것 같은데, 학과를 담당하고 직접 몇 명의 대학생을 졸업할 때까지 끌고 나가는, 혹은 이미 졸업해서 취업한 20대를 자기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아마 depth는 나보다 높았을 것 같다.
하여간 20대를 책 준비하면서 많이 만나기는 했으니까, variance만큼은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
지금은 variance도 높고, depth도 높은데, 이런저런 경유로 20대의 여러가지 고민에 관한 정보들이 쌓이는 속도만큼은 내가 제일 빠른 것 같다.
물론 일부러 노력해서 그런 건 아니고, 좀 조용히 있고, 다음 책 작업을 하고 싶어도, 여기저기서 일부러 일러 주거나 아니면 "당신이 이런 건 알아야 한다"고 하니까, 모르고 지내고 싶어도 억지로 알게 되는 정보들도 좀 있다.
청년 유니온의 출범으로 끝날까 아닐까 싶었는데, 또 다음 판이 준비되는 걸 보면서, 한국 사회의 역동성만큼은 아직도 전혀 죽지 않았다는,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진화의 속도만큼은, 한국이 여전히 당대 최고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조금.
대학생 알바 노조라는, 이 전대미문의 새로운 양식의 출범을 앞두고, 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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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네요.
건강에 유념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대전에서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혹시 청년 유니온 대전 행사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청년 유니온 다음 까페에서는 관련 행사가 안나와있네요,
행사 시기가 언젠가요?
안녕하세요 대학생님. 우샘의 "청년유니온 특별 초청강연"은 10월 29일 3시 충대(강연장 미정)로 잡혀있습니다. 강연기획의 디테일한 부분이 완료되지 않아 대외홍보는 10월 2째주 정도 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기에 청년유니온 까페에는 세부사항을 열람하실순 없을 겁니다.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시면 청년 유니온 까페 대전게시판에 적어주시거나 저에게 이메일을 주시면 회답하겠습니다. (geman22@gmail.com)
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