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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2011/10/18 02:41


유럽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프랑스와 독일은 많이 다르고, 라틴 국가들은 또 다르다. 북유럽 국가라고 하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다르고, 스위스는 또 다르다.

 

이런 것을 뭉뚱그려서 유럽이라고 표현할 때, 솔직히 좀 괴롭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유럽에 가는 게 귀찮아지고, 새로운 흥미도 줄어든 게 사실이다. 꽤가 난다고나 할까? 그 대신 일본 연구로 점점 더 옮겨가는 중이고, 일본이라는 사회를 좀 이해해보기 위해서 나름 시간을 들이는 중이다.

 

토마스 케이건의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는 취리히의 첫 장면에서 시작한다. 유럽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취리히에 2주 정도 처음 머물 때 정말 충격을 받았던 게 기억난다.

 

좋든 싫든, 나에게는 파리가 제 2의 고향 같은 곳이다. 물론 많은 파리에 살았던 외국인들이 그렇듯이, 나는 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에펠탑을 보고, “아 집에 왔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를 엄청 혐오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한가, 그런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다.

 

내가 정말 잘 사는 곳이라고 느꼈던 곳은 리옹, 그리고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라는 책에서 꽤 길게 소개된 본이라는 곳이다. 파리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도시는, 어쨌든 본이다. 수 년 동안 1년에 두 달 가량은 어떻게든 체류하게 되던 게, 예전의 내 직장 시절의 생활이었다. 줄기차게 가고 또 가고. 만약 본이 평안한 곳이 아니라면, 정말 가기 싫었을 것 같다.

 

이런 것을 기질이나 민족성 탓으로 설명하는 것은, 가장 쉬운 설명이다. 초기의 생태 인류학이 좀 황당했던 것들은, 이런 차이점들을 그 지역의 생태적 여건으로 환원시켜서 설명하려고 한 것.

 

사회라는 것은 좀 더 복잡하다. 토머스 게이먼은 지금의 미국과 독일 사이의 차이점을 노동조합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 그리고 기걸 복합적으로 결정하는 사민주의 체계라는 것으로 설명을 시도한다. 어쨌든 어느 사회에 속해있었는가를 기점으로, 두 집단의 삶은 차이가 많이 나니, 무엇이든 설명하려고 하는 수밖에.

 

그것이 제도 때문이든, 아니면 교육 때문이든, 독일적 삶과 미국적 삶, 그 사이에는 이제는 현격하게 많은 차이가 벌어져 있다. 삶의 불안으로 설명하든, 여가와 여유라고 설명하든, 혹은 실질 구매력 또는 가처분 소득에 근거한 개인 자산으로 표현하든, 어떤 지표를 들어도 차이는 명확하다. 다만 1인당 명목 GDP에서만 별 차이가 없다.

 

간만에 지나온 삶과 몇 가지 생각들을 잔잔하게 떠올려 보게 되는 책을 만났다.

 

머리 속에 몇 가지 수치와 시스템을 떠올리면서 보려고 하면 이 책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책이 된다. 수 십년 동안 저자가 독일을 방문하면서 가졌던 그 때 그 때의 경험과 변화, 이런 것들이 통독과 EU 창설, 세계화, 그런 논의들과 엮이면서 복잡한 메커니즘을 머리에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기처럼, 복잡한 내용들은 좀 잊고, 저녁 6시면 가게 문을 닫아버리는 그런 사회에 대한 구경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편해진다. 나는 책의 절반쯤에 가서야, 여행기편이 뒤에 있고, 그걸 정리한 저자의 결론이 앞쪽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좀 더 편한 독서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순서를 뒤집어서 뒤쪽을 먼저 읽고, 그 다음의 앞의 절반을 읽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책의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영원할지는 모르겠지만, 독일이 향후 수 십년 내에 당장 망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

 

저자는 일중독과 함께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독일에 대한 문을 들어가려고 하였는데, 나는 점심이라는, 좀 독특한 문으로 들어가보려는 생각을 몇 년째 하는 중이다.

 

하긴 그 입구가 뭐가 중요하겠나. 찬찬히 살펴보면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이 나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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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회장 2011/10/18 08:59  Addr  Edit/Del  Reply

    제가 요번 여름방학에 패키지 유럽여행을 다녀왔다고 말씀 드렸죠..
    정말로 불편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장실도 슈퍼도 모든 것이 불편했습니다. 안불편한 것 빼고 모두~~
    일본은 모두 편했거든요^^
    대신 사람들의 표정이 좋았습니다. 과하지 않은 그들의 시크하고 무표정한...
    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한 표정과 액션이 무섭거든요...
    어쩐지 유럽을 다녀온 다음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화를 잘 내는 민족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럽에서 산 다면 이탈리아에서 살고 싶고....
    유럽 전체가 화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방향에서 찍어도 사진이 끝내준다는 생각에

    아마도 한반도 땅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쩐지 뜨내기 같은 민족~~이 땅에 있어도 어쩐지 불안한 민족

  2. NGO의시대 2011/10/18 09:29  Addr  Edit/Del  Reply

    저는 일 때문에 가끔 해외에 나가는데 아직까지는 솔직히 한국이 좋습니다. 한나라당이 지랄을 해도...물론 돈 많으면 한국이 살기는 제일 좋죠 ㅠㅠ

  3. 나날 2011/10/18 09:50  Addr  Edit/Del  Reply

    아~요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불을 지르는 글..ㅎ
    쌤, 근데 '점심'이라는 독특한 문이란?
    혹시, 각 나라마다 점심시간의 환경을 분석하는건가요?훔..(그런거라면..
    잼있겠는데요..)

  4. 우당탕탕 2011/10/18 15:35  Addr  Edit/Del  Reply

    스치듯 생각하기에 우리나라도 6시에 문을 닫으면 GDP 가 화악 깎이지 않을까요? 6시에 문을 닫고도 건실한 시스템이란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

  5. 질문 2011/10/20 04:28  Addr  Edit/Del  Reply

    우박사님이나 블로그 방문하시는 다른분들, 석유 가격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려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안잡히네요. 수요와 공급, 석유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 등에 대해서 공부할만한 도서를 추천해주실 분~~

  6. 고담시민 2011/10/20 22:40  Addr  Edit/Del  Reply

    이 책 읽고있는데 번역서 답지않게 술술 잘 읽히네요. 저자가 글빨이 좀 되는듯

  7. 김병준 2011/10/29 19:31  Addr  Edit/Del  Reply

    우리는 외이리 다혈질인지
    유럽에서 돌아와서 공항과 철도 전철에서 바로 느꼈습니다
    여유가 없다고 해야할지
    누구나 절규하고 있었습니다
    아프다고 상처가 있다고
    우리민족은 너무나영혼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것 같았습니다
    1지금도 이느낌은 변하지 않네요

posted by retired 2011/09/05 02:22

은희경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

 




솔직히 내가, 은희경의 산문집을, 그것도 정가 그대로 주고 교보문고에서 사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절반 정도는, 특히 후반부 절반은 책방에 선 채로 읽었다. 그 정도면 보통 내려놓고 오지만, 은희경 산문집은, 진짜로 소장하고 싶었다.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자료가 될 듯 싶기고 했고, 워낙 특이해서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팍 때리고 갔다.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호기심, 그래도 간만에 간만에 은희경 책 하나 샀다는 스노비즘 그리고 시간을 좀 가지고 천천히 여러 번에 걸쳐 보고 싶다는 호기심. 그리고 무엇보다도 곽노현에 대한 얘기들은 잠시 잊고 지낼 수 있는, 전혀 다른 세계의 그리고 다른 포맷의 읽을 거리가 필요했다. 책을 짚어들자 마자 딱 뇌를 스쳐지나간 건, 이것이 옳으냐, 저것이 옳으냐, 그런 얘기에 대해서 불가근 불가원인 그런 도원경 같은 지역도 글의 영역에서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 어쩐지 은희경이라는 작가는 그런 자기만의 공간을 누군가에게 열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은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시인 최형미의 산문집에서도 유사한 느낌이 들었었다.

 

은희경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것은, 90년대 후반, 현대에 있던 시절, 울산으로 가던 비행기에서 뭔가 읽어야 할 것이 필요해서 집었던 게 처음이었다. 아마 세 권인가, 책이 나왔던 것 같은데, 대구에 가는 비행기에서도 읽고, 몇 주 사이에 출장으로 지방에 내려가던 비행기에서 내려가고 올라가면서 읽고, 그리고 던져놓았던 기억이다.

 

고만고만한 시기에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김형경의 <새들을 제 이름을 부르면서 운다>… 소설의 맨 앞에 나왔던 어느 여의사의 이름이 천리향인지, 만리향인지, 아직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원하지 않은 결혼을 결국 하게 된 어느 여인의 아픔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김형경 소설을 읽은 이후로, 비슷비슷하게 그 때 나온 소설들을 어지간하면 챙겨서 읽었고, 짧게나마 감상문을 적어놓기도 했었다.

 

아마, 이제 이런 소설은 그만 보자, 마지막으로 그런 그런 소설을 접었던 거의 그 즈음, 아마 마지막으로 사서 본 게 은희경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10년도 더 된 기억이다

 

물론 그 후에 소설을 전혀 안 읽은 건 아니다. 일본 문학의, 문제적 젊은 작가에게 준다는 상을 받은 소설을 읽었는데, 진짜 재밌는 것들이 좀 있었다.

 

소설가 김사과의 책들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문학적으로 척박한 나에게는 너무 소화가 어려웠고. 인간 김사과에는 그래서 늘 송구함이 있다. 나는 그렇게 문학적 소양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니까.

 

어쨌든 지금에 와서, 나는 은희경의 소설을 꼼꼼이 챙겨 읽는 그런 성실한 독자는 아니다. 오히려 내가 그의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던 그 시절의 삶, 그걸 더 혐오하는 편이고, 은희경은 마침 그 시절에 내가 읽었던 소설의 작가라는 이유로, 내가 지워버리고 싶던 그 우울증 시대의 한 요소처럼 나의 기억에는 남아있다.

 

공지영의 책은, <도가니> 이후로 진짜 읽기가 편해졌다. <도가니>는 불편한 얘기이고, 이중, 삼중으로 깝깝한 스토리가 얽개로 얽혀있다. 차라리 고대의 이 황당한 사건을 처리하는 고대의 얘기는, 그래도 스토리가 심플하다. ‘무진이라는 상징으로 대변되는, 보나마나 광주일 것이 당연한 듯이 느껴지는 그의 얘기는, 진짜 사람 심난하게 만든다.

 

매번 사람들이 최근 소설을 읽고, 뭐라도 얘기를 해달라고 해서, 억지로 읽으려고 하다가, 진짜 미안한 얘기지만 토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덮었다. 이건 순전히 개인 취향이다. 작가의 생각까지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읽기에는 아무 것도 사회적인 것은 하지 않고, 자기는 그냥 돈만 벌겠다그렇게 느껴지는 소설들이 있었다. , 그냥 참고 읽어도 되는데, 나도 마음이 강퍅해져서 그런지, 왠지 토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박범신에 대한 복잡미묘한 심경과 비슷할 것 같다.

 

명박이 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이라는 아주 이상야릇한 걸 만들었다. 그리고 그 운영을 맡긴 게 유인촌이다. 명박은 대통령되고, 유인촌은 장관되고, 그럼 서울문화재단은 누가? , 그게 박범신이다. 그 정도면 심정 복잡미묘하지 않겠는가?

 

이제 몇 달 되었나? 아내랑 병원 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너무 힘이 들어서 그냥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동네 식당에 갔다. 옆 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가 느무느무 시끄러워서, 누가 이렇게 시끄럽나, 홀깃 쳐다봤더니 아 박범신이런 순전히 식당 옆 자리에 앉은 이유로, 너무 내적인 대화를 고스란히 들어버렸을 때의 그 난감한 심정

 

은희경의 산문집은, 인터넷에 연재된 소설의 과정에 생성되는 감정의 부산물들을 가감 없이 풀어놓은 글들을 모아놓고 있다.

 

그냥 보면 정말 산만하도록 산만하고, 도대체 뭔 소리를 하고자픈거냐, 그런 말 딱 나오기 좋은 책이다.

 

그러나 이게 은희경의 삶의 얘기야,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순식간에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고, 또 다른 에피소도로 넘어가면서, 아마 한 두 시간은 정신 없이, 아직도 소녀이고픈 듯한 어느 아줌마의 삶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 이 아줌마가 연재 중에, 요런 고민과 요런 감성의 변화와, 요런 귀여운 데가 있었구만, 그런 진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상황 속에 한 번쯤은 푹 빠져들게 된다.

 

이 아줌마가 킬힐을 사서 뭐하고 싶대나, 그러나 사고 싶어서 샀지만, 과연 살아서 오늘 집에 갈 수 있을까, 문인들이 가는 선술집의 좁다란 계단길을 올라가면서 했던 은희경의 독백에, 나는 문득이것이 살아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포맷도 재수없고, 내용도 재수없다. 그러나 한 번 뒤틀어서 생각하면, 포맷도 전위적이고, 내용도 전위적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은희경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은, 때때로 폭소를 지지 않을 수 없고, 다음에 만나면 누님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는, 도저히 나이 먹지 않는 것 같은 젊은 시절의 선배를 만나는 느낌.

 

글이라는 게, 작전과 전략을 가지고 철투철미하게 계산된 게 있는 반면에, 은희경의 첫 번째 산문집처럼, 극한적일 정도로 풀어헤치고 나가는 글도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 선거를 두고, 은희경이 경기도민으로 짧게 쓰고 나간 글이 있다. 투표하자는 얘기인데, 과연 그는 누구에게 투표했을까, 그런 무감한 듯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우리를 뒤흔들었던 사건들로부터 그의 삶이 무관하지는 않았다. 노골적으로 표현할까, 그러지 말까, 그런 차이 정도라고 할까?

 

어쨌든 곽노현 사태를 맞아, 이 편이냐, 저 편이냐, 그걸 선택하는 길 외에는 없어 보이는 이 척박한 시점에

 

소설가 은희경의 우연히 나온듯한 산문집의 아줌마가 되기를 거부하는 어느 아줌마의 산문집, 제대로 우리를 무장해제 시킨다. 읽다 보면, 자신이 어떤 마음에서 처음 이 책을 잡았는지, 마지막 페이지를 내려놓을 때쯤이면 잊어버리게 될 것 같다. 그게 연재의 힘일까?

 

아줌마의 수다, 그건 진짜 이게 원단이다. 산만하고 재수없고, 정신 없고, 그러나 그 역시 삶의 한 가운데 있는 글, 그리하여 다음에 만나면 누님이라고 불려드려야만 할 것 같은 어느 아줌마의 삶의 짧은 노정.

 

재밌다. 일찍이 이런 책은 한국에 없었다. 역시 은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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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도소리 2011/09/05 06:31  Addr  Edit/Del  Reply

    멋진 리뷰입니다 ^^

  2. 우쌤은 꽃거지 2011/09/05 13:20  Addr  Edit/Del  Reply

    그르게요 멋지네요 토 나오는 느김은 저만 그런게 아니었다니 다행이네요
    소위 대가라는 분들의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는 너무 잘났어 여자들은 나의 예술적 감흥을 고취시키기 위한 도구야" 뭐 그런게 얼핏 보일때 속으로 뭐 이런 c-foot스러움이 있나 싶었죠 뭐 지들끼리 잘 놀아보라 그러세요
    85크레인에서는 아주 당연한 권리를 위해서 개같은 날을 견디는데 비정규직이나 노동자들은 개같은 굴종을 선택하는냐, 개죽음을 원하느냐 양단간에 결정을 하라하네요 문학은 심심한 사람들끼리 저는 매일매일 한동네에서 요즘 뜨는 신진 문학가들보다 더 드라마틱함을 느끼며 사네요

  3. 2011/09/06 01:10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posted by retired 2011/08/30 16:33

정혜윤, ‘여행, 혹은 여행처럼

 

곽노현 사건은, 우리의 감성을 시험대에 들게 한다. 논리적으로야 뻔한 사건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어디 사람이 그렇게 간단한 존재이던가?

 

나는 어렸을 때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편이라서 민어탕을 먹어본 적이 없다. 서울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복날 개를 먹거나 닭을 먹었다고 하고, 양반들은 민어를 먹었다고 한다. 곽노현 교육감을 처음 보던 날그 때도 복날이라서 민어탕을 먹었는데, 오랫동안 그가 했던 말보다는 민어탕의 미감이 더 오래 떠올랐다. 그 때 같이 식사한 또 다른 양반들도 모두 어린 시절에 민어탕 먹었던 얘기를 했는데, 나는 그런 생선이 있다는 것도 어른이 되어서 처음 알았다. 따져보면 나는 생선장사집 후손인데, 민어를 모르다니, 그런 생각들을 좀 했었다.

 

어쨌든 생각을 돌리거나 잠시 숨이라도 쉬기 위해서는 당장 뭔가 읽었어야 했는데, 그 때 딱 내 손에 잡힌 책이 정혜윤의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라는 에세이집이다.

 

수필집에서도 니 편, 내 편을 나누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정혜윤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 편 한 가운데 들어와있다는 묘한 안도감. 결국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세상 모든 일은 다 니 하기 다름이다라는 메시지가 가득 차 있지만, 잠시라도 아니, 그렇지 않아요라고 얘기하는 또 다른 세상들 사이에서 숨이라도 좀 돌려가면서.

 

정혜윤의 <여행, 혹은 여행처럼>을 읽다보면 매우 특별한 고립계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도시빈민들이 어쩔 수 없이 몰려간 게또라기 보다는 몽골 초원에 있는 게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미안하지만, 나도 말만 들었고, 몽고에 가 본 적은 없다.)

 

이동식 천막인 게르는 가족 단위로 거주하는데, 게르와 게르 사이의 거리는 보통 50킬로미터, 그 안에서 주인의 환대를 받으면서 소박한 유목민의 저녁 식사에 잠시 초대되어 초원에서의 황량함을 잠시 잊는 느낌.

 

보통 때 같으면,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혹은 “Show must go on”, 이런 뻔하디 뻔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인간 곽노현이 캐발림 당하는 상황에서 귀를 틀어막고 싶은 현 상황에, 정혜윤은 기꺼이 게르의 안주인이 되어준다.

 

인터뷰와 여행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와 시나 신화와 같은 연결구들로 진행되는 이 책은, 아마 저자는 일종의 메타 여행과 같은 구도를 구상하였을 법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게르의 여주인과의 환담 그리고 그 안에서 TV를 틀어놓고 야밤에, 즉 오디션 쇼나 서바이벌 같은 예능방송도 다 지나간 시간에, 시청률 1%짜리 다큐 방송을 하나 같이 본 느낌

 

만약 방송이 지금처럼 막히지 않았다면 정혜윤의 게르에 초대된 초대 손님들은 당연히 공중파 한 가운데에서 대중들을 접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명박 시대, 그리하여 정혜윤의 게르에서 만나는 수밖에 없다.

 

소모뚜의 얘기가 아주 인상 깊었고, 시인 송경동의 구구절절한 사연 역시 가슴 한 구석을 부벼팠다. 송경동, 그렇다, 희망버스의 제안자 바로 그 송경동. 신문의 사진 기자를 그만두고 다큐 사진작가가 된 임종진의 사연도 가슴에 깊게 남는다. 줄치면서 책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에는 딱 한 줄을 치게 되었다.

 

대신 기자의 시선이 아니라 인간 임종진의 시선이 남았습니다.”

 

상당히 재밌게 본 사연인데, 줄을 쳐놓은 문장 하나만 맥락에서 떨어뜨려 딱 떼어놓으니, 뭔 말이래? 이렇게 되었다.

 

진딧물 얘기, 라틴어 얘기, 전부 재밌었는데, 하나하나 에피소드로 놓고 보는 것보다, 예를 들면 나무의 얘기에서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진딧물의 얘기, 그리고 관계를 노래하고자 했던 시인 송경동, 이렇게 얘기와 얘기 사이를 넘어가면서 확장되는, 일종의 변증법적 구조가 끈끈하게 얘기들 밑을 흐른다.

 

어느덧 문학은 손 끝 하나 까딱하기 싫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기교를 연마하는 것과,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똑 같이 된 것 같다. 장편소설 한 권을 읽고 나면, 뭔가 긴 여행을 하고 난 듯한 느낌이 나기를 기대하는데허무만이 남아서 작년부터 한국 소설을 잘 안 보게 되었다.

 

마음이 평온할 때에는, 그래도 이런저런 잔재미를 찾으면서 읽을 수 있는데, 권노현 사태로 안 그래도 앞길도 잘 안 보이고 마음도 답답할 때 그런 소설을 읽으면, 정말 답답해서 디져버릴 것 같다.

 

그것이 설령 라디오 혹은 월간지 안에 임시로 펼쳐진 우리들만의 게르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정혜윤처럼 확실히 우리에게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이들과 같이 합시다, 그렇게 얘기하는 책이 딱일 듯 싶다.

 

어제 오후에 읽기 시작해서, 딱 오늘 오후에 끝났다. 이거야말로 정혜윤표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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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름 2011/08/30 20:02  Addr  Edit/Del  Reply

    소금꽃 나무는 보셨습니까? 에셀 책과 더블로 읽히는 훌륭한 책이라 봅니다. 널리 읽어봤으면 해요.

  2. . 2011/08/30 23:29  Addr  Edit/Del  Reply

    헐~~~.
    뭐 그리 오래 생각하시는지. 민어탕은~~~.강남 좌파의 한계인 거요.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실언이었지요.
    닥치고 단일화의 후유증인 것을 뭐 그리 깊게 생각하는지 원~~.
    선거비용 보전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대한민국에 돈세탁 방지법이 있다는 것을 모른 교육감의 아마추어적인 닭짓거리는 양념이고,,,
    죽일 넘들은 백낙청, 김기식등. 무책임한 자칭 진보들.
    끌끌끌.
    허긴, 이 곳 댓글들을 읽어 보면,
    마르크스가 여기 주인장의 시조인지가 의심스럽기도 하니 뭐~.

    • 악양농부 2011/08/31 08:41  Addr  Edit/Del

      농부가 농사가 잘 되면 그냥 그런대로 사는데..나도 오지랍이 넓어서..당신같은 인간 보면 지나 가지 못하는 성격이라..좋겠수다..진보가 한방 먹은거..ㅋㅋ 마르크스는 누구야...당신은 기독교 우익 극우 정당 일원 아닌가..하는...ㅋㅋㅋ 웃음이 나네

    • ㅎㅎ 2011/08/31 14:41  Addr  Edit/Del

      ㅎㅎ 그 선거비용을 왜 곽노현이 보전해줄까? 명색이 법학교수란 인간이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걸 몰랐을리는 없고. 당당하게 줄 수 없는 구린 구석이 있었다는 말 밖엔 안 되지.

  3. 길위에서 2011/08/31 05:15  Addr  Edit/Del  Reply

    맘이 많이 복잡하긴 하신 모양이네요. 중간에 '권노현'이란 분이 갑자기 등장했어요^^.

  4. 경성유지 2011/08/31 07:43  Addr  Edit/Del  Reply

    며칠간 맘이 산란하긴 하더군요. 게르 여주인의 환대 속에 위안을 받고 오셨군요. 저도 책으로 맘을 달랬습니다.

  5. 2011/08/31 10:23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우쌤은 꽃거지 2011/08/31 11:09  Addr  Edit/Del  Reply

    선생장사집 애들은 민어를 팔야지요 먹음 쓰나요
    과일장사집 애들이 시든 과일만 먹는거 처럼요

  7. 구루구라 2011/09/01 12:29  Addr  Edit/Del  Reply

    민어? 처음듣는군요....동갑인데..

  8. 싸구려SF 2011/09/03 00:08  Addr  Edit/Del  Reply

    요즘 우박사님 글을 보면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사랑도 미움도'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아아~ 사랑에 빠지지 말자 미움의 뿌리가 되기 쉬위니~


    정말 막걸리 한 되 생각나는 밤입니다.

    사랑이 너무 많으세요.

    어쩔 수 없는 거죠...?

posted by retired 2011/07/14 04:14


20년 간인가, 러시아 출신의 작가가 체르노빌과 관련된 방대한 인터뷰를 모아서 낸 책이다.

때때로 수치나 기술적 자료보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게 더 중요한 경우들이 있다.

한국어판 서문은 아주 재밌게 읽었다.

구로자와 감독의 <꿈>에 관한 얘기로 시작하고, 체르노빌에서 동물들에 대한 학살 얘기까지는, 정말 전율에 넘쳐서 읽었다만...


_______________

본문 2페이지 정도를 겨우겨우 보고, 포기했다.

눈이 더 나빠져서 언젠가 책을 읽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내가 더 책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을 수 없는 첫 번째 책이 되었다.

글자 폰트 자체가 너무 살집이 붙어있지 않고, 인쇄상태도 유난히 흐려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 사러 갔다가, 도저히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어서, 아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구나, 그러고 돌아온게 두 달 전이다.

메모를 연필로 했는데, 3년 전부터는 연필로 글씨를 써서는 내가 읽을 수가 없다. 만년필로 바꿨는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나마도 사인펜으로 바꿔야 할지도...

어쨌든 책은 아주 재밌을 것 같고, 꼭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나는 읽을 수가 없는 책이다. 안경을 끼고는 노안이라서 읽을 수가 없고, 5센치 앞으로 눈 대고 읽다가,머리가 빙빙 거려서...

살면서 하루에 두 권씩은 어떤 식으로든 책을 봤는데, 이제는 책을 읽을 수 없는 날이 나에게도 올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눈 좋으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여러가지로 섬세한 감정들을 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읽을 데까지는, 슬픈 사건이지만, 사람들이 느꼈을 뒷모습들을 정말 섬세하게 그려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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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4 09:23  Addr  Edit/Del  Reply

    보르헤스도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시력을 잃었다고 하던데...눈은 유전이라는데 우리 어머니도 노안이라 저도 그렇게 될것 같네요

  2. 2011/07/14 10:02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Favicon of http://mynativebox.tistory.com BlogIcon JongYop@seoul.kr 2011/07/14 10:27  Addr  Edit/Del  Reply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책을 사서 스캔전문업체(예를 들자면 도쿠스캔 같은)에 보내면 절단을 해서 책을 스캔떠서 PDF로 만든 다음에 고객에게 이메일로 보냅니다. 책은 파쇄기에 넣어서 없애버리구요.

    이런 사업이 아이패드 출시후에 일본에서 성황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패드, 갤럭시탭이 많이 보급되면 더 많이 생기리라 봅니다.

    이렇게 하면 70, 80먹은 노인들도 아이패드에서 화면을 확대해서 책을 읽는게 가능합니다. 이러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습니다.

    학자가 글을 읽을 수 없다면 안되죠. 방법은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사세요!

    • 비오는날 2011/07/14 10:54  Addr  Edit/Del

      근데 아이패드로 책을 읽을때 문제점은

      1. 집중력이 떨어진다.(전문서적은 보통 500페이지
      넘어가는데, 아이패드로 글 읽을때는 너무 자주 터치를 해서 읽어줘야함으로 집중력이 떨어짐. 더불어 눈의 피로와 손의 피로)

      2. 세계보건기구에서 휴대폰의 전자파로 인한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던데, 아이패드 역시
      전자파를 피할 수는 없겠죠.

  4. 고3 김주영 2011/07/15 00:02  Addr  Edit/Del  Reply

    어이쿠.. 너무 많이 읽으셔서 눈이 안좋아지셨나봐요!
    전 아직도 책을 하루만에 읽는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에요..
    되게 꼼꼼하게 읽는 성격이라.

    저 책은 한 번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막 읽어서 우선생님께 내용 알려드려야 하는거냐며~ 위엣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방법도 좋지만.. 요즘은 대형 인터넷서점에서, 요청하면 전자책으로 파일을 만들어준다고 하더군요.
    아이패드 같은거 말고, 전자책 기계있죠? 그것은 화면 해상도가 딱 적당해서, 눈에 피로감도 덜 주고, 필기 또한 가능하구요. 그것 하나 장만하셔서 거기에 넣고 다녀도 괜찮을듯 싶어요. 왠만한 문서파일은 다 들어가고, 기기 하나에 무수히 많은 책들을 넣을 수 있으니, 장점도 많은 것 같아요!
    책의 종이 질감은 덜 느껴지겠지만요T_T 그런 매력이 있는건데!

  5. 2011/07/15 12:5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posted by retired 2011/07/14 01:20

 

분노하라’, 이 단순 명료한 얘기를 꼭 프랑스 사람의 입을 통해서 볼 필요가 있나, 책을 집어들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좀 했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린 맨날 분노하라고 하고, 정신 차리라고 하고그리고 그 메시지가 한국에서 얼마나 무용하고, 무기력한가,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 작년부터 골돌히 고민하는 중이었다.

 

잠깐 분노하고, 다시 도서관 가서 취업 준비하는 것, 거기에서 분노가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더 많았다.

 

책은 빨려가듯이 읽었고, 아마 정상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읽을 수 있을만큼, 짧기도 하고, 강렬하기도 하다.

 

읽고 나서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이 책은 한나라당 계열의, 그리고 국가와 민족에 충실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한 번쯤 보아야 할 듯 싶다.

 

한국에도 레지스탕스와 같은 독립 운동의 역사가 없지는 않은데, 이들이 국가를 만들고 세울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레지스탕스 평의회가 했던 결정들 그리고 이런 결정이 드골 정부에서 반영되는 과정이 이 책의 주요 모티브이다.

 

전기, 가스 및 기본 인프라에 대한 국유화 논의 그리고 연금제가 우파 정부에서 도입되는 과정은, 우리의 전개과정과는 좀 다르다.

 

드골주의자들의 눈으로 본다면, 혹은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출신들의 눈으로 본다면, 최근의 한나라당의 국가주의와 효율주의를 대충 결합시켜놓은 복지에 대한 담론은, 진짜 웃기는 것일 듯싶다.

 

에꼴 노르말 출신인 저자는, 샤라트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헤겔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정말 엘리트 중의 엘리트의 길을 걷게 된 것이고, 직업 외교관으로 삶을 살았다.

 

특별한 당적은 가지지 않았는데, 사회당 정부가 붕괴한 후 사회당에 가입을 하였다. 95, 시라크가 대통령이 된 것이 그에게도 충격적이었나 보다.

 

담론이라고 얘기하지만, 많은 경우 메시지와 발화자, 두 가지의 관계가 사실 문제의 핵심인 경우가 많다. 무슨 얘기를 할 거냐, 그리고 누가 그 얘기를 할 거냐?

 

한국을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중에 김정일에게 분노하라가 아니라 시대에 분노하라고 얘기하게 될 사람이 과연 등장할 수 있을까?

 

책에는 시인 아폴리네르의 시가 인용된다.

 

Sous le pont de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요런 싯구로 아직 기억하는 시인 아폴리네르.

 

이상의 글에 나왔나 ?

 

이 표정 없는 얼굴을 지워버리고 싶다...

 

나는 표정 없는 얼굴에 분노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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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름 2011/07/14 08:20  Addr  Edit/Del  Reply

    오늘 프랑스 녹색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에바 졸리를 축하하는 녹생당 사람들에 대한 기사에 에셀이 졸리의 왼쪽 옆옆에 앉아 매우 기쁜 얼굴로 박수를 치는 모습이 실린 사진에 나왔어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여름 문화 정책에 대한 인터뷰기사도 며칠 전 르몽드에 실리기도 했고요. 프랑스에서 가장 엑티브한 개인 같아요. 바캉스 같은 것으로 시간을 소비할 때가 아닌 걸 아시는 거겠지요. 그가 나서자 에드가 모랑도 열심히 나오기 시작했고 프랑스의 노장들이 기다리던 젊은이들이 좀 조용하자 그 자리를 메꿔주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가 어떤 메시지를 발언하는가, 중요한 문제지요. 김진숙님의 타는 불꽃과 같은 그의 투쟁과 트위터 메시지가 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좋은 노래와 시가 수없이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어요.

    에꼴 노말은 알튀쎄 시절의 에꼴 노말이 아니에요. 에셀의 학교 초청 강연을 학교의 수장이 막았고 그는 입교가 거부되었고 결국 학생들은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요. 그런 휴밀리에이션을 겪을 수록 그의 저항의식은 선연해지는 거겠지요.

    그의 어머니는 말한 것도 없고 그의 아버지 에셀이 벤야민과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함께 독어로 번역한 분인데 분명 오늘의 에셀이 지금 이런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은 평생 시를 시를 읽고 문학과 예술ㅡ
    항상 새롭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창조적 예술행위에 대해서 가슴을 젂시면서 살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지금 그의 삶, 자체가 창조적이 시를 짓고 있는 거라 볼 수 있지요. 과거를 묻지 말고 앞으로의 삶을 너도 나도 용기있게 김진숙님의 영감을 받고 창조적으로 나갔으면 해요. 참여해야 하는 거지요!

posted by retired 2011/06/22 01:49


최근에 두 권의 경제학 신권에 대해서 해제를 쓸 기회가 되었다.

물론 다른 출판사이고, 경제학자와 수학자, 이렇게 접근이 조금씩 달랐는데, 두 개 다 경제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는 점은 같았다. 약간씩 다른 포인트로, 두 권 다 생각을 전환하기에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책들이다.

라즈 파텔의 책은...

아마 당분간 내 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value와 evalu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공교롭게도 내가 정리하고 있던 장의 제목이 '가치와 가격, 경제 시스템, 가치의 복귀', 이런 내용이었다.

2010년대에 가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런 걸 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얼마 전에 한국경제학회가 있었는데, 정의론에 대한 얘기가 주요 논제가 되었다고 한다.

선생들이 간만에 한국경제학회 같은 데에서 발표 좀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고, 일단 제 생각부터 정리를 한 번 해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만약 그 때 발표를 했다면, 아마 라즈 파텔과 아주 유사한 얘기를 썼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 같다.

가치의 복귀와 가치론의 복귀는 조금 내용이 다르다.

글쎄, 세상이라는 것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가치론이 다시 한 번 유행할 시절이 아주 안 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가까운 수 년 내에 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가치론이 대대적으로 유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가치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탈 가치, 탈 도덕, 그게 경제의 발전이고, 그런 게 바로 경제학이라는 주장이 90년대 초중반 이후, 20년 정도 유행을 했었다. 그러나 그 딱딱한 경제 근본주의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이론적 균열이 나면서, 요즘은 다른 목소리들이 슬슬 비집고 나오기 시작한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재밌게 읽은 글이 있다면, 중농학파의 길을 열었던 프랑수아 케네의 '막심'일 것 같다.

요즘 산업시대 혹은 후기산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눈으로 보면 정말 턱 없이 황당한 얘기이기는 한데, 나야 케네의 중농주의 이론을 워낙 좋아했으니까... 그 이론의 연장선으로, 케네가 제시하는 일종의 경제 윤리 혹은 경제적 권면 같은 게 바로 맥심이다.

예를 들면, 농촌에 사는 귀족들은 자식들을 파리로 보내지 마라, 그러면 경제 망친다.. 요런 얘기들의 연속이 맥심이다.

시골 사는 토호들에게, 자식들 서울로 보내지 말라는 얘기 같은 걸 하니까 요즘의 눈으로 보면 택도 없는 얘기지만, 경제에 대한 분석이 윤리와 분리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만든 책이 이 책이다.

맑스 이후로부터만 고전을 읽거나 아니면 아담 스미스 이후로부터는 고전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중농학파의 얘기들이 좀 생소하겠지만. (실제로는 케네나 스미스나, 거의 동시대 사람이다. 연배가 케네가 좀 더 높았던 정도.)

튀르고 같은 사람들의 책도 재미있다. 과연 자본주의 초기의 사상가들은 이 독특한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사회를 인식하고, 또 세상의 미래를 생각했을까, 그리고 윤리관은... 그런 옛날 얘기를 요즘의 얘기와 비교해서 보는 게, 지겹지는 해도 생각보다는 재밌는 일이다.

나는 케네의 시절이 한 번쯤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2008년 이후의 경제학 논의의 한 흐름을 형성하게 된 주류 경제학의 비판에서, 단순한 맑스로의 회기만이 있는 게 아니라, 분석자들이 알고 했든 혹은 모르고 했든, 케네의 느낌이 많이 나는 책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이론이나 생각이라는 게 확실히 돌고 도는 것 같기는 하다.

한 때 케네 전공을 할 생각도 했었는데, 동경대에서 너무 빠삭하게 연구를 해놓아서 기가 질려서 포기한 적이 있다.

케네의 무덤에 들어가서 초고들과 서간지들을 다시 찾아낸 게 동경대 연구팀이라니, 참 기가 막혀서.

유럽에서도 일본의 자료 축적에 대해서 경외감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동경대도 학풍이 옛날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확실한 훈고학이라고 약간 놀림감이 되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기원의 문제에 충실하고자 하던 나름대로의 학풍이 감동적이기는 했다.

앞으로의 경제학 논의의 흐름은 어디로 갈까? 워낙 10년 넘게 보수 일변도로 가던 경제학 논의 구도에서 요즘은 좀 다른 흐름들이 나오면서, 그 딴 건 필요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을 다시 찾아내는 그런 시기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이 답답하고, 좀 다른 논의는 없느냐, 그리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의 정치 외에는 없느냐, 그런 대안들이 궁금한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미세하지만 중요한 전환이 지금 이루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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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2 09:3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학생 2011/06/22 11:19  Addr  Edit/Del  Reply

    경제학과 학문세계 얘기좀 많이 해주세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3. 옵저버 2011/06/22 13:39  Addr  Edit/Del  Reply

    요즘 우 박사님 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니 무척 궁금하군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4. 2011/06/22 13:4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NGO의시대 2011/06/22 15:12  Addr  Edit/Del  Reply

    며칠 전에 서점 갔다가 우연히 최용식 박사가 쓴 '회의주의자를 위한 경제학'을 대충 훑었는데 미래경제학을 자기가 만들었다, 대안 경제학이다 뭐 이런 얘기가 나오던데 최 박사는 어떤 사람인가요? 국내 경제학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6. 2011/06/22 17:36  Addr  Edit/Del  Reply

    좀 전에 사가지고 오긴 했는데..끝까지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네요 ㅋㅋ

  7. ㅇㅇ 2011/06/22 22:41  Addr  Edit/Del  Reply

    우선생님 한미 FTA가 만약 손학규랑 이명박이 빅딜로 합의돼서 성사된다면 이거 큰일 아니겠습니까? 들어보니 청와대는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시키겠다고 벼르던데 사실 민주당이 막아도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어쩔수없지요.

    거기다가 의료민영화 추진등으로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치로 당연지정제 철폐 및 온갖 독소조항을 설치하더라구요.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진의를 의심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문제는 죽기 살기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생님도 이거와 관련된 글도 많이 써주시고 민주당 비판도 많이 해주세요. 한나라당이야 말할것도 없지만요. 이거 되면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 다 말짱 도루묵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누가 대선에서 되도 삶은 더 어려워 질것이고요.

    ps:재벌의 노에가 되겠지요. 민주당에도 경제 관료들이 많고 한미 FTA 반대하지도 않지요. 큰일입니다.

  8. 북돋움 2011/06/24 19:33  Addr  Edit/Del  Reply

    우 선생님께서 '해제'해주신 <경제학의 배신: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가 인터넷 교보문고 메인 톱에 올랐습니다. 하루 평균 100종 이상의 신간이 나오는 상황에서, 구멍가게 출판사로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 선생님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9. 무존재 2011/06/25 14:25  Addr  Edit/Del  Reply

    라즈파텔...저번에 소개했던 그분 책이 군요.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인천버스파업에서 어느 버스노동자가 쓴 파업에 관한 이유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노총과 경영인의 행포로 민주노총으로 바꿨다고 하더군요. 제가 느낀 경험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한노총은 노조귀족이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더군요.

  10. 2011/07/13 20:1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김기호 2011/07/16 13:52  Addr  Edit/Del  Reply

    아침 방송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에서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retired 2011/06/13 18:03




청년 유니온이 생길 때 그렇게 빨리 생겨서 놀랐고, 노동부에서 끝까지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면서 노조 등록을 안 해주어서 또 놀랐다.

 

지난 몇 년 동안 청년운동을 표방하는 단체들이 곧 많이 생겼지만, 역시 뉴스의 핵은 청년 유니온이 될 것 같다.

 

몇 년이 지나면, 그들이 낸 이 첫 번째 책은 기념비적인 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상을 바꾸는 흐름은, 그 첫 발은 비루하고, 두 번째 발은 남루하지만, 결국은 어떤 전기를 맞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게 된다.

 

남루하고 비루했을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청년 유니언은 세상에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얘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역사라는 게, 결국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정성 하나하나를 모아서 조금 바뀌고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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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4 18:23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retired.tistory.com BlogIcon retired 2011/06/14 18:37  Addr  Edit/Del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길게 보면 직장으로서는 한수원이 나쁘지 않습니다. 공기업이라서 직무가 바뀌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고용보장은 해줄 거구요. 크게 보면 한전 그룹인데, 월급이 포스코그룹보다 좀 적은 거 빼고는, 최고의 직장 중에 하나입니다.

  2. ㅇㅇ;; 2011/06/14 23:58  Addr  Edit/Del  Reply

    감사합니다. ㅠ.ㅠ 답답하네요...

posted by retired 2011/04/08 14:38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유쾌하고 쾌활한 사람이 있다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정혜윤이 그렇다.

도대체 저 종잡을 수 없고, 얼토당토 않은 일을 꾸며대는 괴물 덩어리가 어디서 튀어나왔을까?

약간 삐딱하면서도 사실은 정통파, 하여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직업은 라디오 PD로 알고 있지만, 그건 정혜윤의 1%도 설명해주지 않는 것 같고.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여기에 나온 프롤로그가 정혜윤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해서 이 명랑 덩어리 괴물이 튀어나오게 된 건가, 자세히 설명이 나온다.

아홉 페이지짜리 프롤로그는,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나온 책 중에서는 가장 웃기는 프롤로그이고, 가장 골 패는 프롤로그이다.

까마귀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미취학 아동의 좌충우돌기에서, 초등학교 하산 사건,

아마 다섯 번은 복통이 터지도록 웃었던 것 같다.

고전 소설에 대한 에세이는, 그야말로 이 프롤로그의 덤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정혜윤의 이 프롤로그 만큼은 책방에 서서라도 잠시 읽을 분량이니,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웃긴다는 게 무엇인가...

마치 웃기지 못하면 내 여기서 죽으리라,

그런 독헌 마음을 먹고 심혈을 기울여 쓴, 개그형 프롤로그!

정혜윤에게,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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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oad 2011/04/08 18:02  Addr  Edit/Del  Reply

    정혜윤 PD는 CBS 라디오국에서 근무하십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김어준의 저공비행'을 즐겨 들었는데, 그때 PD가 정혜윤씨였고, 서민 선생님도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었습니다.

    요즘은 한겨레 독서 코너에서 정혜윤씨 글을 볼 수 있는데, 정말... 감수성 깊고, 감칠 맛 나게 잘 쓰시데요^^ 그 나이대(30-40대?) 에세이스트로 정말 손꼽히는 실력입니다.

  2. road 2011/04/08 18:18  Addr  Edit/Del  Reply

    임금 인상과 물가 인상의 악순환을 소개하는 뉴스에서
    첫 화면으로 대학의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 장면을 넣었더군요.
    MBC가...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825720_5780.html

  3. 서민 2011/04/11 01:35  Addr  Edit/Del  Reply

    앗 정혜윤 작가님 새책 나왔군요 당장 사야겠습니다. 우선생님께서 정작가님을 높게 평가하셔서 좀 놀랐어요. 만나보면 정말 멋진 분이어요!! 책을 봐도 멋지지만요. 글구 로드님, 그 프로 듣는 분이 생각보다 많은가봐요ㅠㅠ 전 그 시절이 참 부끄러운데... 맨날 헛소리만 하다가 잘렸거든요.

  4. 서민 2011/04/11 01:37  Addr  Edit/Del  Reply

    근데 주문하려고 보니까 나온지 벌써 1년이나 지났네요 새책이라고 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ㅠㅠ

  5. Favicon of http://egeo-luv.tistory.com BlogIcon 문슝 2011/08/04 12:44  Addr  Edit/Del  Reply

    이 책 읽고 돈오했습니다. 이미 약간의 돈오 상태였는데, 이 책을 만남으로서 제 상태가 전설이 된듯합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posted by retired 2011/04/08 13:10


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들이 몇 명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양반이 이정전 선생이다.

음...

환경경제학회에서 논문 발표할 때 사회를 맡아주셨는데. 난 이 양반도 재웠다.

데이타 발표하는데, 전원 자고, 사회보시는 분도 자는데, 땀 삐질삐질, 대략난감...

죽는 줄 알았다.

김수행 선생 등, 당시 논문 발표할 때마다 원로 경제학자들 전원 재운 기록을...

정년 은퇴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어하시는 것 같아서, 프레시안 칼럼이라도 좀 써보시라고, 그렇게 다리를 놓아드린 적이 있다.

그 칼럼들 가지고 레디앙에서 칼럼집이라도 내보시면 어떠냐고, 그렇게 출간 준비를 할 때, 기왕 할 거면 제대로 좀 해보자고, 그렇게 쓴 책이 이 책이다.

본인은 틈만 나면 자기가 맑시스트라고 우기는데, 우리는 한 번도, 에이 그럴 리가...

그랬다.

많은 학자들이 자식 얘기만 나오면 좀 황당한 교육을 시키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양반은 정말 평소에 하던 얘기와 자식 교육이 같았다.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엄청 쪼거나 그러지는 않으셨고, 세속의 영광을 구하지 않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

아들이 결국 라면집을 하게 되었을 때, 우리 모두...

아, 정말 인격자다, 놀랐었다.

살아서 동상을 세우지 마라, 그런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나온 그 말을, 실제로 실천하는 그런 양반으로 알고 있다.

재미로만 따지면, 나는 장하준 책보다 더 재밌게 읽었고, 아, 리카도가 이런 말도 했구나, 배우는 것도 많았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로, 현 정부에서는 편한 일이 없게 되었고.

얼마 전에 있던 경남권 공항 토론회에서, 1조원 들여서 김해공항 고치는 게 답이다, 그런 얘기로 경상도에서 엄청 욕 먹기도 했다.

공항은 무슨 개뿔...

나는 정부 연구용역 등 프로젝트는 안 하는데, 그게 이 양반한테 배운 거다.

이정전도 그 정도는 지켰는데, 하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가야 할 방향, 이정전식 해법에 관한 책인데, 생각보다 재밌다. 가끔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다 못해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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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이정전, 경제학을 리콜하라.. 삭제

    우석훈 선생 블로그에서 발간 소식을 알자마자 그날 저녁에 서점을 돌며 찾다가 (마침 신간 담당직원이 퇴근하여 창고에 쌓여있음을 확인하는 정도) 반디앤루니스에서 서가 옆에 가장 아래 쪽에 쌓여있는 책을 샀는데 정말로 올해 읽은 책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만하다. (루트왁의 전략, 우석훈의 너와 나의 사회과학까지 셋) 이번에 춘천에 내려갈 적에 짐이 너무 많아 두고 갔는데 정말 읽고 싶어서 그냥 서점에서 하나 더 살까를 고민했을 정도...

    2011/04/27 23:00 | Tracked from <img src=http://dalja.x-y.net/pic/bing.gif><br><font size=2 color=ivory>빨간펭귄, 달자가 간다~!! - 추우면 딴데 가!</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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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녀.. 2011/04/08 13:30  Addr  Edit/Del  Reply

    자녀 이야기가 나와서 .... 댓글 달아봐요.

    오늘 경찰이 왔습니다. 동네에서 뭔가 일이 있나 보더라고요. 중년쯤으로 보이는 한 부부도 함께 왔습니다. 경찰차와 부부의 차가 와서 동네에 세우고 뭔가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딸을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더군요. 딸이 가출을 했는데 혹시나 친구집에 갔을지도 몰라 딸의 친구가 사는 동네를 수소문 하고 있는 중으로 보였습니다.

    근데...그 딸의 친구는 한 달전에 이사를 갔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술을 많이 마셔 간경화로 얼마전 작고했거든요. 우리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갑자기 찾아와서 잘 알고 있었던 집인데, 아버지 돌아가신 후 이사를 갔습니다.

    결국 딸 찾아온 부모는 수 십분간을 떠나지 못하고 수심이 가득찬 얼굴로 앉아있기도 하고 서있기도 하고 고민을 했고, 경찰 두명은 자신들의 경험들을 말해주며 앞으로 어떻게 찾을지 상담을 길위에서 해주더군요.

    그 모습을 창문으로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별별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시험과 경쟁에 지친 학생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맞벌이해야만 하는 열악한 복지구조 등등, 모든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엮였다고 생각이 들어 답답하더라고요.

    라디에에서는 다행스럽게 서울시교육청이 '경시대회'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사회가 조금씩 진보해 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위안이 약간 됩니다.

    하루 빨리 부모가 딸을 찾으시길...
    (동네에 사람들이 갑자기 수근거리고 북적여서 놀랐네요...)

  2. ㅠㅠ 2011/04/08 18:02  Addr  Edit/Del  Reply

    저런 휴지 진짜 파나요??ㅋ
    표지가 참 센스돋네요.ㅋ

  3. 2011/04/08 20:1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고담시민 2011/04/08 22:09  Addr  Edit/Del  Reply

    동네서점에 주문 넣어놔야 겠군요. 좋은 책을 소개받을수 있다는 점이 제가 이 블로그를 찾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5. Favicon of http://twitter.com/Choi_sungwon BlogIcon 초이 2011/04/11 11:20  Addr  Edit/Del  Reply

    예전에 "두경제학 이야기"라는 책을 참 재밌게 잘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정전 교수책이죠..막스경제학과 주류경제학을 비교하는 책인데..자신이 비록 주류경제학으로 밥벌어 먹고 살지만, 막스경제학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너무 심해서 쓰셨다고 서문에 나왔죠.... 경제학 책이지만 이상하게 책 전체에서 따뜻한 뭔가가 느껴졌드랬죠....이교수님 근황을 듣게되었네요..

  6. Favicon of http://dalja.x-y.net BlogIcon dalja 2011/04/27 23:07  Addr  Edit/Del  Reply

    이 책을 이 포스팅 올라온 날 바로 샀지요.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두경제학이야기도 사려고 했지만 그 책은 이미 절판이라...

    이렇게 좋은 책을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retired 2011/04/06 23:12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인 박진섭은, 아마 일반인들은 촛불집회가 한참일 때 열렸던 공개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동안, 이래서는 더는 못간다는 요지의 얘기를 했던 시민단체 측 발언자로 얼굴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끼리는, 맹출신으로 불린다. 내가 얘기하는 개도맹(개구리, 도롱뇽, 맹꽁이)의 맹이 아니라 진짜 사노맹.

조국 교수 등 우리 주변의 맹출신들이 좀 있는데,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강동송파 지역 운동을 거쳐 환경운동 중앙으로 왔고, 정책실장을 오래 했다.

한 때 맹 서열 7위였다나, 그리고 당시 기관지 편집국장.

본격적으로 환경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한반도 대운하에 이어서,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이번의 두 번째이다.

처음 초고가 나한테 왔을 때에는, 생명평화의 DMZ, 이런 제목을 달고 와서, 이걸로는 도저히 안 된다...

하여 우여곡절 끝에 요렇게 생긴 책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DMZ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붙잡고 들여다 본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나와는 등을 대고 생태운동을 같이 하는, 가장 오래된 동료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한 겨울을 광화문 앞 열린 광장에서 농성하면서 길바닥에서 지낸 적이 있었고, 그 때 이후로 마음이 짠해서 그에게 마음에 빚진 것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최근 환경운동연합 출신, 녹색연합 출신 등, 소위 활동가들이 본격적으로 책을 내기 시작한다.

현장에서 알게 된이 진짜 많은 실무형 책인데, 어린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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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7 00:00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1/04/07 07:22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35 2011/04/08 00:47  Addr  Edit/Del  Reply

    실제로 보면 좀 시니컬하고 평론가적인 사람이던데 역시 맹이군요
    평소엔 좀 어눌하던데 tv에선 말을 잘해서 좀 놀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