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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읽기 16]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2019.01.18 11:04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애 보면서 매 순간이 힘들지만, 가장 힘들었던 때를 생각해보면..

 

작년 딱 요맘 때, 애들 어린이집 옮길 때였다. 둘을 동시에 옮길 수가 없어서, 큰 애가 한 달 먼저 갔다. 형이 먼저 가 있어야 동생의 대기 번호에 우선권이 주어져서 그래도 따라 옮겨갈 수 있다는 거다.

 

뭔 미친 짓인가 싶었다. 육아행정이 거지 같지만, 그 거지 같은 일의 끝판왕 정도 된다.

 

그 때 큰 애가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하는 일이 생겼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나는 일단 몸이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꽤 먼 어린이집부터 집 근처까지, 그야말로 셔틀을 도는데, 진짜 죽을 맛 같았다. 같은 짓을 오후에 한 번 더 해야 한다. 방법 없다.

 

그 때 너무 힘들어서 차 잠깐 세워놓고 쉴 때였다. 박원순이 어머니들 만나서 82년생 김지영 무슨, 뭐 그런 토론회 비슷한 걸 한다는 얘기였다. 젠장, 눈물이 핑 돌았다.

 

힘들다, 이거 너무 힘들다..

 

나는 68년생 아빠다. 그날만큼은 나도 너무 힘들어서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

 

당장 육아관련 무슨무슨 본부 같은 거 만들고, 내가 나서서 본부장 하겠다고 손 들 생각이 머리 끝까지 올랐다. 돈 말고도 간단한  행정 조치만으로 지금보다 2~3배는 편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담배 한 대 피우고, 제정신이 돌아왔다. 혹시라도 내가 뭐 한다고 나설까봐 견제가 몇 년째 장난 아니다. 한 때는 동지였고, 동료였던 사람들인데, 내가 움직일 만한 공간은 다 막아놓고 있다.

 

이제는? 마찬가지다.

 

그냥 애 키우면서 지내는 게 이제 2년이 넘었다. 이제는 애 보는 게 힘들어서 아무 일도 못한다.

 

내년이면 큰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아내가 3월 한달은 육아휴직 신청을 했다. 방법이 없다. 그리고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 끝날 때쯤까지, 나는 매일 매일이 거의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그래도 나는 건강이 형편없는 거 빼면, 사정은 좀 낫다.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삶에 관한 얘기다.

 

바로 소설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정작 내가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그 후로도 1년이 지난 다음이다. 책을 조금씩은 읽는데, 소설을 읽을 여유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여유.. 하긴, 그딴 건 없다. 그냥 다른 일을 밀어치고 하는 거지.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따로 서문이 없어서 1장을 읽었는데.. 햐, 1장 읽다가 눈물 날 뻔 했다. 소설로는 별로라고 개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야말로 애 안 키워본 할배 같은 소리 아닌가 싶다.

 

할배들, 이것들 정말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 순간이 있었다.

 

아주아주 유명한 할배들이다. tv에도 나오고, 책에도 나오고, 에 또 틈틈이 신문 인터뷰도 나오는, 겁나 유명한 할배들이다. 한국의 지성, 이런급 사람들이다.

 

"애 보는 게 그렇게 어려워?"

 

네, 그렇지요, 뭐. 얼버무리고 대답하고 얘기를 하는데, 진짜 애 보는 게 '눈으로' 애만 보면 되는 건 줄 알고 있는 할배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니가 뭘 좀 해야지, 애만 보고 있냐고 지랄들이다. 그 정도면 그냥 넘어갈려고 했다.

 

"조선 시대에 훌륭한 사람들은 다 처가에서 컸는데.."

 

애들은 처가집에 맡기고, 대충 자기들 따가리짓이나 마저 해달라는 건데..

 

솔직히 패 죽이고 싶었다.

 

나도 여력이 있으면 <48년생 할배들>, 그런 거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리고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책의 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그런 할배로 늙어가고 싶지 않다는..

 

애 키우다 보면, 영혼이 산화된다.

 

소설은 그렇게 영혼이 산화된 어느 젊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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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명씨 2019.01.18 13:29 신고

    서문읽기 감사해요. 여기 올라온 책 몇 권은 사서 보고 빌려 보고 했습니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나오자마자 샀고요. 82년생 김지영은 아직 안 읽었는데 이제야 읽어보고 싶은 맘이 생기네요...우박사님 책 늘 재밌게 읽는 독자입니다. 건강하세요!!

책 서문 읽기, 내일은 '82년생 김지영'. 책도 새로 샀다. 소설 너무 안 읽는 것 같아서. 매일 서문을 하나씩 읽고, 여유를 조금 내서 나머지 부분을 마저 읽는다. 가끔은 이미 읽었던 책 중에서 다시 읽을 책을 꺼내기도 하고.

내 생활이 여유가 없을 것 같지만, 하루에 서문 하나 읽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여유가 없지는 않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애들 기저귀 차고 있을 때에는 물리적으로 시간도 없고 정신도 없지만, 큰 애가 이제 초등학교 입학하려고 입학할 날자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까지 여유가 없지는 않다.

책을 많이 읽는 시절에 쓰는 글은, 글도 좀 윤기가 나고 때깔이 난다. 꼭 필요한 책만 읽는다고 그런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좀 풍성해야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생각도 좀 많아지고, 다양해진다.

그게 결국 글에 반영이 되어서 좀 윤기나는, 아주 척박하지 않은 글이 나온다. 쓰는 사람의 마음이 급하다고, 독자도 급한 마음으로 읽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읽기 싫다고, 그냥 던져버리지..

이리하야..

아마도 나는 한국에서 가장 한가로운 아이 아빠가 된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애 둘 보는 아빠 중에서만 추리면,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1등 하기 쉽다. 너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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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읽기 15] save the cat!

2019.01.17 12:5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영화와 관련된 얘기를 내가 하는 경우는 드물다. 계약서에 비밀 유지 조항 같은 게 복잡하게 달려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조용히 일하는 게 내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굴, 이름,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게 한 게,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

 

언젠가는 영화에 대한 책을 쓸 생각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자연스럽게 영화에 관한 책을 쓰게 될 것 같다.

 

'세이브 더 캣'은 아마도 한국에서도 가장 많이 읽은 시나리오 작법서가 아닐까 한다. 또 실제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오래 전에 읽은 이 책을 다시 집어든 이유는, 이런 방식으로 얘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성격 드럽다..

 

한 번 유행이 지나고나면, 혁신적이거나 창의적인 방식도 식상한 방식이 된다.

 

'캐릭터'에 대한 집착은 10여년 전에 한국에서 형성된 것 같다.

 

근데, 이게 재미가 없다. 캐릭터? 사람이 만드는 캐릭터는 다 거기서 거기다.

 

애들 책 읽어주다보니 그리스 신화나 <해저 이만리> 같이 오래된 책들을 지겹도록 여러번 읽게 되었다.

 

이게, 지금 봐도 다 재밌다. 캐릭터? 개뿔이다. 얘기가 재밌으면 그 자체로 재밌는 거지, 그 이상 뭐가 필요하나? 헤라클레스 같은 신화를 요즘의 캐릭터 분석식으로 해보면, 재미 하나도 없다. 그래도 그 얘기는 재밌는 얘기다.

 

<해저 이만리>를 다시 읽으면서, 몇 년 전 다윈의 <비글호 여행기>를 다시 읽는 것 같은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아, 이게 그렇게 만만한 책이 아니었구나. 아마 언젠가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을 꼽으라면 결국 나는 <해저 이만리>를 꼽을 것 같다.

 

캐릭터? 개떡이다. 얘기가 재미가 없으니까 자꾸 곁다리 분석을 하고, 부수적인 것들이 오히려 상전 자리에 들어오게 된다.

 

이게 요즘의 내 생각이다.

 

'세이브 더 캣', 진짜 지겹도록 들은 얘기다. 요즘은, '세이브 더 캣 신'도 개떡이다. 그런 얄팍한 장치들을 배치하는데 힘을 쓰다보니까, 얘기의 본령에 대한 고민이 얄팍해지는.

 

힘은 어디에 써야 하나? 진짜 얘기가 재밌어야 하는. 그게 다다. 요즘 내 생각이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시나리오 작법책을 비롯한, 글쓰기 관련된 책들을 안 보는 건 아니다. 읽어두면 다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유행을 새로 만드는 것은, 그런 작법서로 되는 건 아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그런 얘기다. 고양이를 구하든 말든.. 사람은 그런 얄팍한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나는 한국의 시나리오 표준 작법서가 되어버린 <save the cat!>을 다시 집어든다.

 

어쨌든 읽어두면, 정신 세계가 조금은 더 풍성해진다. 영화를 좋아하든 아니든, 이야기의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must it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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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읽기 14] 주적은 불평등이다 - 이정전

2019.01.16 22:5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한국에서 나랑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경제학자 두 명을 꼽자면, 신의순과 이정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비유를 들자면, 신의순은 나를 돕기만 한 사람이고, 이정전은 내가 돕기만 한 사람이고. 어쨌든 이 두 사람이 나와 이론적 싱크로율이 가장 높다.

 

만약 신의순 선생이 그 때 대선에서 이회창 환경특보가 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나도 가끔 돌아보는 질문이다. 어쩌면 나는 적당히 연세대학교 교수가 되었을 거고, 그냥 특별한 주제로 학위를 한 고만고만한 학자 중의 한 명이라, 그렇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명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나는 판단을 했고, 신의순 선생과 멀어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그 시절이 생각나는 것은, 신의순 선생이 마침 그 때 연세대 경제학과의 학과장이 아니었다면, 나는 너무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 훨씬더 황당한 곳에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없다. 빨갱이라도, 쟤가 하는 말이 맞아, 수업도 챙겨주고, 이것저것 챙겨준 사람은 신의순 선생이었다. 나는 그렇게 한국에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렇다면 이정전은?

 

반대로, 이래저래 나는 그를 돕기만 한 것 같다.

 

문재인 당대표 시절이다. 이준구, 이지순, 이런 경제학계의 원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런 된장..

 

그 때 찾아간 사람이 이정전 교수였다.

 

내가 알았던 가장 최근의 스토리는..

 

이정전, 이준구 테니스를 치다가, 이정전 선생이 쓰러졌다는 거. 그걸 이준구 선생이 정말 눈치 빠르게 조치해서 이정전 선생이 살아날 수 있었다는 거.

 

그 시절, 우리는 야당이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는 코너에 몰려있었다. 안철수 등, 무지하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여간 갔다..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 막 은퇴한 이준구 교수와 이지순 선생이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햐, 할배들.

 

나는 그냥 꾸벅, 도와달라고 했다.

 

이정전 선생이, 내가 갈 거라고, 연통 정도 넣어주신 상태였다.

 

_________

 

이지순 선생은 그날, 점심으로 햄버거 같이 먹었다. 그 때 나에게,

 

"아내 얼굴 봐서라도 제발, 헛짓거리 하지 마시게."

 

그런 얘기를 하셨다. 문재인 메시지를 들고 찾아갔는데,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돌아서서, 이준구 선생 방앞까지 안내해주셨다.

 

이준구 선생은..

 

"잘 해요, 우박사가 잘 해야.."

 

하여간 난 메시지는 전달했다.

 

_____

 

그 뒤에도 난 그 일을 몇 달을 더 했다. 장하성 선생도 고대 경영학과까지 찾아가서 만나고.. 틈 나는 대로 그런 양반들을 찾아다녔다.

 

난 배알도 없냐? 방법 없다. 그 시절에는, 그 일이 내 일이었다.

 

야당 시절, 그냥 도와달라고 찾아다녔다. 연구실 앞에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하고. 쪽지도 남기고, 그러고 다녔다.

 

아마 둘째가 폐렴으로 입원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나는 그뒤로도 꽤 오래 그런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아프다..

 

나는 내가 하던 일을 그만해야겠다고 결정을 했다.

 

당대표를 그만 둔 이후의 문재인, 그 뒤로 두 번 만났다. 통화는 몇 번 했지만, 실제로 본 건 두 번이다. 한 번은 양산집에서, 한 번은 마포에서.. 마지막 만났을 때, 캠프는 안 한다고 했다.

 

그 날 식당에서 나오면서, 아마 이 순간이 마지막 보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직관적으로 들었다.

 

곧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안해요", 그렇게 돌아서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_______

 

이정전의 책 "주적은 불평등이다" 서문을 읽으면서, 이정전과 지낸 시간은 물론이고, 그와 겪은 많은 일들이 생각났다.

 

그러나 내가 그의 책을 정독해서 읽은 게 과연 몇 번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정전 선생이 그의 절친 동료, 이준구나 이지순 선생을 설득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섭섭해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이 한 것이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학자로서 이정전이 하는 얘기, 나 역시도 성실하게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준구나 이지순, 한국경제학회 학회장인 이지순의 상징과 자리를 탐한다.

 

나도 그런 잡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그들의 친구이자, 여전히 성실하게 글을 쓰는 이정전의 메시지를 너무 가볍게, 어, 늘 하던 그런 얘기.. 이렇게 가벼이 취급한 거 아닌가?

 

개뿔, 내가 알기는 뭐를 알았나.

 

"주적은 불평등이다", 이 책 서문을 읽으면서 지난 몇 년간 나의 개떡 같은 삶을 잠시 돌아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햐..

 

우리 시대 최고의 경제학자는, 이정전이다.

 

나는 이제야 알겠다. 그걸 모르고 살았다. 내가 까막눈이다..

 

이정전 선생을, 이준구 선생 만나는 소개처 정도로 생각했던 내가, 사람도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잡놈.. 스스로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state of art라는 단어의 의미를 아는 분들께, 이정전 선생의 책을 권해드린다. 당대 최고의 학자가 촛불집회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한 책이다. it 아이템.

 

 

Comment

  1. 2019.01.17 01:43

    비밀댓글입니다

  2. 지금처럼 초야에 뭍혀 책을 펴내시고 강연하시는 것 또한 캠프에 합류하는 그 이상의 적극적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자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수혜자들 중 하나가 바로 저같은 일반시민이잖아요*-*
    요즘같은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참으로 어려운 선택을 하셨고..험난한 길을 걷고 계십니다..

    무엇보다도 책도 좀 많이 팔리고..
    돈 되는 강연도 많이 생겼으면 희망합니다.

    민주주의를,,
    ...

    이렇게 이해하기 쉽고,,
    이토록 재밌게 풀어나가주신 데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항상 감사하고..

    항상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_🌹))))))))

[책 서문 읽기 13] 징비록

2019.01.13 20:5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징비록>,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의 잘못을 기록해둔 책.

 

예나 지금이나, 반성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가끔 나도 <징비록>을 여기저기 뒤적거리기는 한다. 나라는 이미 전쟁 전에 무너졌다는 것이 옳을 정도로, 수비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도성의 성첩과 병사의 수를 비교하는 대목에서, 이게 나라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자신의 맹활약을 쓰는 책들은 엄청나게 많지만, 자신의 반성에 관한 책은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반성일지도.

 

나도 내 삶을 돌아보며, 가끔 꺼내본다.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된다.

 

 

 

 

Comment

  1. 별하나 2019.01.17 07:45 신고

    저는 며칠전 이 서문 읽기를 듣고는..
    한밤중..

    왠지 모를
    눈물이 고였습니다..

    어쩐지..
    박사님의 그 깊은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 꼭 크고 화려한 것만 세상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작지만 의미있는 것에서도.. 좋은 책은, 단 한 명이라도 삶에 도움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은.

[서문 읽기 12] 후쿠시마와 환경오염

2019.01.10 10:5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흔히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사태로 불리는 그 사건을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도 충격적이었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이었겠나?

 

그런데 이런 사건을 헤쳐나가기 위한 노력에서, 일본이 가진 우리와는 다른 힘을 보고 놀랐다.

 

'동일본 대지진과 핵재난'이라는 이름을 가진 와세다 리포트 시리즈는 관련 지식과 활동을 모아서 문고판으로 낸 보고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학교에서 번역 출간하였다.

 

우리는 이런 거 할 수 있을까? 못 한다. 학계와 사회는 너무 많이 떨어져 있기도 하고, 대학은 돈 되는 거 아닌 일과는 정말로 이제 너무 먼 곳에 가버렸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원전파와 태양광파의 전쟁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골육상쟁이다. 이거 왜 이런 거냐?

 

이 전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전말을 지켜본 나는, 진짜 어디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 눈 뜨고 보고 있기가 민망하다.

 

이 모든 아수라장의 시작은.. 생각지도 못하는 전혀 엉뚱한 인사들 몇 명, 좁게 잡으면 두 명에서 시작되었다. 두 명 다, 내가 웃으면서 만났던 사람들 (진짜 돌겠네..) 한 명 더 있다는데, 이 제 3의 인물은 몇 달간 추적을 했는데, 결국 누구인지 못 밝혀냈다 (나한테는 못 알려준다는 것 같은..)

 

높은 자리 가겠다고 몇 명이 삽질하는 동안,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래서 후쿠시마 사태 이후 대학의 힘을 모두 모아서 와세다 리포트를 내는 일본이 부러워졌다.

 

그리고 그나마 그걸 번역 출간이라도 한 고려대학교가, 한국에서는 어쨌든 대학의 최소한의 기능이라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라더라도, 대학과 사회, 최소한의 기능은 하고, 미니멀리즘이라도 사회에 결과물을 줘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

 

 

 

 

Comment

  1. 지은 2019.01.10 16:56 신고

    그저 나나좋자고 안전하게~ 그러나 넘 비겁하게 보이면 안되니까는 욕먹지 않을 정도의 입장을 취하거나 혹은 최소한의 행하지않음에 대한 논지를 계발하는 곳이.. 대학이라는 곳 아니었나요?

  2. 2019.01.10 21:54

    비밀댓글입니다

  3. 2019.01.11 00:44

    비밀댓글입니다

[서문 읽기 11] 사랑할까 먹을까 - 황윤

2019.01.09 11:0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황윤을 처음 만난 것은 인사동 뒷골목의 작은 술집이었던 것 같다. 녹색연합의 활동가들과 회원들과 하는 작은 자리였었다. 그리고 내가 하던 수업에 그녀의 다큐와 함께 작은 세미나 자리를 마련했었다.

 

그녀가 한참 로드킬 무비 작업을 할 때, 그녀에게 자문해주던 사람들이 이래저래 내가 알만한 사람들이었다. 또 나도 그 시절에는 지리산에 자주 가던 때였고 (공지영 작가가 본격적으로 지리산에 오던 것은 그 약간 뒤의 일이다.)

 

무엇을 먹을까, 이건 농업의 질문과 직결되는 얘기다.

 

<음식국부론> 내기 전까지는 나도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삶에 대한 관심이 안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게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라는 막역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든 뭐든, 알고 싶지 않아했다. 그냥 외면하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난 그런 건 절대 보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더 불편해질테니까", 그랬다.

 

알고 싶지 않은 정도가 아니다. 알고 싶지 않으니까, 너도 절대로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날 고민하게 하면 죽여버리고 싶어, 이런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그 때 알았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아는 것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흐름이 하나 있다는 것을.

 

황윤은 그 벽 앞에 오랫동안 서 있었을 것이다. 그 벽은 공고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특히, 잘 균열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황윤에게 늘,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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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읽기 10] 검사내전 - 김웅

2019.01.07 20:4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강직한 현장형 검사가 부장 검사까지 승진하였다. 드문 일이라고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이 다루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책을 썼다. 책은 겁나게 웃긴다. 그리고 대박이다.

 

<국가의 사기> 원고를 출판사에 막 넘기고 이 책을 읽었다. 한 가지 메시지가 강렬하게 남는다.

 

형사사건으로서의 사기, 기본적으로는 자기 욕심에 자기가 넘어가는 것이다..

 

형사부 검사의 조언이자 결론이다.

 

그러나 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배달의 오류', 그런 걸 이미 아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정말로 이 얘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은 배달되기 어렵다. 배달의 오류라는 개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읽어두어서 해로울 것 없다. 아는 것 같아도, 우린 사기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 전문가의 조언, 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Comment

  1. 2019.01.07 20:58

    비밀댓글입니다

    • 평소에 독서도 많이 하는 것 같고, 생각도 많이 하는 것 같고, 순발력도 좋은.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을 잠시..

[서문 읽기 9] 전환의 시대 - 박노자

2019.01.06 11:02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얼마 전부터 조선일보에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뭐, 욕 죽어라고 먹었다. 욕 먹을 줄 알고 시작한 것이기는 한다. 가끔 조선일보 부탁을 받고 기고한 적은 있는데, 이름 걸고 연재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책은 거의 죽기 직전이다. 그리고 각 잡고 사회를 들여다보자고 하는 사회과학 책은, 사실 이미 사망이다. 방송을 비롯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연성화의 길을 가는데, 경성 중의 경성인 사회과학은 이미 사망한 상태인 것 같다.

 

박노자의 서평을 조선일보에 실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했다. 서평은 그대로 실렸다. 뒤에서는 모르지만, 사실 아무 일도 안 벌어졌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박노자도 옛날 박노자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는 않다. 박노자는 더 웃겨졌고, 더 시치미 떼면서 농담을 곧잘 하게 되었다. 정로환 가지고 암을 고치는 행위.. 진짜, 이제 한국 사람 다 되었다.

 

좌든 우든, 박노자는 제3의 눈으로 혹은 글로벌 스탠다드 좌파의 눈으로 본 한국, 한국인은 누구든 한 번쯤 봐야 하는 텍스트다.

 

그게 개차판 받는 한국, 사실 좀 슬프다. 그러나 슬프다고 그냥 가만히 있기도 좀 그렇다.

 

서문이라도 소개한다. 서문이라도 좀 보면 좋겠다..

 

이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작은 노력이다.

 

 

 

(사진 찾다보니, 노회찬과 찍은 사진을 찾았다. 노회찬이 박노자 보러 노르웨이 간다고 나한테 상의하러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노르웨이 사람들을 좀 소개시켜 줬었다. 그냥 같이 가자고 하고 따라갈 걸.. 이제 후회 된다.)

 

(그리고 김종철과 함께 찍은 사진도 나왔다. 한 때 내가 가장 사랑하던 후배.. 어쩌면 그는 이재영과 우리 모두의 후배였던 건지도 모른다. 노회찬의 마지막 순간, 그의 보좌관이었다. 이재영, 오재영, 노회찬, 모두 떠난 후의 김종철, 이번 달에 만나기로 했다.. 술이나 한 잔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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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0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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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도자님. 박노자는 좀 특이한 존재이기는 한데, 덕분에 매우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고. 래디컬한 것은 이런 것이다, 그런 스탠다드 형태의 얘기를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제 3의 눈 같은..

  2. 2019.01.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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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읽기 8] 어디서 살 것인가 - 유현준

2019.01.05 17:42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책 서문 읽기 시작한지 여덟 번째다. 신청이 들어왔다. 뭐, 별로 인기 있는 코너도 아닌데, 신청은 당연히 우선 처리.

 

건축에 대해서, 참 만감이 교차한다. 첫 직장이 어쨌든 법적으로는 현대건설이었다. 그냥 의자만 놓고 있던 건 아니고, 현대건설 사람들과 꽤 많은 일을 했다.

 

주변에 건설 관련된 사람들이나 건축사들이 많이 있다. 친한 사람들도 있고,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우도 있다.

 

토건의 시대,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일까, 이런 질문을 종종 한다.

 

어쨌든 유현준의 얘기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지금 서울의 모습 아니 넓게, 모든 것이 같아져가는 전국의 모습, 이런 건 아니다.

 

다양성이 너무 떨어진다. 그리고 인간들이 너무 폭력적으로 변한다.

 

건축에서도 그 질문 하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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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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