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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글들/비니루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6

  1. 2017.08.24 아름다운 물방아간의 처녀
  2. 2015.08.24 다시 듣는 노래, free bird(1)
  3. 2010.07.17 비오는 토요일 오후, 다시 꺼내드는 LP들...(3)
  4. 2010.02.17 simon & garfunel, pack 20(14)
  5. 2009.11.05 게오르그 솔티, 베토벤 교향곡 9번(7)
  6. 2009.10.23 김국환 1집, 김수철 3집(6)


함께 작업할 연출 처음 만나는 날이다.

빈 손으로 만나기가 밍숭맹숭해서 cd 한 장.

별 거는 아닌데,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할 때 주로 집어드는 음반.

중2 때, 태어나서 두 번째로 산 lp였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들은 lp가 되었다.

내가 소년이 될까 말까하던 시절의 감성.

다행히 전세계 어디가나 대부분 판다.

비 많이 내리는 오늘 같은 날 더욱 땡기는.
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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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어려운가 보다.


하는 일은 다 잘 안된다. 안되던 일은 원래 안되고, 잘되던 일도 안된다. 그렇다고 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Lynyrd Skynyrd의 라이브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Free bird...


이걸 곰곰이 보다 보니, 내가 이 노래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 순간 이 노래를 들으면서, 내 인생은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었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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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행기 타지 말자 2015.09.01 21:17 신고  Addr Edit/Del Reply

    'free bird' 가 수록된 그들의 1집 앨범 제목이 'Pronounced Leh-nerd Skin-nerd' 친절하게 레너드 스키너드로 발음할 것을 갈차주고 있다. 저거 척 보고 그렇게 발음하는 사람이 본토에도 없었던 모양.ㅋ 아무튼 영화 킹스맨 교회활극에서 'free bird'의 폭풍기타가 등장하더라구. 참고로 고삐리 친구들인 멤버 3명을, 정학처분 내린 체육선생 이름이 Leonard Skinner. 그 이름을 약간 비틀어 밴드 이름으로. 그러나 우리의 질풍노도 고삐리 3인, 상냥한 정학처분에 대해 좃까라 그래~ 외치고는 자퇴했다는... ㅠㅠ

한동안 정신없이 지냈는데, 간만에 토요일 오후에 혼자 집에서 창문 너머 비 내리는 것도 마당에 감자 심어놓은 것도 보고.

원래는 내일쯤 조카들 데려다가 감자 캘려고 했었는데, 다음 주로 미루었다.

요즘 좀 심난해서 그런지, LP를 잘 못 들었다.

나야 그냥 계속해서 슬럼프니까, 심난하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무료하게 원고 들척들척, 이 책 저 책 들척들척,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책은 고양이 키우는 법에 관한 일본 책이다.

그렇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요즘 꽤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아직 기사로는 안 나갔는데, 아마 다음 주부터는 좀 부지런한 기자들 손에는 포착되서 이래저래 기사가 나가지 않을까 싶은데, 한 두명도 아니고 줄줄이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통과하는 중이다. 왜들 그러시나...

이번 주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나야 늘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 가능하면 소비를 줄이고, 꼭 하고 싶은 몇 가지에만 약간의 호사를 누리지만... 청바지 사본 게 몇 년 전인가 싶게.

그래도 경제학자로서 돈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다다익선이 아닐까 싶었는데, 생활인에게는 돈은 꼭 다다익선은 아닌 것 같다.

돈도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근 불가원, 너무 멀면 춥고, 너무 가까우면 데이고.

그저 딱 필요한 돈보다 만 원짜리 한 장 더 있는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다.

돈이 아주 많아진 다음에 불행해진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아들이 엄마에게 소송을 걸고, 엄마는 그런 아들에게 맞고소 하고, 새엄마가 딸을 고소하고, 다시 딸은 새엄마를 맞고소 하고.

그런 소소한 사연에서부터 아버지가 돈벼락을 맞은 다음에 아주 나태해진 아들, 이런 것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너무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들으면 속상할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돈이라는 게 불가근 불가원 아닌가 싶다.

요런 생각들을 하면서, 중학교 듣던 LP 들을 꺼내서 듣는데, 괜히 기분 때문인지, 아니면 마흔이 넘어가면서 생기는 퇴행성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해진다. 새로운 것이 주지 못하는 평온감을 오래된 것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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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직장인 2010.07.17 20:14 신고  Addr Edit/Del Reply

    흠...비오는토요일오후...오늘따라 날씨에 다들 민감하신것 같은...

    흠...멜랑골리하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전형적인 직장인의 코멘트

  2. 선돌배기 2010.07.17 21:58 신고  Addr Edit/Del Reply

    귀농해서 농사를 잘 짓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는 사람인데요.
    가끔식 와서 글 읽고 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3. 2010.07.18 19:19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아버지는 원래는 고졸이고, 서울 사범 출신이다. 서울 사범이 무슨 학교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등학교이다.

 

내가 아버지를 아버지로 기억하는 첫 번째 이유, 어쩌면 마지막 이유가,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아버지의 고등학교 친구였던 어떤 분이 내 방에 LP를 들을 수 있는 장치를 해주고 가셨던 사건이다. 물론 비싼 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나소닉 앰프와 역시 파나소닉 스피커,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턴테이블, 딱 그렇게 내가 아무 것도 모를 때, 그냥 내가 중학교에 갔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분이 우리 집에 오셔서 내가 LP를 들을 수 있게 뭔가를 설치해주고 가셨다.

 

나중에 알았다.

 

그 양반이 원래는 사진작가이고,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봤던 사진 중에 많은 것들을 찍으신 분이라는 것을.

 

하여간 그런 건 나중에 알았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나는 중학교 때에는 사진반을 했었고, 내가 찍은 평생의 사진보다 많은 사진을 중학교 때 찍었었다.

 

우리 집은 부자 집은 아니었지만, 중고와 중고로 조합을 해서,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그런 대로 근사하게 LP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내가 돈을 벌고 난 다음에야 알았다.

 

비싸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소리를 돈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주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하여간 솜씨 있는 분이 내 방에 비싸지 않은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가셨고, 나는 그 혜택을 아주 많이 봤다.

 

어머니는 나에게 한달에 2~3장 정도의 LP를 살 수 있는 용돈을 주셨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내가 받은 용돈으로 첫 번째 산 것은, LP가 아니라 비틀즈의 초기 노래를 모은 테이프였다. 나는 그것을 테이프가 닳아질도록 들으면서 중학교 1학년을 보냈다.

 

처음 산 LP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러브 스토리 사운드 트렉, 그리고 슈베르트의 물방앗간의 처녀.

 

너무 많이 들어서 앞부분의 노래들은 이제 튄다. 그게 내가 용돈을 받아들고 처음 LP 가계에 가서 사왔던 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산 게, 바로 사이몬과 가펑클의,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들의 노래들이 대충 모인 pack 20이라는 이름을 가진 앨범이었다.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쓰리 핑거를 배우게 되었다.

 

참, 신은 나에게 이런 개떡 같은 목소리를 주었을까...

 

그 때 음악을 같이 했던 리드싱어가 나중에 국정원에 들어갔고,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약간 이해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다음에는 국악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해금이라는 악기를 잡게 되었다.

 

해금으로 날 표현하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된장.

 

그해 국악과 대학원은 파아노를 기본 점수에 집어넣었다.

 

내 피아노 실력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기본 코드로 치는 실력...

 

아 또 때 마침, 그 때 수배도 받았다.

 

음악으로 먹고 살기도 어렵고, 진학고 간당간당하던 순간, 집은 나와서 돈은 없었고, 대학은 다닐까 말까...

 

참, 노래를 잘 부르면 좋았을 걸...

 

대학가 앞에서 잠깐 기타 반주하고 그러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그 때 또 사이먼과 가펑클을 들었다.

 

하여간 고맘 때, 집에서 돈을 좀 받아야 유학이라도 갈 수 있으니까, 결국 잠깐 집에 들어가서 살았다.

 

그 때가 대학 4학년, 미칠 것 같았다.

 

집은 이미 나와서 살고 있었는데, 국악원에서는 그냥 국악하면 좋겠다고 하고, 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대학 공부는 때려치고 신춘문예라도 되면 좋겠다고 시만 쓰고 있던 시절.

 

그리고 점점 경찰은 나를 찾아서 조여오던 그런 날.

 

바로 그 나와 오랜 시간을 같이 했던 그 LP...

 

그게 아직도 내 방에 있다.

 

그걸 다시 틀어본다.

 

스피커는 모니터 오디오, 한참 괜찮을 때의 스튜디오 식스.

 

앰프는 몇 년 지났지만 여전히 괜찮은 기기라는 평을 듣는 뮤지컬 피델러티 A3, 인티 버전. 사람들은 이걸 보통은 뮤피라고 부른다.  

 

그리고 턴테이블은, 장정일 선배한테, 구박받고 구받받으면서, 당분간 이렇게 버틴다고 말했던 데논.

 

음악이 이런 건지, LP가 그런 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나와 온갖 사건을 다 같이 겼었던 LP 한 장이, 아직도 살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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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보의 재탄생:노회찬과의 대화> 출판기념회
    2월24일(수) 저녁 6시30분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후문방향) - 지하철2호선 이대역 6번출구
    http://djuna.cine21.com/bbs/view.php?id=main&no=206702

    -인사말
    -내외빈 축사
    -저자 토크쇼 '우리는 아무래도 미래로 가야겠다'
    (노회찬,홍세화,김어준,진중권,우석훈,변영주,김정진,홍기빈,한윤형,이상엽)
    -축하공연

    • Favicon of http://myzip.tumblr.com BlogIcon 한갑에만원 2010.02.23 20:43 신고  Addr Edit/Del

      내일 출판기념회에서 작가분들중에서는 홍세화선생과 우석훈박사님만 못 나오시고 나머지 분들은 다 나오십니다.

      참고하시라고 알려드립니다.

  2. 2010.02.18 00:29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0.02.18 16:40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4. 로드 2010.02.18 17:31 신고  Addr Edit/Del Reply

    우리 현대사를 몸으로 사셨네요.
    참 Simon & Gafungel은 제가 선배네요.

  5. BeGray 2010.02.18 19:41 신고  Addr Edit/Del Reply

    Sound of Silence 랑 Bridge over Troubled Water, 그리고 Scarborough Fair 이 세곡은(거기에 덧붙여 Boxer 랑 El Condor Pasa 까지도) 저도 예나 지금이나 많이 듣는 곡이네요-

  6. 우쌤의 이계안 인터뷰집이 나왔습니다.

    진보를 꿈꾸는 CEO: 춤추는 삶, 꿈꾸는 삶 - 이계안,우석훈 공저 | 레디앙

    지금은 예스24만 미리보기가 됩니다.
    알라딘은 공저자에 우쌤 이름이 나와있지 않아서 수정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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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쉘 위 토크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공저 / 지승호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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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
    임순례,박경철,이범,박재동,심우찬,김태형,정태인,심상정,김현진,오지혜,기선,이대근,윤여준,김은형,이광호,김민하,김용석
    http://www.yes24.com/24/goods/37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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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twitter.com/sangjungsim/status/9459564487
    [심상정 전의원 트위터에서 퍼온 글]
    이번에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 심리학자 김태형, 패션칼럼니스트 심우찬님등 여러분이 저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제 글도 있구요. 출판기념회는 3월 2일 킨텍스에서 합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꼭 와주세요^

    --------------------------------------------------
    지승호씨가 오래동안 조용하더니 다시 활동하시네요.
    심전의원은...우쌤이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쌤이 지지하시는 분이라서 발간소식,기념회소식을 퍼왔습니다.

  8. 저번에 우쌤이 하퍼스바자 3월호부터 컬럼 연재하신다고 말씀하셨었는데요.

    이번 3월호에 안보여서 잡지사에 문의해보니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연기또는 ... )

    저는 그냥 기사 언제나오나 물어보는거였는데, 제가 관계자인줄 알았답니다;;;
    (우쌤에게)지메일로 메일보냈으니 읽어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혹시나 우쌤에게 메일이 한번 더 갔을지 몰라서;;;)

  9. [PD저널 컬럼][우석훈] 이명박 정부,행정이 너무 거칠다
    http://blog.pdjournal.com/entry/우석훈-이명박-정부-행정이-너무-거칠다

  10. dd 2010.02.25 19:39 신고  Addr Edit/Del Reply

    우석훈의 이 매끄럽고 격조 높은 취향을 봐라.
    이계안하고 손잡는게 당연한거야.
    이계안 떡밥마다 아쉬워하는 애들은 이걸보고 다시 생각해보셈.

  11. 끄적임 2010.02.26 03:19 신고  Addr Edit/Del Reply

    궁금해서 질문합니다...우샘이 2010년3월에 어마어마한 대형사건이 터진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게 혹시 지금 회자되고 있는 국민은행의 100조원 손실 건인지요??

  12. 2010.02.27 11:10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며칠 동안 카펜터스의 베스트 앨범과 사운드 오브 뮤직 ost만 계속 돌리다가, 오늘은 큰 맘 먹고 앨범을 좀 바꿔보았다. 되는 대로 잡아보니, 데카에서 나온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한 베토벤 심포니 9번이 걸렸다.

 

9번이 워낙 시간이 길어서 더블 앨범 형식으로 되어있다. 교향곡 한 번을 듣기 위해서 3번을 뒤집는 일을 해야 하지만, 앉아서 9번을 다시 한 번 듣는데 그 정도의 수고야.

 

베토벤 9번은 더는 얘기할 필요가 없는, 전국민이 다 아는 음악일 것이다. 어쩐지 말러를 들어주지 않으면 좀 궁상맞다는 얘기가 10년 전에 유행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한 때의 말러 열풍도 지나간 것 같고, 모짜르트 열풍도 지나간 것 같다. 나는 한동안 바그너를 열심히 듣기는 했는데,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바그너를 모티브로 썼다가, 책 판매가 영 신통치 않은 것을 보고, 괜히 바그너 듣고 있으면 짜증이 생겨나는 증상이 생겼다. 원래도 바그너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히틀러의 등장을 즈음한 독일의 분위기들을 연상하기 위해서 일부러 들었던 것인데. 그래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아마 이 책이 좀 팔렸으면, 다 바그너 덕이다라고 그랬을지도 모른, 그런 천상 속물인 셈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이 베토벤 9번에서 가장 즐겁게 듣는 장면은, 말할 것도 없이 합창 교향곡이 바로 그 시원한 합창이 터져나오는 장면일 것이다. 말러의 소프라노가 돋보이는 교향곡들도 좋지만, 촌놈이라서 그런지, 나도 역시 합창이라고 하면 역시 9번의 시원스러운 합창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내가 9번에서 가장 좋아하고, 또 궁상맞게도 들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오려고 하는 장면은, 바로 1악장이 시작하는 부문의 튜닝에 가까운 가벼운 음맞춤이 진행되는 장면이다. 이 아주 긴 심포니의 시작을 위해서 잠깐의 몸풀이 그리고 바로 튀어나오는 튀어져나갈 듯한 총주.

 

 

이 대목은 영화 <이퀄리브리움>에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약품에 의해서 감정을 인위적으로 억제당하고 무감정한 상태에서 파시즘을 유지하는 '감시자'가 역할을 하던 주인공이 LP로 베토벤을 들으면서 눈물을 되찾게 된다. 그 때 흘러나온 대목이 바로 베토벤 심포니 9번의 첫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나서 턴테이블을 다시 샀고,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나의 LP들을 다시 수거해와서 LP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물론 그릴 일은 없겠지만...

 

우리에게 LP를 뺐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뺐고, 결국은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앗아가고, 그런 이후에 파시즘의 세계를 만들려고 하는 음모와 관련되어 있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

 

베토벤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심포니 9번의 첫 장면은 절대로 내가 파시즘의 세계와 타협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들었다.

 

물론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 심포니 9번의 전곡을 듣는 것은 일년에 몇 번 안된다.

 

음악은, 맥락이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심포니 9번은 영원히, <이퀄리브리움>의 파시즘에서 벗어나기 위한 예술을 되찾기, 그 첫 순간의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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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끄적임 2009.11.05 23:36 신고  Addr Edit/Del Reply

    이퀼리브리엄...생존의 최소 조건이 메트릭스인걸...사진을 올린 의미는???우후훗...오늘 세번째 방문....아...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연습장에 내 댓글을 연습으로 쓰는건지...

  2. 동동 2009.11.06 00:08 신고  Addr Edit/Del Reply

    ...베토벤....스탠리 큐브릭 <시계테엽오렌지>에 대한 오마주같기도 하네요...

  3. 9번은 정말 안팍으로 의미심장한 곡 같아요.
    카핑 베토벤이라는 영화에서처럼 희한한 이야기를 집어넣을 필요도 없이.

    첫 연주 때 귀도 안들리는 주제에 박자도 안맞는 지휘를 고집했던거나, 유행이 살짝 지나서 시들했던 수입에 실망해서 버럭했던거나...

    고집불통에 자존심만 강한 꼴통이었던 베토벤이 인류의 대화합이라는 테마를 썼던 것이 참 재미있어요. 저는 클래식은 그렇게 많이 듣는 편이 아닌데 베토벤의 교향곡 몇개는 꼭꼭 듣게 되더라구요.

  4. ㅠㅠ 2009.11.06 02:50 신고  Addr Edit/Del Reply

    이퀄리브리엄에서..
    특A급인 주인공이 180도 변하는 걸 보면서..
    그 trigger가 베토벤음악에 의한 격변이든..
    강아지라는 한 생명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든..
    사랑하게 된 여자를 지키지못한 자괴감이든..
    저런 사람이 변하면..더 무섭고 철저하게 변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장 썰렁했던 사람을..가장 불타는 사람으로 만드는..무엇..
    그 앞에선..인간도..한없이 무기력해져서..
    다 내려놓고 눈물흘리게 만드는.. 그 무엇..

  5. 직장인 2009.11.06 08:54 신고  Addr Edit/Del Reply

    음...베토벤도 외게인입니다...으흐흐

  6. midwest 2009.11.06 14:58 신고  Addr Edit/Del Reply

    어제밤 tv에서 이퀼리브리엄을 해주더라구요. 사실 크리스천 베일보다는 션 빈이랑 도비니크 퍼셀이 먼저 보이더라구요...그 친구들이 주인공일줄 알았는데...초반에 끝나고.....어 아닌가 싶어서 보다보니...그냥 빨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예이츠도 없고, 강아지도 없는 세상 어찌 살려고 하는지....근데...점점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네요....-.-;;

  7. 구독자 2009.11.06 20:24 신고  Addr Edit/Del Reply

    더블앨범이라니.. 솔티의 템포가 카라얀의 것보다는 긴가 보네요
    좌파경제학자로서 베토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요? 언제 윤소영 선생의 베토벤론에 대한 커멘트도 부탁드려봅니다ㅋㅋ

나는 CD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유학 시절, 도니가 너무 음서서, 중간에 모아두었던 CD와 비디오들 전부 팔고 위기를 넘긴 적이 있었다. (카를로스 산타나 라이브 비디오를, 그 때 팔았다... 어차피 PAL이라서 한국에서는 못 볼 것이었다만.)

 

LP는 중학교 때부터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냥 가지고 있어서 이제는 꽤 된다. 그래봐야 오리지날이라고 부르는 원판은 몇 장 안되고, 그나마도 결혼 하고나서 중고로 산 것들이다.

 

청계천에서 샀던 빽판도 좀 있는데, 라이브 인 재팬이라고 부르던 딥 퍼플, 에릭 클랩턴 실황공연, 월, 뭐 그런 것들이다. 지금 들어보면, 소리는 괜찮은데, 영 문제 많아서 바늘 상할까 봐 잘 못 올린다.

 

그래도 소주 한 잔 마시고 얼떨떨해지면, 꼭 그런 게 듣고 싶어지기는 한다. 고등학교 때, 짜장면 집에서 단무지 놓고 소주 참 많이도 마셨다. 고등학교 때 담배는 안 피웠는데, 술은 엄청 처먹었다. 2학년 후반부터 술 마시는데 재미붙여서, 고3 내내 틈만 나면 술 마시고, 마루에 있던 장롱에 진열되어 있던 아버지가 평생 모은 양주들, 틈틈히 꺼내마셨다. 그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교 2학년 중순이 될 때까지, 그러니까 딱 3년만에 아버지의 평생 애장품이라고 하는 양주를, 결국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3년이나 간 건, 정말 티 안나게 살짝살짝 꺼내마셨던 것인데, 결국은 다 마셔버리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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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얼마 전에 LP 가계가 엄청 많이 생겼다. 이게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3,000원, 4,000원 주고 중고 LP 사는 재미가, 아, 쏠쏠하다. 김건모 1집, 2집, 강수지, 이런 거 집어들면서, 이게 과연 3,000원의 가치 밖에 없을까?

 

내 LP 중에는 아마 200장 정도 될까, 안 뜯은 게 것들이 있다. 산울림 초기 앨범 거의 대부분, 안 뜯은 LP로 가지고 있다. 아까워서 못 뜯는다. 원래는 아이가 크면, 13살 생일 선물로 주겠다고 모으기 시작한 미봉인 버전인데, 아직 아이도 못 낳았다. 내년에는 기필코...

 

그러나 아마 박물관으로 가게 될 것 같다. 오리지날이라는 원판에 비해서 국내 가수들 판은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헐값 대우를 받지만, 그런 건 구경도 하기 어려운 시기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오기는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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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요번에 산 LP 몇 장 소개해보자.

 

 

 

김국환 앨범을 산 건 처음이다. <타타타>라는 노래 때문에 나도 산건데, 다른 사람도 그렇게 사는지, 이건 조금 비싸서 4,000원이었다. 타타타, 가사는 정말 명곡이다.

 

그래도 김국환의 최고 히트작은, 은하철도 999이다. 기차가 어둠을...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만화에 대해서는 평이 분분하다. 프랑스에서 이 만화를 열심히 봤는데, 은하철도 999, 노래 부르면서 주제가 부르는 가수가 죽어난다. galaxie express neuf cents quatre-vingt dix-neuf, 프랑스의 80진법 때문에 999할려면 아주 바쁘다.)

 

김국환의 <타타타>는 지금 들어도 몽롱해지기는 하지만, 앨범 전체로는, 음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트로트를 아주 안 듣지는 않는데, 아마 열 곡 정도? 변형된 트로트 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그곳에서부터 나왔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생전 듣지도 못하던 트로트들을 아주 신나게 들을 수 있고, 그거 느낌 안난다고 인상쓰고 있다가는 할아버지들하고 척지기 딱 좋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 잘 안되기는 한다.

 

김국환, 요즘은 밥은 먹고 사나? TV의 체험 프로그램 같은 데에서 열심히 일하던 거 몇 년 전에 본 것 같은데.

 

 

김수철 앨범이 여러 장 있는데, 나는 유독 이 3집을 좋아했다. 대학교 때 한 장 샀고, 몇 년 전에 또 한 장을 샀는데, 이건 안 뜯은 LP이다. 아마 뜯을 것 같지 않아서, 뜯은 게 걸려서 또 샀다. 3천발, 정말 해도 너무너무한 헐값이다.

 

그 때가 내 삶에서 가장 혼동스럽던 대학교 2학년 때 나와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 취향이 당시의 김수철 음악과 잘 맞아서 그런 건지. 하여간 이 판에 나온 소리들이 내 소리의 기준이 되었고, 그리고 20년이 되어서 다시 들어봤는데, 음... 여전히 그러한가보다.

 

가사는, 지금 들으면 유치뽕이기는 한데, 어쩌면 나의 유치뽕 감성은 김수철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가만히 놓고 가사들을 분석해보면, 스토커 버전들이거나, 꿈에 나올까 무섭게 "사랑해요!". 아, 정말 무서운 가사들인데.

 

누군가 날 가슴 속에 묻어놓고, 그건 사랑이예요!

 

우와, 호러 버전이다.

 

그 시절 가사가, 다 남자들의 스토커 버전이기는 하지만, 김수철도 3집 때에는 그런 게 아주 심했다.

 

오랜 고생을 끝내고, 몇 년 전에 다시 복귀한 걸 보기는 했지만, 밥이나 먹고 살까? 영 걱정스러운 아저씨이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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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성적자 월급장이 2009.10.23 13:20 신고  Addr Edit/Del Reply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 잎 두고 가신 님아
    가지 위에 눈물 적셔 놓고 이는 바람소리 남겨놓고
    앙상한 가지 위에 그 잎새는 한 잎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외로움만 더해가네
    밤새 새소리에 지쳐버린 한 잎마저 떨어지려나
    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가시다가 잊으셨나
    고운 꽃잎 비로 적셔놓고 긴긴 찬바람에 어이하리
    앙상한 가지 위에 흐느끼는 잎새
    꽃 한 송이 피우려 홀로 안타까워 떨고 있나
    함께 울어주던 새도 지쳐 어디론가 떠나간 뒤
    님 떠난 그 자리에 두고두고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선생님 덕분에 간만에 읊조려 봅니다.

  2. staringeyed 2009.10.23 16:22 신고  Addr Edit/Del Reply

    서울에 계신분들은 좋으시겠습니다. 인터넷으로 사면 젤 싼 게 오처넌부터인데...데논으로 따라가 볼까요? ^^

  3. 한국어 버전으로 구구구면 2009.10.24 04:58 신고  Addr Edit/Del Reply

    neuf neuf neuf 아니고?

  4. 치히로 2009.10.24 10:20 신고  Addr Edit/Del Reply

    김국환씨 여전히, 텔레비에 잘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에 초대가수로도 나오고요, 요즘은 경인방송 등 여러채널에 가수들 프로가 많으니,,아마도 잘 살고계시겠죠. <윤상>은 안좋아하세요?? ㅋㅋ

  5. 혹시 은하철도 999의 숨은 주제곡을 아세요?
    '눈물 실은 은하철도'라고 있어요.
    너무 구슬퍼서 바꼈다고 합니다.
    중학교때 별밤에서 처음 들었는데
    저는 구슬픈 이 곡이 더 좋더라구요.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이런건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네요

  6. Mariachi 2009.10.26 16:52 신고  Addr Edit/Del Reply

    거짐 20여년 전 가격보다 현재가 차라리 싸군요.. 그때도 테잎은 3천원, LP는 5천원이 넘었던 거 같은데..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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