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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2018.07.13 15:1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50대 에세이, 오늘 2쇄 찍는답니다. 책 잘 파는 사람들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일이지만, 저는 그래도 많은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계속 책을 쓸 수 있고, 새로운 주제를 계속 찾을 수 있게 해준 많은 분들에게 이 기회를 들어 다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저는 '3부 리그 등판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한국에서 사회과학 저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3부 리그에서 계속 등판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현역으로 계속 뭔가 만들고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기만 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에게 거듭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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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색이 들어가는 중이다. 내 삶에도 요렇게 고운 색이 들어가면 좋겠다.)

 

요즘 나는 늘 감사하며 산다

 

50대 에세이는 나에게는 오래 기억될 책일 것 같다. 책을 쓰기 시작한 처음과 마무리지었을 때, 내 생각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으로 먹고 살고 싶어 하겠는가? 실제로는 전세계적으로 10 만명 될까 말까 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추정은 쉽지 않다. 100 명이 넘는다는 설이 있고, 그렇게까지는 안된다는 설이 있다. 많이 잡아도 2~3백 명 내외일 것 같다.

 

그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더군다나 사회과학에서는그저 감사할 뿐이다. 동토의 왕국 같은 척박한 한국의 사회과학에서 책으로 먹고 살기에, 정말로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국가의 사기> 쓰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제 나는 좀 더 멀고 긴 시간에 걸친 이야기들 그리고 남들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 그런 얘기들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나에게는 보람이기도 하고, 또 고마움에 대한 표시일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과제는 무엇일까? 사실 지난 10, 내가 쓴 많은 책들은 당장 눈 앞에 있던 문제들을 드러내고, 이건 좀 아니다, 그런 얘기들에 관한 것이었다. 세상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내가 있었다.

 

지금은 좀 더 넓게 보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 “이거 아니다보다는 이 쪽으로 가자”, 그런 얘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

 

탈토건에 관한 얘기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압승 이후 이 문제가 풀릴 것인가? 여전히 누군가는 다른 대안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같은 이유로, 기본소득에 관한 얘기도 조금 더 해보려고 한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50대 에세이가 급해서 글을 쓰던 시절에서, 좀 더 편안하고 긴 생각으로 글을 쓰던 시절로 나누게 되는 분기점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조급하게 한다고 해서 덜 하는 것은 아니고, 폼 나는 일을 안 한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나는 좀 더 드러나지 않는 생산자의 위치로 가려고 한다. 중계, , 이런 것보다는 이론이든 방향이든 혹은 모델이든, 이런 것을 만드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생산자, 프로듀서, 이런 세상으로 조금 더 가려고 한다.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결과물이 생겨나기는 한다.

 

50대 에세이를 마무리 짓고 나서, 확실히 내가 조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살면서 또 몇 번 더 바뀌게 될 것 같다. 그건 그 때 일이고지금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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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전세 2018.06.22 09:29 신고

    50대 에세이 출퇴근길 버스에서 달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40대 초반이지만 7살, 6살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우석훈 작가님의 '국가의 사기', '불황 10년',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를 읽었고, 다른 책들도 읽으려고 구입해 놓았습니다. 작가님을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한 육아나 경제, 탈토건 등 여러가지 가치들에 동의합니다. 둘째 아이가 아프면서 작가님의 가치관이 변했고, 지금 이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를 쓰시면서 또 변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 50대에게 '어깨싸움 그만하고 찌그려져라'라고 말하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과연 이 말을 들을 50대가 얼마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계속 이런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진짜 행복인지, 대한민국 남자들도 술과 골프, 차가 아닌 육아와 취미 생활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 힘내셔서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주세요.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남들하고 같은 얘기 할 거면, 굳이 책을 낼 필요까지는. 저는 책 쓴지 10년 넘어가다 보니까. 좀 더 정직하게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아직은 책이 문화의 원천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2. 독자2 2018.06.22 10:30 신고

    요새 토건 트렌드는 녹색 토건의 탈을 쓴 고속도로 지하화인 거 같습니다.
    부산에도 그런 소식이 들리네요.ㅎㅎ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많이 들어봤는데...

50대 에세이, 독자 티타임

2018.06.19 22:41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여러분들이 신경 써 주신 덕분에 50대 에세이가 무사히 나왔습니다.

매번 책 나오면 조그맣게 독자 티타임 한 번씩 합니다.

저자로서, 최소한의 고마움을...

장소는 출판사에서 대관을 해주셨는데, 마시는 건 현장에서 알아서 ^^. 15분 정도 예상.

6월 30일 (토) 오후 3시

빨간 책방 3층, 서울 마포구 독막로 27

 

 https://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3521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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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전세 2018.06.21 13:36 신고

    작가님. 독자 티타임 신청 없이 당일 방문하면 되나요?

책 나오면 늘 하던 독자 티타임, 요번에도 할까 합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6월 30일이나 그 다음 주 토요일 오후 정도 생각하는데. 시간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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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표지 디자인

2018.06.07 20:07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50대 에세이 표지 디자인. 교정 보면서 표현 바꾼 것들 외에는 아무 별 변화 없이 나갈 듯 싶다. 디자이너들이 나를 생각하면, 이제는 얄짤 없이 소주와 소주병인가 보다. 10년 전 디자이너들이 별 편견없이 나를 생각하면, 방독면, 화염병, 몽둥이, 러버계통 물품들, 이런 거였는데... 사실 요즘은 가능하면 소주는 덜 마시려고 하는데. 나는 크게 의견 준 건 없고, 싫다는 소리만 안 했다 (다른 대안은, 소주병을 쳐다보고 있는. 뭐, 별반 다르지는 않은...) 내가 살아온 생이 이런가 보다. 소주병이 제일 잘 설명해주는 인생.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30대 초반에는 '포도주 박사'라고 나를 부르던 교수들도 많았다. 이제 포도주 이미지는 떼었다... 일년에 몇 번, 포도주를 마시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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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

2018.06.06 13:1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현충일이다. 아내는 해외출장 중이다. 어린이집은 논다. 결국 친가에 애들을 맡기기로 했다. 아침에 갔다 저녁 때 오는 건데, 왔다갔다 두 시간, 다 해서 네 시간은 운전만 한다. 그래도 이게 낫나? 물론 낫다. 하루 종일 애들 둘 보고 있으면, 죽는다. 잠시라도 쉴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양희은을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듣는데, ‘아침이슬이 나왔다.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지나와서 그런지, 문득 초등학교 6학년 때 생각이 났다.

 

이유는 모른다. 그 때도 6월쯤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담임 선생님이 풍금을 치면서 아침이슬을 가르쳐주었다. 의미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지만, 노래는 재밌었다. 우리는 골목골목 다니면서 이 노래를 틈틈이 불렀다.

 

한 달쯤 지났을까? 선생님이아침이슬은 길에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6학년이지만 우리들 때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길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다시 이 노래를 부르게 된 건, 대학교 들어가서 소주 집에서. 그 시절에는 이미 집회에서 아침이슬 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아마 그 시절에 고분고분하던 모범생 모드가 내 인생에서 없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굳이 아침이슬을 그 때 배우지 않았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1 때 담임은 상대적으로 가장 나았다. 그는 학교에 별 관심이 없었다. 적당히만 해주면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그 때가 청년기로 치면, 나의 전성시대였던지도 모른다. 책도 가장 많이 읽었고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평생 먹고 살게 된 많은 상상력의 기반이 중3 때부터 고1 때까지 읽었던 무지막지한 소설책들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2 겨울방학에 얼마나 책을 많이 읽었냐면, 맨날 누워서 방학 내내 책을 읽었더니 척추가 휘었다. 한동안 고생했다. 집은 춥고, 책은 읽어야 하고, 이불 속에서 누워서 보느라.

 

2 때 담임은, 나와는 상극이었다.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 더 황당한 교수 아니 교수 새끼들 을 보면서 고2 담임은 역대급에 들어가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하여간 상극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선생님이다. 그건 별로 부정하고 싶지는 않디. 교육에 열성이 아주 높은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는데, 그는 나를 싫어했던 것 같다. 아마 당신 교사 기간에 가장 냉소적인 학생으로 기억하는 것 같다. , 어떻게 보든 상관 없는데, 너무 많이 때렸다. 그 때까지는 대학은 그냥 국문과 간다고 적당히 생각하고 살았는데, 최종적으로 국문과를 안 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내가 겪은 국문과 출신 선생님들은 애들을 너무 많이 때렸다. 그리고 애정이라고 했다. 내가 꿈에라도 사람을 때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은 것은, 그 시절의 국어 선생님들 때문이다. 나는 문학도를 꿈꿨는데, 저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때리는 거야 교련 선생님들이 왕이고, 체육 선생님들이 제왕이기는 한데, 그 사람들은 애당초 개차반으로 나선 거라서 신경도 안 썼다. 실제로는 교련 선생님이나 체육 선생님들에게는 거의 맞은 적이 없다.

 

3 때 담임 선생님은 드물게 식크한 사람이다. 물론 생긴 것은 전혀 식크와는 무관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만난 사람 중에는 역대급으로 식크하다. 세계사 선생님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는 내 인생에 결국 감옥에서 끝나거나, 헤매다가 잘 하면 공무원이나 되거나, 뭐 그럴 거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학교에 또 다른 세계사 선생님은 전교조 이전에 학교 운동의 대부 같은 양반이었다. 결국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미국으로 이민 간다. 담임은 나에게 아무 기대나 아무 간섭이 없었다. 나도 크게 사고 치지는 않고. 되는 대로 살았다. 뭐 하라는 것도 없었고, 특별히 어디 가라는 것도 없었다.

 

세 명의 담임 중 나는 누가 되고 싶을까? 사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지만, 굳이 고르라면 3학년 때 담임 같은 사람을 고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애들한테 아빠는 고3 담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뭐 하라는 것도 크게 없고, 뭐 되라는 것도 별로 없고, 노는 것도 누구 때리는 것만 아니면 이래도 잘 했어, 저래도 잘 했어.

 

이래서 우여곡절 끝에 경제학과에 들어갔는데, 나를 가르치게 된 누님 두 분을 만나고 완전 놀라게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있었나, 진짜 깜짝 놀랐다. 한 양반은 나보다 좀 늦게 유학을 와서 뒤늦게 박사가 되었다. 여전히 현장에서 눈부신(?) 활약 중. 그리고 또 한 명이 나중에 대장금의 작가가 된 김영현 선배, 하여간 어지간히 드라마 많이 쓰게 된 양반이다. 그 때 놀랐다. 우와, 똑똑한 게 이렇게 멋진 거구나. 집에서는 재수하기로 하고, 재수 하기 전에 잠깐 놀려고 아니 술 처마시려고 갔던 대학인데, 결국 이 양반들하고 노느라고 그냥 눌러앉았다. 재수는 뭔 재수. 살면서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을 다시 볼 것 같지는 않았다. 지내고 보니까 그 때 내 생각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엄청난 사람들을 만난 거였다.

 

그리고 아침이슬을 다시 부르게 되었다.

 

박정희 시절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전두환 시절에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 초반을 보냈다. 지금도 어린 시절이나 학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면 어두워진다. 사람들이 특히 선생님들이 아주 개차반 같았다. 신해철이 그 선생님들 욕을 신랄하게 했다. 대부분 동의한다. 그렇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그 때 선생들이 개차반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회 평균 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학교 밖의 험악한 세상에는 그보다 더 형편무인지경인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친구들과 가끔 만나시는 것 같다. 가고는 싶은데, 애 보느라 자주 가기는 어렵다.

 

이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아직도 답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좀 아닌 것은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악다구리 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그것만은 명확해지는 것 같다. 남한테 소리 지르고 싶지 않다. 다른 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고 싶은 건 잘 모르겠는데, 되고 싶지 않은 것만 자꾸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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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 않은 삶...

2018.06.05 15:5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아주 바쁜 시절과 아주 안 바쁜 시절 두 개를 아주 짧은 기간 내에 극단적으로 경험해본 것 같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고, 위기도 양 쪽에 다 있는 것 같다. 바쁠 때 생기는 문제점이야,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겪어보는 것이고. 높은 자리에 있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만든 현대는 무조건 바빠야 한다는…

바쁘지 않을 때, 이 때는 사실 마음을 처리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다. 자꾸 누군가 원망스럽고, 뭔가 싫고, 이런 마음이 든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바쁘지 않을 때에는 그런 것만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그래서 자꾸 바보 같은 생각만 더 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그럴 바에야, 그냥 바쁘게 지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바쁘지 않은 게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정말로 마음을 차분하게 갖는 연습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뒤집어도 마찬가지인 명제다.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으면, 바쁘지 않은 것이 더 의미가 있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도 하다. 바쁘지 않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그게 더 멀리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멀리 가서 뭐 하게? 어디 뭐 맡겨놓은 거 있남? 멀리, 실력, 효율적, 이런 말들도 다 털어버리면 바쁘지 않은 시간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 때 뭔가 진짜를 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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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뮤턴트...

2018.05.31 17:39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오늘 낮에 에디터랑 얘기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일종의 뮤턴트일지도 모른다. 일생 자체가, 좀 다르다. 내 또래의 남자들과는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살았는데, 이 차이가 점점 더 벌어져서 이제는 진짜 많이 다른 것 같다. 진화경제학의 출발점이 뮤턴트의 등장부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하는 게, 점점 더 쉽지가 않다. 꼭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며칠 전에 88만원 세대가 25만부 정도 팔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기서 받은 인세는 언제가는 적당한 시민단체에 기부할 생각이다. 원래 그렇게 하려고 준비해놓고 있었는데, 근혜 이후 이것저것 하면서 모아놓은 돈을 이재저래 쓰게 되었다. 아마 2~3년 내에는 좀 지난 마음의 빚은 덜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면? 더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가지고 싶은 게 없으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다. 나는 이 상황이 진짜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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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선호이 2018.06.02 16:29 신고

    육체적인 죽음을 마중하기 전
    영적인 진화에 대한 노력을 하는거지요
    공동의 선함과 살림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하겠습니다_()_*).

50대 에세이 서문을 고치고...

2018.05.30 22:41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작년에는 참 힘들었다. 연초에는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온다. 내 주변 사람들도 조금씩은 행복을 찾은 것 같다. 세상은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모두 행복해지는 건 알겠다. 일단 동료들부터 행복해지고. 얼마 안 남았다... 50대 에세이 서문을 손봤다. 50, 돈이나 지위 혹은 재능이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게 되는 나이다... 요런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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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내년에...

2018.05.28 12:1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올해는 에어컨을 꼭 살 생각이었다. 에어컨 기사도 불렀다. 놓을 수는 있는데, 각도가 애매해서 스탠드형 놔야 한댄다. 100만원 조금 넘는댄다. 책장 하나 빼고, 등등 나름 대공사다. 그래도 놓을 생각이었다. 올 여름은 엄청 덥다는데.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내년에 놓자.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글 쓰는 게 오랫동안 내 트레이드 마크였다. 내가 살살 살아도, 글 쓸 때 빠이팅이 아주 없지는 않다. 배까지 나오기 시작하는 데다 에어컨 틀어놓고 시원한 데서 글 쓴다고 생각하니... 20대부터 지켜오던 더운 여름 날의 빠이팅이 내 삶에서 아주 없어질 것 같은 허전함이 들었다. 게다가 올 여름에 쓸 글은, 아주 더운 날 에어컨 꺼진 후의 긴박한 상황에 관한 것이다. 내년에 사자... 땀 뻘뻘 흘리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보여주겠어. 그래서 내년에 사기로 했다 (이 짓을 20년째 하고 있다. 올해도 내 방에 에어컨 다는 것은 내년의 일로. 매년 이러고 8월에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후회하게 된다. 내가 결코 생태주의라서 에어컨을 안 사는 것는 아니다. 우리 집에도 에어컨 있는 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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