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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연은 마감...

2018.07.11 15:5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일정표를 보니까 9월에 강연이 하나 있고, 12월에 강연이 있다. 그리고 파주 쪽 도서관에 10월쯤 해준다고 약속 한 게 하나. 지난주, 이번주 강연 부탁 엄청 들어온다.

하루 정도 생각을 했는데, 올해 강연은 이걸로 마감할까 한다. 강연하고 나서 푹 자고, 이런 직업형 인간으로 살면 좋은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강연은 싫은데 참고하는 거라서, 강연하면 소주 두 병은 마셔야 그날 하루가 끝난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것도 안 좋아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건 더 안 좋아한다. 그 때마다 스트레스 만빵이라, 소주 두 병씩 처먹게 된다. 안 그러면 암 걸릴 것 같은 기분이다.

책 나오면 그냥 하는 강연 빼고는, 일단 올해는 이걸로 마감할까 한다. 건강도 좀 신경 써야 하는. 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 일정도 빡빡하다. 후년도 스케쥴 잡는 중이다. 잘못하면 후년도 것도 가을이면 다 잡힐 것 같다.

방송도 명분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면 연말까지는 일단 잠글 생각이다. 예전에 한참 돌아다닐 때에는 땜빵도 하고, 잠깐 떼워주는 것도 하고 그랬다. 이제는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연말까지는, 외부활동은 정말 최소로. 그래야 내 동료들 입에 밥이 들어간다.

강연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다녔는데, 이제 내 코가 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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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경제학, 슬슬 준비를 시작하며...

2018.07.11 14:48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내년에 나올 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은 도서관 경제학이다. 오늘 이 책 담당할 에디터랑 점심 먹고 잠시 애기 나누었다.

박원순은 왜 그런데요? 겁나게 건면 재건축 하겠다는 박원순, 그냥 도서관이나 동네마다 좀 더 만들고, 그 돈 그냥 여기에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궁시렁 궁시렁. 힘 가진 사람이 죽어라고 자신의 소망을 달성하겠다고 하면, 누군가 목숨 걸기 전에는 막기 힘들다.

도서관 경제학은 돈을 좀 많이 들일 생각이다. 몇 년간 돈이 없어서 책과 관련된 여행도 최소한으로만. 도서관 경제학 서문은 필라델피아에 가서 쓸 생각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필라델피아 갈 생각까지는 없는데, 아내는 돈 대 줄테니까 혼자라도 갔다 오라고 한다. 이런 직관은.. 나보다 아내가 뛰어나다. 결혼하고 아직 내 여행으로 외국에 혼자 간 적이 없다. 아내랑 가거나, 식구들 다 데리고 가거나. 혹은 업무차 출장. 아내가, 이번에는 혼자라도 갔다 오라고 한다.

도서관은 과연 뭐냐? 이 질문에 답 하기 위해서 노력할 생각이다. 도서관은 개떡 정도로 아는 넘들 앞에서, 이게 그런 게 아니다.. 목숨 걸고 만든 것이다, 그런 얘기들을.

도서관은 개 코구녕 같은 것으로 안 대표적인 인간이 명박과 순실 그리고 근혜 같은. 사서 교사가 뭘하러 필요하냐, 그 지랄들 했던.

도서관에 관해서만큼은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로 역대급이다. 그만큼 노력한 사람이 없다. 도서관과 우리 문화에 관한 노대통령의 노력과 기여에 대해서는 평가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도서관 하면 노무현, 그건 맞는 것 같다.

가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서관을 찾아 몇 번 여행을 할 생각이다. 일본에도 한 번 가고. 내년 봄쯤 될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필라델피아에 가면서 본격 작업 시작. 도서관 얘기, 설래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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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서 2018.07.11 23:04 신고

    그동안 저서에서 도서관 이야기 언급하실때마다 반가웠는데 드디어 책을 쓰신다니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어서 빨리 내년이 왔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농업경제학은 어떻게?

2018.06.26 22:0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꼭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책이 좀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농업경제학이다. 1쇄 턴다는 보장만 있어도 벌써 썼을 것 같은데, 자신 없다. 게다가 농업 여건과 제도가 변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10년 전에 정부에서 만든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을 가지고 엄청나게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이겼다. 그 시절에 정부와 벌인 논쟁들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될 거다. 다른 건 몰라도, 농업에서 했던 논쟁들은 대부분 내가 이겼다. 그러나 지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무용담, 이런 건 재미없다. 그리고 의미도 없다.

 

전체적으로 한 번 업데이트 한다고 하면, 어마무시한 분석 분량이다.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사이에 같이 뜻을 나누던 동료들도 다 뿔뿔이.

 

수의사 박상표는 자살. 농업의 아들, 송기호는 송파에서 탈락. 언제나 농업경제학 교수였던 윤석원 선생은 명박 정권과 함께 낙향. 그렇다고 나 혼자 농업 공부 모임 같은 것을 다시 만들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여력이 벅차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 할 이유가 한 백 가지 정도 된다. 그런데도 이 주제를 붙잡고 있는 이유는? 내 양심이다. 나는 핸드폰 팔아 쌀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리하여

 

일단 잡아 놓은 형식은, 1이 된 아들에게 아빠가 보내는 편짓글 형식으로 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큰 애는 아직 7살이라서 택도 없는 얘기이기는 한데.. 사실 상상력만 더 움직일 수 있으면 고1이 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하고 싶다.

 

예전에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13세 소녀가 모델이었다. 실제 모델도 있었는데, 그 사이 시간이 흘러서 대학교 2학년인가? 엄청 커버렸다.

 

주변에 자주 볼 수 있는 고1 소녀가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서는 없다.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단점은, 자세한 얘기는 할 수가 없다는. 아무래도 고1의 난이도에 맞추다 보면 정책적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장점은, 얕다는 게 바로 장점이다. 농업경제학 읽은 사람이 그걸 들고 바로 농사지으러 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선에서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선에서, 이 정도는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 맛만 좋으면 되지.

 

이런 얘기 좀 하지 않을 정도.

 

그래서 일단 50~60개 정도의 주제를 정하고, 조금씩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려고 한다.

 

농업은 공단 그만두고 나와서 따로 공부를 했다. 생태경제학으로 박사 논문을 쓴 내 양심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한국 버전에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꼭 돈 되는 일만 하고, 폼 나는 일만 하고 살지는 않았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도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 그게 나에게는 농업경제학이다.

 

지난 총선 때에도 농업 공약 총괄을 내가 했었다. 그 때 파트너로 일했던 사람이 이재수다. 쪼르르, 청와대로 가더니, 이번에 춘천 시장이 되었다. 그와 마지막으로 푸드 플랜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 설계하던 게 불과 2년 전이었는데. 그렇다고 춘천 시장실에 가서, 같이 머리 맞대고 새로 메커니즘 검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이제는 더 늦기 전에, 나도 내가 아는 농업경제학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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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전세 2018.06.27 09:30 신고

    기대 할께요. 한 권 미리 예약합니다.^^

  2. 네 고맙습니다, 꾸벅꾸벅. 1쇄 털 자신이 아직도 없는...

건물주 얘기...

2018.06.26 16:24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건물주에 대한 걸 한 번 다루면 좋겠다는 얘기를 요 며칠 사이에 몇 번 들었다. 나도 간만에 필드 스터디 많이 하는 그런 작업 한 번 해보고 싶기는 하다. 우악스러운 건물주, 진짜 어떤 사람들인지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생각은 그런데, 출간 일정 사이에 찔러넣을 틈이 안 난다. 작업할 시간도 짬이 나지 않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언제나 갈등하게 된다. 이런 건 누가 르뽀 형식으로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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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 경제학은 어떨까 싶은…

2018.06.20 10:45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망한 영화를 다 보는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보기 힘든 걸 제외하면 어지간히 보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사극은 망했어도 어지간하면 대충 챙겨서 본다. 망한 영화를 보면 배우는 게 많다. 왜 망했을까, 고통스럽지만 이게 망한 영화를 보는 진짜 이유다. 승승장구, 늘 잘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수는 있다. 나는, 수많은 망한 영화에 가까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망한 영화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망할 확률을 조금이라도 내릴 수 있다면, 시간을 내서 망한 영화를 본 본전은 건진다.

 

그리고 가끔은 뭔가 얘기와 발상의 전환도 건진다. 망한 영화가 완전 꽝인 경우는 정말 드물다. 최근의 한국 영화 시스템에서, 성공한 영화와 망한 영화의 품질 차이라면 아마도 2% 내외일 것이다. 근사치에까지는 간 영화들이 실제로 제작에 들어간다. 물론 얼척 없는 영화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약간의 요소들의 결핍 혹은 과잉들 때문에 망한다.

 

영화 <고산자>는 완전 망했다. 그렇지만 그 소재나 시대 배경 그런 것들 마저도 망한 것은 아니다. 고산자 얘기를 접근하는 방식이 과거적이라서 망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할 꺼냐? 다른 접근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영화 <흥부>는 대표적으로 망한 영화다. 개봉도 전에 상태 안 좋다는 소문이 났었다. 얼마 전에 봤다. 한 쪽에 국뽕이 있다면, 그 옆에 백성뽕이 있다. 하여간 백성 엄청 찾는다. 그게 그런데, 사실 별 맥락이 없이 백성뽕으로 기울면 영화 밸런스가 깨진다. <흥부>는 좀 더 개발할 좋은 미덕이 있는 영화이기는 한데, 백성으로 가는 결말을 위해서 중간이 좀 뒤틀렸다. 좀 더 코미디풍으로, 정우의 간데 없는 발랄함을 더 밀어붙였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남는다.

 

그건 그렇고영화보고 나서 홍준표 등 한국당 찌끄레기들이 경제를 살리자고 난리들을 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놀부의 경제학’. 극 중 놀부의 원형이 되는 풍산 조씨의 조항리, 이게 나름 매력 있는 캐릭이다. 왕이 된다고 설정을 지나치게 들이밀지만 않았으면, 딱 한국당 하는 얘기들하고 정확하게 매치된다.

 

트리클 다운 얘기가 한참 세상을 휩쓸고 가더니, 정세균이 분수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썼었다. 발상은 재밌는데, 딱히 이미지가 와 닿지는 않았다. 정세균이 인기가 없어서인지, 분수가 인기가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놀부홍준표 스타일의 이미지로는 딱이다. 그간 새누리당 시절 이후로 한국당이 결사 반대해서 통과되지 못한 법률안들과 제도들,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정리하면 ‘21세기 놀부’, 요런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건물주를 지지하면서 그들이 했던 숱한 괘변들, 집값 내려가면 그 손해는 누가 보전해줄 것이냐, 차와 보행자의 패러독스 같은 얘기들이다.

 

나는 출간 일정이 꽉 차 있고, 더 밀어 넣을 형편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당명을 새로 바꿀 한국당 비대위를 위해서 책 한 잔 드리고 싶기는 하다. 위험의 외주화, 이런 법 정도는 놀부 아니라면 통과시키는 게 맞는 거 아니여?

 

아저씨들이 지금 새로 만든 강령이 놀부경제학이예요. 요런 호쾌하고 경쾌한 중거리 슛을 한 방, 쓰리, , , 고 슛! (베이 블레이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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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이 함께 하기를...

2018.06.18 13:3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책 사인은,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쓰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워낙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동료들한테 책 줄 때는 절대로 사인 안 한다. 우리끼리 무슨 사인이냐고...

 

그래도 책 나오면 사인을 안 할 수는 없어서 그 앞에 쓰는 문구는는 신경 써서 만드는 편이다.

 

이재영 살아있을 때에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를 주로 썼고, 지금도 쓴다. 우리가 친구로서 지냈던 시간과 함께, 그 때 우리가 했던 즐거운 상상들에 대한 추억이다.

 

그리고 저자로서 꽤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조지 루카스. “포스가 함께 하기를!”.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놈도 많이 썼다. 이 두 개가 제일 많이 쓴 거고, 책에 따라,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다른 것들도 썼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50대 에세이집이 나오면서 사인 문구 하나를 추가했다. 완전히 새롭게 바꿀 생각도 있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명랑 대신, 달달함을 새로운 모토로

 

달달이 함께 하기를...”

 

내가 나한테 하는 얘기기도 하다. 나도 이제는 좀 달달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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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전세 2018.06.19 11:45 신고

    오늘 예스24에서 작가님 책 주문했습니다. 다 읽고 작가님과 얘기 나누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티타임은 7월 7일이 좋을 것 같습니다.^^

    • 고맙습니다. 요번 티타임은, 이래저래 30일로 하게 될 것 같네요... 그 쪽이 사람들이 더 많은. 가을쯤 다음 책 나오고 한 번 더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패러독스에 관한 이야기…

2018.06.02 21:45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금낭화. 2012년 4월. 예전 집에 있던 꽃인데, 진짜 철학적으로 생겼다. 못내 아쉬어서 오늘 줄기를 구매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진짜로 몽환적인 생각이 든다...) 

 

김희진이라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에디터가 있다. 되게 많이 한 것 같은데, 사실은 <문화로 먹고 살기>, 한 권 밖에 같이 안 했다. <농업경제학>을 같이 할 예정이다. 하여간 출판 시장 상황이 지금처럼 어려워지지 않았으면 가볍고 편안한 책들 여러 권 더 같이 했었을지도 모른다.

 

50대 에세이 서문 마지막에 패러독스와 딜레마의 결합에 대한 얘기를 썼다. 나는 참 재밌고 좋았다. 내가 가진 내면을 진짜 잘 보여주는 글 같았다. 그리고 이틀을 고민하다가 결국 뺐다. 패러독스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싶었다. 책에서 엄청난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닌데, 초장부터 논리학 훈련시키는 그런 마음을 먹게 될까봐, 결국 뺐다. 무서워서 뺐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 같다. 별 의미도 없지만 엄청나게 고민하는 것, 그게 원래 내 특기다.

 

그리고 김희진 생각이 났다. 그녀와 초창기에 준비했던 책 중에 하나가 일상의 패러독스에 관한 것이었다. 몇 달 준비하다가 결국 접었다. 재미는 있는데, 준비하기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 때만 해도, 내가 30대 후반이었다.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고, 또 내 주변도 내가 정신차리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돌아갔다.

 

이제 나는 목숨 걸고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명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지도 않는다. 되는 대로 하고, 아니면 말고. 집중해서 하나의 주제를 계속 생각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하지만 긴 시간을 가지고 티끌 모아 태산전략도 잘 쓴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 몇 년간 일상적인 사회 생활에서 벌어지는 패러독스들을 모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하게 치는 뻥이나 과장법 중에 패러독스의 요소를 가진 것이 꽤 많다. 정부의 행정에도 많고. “진짜 힘들면 우리에게 요청하세요…” 요런 게 기본적으로는 패러독스다. 관광서 문을 두드리고 자기를 좀 도와달라고 말할 정도의 사람이면, 사실 진짜 힘든 사람은 아니다. 홈 페이지 구석에 있는 눈꼽만한 공지문들 중에도 패러독스 요소를 가진 것들이 많다. 우리의 삶은,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끊임없는 패러독스의 재생산과 같다.

 

내 삶을 되돌아보면, 사실 내 인생 자체가 조그만 패러독스다. 나는 진짜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 게으른 천성이다. 한 번 한 일을 두 번까지는 참고 하는데, 세 번째 하라면 정말로 때려죽여도 잘 못한다. 게으른 게 천성이다. 그래서 뭔가 몸을 움직여야 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움직이는 편이다. 우와그래서 결국 게으르게 되는 데 성공했을까?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 중에 우회생산이라는 게 있다. 장비를 만들고, 좀 쉽게 하기 위해서 수단을 정비하는 데에 시간을 진짜 많이 들이게 된다. 요즘 말로 하면, 시스템을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할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 시스템을 정비해 놓으면 처음 하는 일은 진짜 가볍게 한다. 그리고는? 다시 또 하기가 싫어진다. 벌써 지겹다. 그래서 결국 또 손가락을 움직이게 되는.

 

생각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패러독스가 많다. 특히 할배나 중년 남자들이 나는 말이야…”하고 시작하는 얘기들 중에는 대부분 한두 개의 패러독스들이 포함된다.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잘 모를 뿐이다.

 

진리는 무엇일까? 사실 잘 모른다. 우리는 굉장히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잠시 생각그것도 역시 제한된 것들을 생각할 뿐이다. 대부분은 머리 속 이미지이고, 그 중의 아주 일부만 언어라는 도구를 거친다. 진리? 호모 사피엔스라는 입장에서 잠시 정형화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논리적인 오류에 빠지는 가장 쉽고 넓은 길이, 자신의 작은 성공에 기대어 많은 것을 일반화시키는 것이다. 사실 소크라테스가 니 꼬라지를 알라고 한 얘기가,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무지 사실은 횡포 에 관한 것이다. 해보면 알까? 알기는 뭘 아나. 긴 시간이 지나고 참고할 사례들이 늘어나면, 결국 아는 것 만큼이나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가 알았던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진리, 그딴 건 없다. 과연 우리가 뭘 알 수 있을까?

 

최근의 일이다. 외국 사람들 아니 외국 아이들하고 놀다가 라는 개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 ? 이게 뭐지? 암만 생각해봐도, 영어로도 없고, 불어로도 없다. 그러네우리가 효를 아는 것일까, 효라는 단어가 없는 서양세상이 효를 모르는 것일까? 물론 효라는 단어가 개념적으로 없다고 해서 서양의 모든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개판이라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내가 나에게 다짐하는 게 있다. 나는 아는 게 없다, 하나도 없다진짜로 1도 없다. 이런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런 생각을 안 하면, 볼 책도 없고, 참고할 것도 없고, 그냥 필요한 데이타만 보면 된다, 이런 겁나게 시건방진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런 지식도 이제는 새로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교조주의가 싫었고, 원본의 권위가 싫었다. 평생 그런 게 싫었다. 내가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면, 내가 나한테 교조주의가 된다. 개뿔,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속에 든 거를 계속 비우는 게 더 편한 일이다.

 

패러독스는, 가장 쉽고 부드럽게 내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들을 해체시킬 때 도움이 된다. 내가 평생 안 하려고 하는 표현을 한 가지만 꼽자면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다. 대표적인 패러독스다. 몸도 늙었지만, 마음도 늙어서, 자신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 안 하려고 하는 부작용을 만든다. 지가 무슨 엄청난 정신력을 가진 초능력 에스퍼맨이야? 어떻게 마음만 똑 떼어서 청춘이 돼? 그건 진시황도 못한 일이다.

 

아마 4~5년 정도 50개 정도의 패러독스들을 모으면 책 한 권이 되기는 할 것 같다. 아주 한국적인, 아주 20세기적인 그런 것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 삶의 꿈은 하였던 것 같다. 모두가 맞다고 할 때 아니라고 하는 것. 그 꿈을 아직 나는 버린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냥 싫어서 싫다고 하는 것, 이건 좀 아닌 것 같고.

 

나이를 먹고, 작은 성공을 몇 번 경험하면 자꾸 성을 쌓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혼자 맘 편하게 다른 사람을 야리고, 비웃게 된다. 결국 그렇게 병신이 된다. 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소크라테스가 한 얘기를 그대로 따라하면, 돈 많이 번 넘은 돈 많아서 병신, 일 잘 한 사람은 일 잘 해서 병신, 회사 성공시킨 사람은 회사 성공시켜서 병신, 악기 잘 한 사람은 악기 때문에 병신, 그런 거다.

 

20세기 후반부터 프랑스의 후기구조주의자들이 한참 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포스트 모던이라는 개념이 아주 전세계를 싸그리 휩쓸었다. 그러면서 데리다가 얘기한 해체가 완전히근데, 이게 참. Deconstruire, 해체를 위해서는 앞의 것도 알고, 지금 것도 알고, 다음 것도 알고, 오매나야, 뭐 이렇게 알아야 할 게 많아? 차라리 그냥 헤겔만 보고 말래요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그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요구하게 되었다. 그게 무슨 해체냐? 덕지덕지지.

 

선불교 얘기 한 마디만 하면 또 난리 난다. 5조와 6조 얘기는 물론이고, 길고 긴 선불교의 역사는 물론이고 혜총 등 한국 불교에 대해서도 어지간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도 성철 스님을 알고, 그 주변의 족보들도 알고. 모르면? 어디 찌그러져 있으라고 난리다. 원래 선불교가 그런 거였어?

 

우와. 결국은 레토릭의 세계일 뿐이다. 우리가 즐겁고 행복하게 세상을 살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게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요런 얘기들을 틈틈이 모아볼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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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향단 2018.06.03 12:24 신고

    와~티끌모아 태산 전략. 멋지네요.
    커다란 저금통에 동전 모으기가 생각나요.
    부담은 없는데 어느새 모여 있는...
    ㅎㅎ 근데 중간에 불붙으면 막 지폐도 넣고 그러지요.

    아무도 안 알아 주는데 나는 재미있고 그렇지요.
    나도 해봐야징~

  2. 고전세 2018.06.04 10:50 신고

    패러독스 이야기 기대됩니다. 책으로 나오면 더 좋고요.

지금, 딱 좋은 날들...

2018.05.27 23:25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오늘 인터뷰 중, 진짜 걸작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전혀 없는데요."

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지금의 이 상황이 딱 나에게 맞는다. 되는대로 하고, 안 되면 말고... 이런 내 마음 자세도 아주 좋다. 괜히 어깨에 힘들어가봐야, 홈런이나 맞는다. 애들 안 아프고, 먹고 사는 데 불편함 없는데, 뭔가 해보고 싶어지는 건, 악마의 유혹이다... 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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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마지막 글...

2018.05.21 22:3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50대 에세이, 마지막 글은 '어른들의 얘기'라는, 반전은 있지만 밋밋한 제목을 잡았다. 책 마지막에서 김 빠지거나 우울한 얘기가 될 것 같아, 썩 내키지 않는 제목이었다. 어른들 얘기, 아무도 안 좋아해. 나부터도. 마지막 절을 쓰려고 하는데,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누가 50대를 가르칠 것인가?". 순간 일단은 이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의 50대 남자, 책도 안 봐, 극장도 안 가, 영화도 잘 안봐, 드라마도 뜨문뜨문 취향대로만 봐... 아무도 못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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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마지막 손 보며...

2018.05.17 05:41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50대 에세이, 마지막 고치는 중이다. 그리고 한 꼭지 정도, 더 쓸 생각이다. 책을 핑계로, 진짜로 삶을 한 번 되돌아보았다. 언제부터인가, 남에게 충고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삶이 되었다. 나에게 해줄 충고도 없는데, 남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어제 사무실에 잠시 나갔다. 새로 들어온 스탭들이 복도까지 나와서 인사를 한다. 어색하다. 나는 그들 이름도 기억 못하는데. 미안할 뿐이다. 얼마 전에 아이들 데리고 산에서 산책했다. 누군가 인사를 하는데, 진짜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아빠 친구냐고 물어본다. 대답할 말이 궁색했다.

에세이가 참 독특한 분야다. 책 쓰는 동안에도 내가 많이 변했다. 그리고 탈고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동안, 서운하거나 서먹한 상태로 안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 그걸 그냥 틀어쥐고 나머지 삶을 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아내가 얼마 전부터 필라델피아 갔다오라고 한다. 돈은 줄테니까, 가서 좀 돌아보고 오라고 했다. 그럴 돈도 없고, 꼭 가야할 이유도 별로 잘 모르겠다. 아내는, 지금 내가 가면 뭔가 느낄 게 많을 것 같으니까, 혼자라도 갔다오라고 했다. 연말이든 연초든, 필라델피아에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꼭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것만은 아니다. 그냥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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