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형가의 노래'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4.10.04 빈집털이 9
  2. 2014.10.04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 11
  3. 2014.09.12 형가의 노래, 새로운 작업을 위한 모색 중 5
  4. 2014.09.04 잡것들 전성시대, 작업을 준비하며 3

 

 

 

얼마 전부터 까치와 비들기, 거기다 참새까지 고양이들 밥을 먹기 시작했다.

 

먹어도 너무 많이 먹는다.

 

하다하다 안되어서 고양이들 케이지 안에 넣어두는데, 그래도 이제 소용 없다. 그냥 케이지 안에까지 들어가서, 처묵처묵.

 

빈집털이, 고양이들이 꼼짝없이 당하는 중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는 중이다.

 

올 가을, 비들기들한테 너무 당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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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큐베이터 안의 아기

 

아기가 이제 호흡기를 떼고도 숨이 좀 편안해지고, 우유도 먹기 시작한 걸 확인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별로 좋은 소식도 아니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별로 알리지도 못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까 미역하고 조그만 꽃바구니가 하나 배달되어 왔다. 첫 아이 때에는 꽃바구니가 꽤 왔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연락도 못했다.

 

아기는 태어나서 잠시 숨을 쉬는 것 같았는데, 체중 검사 등 등록절차를 하느라고 잠시 기다리는 게 꽤 길어진 이후, 숨을 못 쉰다는 얘기를 들었다. 종종 있는 일이라는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아직 원인은 모른다니, 마음을 놓기가 쉽지가 않다.

 

어쨌든 다음 날 저녁 때, 아기는 호흡기를 떼었지만, 간헐적으로 숨이 거칠어지고는 했다. 오늘에야 숨이 편해지고, 조금씩 우유도 먹기 시작했다. 산다는 게, 늘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눈 앞에서 지켜보고 있기가 그렇게 편한 일은 아니다.

 

아기가 아직은 인큐베이터 안에 있다. 그래도 며칠 만에 나도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내는 일요일 날 퇴원하지만, 아기는 며칠 더 병원에 있어야 한다. 마음이 짠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며칠 전에 비할 바는 아니다.

 

큰 아기는 크게 우는 모습을 첫 모습으로 보았는데, 둘째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그래도 그나마 표정이 편해진 모습이 첫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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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가의 노래, 새로운 작업을 위한 모색 중

 

박근혜 정부 2년차, 참 고통스럽다. 고통스럽고 답이 안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꾸질꾸질하게, 우린 질 거야, 아마, 그렇게 있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나는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막 태어난 아기랑 아내와 함께 실랑이하는 게 좀 지나고 나니, 이제는 그래도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앉아서 글을 쓸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글을 안 쓰고 있으면, 더 답답하다. 뭐라도 쓰고 있어야그래서 나는 늘 글을 쓸 주제를 찾는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이 나온다, 난 아직 그런 경지에는 가 보지 못했고, 뭔가 주제를 정해서 오랫동안 생각해보면서 하나씩 꺼집어내는 편이다. 그래서 더더욱, 오랫동안 길게 생각할 주제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내 무의식 속에 뭐가 제일 인상 깊었고, 이 시기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가, 짜낼대로 짜내면서 생각을 해보았다. 그 속에서 나온 게, ‘형가의 노래였다. 사실 별 노래는 아니다.

 

바람은 소소히 불고, 역수물은 차구나

장사가 길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으리

 

딱 두 연 짜리 시이다. 별 내용도 없고, 별 뜻도 없는데, 나는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었다. 어렸을 때에도 좋아했는데, 학위를 받고 나서도 난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었다.

 

아내에게 처음 쓴 연애편지에도 이 노래를 썼던 걸로 기억난다. 아내는, 그 정도가 아니라 처음 했던 데이트에서도 이 노래 얘기를 했다고사람들이 미친 넘이라고 하더니, 자세히 보니 진짜 미친 넘이라고,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 때 형가의 노래 얘기만 안했으면, 좀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는 토를 달아주었다.

 

생각해보니, 난 누군가에게 진심을 가지고 얘기할 때, 늘 형가의 노래를 얘기했던 것 같다.

 

장사가 길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으리

 

나는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었다. 지금도 좋을까?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 여전히 좋다.

 

형가가 죽으러 가면서 불렀던 노래가 형가의 노래이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몇 주 전, 아내가 얘기한다. “너는 형가를 제일 좋아했어.”

 

열국지,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 뭐 그런 중국 고전 중에서 내가 누구를 좋아했나 가만히 생각해본다. 강유를 참 좋아했고, 한신을 좋아했다. 그러나 그 중의 제일은, 형가, 정확히는 형가의 노래이다. 이제 좀 있으면 쉰이 되는 나이, 내 삶을 돌이켜보니 진짜로 내가 좋아했던 것은 형가의 노래였다. ? 모른다. 그냥 좋았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서, 아주 조그맣게 메모했던 문장이 있다.

 

박근혜 시대, 마키아벨리 이후의 책들은 필요 없고, 효능도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제왕, 그들을 모셨던 사람들의 얘기가 오히려 더 유효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현대 정치학은 정당을 중심으로 얘기를 푼다. 양당제니, 다당제니, 대의제 민주주의니 혹은 직접 민주주의제이니, 기본적으로는 정당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얘기이다.

 

박근혜 시대, 이게 다 개뻥이다.

 

중세 유럽을 비꼰 얘기 하나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왕이 아침에 일어날 때 침대에서 왼발로 내리면 성군이 되고, 오른발로 내리면 폭군이 되고, 그래서 사람들은 왕이 어떤 쪽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는지 아주 관심이 있었다고

 

지금 우리가 딱 그런 꼴이다. 군주의 심기를 살펴야

 

침대에서 어떤 발로 내렸는지 알아야 하는 것, 이런 된장, 야당의 비대위원장도 딱 그런 꼴 아닌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근대적 인간의 출발에 해당하는 책이다. 야박하게 얘기하면 이익, 좀 점잖게 얘기하면 합리성, 그런 걸 갖춘 인간들이 만드는 사회의 시스템에 관한 글이다.

 

2014년 대한민국, 그런 근대성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차라리 왜 한신이 숙청되었는가, 장량은 어떻게 버텼는가, 그리고형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역수를 건넜고, 그가 노래를 불렀던 동기는 무엇일까, 그걸 생각하는 게 빠르지.

 

형가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모아보고 싶은 글들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일종의 소품 코미디같은 것이다.

 

그래도 웃어야지, 어쩌겠냐.

 

하여간 이런저런 이유로 연말까지는 책상에 앉아서 자료들 쭉 펼쳐놓고 하는 그런 작업은 할 수가 없다. 뜨문뜨문, 책 읽고, 머리 속에서 혼자 생각하고,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글을 쓰는 그런 형편에서, 형가의 노래를 가지고 소품 코미디를 만들어본다는 생각으로

 

마키아벨리 이후의 책은 전부 필요 없다. 그런 근혜 시대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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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것들 전성시대, 작업을 준비하며

 

아기가 태어나면 이제 노트북을 가지고 글을 쓰려는 야무진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노트북도 구해다 놓았다. 물론 무식의 소치였다. 아기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도저히 노트북을 켤 수가 없게 되었다. 모니터를 향해서 광속으로 돌진, 키보드를 두 손으로 팡팡! 그럼 책은 읽을 수 있나? 책이든 신문이든, 뭔가 잡고 읽는 꼴을 그냥 두지는 않는다. 그 덕분에 동화책은 지난 1년 반 동안 겁나게 많이 읽었다. 그것도 많이 읽다보니, 이제는 작가의 집필 의도와 전략 같은 것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는 게, 참 오묘한 존재이다.

 

육아집 써달라는 얘기는, 정말 거짓말 약간 보태면 매 주 한 번 듣는다. 출판계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나 혹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나, 하여간 간만에 오는 연락의 대부분은 육아집에 관한 얘기이다. 몇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가제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싸기’, 이런 것도 정해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아기를 생각하면 안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대선이 끝나고 아기 키우고 있는 동안에 한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다루어야 할 주제와 책이 겁나게 많이 밀리게 되었다. 아직 책 형태와 스타일이 잡히지 않아서 계속 밀리고 있는 주제로 불타는 금요일이 하나 있고, 농업 경제와 원전 얘기도 어떻게든 한 번은 정리할 생각이다. 농업, 원자력, 겁나게 안 팔리는 분야의 주제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미루어둘 수도 없고. 한 번은 정리해볼 생각이다.

 

처음 냈던 책이 이번에 복간된다. 10년만이다. 그리고 보니, 나도 책 쓰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세상이 조금은 좋아지기를 바라면서 책을 쓰기 시작한 건데, 좋아졌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 그새 10년이 흘렀다.

 

명박에 이어 근혜 시대를 사는 중이다. 마흔살이 되면서 명박의 시대를 맞았는데, 나의 40대는 그들과 함께, 엉엉.

 

보수 7년차, 정말 더는 못 참겠다. 일상이 비루해지는 것은 참는다고 하더라도, 이 시대가 무너져내리는 것은 정말로 참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뭐 별다른 대안 세력이 있느냐? 안 보인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아니다, 그런 논쟁이 내부에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얘기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얘기이다. 그게 아니라는 얘기는, 야당이 잘 못하니까 안 되는 거지, 제대로만 하면 안될 이유가 없는 여건이라는 얘기이다.

 

이 논쟁을 측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아예 절벽 앞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은, 기울어져서 갸우뚱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절벽에 매달려 안 떨어지려고 죽을 똥 살 똥, 그러고 있는 느낌이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처럼

 

닝기미, 모든 국민들이 연어가 되어 살아남으라이게 말이 되느냐.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이 시궁창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잡것들이 정말 신났다. 그 사람들은, 뭘 해도 잘 된다. 신나게 승진하고, 몇 칸씩 뛰어서 승진하고, 정부 눈먼 가지고 덩더쿵 덩더쿵.

 

작년에 진지하게 검토를 하다가, 좀 더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하자고 내려놓은 영화 기획이 하나 있다. 이완용 일대기였는데, 조철현 대표가 이 얘기를 정말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좀 살펴보니, 이완용의 삶이 정말 재 밌는 삶이다. 나라를 팔아먹는데 압장선 것을 중심으로 보지 않고, 개인의 삶 중심으로 보면, ‘잡것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나름 살펴볼 구석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라는, 이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 팔아먹는 거다그렇게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려고 했었다.

 

이완용은 실력으로 그 자리에 간 사람이다. 물론 깨끗한 일만 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어쨌든 불법과 탈법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타던 사람이다.

 

이완용만도 못한 사람, 이것들을 잡것이라고 부를 생각이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그에 한참 못미치는 잡것들은 그냥 나라를 망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이 순간을 뭐라고 얘기할지 생각해보니까, ‘잡것들 전성시대’, 딱 이거 아니겠는가?

 

잡것들에게 싸가지라고 불리는 상황, 딱 요 상황이다.

 

싸가지로 치면, 나도 한 싸가지 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싸가리스, 싸가를 탑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잡것들에게 싸가리스라고 듣는 게 우아한 상황은 아니다.

 

하여, ‘잡것들 전성시대라는 제목으로 글들을 좀 써보려고 한다.

 

감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영화로 치면, 요즘 내가 밀고 있는 소품 코미디형식으로. 하여간 아기 보는 틈틈이 약간씩 시간을 내서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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