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별 일정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나의 일정 관리법이다. 어차피 애들 보다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 만들지도 않는다. 방송 진행이나 고정, 원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내 삶과는 아주 먼 곳으로 가버렸다.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하루에 두 가지 일정을 만들지는 않는데.. 가끔 어쩔 수 없이 두 탕을 뛰어야 하는 날이 생긴다.

내일이 그렇다. 낮에는 kbs 라디오 특집 녹음이다. 용민이 방송이라서.. 아, 네. 김기식 선배랑 간만에 왕창 떠들게 생겼다. 김기식, 인생 참 어렵게 꼬인 인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다.

그리고 잽싸게 집에 오면서 애들 하원시키고, 아내 퇴근 때 다시 바턴 터치. 시간이 애매하기는 한데, 내일은 아내가 조금 조정해볼 수 있다고 한다. 아슬아슬한 허들 게임의 연속이다.

저녁을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고, 못 먹으면 할 수 없는데.. tbs에서 하는 <북소리> 녹화. 직장 민주주의 편이다. 대본 읽었는데, 뭔 사례를 얘기해달라고 한다.

'제광제부서' 얘기를 할까 싶은.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 의원에게 들은 얘기다. 제주, 광주, 제주, 부산, 서울, 그렇게 찍는 국내선 하루 일정. 승무원 죽어난다..

이렇게 하루에 일정의 두 개 겹치는 날이면, 앞으로는 절대로 이렇게는 안 한다고 결심에 또 결심을 한다.

살면서 신세지고 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아 네, 예, 해드려야죠, 이러다 보면.

돈으로 치면, 진짜 미친 짓이다. 이렇게 두 군 데 가서 받는 돈이 10만 원이나 넘을까 말까? 물론 진행을 하면 그것보다 많이 받기는 하는데, 그것도 큰 차이는 없다. 게다가 주간 방송이면, 아예 그 돈 주고, 나 좀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게 훨씬 낫다.

나도 책을 엄청나게 파는 건 아니라서 어디다 광고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그래도 방송출연료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냥 1년에 2~3권 낸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게 생활이 훨씬 더 편한.

물론 일간 방송을 진행을 하면 그것보다는 낫기는 할텐데.. 그럴 거면 차라리 취직을 하지. 애는 누가 보고..

그래서 이래저래 계산을 해보면, 차분하게 앉아서 책 읽고, 조심스럽게 인터뷰 진행하고,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게 훨씬 나은.

계산서는 그렇게 진작에 나왔는데도, 가끔 이렇게 말도 안 되게 하루에 두 탕을 뛰어야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내가 빙신이라서 그렇다.

남들 하는 것처럼 "바쁘다", 한 마디 하면 그만이다.

50대 에세이 정리하면서, "바쁘다"는 말을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는 절대로 바쁠 생각이 없다.

(그 얘기를 안 하니까 대체적으로는 안 바쁜데, 가끔은 이렇게 심히 바쁜, 그것도 아주 실속 없이 심히 바쁜..)

영광이라는 게 그렇다. 내가 지금보다 더 영광스러워서 인생에서 좋아질 게 뭐가 있겠나. 지금도 충분히 영광스럽다. 유명도 그렇다. 더 유명해져서 뭐 할려고? 밤에 가끔 술 사러 내려가는 구멍가게에서 할아버지가 "어제 tv에서 봤어요", "아, 네.." 이게 행복하냐? 하나도 행복할 것 아니다. 권력? 그런 거 가져서 뭐하게. 돈? 지금도 사는 데 불편하지 않다. 아반떼로 만족하면, 크게 목돈 들어갈 일도 없다.

얼마 전에 후배가, 도대체 왜 국회의원 안 하느냐고 물어봤다.

해 뭐하게?

이렇게 물어보니까,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는지, 그냥 웃었다.

요 몇 달 사이에도 국회의원 직빵 가기 좋은 자리에 대한 제안이 당에서 왔었다. 도와줄 마음은 있지만, 애 보다 말고 뛰어갈 생각은 별로 없고, 이름 걸고, 이름 날릴 생각도 없다.

나는 지금이 딱 좋다. 이래저래 많이 줄였는데, 여전히 방송이 많다. 사실 이것저것 연락 오는 대로 다 하면, 요즘 같으면 전업 방송인 만큼 분량이 나올 것 같다..

부질 없는 짓이다.

애들 둘 키우고, 고양이랑 부대끼며 지내는 지금의 삶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리고 가끔, 이런 건 왜 우리 못한단 말이지? 그렇게 일 년에 몇 번 그야말로 미래적 가치나 숨은 약점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벤츠는 안 탄다, 그렇게 50대 에세이 쓰면서 마음을 먹는 순간, 내 삶의 경제적 고통은 끝이 났다. 쓰는 돈이 없는데, 모자랄 돈도 없다.. 그냥 세 끼 밥 먹는 걱정 없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저 인생에 마지막 남은 소망 같은 게 있다면,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뱃살이나 좀 해결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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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책, 겁나게까지는 아닌데, 강연은 많이 들어온다. 보통은 한 달에 하나나 할까 말까 할 정도로 거의 안 하는데, 이번에는 특별한 일 아니면 그냥 한다. 주제가 주제라서.. 여수 시립도서관에서 부탁이 왔는데, 그것도 간다고 했다. 시간 잘 맞으면 애들 다 데리고 놀러갔다 오고..

나 혼자서 무슨 직장 민주주의 전도사인 것도 아니고, 혼자 돌아다닌다고 될 일은 아닌 듯 싶다만.. 방법이 별로 없다. 강연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게, 한 얘기 또 하고 또 한 얘기 또 하고..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얘기 반복하는 게, 진짜 죽기보다 싫다. 그게 싫어서 강의도 같은 강의 반복해서 개설하는 걸 잘 안 했다. 강의 제목은 같더라도 주제도 바꾸고, 내용도 바꾸고.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잘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본 국회의원들은 좀 그렇다.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 얘기를 계속 할 수가 있는지. 정치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정치에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한 얘기를 또 하는 게, 진짜 죽을 것처럼 싫었다.

요즘 국책연구원 연구과제에 몇 개 자문을 해준다. 총선, 대선 때 신세진 사람들이 좀 있어서.. 돈이나 자리로 보답을 못 하는대신, 그런 거라도. "하나마나한 보고서 또 쓰고 싶으신 거는 아니쟎아요, 뭐라도 새로 집어넣으서야.." 이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실제로 그렇게들 하고 싶어한다. 여건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지.

하여간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를, 당분간 반복적으로 얘기하게 생겼다. 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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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다보면 쓰는 내가 재미가 없거나,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 때는 전부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거나, 그 분량을 앞뒤로 드러내버린다. 그게 어려우면 그 부분이라도 다시 쓰는 수술을 한다. 쓰는 내가 재미가 없거나 감정이 안 생기면, 읽는 사람에게 그런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물론 충분한 팬을 확보한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부담감을 안 느낄 필요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상황은 아니다. 내가 재미 없는데, 누가 재밌겠다고 느끼겠나 싶다.

물론 그냥 그렇게 하면 그만이지만,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과감하게 드러내면 그만이기는 한데, 큰 공사가 되거나, 대공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88만원 세대> 처음 시작할 때, 맨 앞의 인트로가 좌완 정통파 투수 이상훈에 대한 얘기였다. 근데 이게 은유가 너무 겹으로 겹치다보니까 얘기가 복잡해졌다. 일단은.. 다 버렸다.

오늘 아침에, 버릴까 말까, 고민하는 순간이 왔다. 이게 판단이 어렵다.

감정을 쌓아나가면서 뒤에서 진짜 얘기를 들을 준비를 하는 게 효과적이기는 한데, 문제는 독자들의 호흡이 점점 더 짧아져서.. 그 순간까지 따라올 사람이 점점 더 없어지는.

싹 버리던지, 장면 전환이라도 해야 하는. 그런데 마땅히 할 다른 얘기가 없다. 비비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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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간만에 100분 토론 한 번 볼까 했다가 한일 초계기, 기분 팍 잡쳐서 채널 그냥 돌려버렸다. 예타면제 때문에 정권의 향방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중요 시점에, 이 무슨 호랑이 담배 먹는 얘기인가 싶었다.

누가 한국 언론에 대한 불만이 없겠냐만은, 사실 예타 건은 좀 그렇다. 이렇게 한다고 진작 작년 하반기에 발표가 다 났다. 연말에 발표하는 올해 경제운용 방향에도 다 나왔다.

의미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사실 그 때 조사도 하고, 분석도 하고, 그렇게 했어야 맞다. 사실 이 문제를 추적한 집단은 한국에서는 경실련이 유일하다 (경실련 만쉐이!)

흐름상 중요 시점에는 엄한 소리들 하고 있다가, 이제 다 결정되어서 확정되는 상황에서 "이게 뭐야", 이렇게 하는 건 좀 그렇다.

요즘 내가 쓰는 용어로는 우리 모두 다 '질서 정연한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이고, 뭔가 엄청 열심히 한 것 같지만 사실 아무 일도 아닌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뉴스라는 말이, 그야말로 새로운 거라는 말인데..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눈에 보일 때 말하는 것, 그게 무슨 뉴스냐. 아직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래도 충분히 알 수 있을 때 움직이는 거지.

그렇게, 이런 건 좀 아니다 싶은데, 한일 초계기가.. 바로 채널 돌려버렸다. 소심한 복수다 (그래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이런 건 100분 토론 시절의 손석희가 잘 하기는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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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리했더니, 아침에 열도 오르고, 목도 부어서..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감기 걸리는 일은 일생에 몇 번 없을 정도로. 감기만은 없다. 결혼하고는 감기 걸린 적이 없었다. 감기겠구나 싶었다.

아내가 출근하면서 애들 어린이집 데리고 갔다. 죽어라고 잤더니, 몸은 좀 괜찮다. 아내가 끊어준 동사무소에서 하는 헬스장 오늘 첫 날인데.. 코를 풀었더니 피가 나온다.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이게.. 회사 다닐 때에는 주말에 푹 쉬고 나갔는데, 애들 보면 주말이 더 고비다. 주말에 완전 무리하고, 새로운 주가 시작하면 누적되고 더 누적되고.

오늘은 간담회가 하나 있고, 내일은 장애인개발원에서 하는 팟캐 녹음이 있다. 모래는 용민이랑 하는 kbs 라디오가 있고. 김기식 선배가 나온댄다. 그리고 저녁 때 tbs에서 하는 북소리 녹화가 있다.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면 거의 다 튕기는 중인데도, 일정이 개판이다. 꼭 챙겨야 하는 선배들이 있는데, 어제 전화 걸어보니까 삐진 것 같다. 된장.. 미안하기는 한데, 영감들은 잘 삐진다. 삐진 이유는 충분히 알겠는데, 내 코가 석자라서 이것저것 챙길 형편이 아니다.

그 동안 살면서 여기저기 챙기는 일들을 주로 내가 했었다. 뭔가 만드는 사람들은, 잘 삐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 요즘은 나도 그런 거 잘 못한다. 내가 죽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삐질 사람이 덜 삐지는 건 아니다.

올해에 추가로 들어온 연구가 10대 연구다. 한국의 10대, 이게 눈물 나는 현상이다.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얼마나 행복한 10대를 보냈는지.. 공부도 아주 잠깐만 하고, 진짜로 신나게 놀면서 지냈다. 중학교 때는 사진반 한다고, 사진 찍으러 여기저기 공식적으로 놀러다녔다. 고등학교 때는.. 그냥 놀았다. 서울대 법대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고.. 의대는 첨부터 노 땡큐. 그냥 암 생각 없이 놀았다. 소설은 많이 봤다. 전집으로 나온 한국 소설 그리고 소위 명작 소설, 다 본다는 마음으로 봤는데..

그래서 10대에 대한 생각을 회상해보면, 마음 속에 아무런 고통이 없다. 진짜 남들 평생 놀만한 분량을 그 시절에 원없이 놀았다. 그리고도.. 그 후에도 계속 놀았다. 어쩌면 전세계 박사 기준으로, 내가 가장 많이 놀면서, 되면되면 그렇게 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학 시절에는 음악한다고 놀고, 운동한다고 놀고. 유학가서는 여기가 바로 파리야, 영화보고 책 읽고, 그리고 놀고.

내가 10대 때 놀았던 얘기 들으면, 다들 깜짝 놀랄 정도로. 원래는 그렇게까지 놀 생각은 아니었는데, 공부 좀 하자고 도서관에서 도서관에서 모여서 놀고.. 이상호 기자가 학교도 다른데, 그렇게 같이 모여서 놀던 멤버 중의 하나.

사회과학 저자가, 요즘은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바닷가 파도 한 가운데 혼자 서 있는 사람이다. 그 뒤의 호화 방갈로에서 편안하게 바베큐 먹는 사람들이, 쟤는 혼자서 왜 저린디야, 그러고 있는 듯 싶은.

그래도 그 삶이, 보람은 있다. 내가 나를 돌아다봐도, 나는 내 시절을 개돼지처럼 살지는 않았다.. 그냥 처묵 말고는 생각도 안 하는 간부급들이 너무 많은 나라에서.

10대들이 삶은 역설적으로 공평하다.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주 소수의, 건물주의 아들은 행복할까?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권위주의적이고 양아틱하지 않은 건물주를 아직 별로 본 적이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간단히 정의하면, '행복한 10대'를 만드는 데에 실패한 나라다. 국제 기준으로 따지면, 아동 학대가 청소년 학대로 이어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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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문제와 젠더 문제에 대한 책을 올해 낸다. 두 개의 공통 분모로 10대 특히 10대 남학생이 추출이 되었다. 그래서 슬슬 중2, 중3들의 삶을 보기 시작한. 지난 주 일요일에도 중2 아들이 있는 친구 집에 가서, 같이 저녁도 먹고, 쇼핑도 하고. 가깝게 관찰할 수 있는 중2, 중3이 몇 명 확보되었다.

그나저나 이 얘기를 시작하니까, 기자들 전화 엄청나게 온다. 지금까지 우리가 10대 그것도 공부 엄청 잘 하는 게 아닌 10대들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처음 <88만원 세대> 준비하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20대 얘기 재미없다고 그걸 뭐하러 하느냐고 그랬다. 뭐, 여전히 재미는 없다. 그러나 거기가 결국 핫 스팟이 되었다.

10대 남학생, 한국 사회의 분기점은 거기다. 돈을 쓰던지, 뭘 하려면 거기에 해야 한다.

된장.. 그런데 결국 도로와 공항에 돈을 쓴댄다, 24조 원이나. 그리고 10대들에게 쓸 돈은 없다고 한다. 미친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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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

잠시 생각을 2019. 1. 29. 15:15



어떤 일을 할 때 기준은 명분과 실익이다. 명분이 있느냐? 명분이 없다면 실익이 있느냐?

그걸 고전적인 기준으로 따질 때 기술적 용어로 feasibility라고 부른다.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가?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가?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가?

세 가지를 따져본다. 수소차의 예를 들어보자. 수소차는 기술적 타당성은 애매한데, 경제적 타당성은 약하거나 거의 없다. 사회적 타당성은? 이건 꽝이다. 지금 찬성하는 국회의원들도 자기 지역에 수소 스테이션 생긴다고 민원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 입장 바꿀 거다. 가장 비슷한 게 농협 개혁이다. 원칙적으로 다 찬성한다고 하지만, 자기는 좀 빼달라고 한다. 지역 농협하고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싶지 않은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개혁적인 것 빼면 시체인 국회의원에게 농협 개혁안 좀 하자고 했더니, 술 한 잔 마시자고 하고.. 결국 자기는 좀 빼달라고 했던. 사회적 타당성의 현실이다.

예타 면제는 사업 검토의 3단계 중 중간 단계인 경제적 타당성을 넘어가자는 얘기다.

물론 경제적 타당성이 사업의 전부는 아니다. bp 분석 결과가 나쁜 데도 내가 반대하지 않은 일이 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들의 지하철 접근을 위한 엘리베이터 시설. 이건 이익이 수치로는 거의 안 나온다. 그렇다고 이걸 안 하는 게 맞느냐? 나는 하는 게 맞다고 의견을 보냈다.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

이건 명분이 없는 일이다. 만약 한국당이 이런 걸 했다면? 그야말로 야당 시절에 난리쳤을 일이다. 지금은? 그 때 없는 명분이 지금이라도 생기지는 않는다.

실익은?

과연 경제가 살아날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경제에는 매몰비용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기회비용이라는 개념도 있어서 그렇다. 기회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실익도 별로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KDI 원장하고 작은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좀 봐주라는 거다,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그 때 생각이 난다.

선진국이라는 게 그렇다. 명분이 없으면 실익도 안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게 선진국이다. 명분이 없어도 실익이 생길 수 있는 것, 그게 개도국이다.

선진국 시대에 개도국 행정, 그렇게 이해하면 이 예타면제는 명분을 잃는 것은 확실하고, 실익도 사실은 불투명하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29&aid=000250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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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먹고 시세를 보니까, 월세는 4,000에 40이다. 아내는 필요하면 작업실 따로 내도 된다고 하는데, 그냥 40만원어치 노는 게 날 것 같다. 보는 김에 간만에 옛날에 살던 아파트.. 2배 올랐다. 그거 팔고 이사가려고 했던, 결국 찜만 찍었던 아파트. 3배 올랐다.

지방에 집을 하나 더 살까, 일본에 하나 더 살까, 그러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뭐, 그러면서 각 국별로 부동산 특징과 그런 걸 공부하게 되기도. 강릉에 있는 경포대 현대는 진짜 살 생각이 있어서 몇 번 가보기도 했다. 동계 올림픽 유치한다고 생지랄 떠는 거 보면서 정나미가 뚝 떨어져서.. 그 후로는 진짜로 강릉은 한 번도 안 갔다. 신혼여행을 강릉으로 갈 정도로 강릉을 좋아했었다. 최고 절친도 강릉 사람이고.

결국 돌고 돌아, 작업실은 따로 마련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냈었다. 그리고는 지금은 야옹구 쓰는 방에 얹혀서 고양이 눈치 보면서 지내는.

그 시절에 약간만 아는 교수 한 명이 막 부동산 회사를 차리고, 자기도 디벨로퍼라고 생지랄을 떨었다. 끌끌.. 그렇게 돈이 좋더냐, 그렇게 막 무시했다.

암 말기라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 햐, 사는 게 뭔가하는 생각이 문득.

내가 봤던 집들은 최소 2배고, 보통은 3배 정도 올랐다. 그래도 안 산 게, 집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가 정말로 듣기 싫었다. 그냥 내가 사는 집에서 조용하게 사는 게, 제일 편하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그런 것.

작업실 때문에 집을 하나 더 살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도 마흔 넘어가면서 다 귀찮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난 젊었을 때 월급을 너무 많이 받아서 서른 살에 집 샀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통장에 돈이 많아서..

아파트 살 때, 내가 다니던 사무실 두 군데에 지도에 컴퍼스와 자 가지고 딱 중간 지점에 선을 그었다. 광화문과 용인 사이. 그 중에서 형편 되는 데 그냥 샀다. 진짜 무식하게 산 건데, 그 집도 세 배 넘게 올랐다. 그야말로 개발의 시대. 아무 것도 없는 벌판이 좋아서 고른 건데, 명박이 거기에 뭐라뭐라 막 때려짓는다고 하고. 건너편에 이번에는 오세훈이 또 뭐라뭐라 짓는다고 하고.

공사판 벌어지는 게 싫어서 그냥 이사왔다.

내가 알던 섬유 수입하는 회사 사장이 대구 사람이었다. 텍스타일 공부겸, 수출입 업무도 좀 봐주고, 섬유 시장도 좀 분석해주고. 그게 계기가 되어서 패션 공부를 하고, 선시장 후시장, 밀라노 시장, 프리미어 비젼, 그런 데 대해서 좀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 양반이 아파트에 거의 광적인 수집벽 같은 게 있어서 돈만 생기면 아파트..

그게 싫었다. 그래서 헤어졌다.

패션쇼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좀 조언만 해주고 말았다. 그 때 모델들의 세계를 좀 볼 수 있었다. 참 어려운 일이구나.. 그리고 또 인연이 되어, 슈퍼 모델들하고 일을 할 기회도. 그냥 옆에서 지켜보는 데에도 그 삶이 너무너무 힘든 삶이었다.

삼성물산 등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디자이너들이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라서, 히트 치는 지갑이나 가방이 구상되고 만들어지고, 그야말로 시장을 싹 아도치는 과정을 지켜볼 일도 있었다. 이것도 좀 지난 일이라서, 현빈 백 만드는 과정을 본 게 거의 마지막이었다.

20대에 우연한 계기로 텍스타일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까, 우연하게도 패션 디자인, 모델, 패션쇼, 이런 게 너무 먼 거리의 일이 아닌 삶을 살게 되었다.

몇 년째 입고 다니는 후드티도 봉제 관련된 노동조합에서 선물로 받은 것. We are not the machine.. 그렇게 쓰여 있다.

뭐든, 난 그렇게 뭔가 만드는 사람들하고 있을 때 편하고 재밌지, 아파트 사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사는 사람들하고 있을 때에는 재미 하나도 없다.

가끔 패션에 대한 책 제대로 한 번 써보자는 제안을 받기는 하는데, 이게 손 놓은지 너무 오래 되서..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아르데꼬 다니던 친구들 다시 만나보고 싶기는 하다. 그 때 참 재밌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파트나 부동산에 인생을 걸고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는 것, 인생을 낭비하는 길이다. 삶이라는 게, 그렇게 시간이 길지가 않다.

앙드레 김은 두 번 만났었다. 앙드레 김 얘기 한 번 해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도 벌써 2년 전이다. 한 번은 해보고 싶은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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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에너지 트렌드에서 이미 oecd 국가랑 많이 다른 곳으로 왔다. 우리가 어디 간 게 아니라, 그들이 딴 곳으로 갔다. 토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던 토건을 더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다른 곳으로 간 거다.

나는 엄청 좌파라고 하거나 극단적인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한국에서만 그렇다. 독일이나 스웨덴 아니면 덴마크에서 나 정도 온화하게 얘기하면, 중도 우파 정도로 분류된다.

내가 하는 얘기는, 대체적으로 eu 스탠다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얘기를 한국에서 하면, 빨갱이라고 부른다.

나는 북한 정서적으로 안 좋아한다. 나한테 빨갱이라고 하는 건 좋은데, 친북좌파라고 하면 너무 좀 이상하다.

상관 없다. 그냥 나는 내 길 갈 거니까.

그런데 여전히 궁금하다. 우리는 왜 선진국들의 이런 보편적 흐름과 자꾸 더 멀어지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외국도 많이 가고, 별거별거 다 보고 온다. 심지어는 자기네들 자식도 어지간하면 외국 가서 공부한다. 정보와 문화의 흐름에서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근데 왜 이렇게 정서적으로 원전을 좋아하고, 토건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게 늘 궁금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https://news.v.daum.net/v/20190128204513871?rcmd=rn&fbclid=IwAR2n7SuslqiZcFpJnESC8qNlZONd5xk3yxJx1o7bKgQBylLfnmz-Ysbazf8

 

세계일보

세계는 굴뚝 막고 원자력 버리는데..여전히 '연기' 뿜는 한국 [뉴스+]

나기천 입력 2019.01.28. 20:45 수정 2019.01.29. 08:09 
전 세계 패러다임 변화 외면 / "온실가스 저감".. 속속 태양열·풍력 대체 / 韓, 2030년 석탄 비중 36%로 1위 전망 / 원자력 24%, 신재생에너지는 20% 그쳐 / 발전 단가 상승·시장서 도태될 우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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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랑 같이 장난감 치우는 게 협동이야.

오늘은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협동을 배워왔다. 협동이라고 하면 빨갱이라고 생난리치던 20대~30대를 보냈다. 공문에 협동이라고 썼다가, 협조로 고쳐야 한다고 생난리가 났던.

생각해보니까 그놈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고급 교육과정이 없던 시절에 공부한 불쌍한 놈들이다. 협동, 그게 자본주의의 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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