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고 지방정부고 할 것 없이, 신나게 토건으로 복귀하는 중이다.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면서 문득 '토건 광주, 토호들의 광주', 이런 제목이 생각났다. 민주당발 토건의 핵심 진원지는, 결국 광주 아니겠는가? 도서관 등 사회 기반 시설들 살펴보다가, 광주도 좀 너무 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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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의미있는 책이다. 세상은 못바꿨어도, 몇 사람의 인생은 행복해진 것 같다..) 

 

 

1.

90년대 대만의 젊은 감독들이 카메라 워크를 극단적으로 배제하고, 그야말로 스탠딩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에 관한 논쟁이 있었다. 기술이 발달해서 카메라를 다양하게 움직이고, 앵글도 훨씬 많아졌다. 실력이란, 카메라 딱 세워놓고 누가 잘 찍을 수 있느냐, 그게 진짜 예술이란 얘기다. 어차피 자본과 장비로는 헐리우드 이기기 어려우니까, 이런 논쟁이 나왔다. <붉은 수수밭> 나오던 시절의 기술적 논쟁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대형 지비집은 기본이고, 드론도 비행허가만 나면 다 쓴다. 물론 카메라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긴박감을 만드는 고전적 영화 <구멍>을 비롯해서 여전히 그런 예술적 시도들이 있다. 그렇게 하면 대단한 게 맞기는 하다. 그런 걸로 승부 보려는 사람, 거의 없다. 하다못해 간단한 실외 예능방송도 동원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한다. 사람들의 변한 시선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2.

2년 전에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을 냈다. 겁나게 안 팔렸다. 그 뒤에 낸 육아 에세이도 역시 겁나게 안 팔렸다. 아마 몇 권이 계약되어 있지 않았으면 그 시점쯤 나는 책을 그만 쓰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을 것 같다. 생각은 그런데, 그 전에 약속한 게 있어서 억지로 억지로 끌고 갔다. 다행히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가 체면치례 정도는 할 수 있을 수준은 되었다. 사회적 경제, 딱 견적 안 나오는 주제이기는 한데, 했던 작업들의 흔적은 남겨놓아야 할 것 같아서 한 책이다. 그야말로 시한부 생명연장’, 내 상황은 그렇다.

 

그 때쯤 나는 나도 돌아보고, 내가 내는 책도 돌아보고, 그리고 바뀐 세상도 돌아보게 되었다. 다들 책이란 원래 안 팔린다,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책을 쓸 이유도 없다. 도서관에 납품하려고 책 쓰는 건 아니다. 안 팔려도 괜찮지만, 그냥 안 팔려서, 그런 건 이유가 아닌 것 같았다.

 

3.

내 생각에는, 내가 다루는 주제나 내용에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둘러싼 여건도 너무 안 좋아지기는 했는데, 이건 내가 손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들 방송에 좀 더 나가고, 케이블에서 하는 예능방송 같은 데에도 나가라고 했다. 라디오도 진행 섭외 들어오면 그냥 빼고만 있지 말고. 마침 그 때 신동엽이 mc를 맡는 새로운 방송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파일롯부터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왔다.

 

나는 그게 본말이 뒤집힌 거라고 생각을 했다. 방송을 하다 보면 나갈 수는 있지만, 책을 팔기 위해서 방송을 나가는 것은 좀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까지 책을 써야 하면, 차라리 그만 쓰고, 편안하게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그래서 오히려 방송도 안 하기로 더욱 마음을 굳혔다. 어쩌다 오는 일회성은 몰라도, 진행을 하거나 고정을 하는 건 아니하기로 (하여간 성격 진짜 지랄 맞다. 이것 좀 해봐, 그랬더니, “절대로 안 할 거야”, 이렇게 삐둘어질 테다 버전..)

 

4.

그리고 살펴봤는데, 내가 변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변했다. 유튜브의 짧은 동영상의 영향 등으로 호흡이 더 짧아져 있다. 책은 호흡이 길다. 책을 잘 안 보기도 하고, 텍스트의 묘미로부터 멀어져 있기도 하지만, 호흡 자체의 길이가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많은 아날로그 매체들이 그렇게 디지털 시대의 변한 호흡에 잘 적응하지를 못한다. 그건 매체 속성상, 어쩔 수가 없다. 한국에서 디지털이 들어와서 시장이 붕괴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매체가 영화 정도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다음을 꼽으면 웹튠. 그런데 여기도 이익 분배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심각해지는 중이기는 한 것 같다.

 

,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작년에 맞닥거렸던 잘문이었다.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 실험적 시도를 해본 게 50대 에세이였다. 문제 실험을 많이 했다. 물론 망했다. 그렇기는 한데, 읽은 독자들의 팬레터 같은 게 좀 열렬하게.

 

이게, 세상이 돈이 전부가 아니듯이, 책도 돈이 전부가 아니다. 가끔 나한테 가장 의미 있는 책을 꼽으라고 하면 아직도 아날로그 사랑법을 꼽는다. 책은 완전 망했다. 그리고 가난한 출판사의 마지막 카드였는데, 나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에디터는 결국 가난한 출판사를 떠나게 되었다. 나도 한동안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그 책이 내 인생을 바꾸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연락을 해왔다. 세상을 바꾸는 아니, 바꾸는 척만 책보다, 단 한 명이라도 행복하게 해준 책이 진짜 좋은 책이다. 그래서 저자로서 아날로그 사랑법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과 비슷한 현상이 50대 에세이 때 벌어졌다. 안 팔리는 책이 미운 책일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나쁜 책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안 팔리는 것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많은 요소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유튜브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맞춰서 호흡도 더 짧게 가져가고, 웃기거나 화나게 하거나 어쨌든 감정 포인트를 더 자주 가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까지는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이제는 일부러 밀도를 낮춘다. 밀도를 높이면 숨이 막힐 정도로 꽉꽉 조이는 느낌을 받지만, 요즘은 밀도만 너무 높이면 힘들다고 책 집어 던진다. 밀도 조절도 이제는 신경 쓰는 항목 중의 하나가 되었다. 너무 낮추면, 글이 건들건들거려서 불량한 책이 되거나, 가짜 책이 된다.

 

5.

50대 에세이 때 했던 문체 실험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한 책이 직장 민주주의 책이다. 그래도 여전히 완성형은 아닌 것 같고. 중간 편집을 하면서 게임이론으로 조직론 설명한 2장을 통째로 날렸다. 그리고 그걸 짧은 몇 페이지로 축약해서 앞의 장 끝에 넣어버렸다. 독자를 웃길 수는 없어도 재우는 것은 너무 실었다. 책의 난이도가 확 내려갔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하지만, 사람들의 호흡이 변했다. 방법 없다. ‘88만원 세대에서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까지는 주로 생각의 흐름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제 그렇게 하면 잘 훈련된 독자들 말고는 책을 못 읽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하려면 거기에 맞추는 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그런다고 책의 내용이 더 좋아지느냐, 그렇지는 않다. 내용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같다. 결론도 같다. 이것저것 맞추다 보면 힘은 몇 배로 든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이러다가 1쇄도 못 털게 되고, 출판사에 돈을 벌어주기는커녕 매번 손해만 입히게 되는 것.. 그건 책을 그만 쓰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싶다.

 

이렇게 하면 책이 훨씬 더 팔리느냐? 꼭 그런 건 아니다. 책의 판매에는 개입하는 요소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인지도와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 방송에 나가지는 않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정말로 책의 힘만으로 파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다. 엄청 팔고, 겁나게 팔고, 그런 건 옛날에 다 해봤다. 책의 힘만으로 팔리는 책 그리고 그 힘만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책, 그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여전히 책을 쓰는 것이다.

 

다음 번 책에서는 더 많은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농업경제학에서는 편지 형식의 형식 실험을 해보려고 하고, 젠더 경제학에서는 어투와 문체, 가장 저렴한 싸구려 문체를 사용할까 생각 중이다.

 

디지털 시대, 사람들은 유튜브의 영향을 받아서 호흡과 감성도 변한다. 책이 완전히 디지털 방식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호흡에 맞춘 변화 정도는 할 수 있다.

 

6.

권위도 더 내려놓고 싶다. 자꾸 사람들이 나한테 교수라고 한다. 애 태어난 다음부터는 도저히 여유가 없어서 학교 수업도 안 했다. 난 교수 아니다. 이제는 박사라고 불리는 것도 좀 그렇다. 박사면 어떻게 아니면 어떻고..

 

그냥 씨라고 불리는 게 차라리 더 편하다는 생각이 요즘 들기 시작한다.

 

글도 그런 마음으로 쓰려고 한다. 더 허당스럽고, 힘도 더 빼고. 좀 더 저자가 권위가 있어야 독자들에게 설득력이 있는 거 아냐? 10년 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안 그렇다. 권위 있는 저자, 그냥 20대들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 방법이 없다. 내려놓을 수 있는 건 극한으로 내려놓는 수밖에.

 

그렇게까지 해야 해? 물론이다. 좋은 세상을 보고 싶은 그 욕망을 위해서, 내가 뭔들 못하겠냐? 못해서 못하는 거지, 싫어서 못하는 것은 아니다.

 

더 짧게, 더 낮게 그리고 더 많은 주기적 패턴의 포커스들을 배치, 그런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감성이 변한다. 그리고 20대의 감성은 정말로 흐름을 알기가 어렵다. 자기들도 사실 서로 잘 모르는 것 같다. 죽어라고 맞추려고 해도 어색하다. 그러나 맞추려는 노력도 안 하면, 진짜 급식체가 아니라 꼰데체라고 불리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방법이 없다, 맞춰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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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뭔가 맡아달라는 부탁이 몇 개 왔다. 몰아서 오늘 아침에 힘들겠다고 한꺼번에 답을 했다. 애들 보는 처지라서 상근하는 건 당분간 택도 없고, 그냥 회의에만 나가는 것도 무리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가족친화형 기업 인증위원은 장관 부탁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진짜, 누님만 아니라면 ㅠㅠ.. 조한혜정 선생이 하자고 하는 장관 자문도 별 수 없이 하게 된. 이건 피할 방법이 없어서, 젠더 경제학 출간 일정을 바꿔서 어차피 하게 될 거, 그냥 즐기자, 그렇게.

작년에 공기업 등 정부기관 기관장 문의가 몇 번 왔었는데, 전혀 형편이 안된다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그런 거 할 생각 있었으면, 정세균 국회의장 하던 시절에 벌써 국회직 했다. 그 때는 둘째가 아프고 입원하고, 그래서 뭘 할 처지가 아니기도 했고, 정세균 덕봤다는 소리 듣는 것도 싫었다.

최근에 나한테 온 제안들이 국회의원 할 생각 있으면 꽤 괜찮은 것이기는 한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다시 어깨싸움으로 들어가, 패거리 몰고 제압할 것이냐, 제압당할 것이냐,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처음 시민운동 출발은 나도 참여연대의 참여사회연구소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생태운동하면서 환경단체에 많이 관여했었고. 환경운동연합 간사랑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게 지금의 아내다. 에너지 관련 단체, 농업 단체, 이런 데와도 뭘 많이 했다. 그리고 뜨문뜨문 문화연대랑도 일했고.

아이들 조금 더 크고 나도 여유가 생기면 문화 분야 쪽으로는 시민운동을 조금 더 할 생각이 있기는 하다. 환경운동은 평생을 해서, 이제 지겹다. 그리고 맨날 지기만 하는 싸움, 그 안타까움을 이겨내는 것도 이제 버겁다. 그게 내가 얼핏 생각하는 내 삶의 장기적 계획이다. 지금은, 택도 없다. 큰 애는 어린이집 앞에서 매일 들어가기 싫다고 운다. 오늘도 달래고 들여보냈다. 그 대신 일찍 데리러 온다고 했다. 이게 요즘의 내 삶이다.

정부든 국회든, 같이 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문고리들한테 잘 보이는 것도 싫고, 실세들한테 아는 척하는 것도 싫다. 내가 왜?

명박 시대도 그렇고, 박근혜 때도 그렇고.. 국가에 충성할 사람은 필요없고, 문고리에 충성할 사람들을 구하는 것 같았다. 대통령에게 충성하면 안 되고, 문고리에 충성해야 한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 때는 몰랐다. 문고리 중의 왕 문고리가 최순실이라는 걸. 이런 게 요즘은 좀 많이 달라졌을까? 잘 모르겠다.

어제 민병두 의원하고 커피 한 잔 하다가 웃기는 얘기를 했다. 여의도 한 가운데 있는 민병두보다 내가 여기저기 얘기를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자기한테는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준단다. 나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니까, 속상한 얘기, 열받는 얘기, 이러면 안 된다는 분통들,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종종 한다. 어쩌다 보니까 내가 그런 시시콜콜한 정보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하긴, 애들 보다가 정신 없으면 누가 전화걸어서 그냥 수다떠는 것도 잘 받아준다. 나도 재밌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잡스러운 얘기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다. 국회의원한테 전화해서 속상한 하소연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민원 넣을 거 아니면. 그냥 애보는 아빠나 붙잡고 속상한 얘기하지.

사는 게, 딱 정해진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힘들면 철푸덕, 쉬었다 가도 아무 상관 없다. 학교에서는 잠시도 쉬지 말고 죽어라고 달리라고 한다. 그게, 그 편이 관리가 쉬워서 그렇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다. 지식경제, 창조경제라고 하는 세상은 더더욱 그렇다.

남자들의 어깨싸움에서 나왔더니, 애 키우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기다린다. 나는 그 세계가 더 좋고,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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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와 친구들

아이들 메모 2018. 12. 18. 20:48

 

큰 애가 어제, 오늘 그린 그림. '푸와 친구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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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시시하지만 추접하지는 않다. 내 삶은 남루하지만, 비겁하지는 않다. 내 삶은 너절하지만, 더럽지는 않다. 내 삶은 고단하지만, 고통스럽지는 않다. 내 삶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작지만 찬란한 꽃이 피어난다. 내 삶은 소소하지만, 그래도 생산적이다. 누구한테 나에게 시중들거나 접대하게 하는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가 만들고 싶은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삶. 나도 누구에게 머리 숙이지 않고, 아무도 나에게 머리 숙일 필요가 없는 삶. 그렇게 살다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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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유명 정치인과 문자를 좀 길게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비전이 없는 시대, 큰 일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뭔 말인가 했다.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사실 비전이 없는 시대인 것도 맞는 것 같다. 근혜 시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많기는 했지만, 어떤 시대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논의는 없었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으로, 엉겹결에 대선이 열리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요즘은? 이놈 잡아라, 저놈 죽여라, 이런 것만 있지,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tv에도 없고, 라디오에도 없고, 유튜브에는 더더군다나 없다.

거대한 게임 속에서 아이템 채우며 챗바퀴 도는 것과 요즘 우리의 시간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안 되는 이유만 많지, 되는 이유는 없다. 그 속에, 사실 비전은 없다. 비전이 꼭 옳아서는 아니다. 그걸 만들어가려는 논의 속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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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혜정 선생하고 차 마시고 얘기하다가 여성들의 경력단절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남자들에게 생활 에티켓 차원에서 한 마디 하자면, ‘경단녀라는 말은 안 쓰는 게 좋다. 남의 아픈 구석을 속설없이 후벼파서 매너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개싸기지로 찍히기 딱 좋다. 모 공기업의 임원께서 얼마 전에 단기 채용을 위해서 주변에 노는 경단녀 없냐?”는 말씀을 하셨다. 여직원들의 단톡방 등 순식간에 개싸가지, 386 운동권이라고 잘난 척은 다 하더니, 하여간 별의별 욕을 삽시간에 다 쳐드셨다. 애 키우고 있는 내 귀에 들어올 정도니, 아마 그 동네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양아치로 찍힌. 사람을 경단이라고 불렀대, 본인은 억울할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그런 단어다. 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은 단어다. 서민과 같다. “서민은 내 생각은”, 이렇게는 말할 수 있지만 당신 서민들이”, 이렇게 말했다가는 난리 난다. 여성들 스스로 자조적인 표현으로 경단녀 신세라는 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안 쓰는 게 좋다.

 

그렇지만 아직은 사회적으로 대체할 용어가 없어서 경력단절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한다. 언젠가는 사라질 표현일 것 같다. 본인들이 그렇게 극구 싫다는데, 그 단어의 생명력이 오래 가기는 어렵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둘째가 아프면서 아내는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좀 복잡한 사정이 있기는 한데, 하여간 나나 아내나 소송으로 갈 형편이 아니라서 결국 그냥 퇴사하였다. 내가 결국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애들을 보기 시작한 게, 둘째가 폐렴으로 계속 입원하던 비상 상황도 있었지만, 아내가 일을 다시 하고 싶어했던 이유도 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아내는 결국 작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연봉은 많이 줄었지만, 그나마도 다행인 편이다.

 

이런 일을 최소화하는 메커니즘이 젠더 경제학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기간의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일이다. 그게 사회적 일이라는 합의만 있으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래서 승진과 연봉 계산에 그 기간을 산정해주는 것, 가장 간단한 일이다. 그리고 이건 아빠의 경우도 해당된다. 아빠들의 육아 휴직만큼 경력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것. 이게 tier 1이라면 가산점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아빠들의 육아 휴직을 2배의 경력 기간으로 환산해주면? 이건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메카.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가 있었느냐 없느냐, 그것만 합의하면 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출산 때문에 퇴직하게 된 사람이 바로 재취업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1차적으로는 출산으로 인한 퇴사를 줄여야겠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것을 없애기는 어렵다. 중소기업 그리고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이런 걸 막기가 쉽지 않다.

 

출산 후 퇴직한 엄마 혹은 아빠 의 경력기간 인정과 함께 재취업에 늘 쓰는 인센티브 장치를 연동시킬 수 있다. 세금감면 같은 감초 같은 정책도 있을 수 있고, 디자인에 따라서는 좀 더 강력한 인센티브들을 세밀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정책적 수단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경단녀라고 부르면서, 쟤들 불쌍해서 어째, 그리고 속으로는 고소하게 생각하는 정서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된 거 아니겠는가?

 

하여간 아직은 방담 수준의 간단한 요소만 있는 상태지만, 이건 충분히 디자인이 가능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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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하루..

아이들 메모 2018. 12. 17. 18:17

 

고된 하루가 끝났다. 어린이집에서 너무 혼난다고 가기 싫다던 큰 애와 오늘은 그냥 집에서 같이 놀기로 약속을 했다. 코감기로 중간에 병원도 데리고 갔고, 야구도 했고, 그림도 그렸다. 점심도 같이 먹었고.

아내가 조금 일찍 퇴근해서 교대해주었다. 책 판촉, 책 들고 나가서 사람들 만나서 좀 팔아달라고 부탁하고 왔다. 너무 안 팔려서 방법 없다. 저자로서 나는 밑바닥 출신이라서, 이렇게 밑에서부터 움직이는 데 익숙하다. 몇 년 동안 직접 움직이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사회운동을 겸해서 움직이는 거라, 늘 하던 일이다.

다섯 명만 모이면 어디든지 가겠다고 호쾌하게 얘기하기는 했는데, 애들 보는 시간 피하고 등등, 조건이 많이 달린 호쾌함. 그래도 내 마음은 진짜로 독자 다섯 명만 모이면 어디든지 간다.. 푸하하.

정말로 예전에 그렇게 했다. 지금은 그 시절처럼 읍면까지 돌아다니지는 못한다. 마음만 그렇다는 거고.

아직 하루가 다 끝나지 않았다. 아내가 애들 방한화 등 옷 사러 나가자고 한다. 밥 먹고 출동 한 번 더 해야 한다. 고된 하루, 꼬리도 길게 늘어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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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 직장 민주주의 책 독자 티타임입니다..

 

장소가 바뀌어서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댓글은 요쪽으로 부탁드립니다.

http://retired.tistory.com/2308?category=74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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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하기가 어려워서 한동안 방명록 게시판 닫아놓고 있었습니다.

 

게시판 다시 엽니다. 자유롭게 사용하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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