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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걷는다, 아니 오늘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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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표지 시안

2018.11.21 20:3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곧 표지 확정되면 인쇄 들어간다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을 경계로, 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 같다. 느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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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2018.11.16 11:12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은 머니볼 이론으로 2002년 20연승을 이루었다. 그해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거액의 연봉을 빌리 빈에게 제시한다.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높은 승률을 추구하던 빌리 빈은 보스톤으로 이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여기 이 낡은 구장에서 우승하고 싶다, 바로 여기", 이런 얘기를 한다. 의미 있는 얘기다. 머니볼의 단장도 돈에 의해서 움직이면, 팀 형성이 안 된다.

영화 <머니볼>은 40대 이후의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나는 계산 먼저 하는 게 하는 일의 거의 전부다. 이게 될까, 안 될까, 얼마가 들까, 얼마나 남을까, 그 계산만 한다. 그렇게 계산은 하지만, 나는 돈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빌리 빈은 아직도 우승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젠 승진도 해서 팀의 부사장이 된.

행복은 우승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우승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10년 전에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우승을 못하는데.. 그렇게 생각했다. 요즘은 과정에 모든 게 있다는 생각을 나도 한다.

목표가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기쁜 것도 아니다. 그 과정이 아름답거나 의미가 있거나, 하다못해 작은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한다. 요즘 나도 생각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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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구탁 2018.11.18 22:46 신고

    '국가의 사기'를 며칠 전부터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클랜이라 비판하고 있는 토건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몇 년만 지나면 이렇게 욕먹을 자격도 없어집니다^^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이건 아닌데 하는 의심과 찜찜함이 들지만, 이것도 만성이 되면 견딜만 해집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클랜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해 먹었던지 또는 대충 못본체 하고 넘겼던지, 자신이 지나온 과거를 부정하기란 참으로 어려습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도 떨어지니 오히려 잘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 답답하면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뭔가를 하겠지요. 답답한 놈이 우물파지 않습니까? 얼마있지 않아 은퇴할 꼰대들보고 밥상 정리 잘하고 나가라고 요구한다고 그렇게 하겠습니까? 경험상 절대 안합니다. 오히려 자기들이 앞으로도 더해 먹을려고 더욱더 엉망으로 망쳐놓기 십상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니 머리는 맑아지지만, 가슴은 오히려 무지 답답해 집니다.
    선생님,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가셔서 이런 엉킨 실타래를 자세하고도 연속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어떨지요? 실상 지금의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 대안모색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며칠 안에 책을 다 읽도록 하겠습니다.

  2. 길군 2018.11.21 16:41 신고

    머니볼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우석훈 선생님 자주 뵙고 싶은데, 예전에는 간간히 팟케스트 에서라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책에 집중 하시는것 같아서 뵙기가 어렵네요. 1인분인생이라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하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응원 합니다. 선생심

    -대전 비정규직 직장인 올림 -

당인리 견학..

2018.11.15 09:00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어제는 애들 자는데 옆에서 그냥 잤다. 늦게 자거나 일찍 자거나, 일어나는 시간은 어린이집 가는 시간으로 똑같아졌다. 내년에는 큰 애가 학교 들어가서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게 내 삶의 거의 유일한 고민인 것 같다. 하는 일이 없으니, 고민도 없다.

점심 때 최운열 의원과 밥 먹기로 했다. 참 복잡하게 얽힌 인연인데, 짧은 몇 달간을 뜨겁게 보냈던 것은 맞다. 복잡한 상황은 결국 간단하게 해소가 되었다 - 해결이 아니라. 둘째가 거푸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방법 없이 내가 애들 돌보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에는 당인리 발전소와 서울에너지공사 견학가기로 되어 있다. 현대에 입사한 것은 96년이었다. 과장 특채라서 별도의 교육 과정은 없었는데, 그 대신 그 사람들이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짜주었다. 몇 주에 걸쳐서 공장 시설들을 돌아보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달 공장 등 시설들에 들어가면서 살았다. 같이 가기도 하고, 혼자 가기도 하고.

20년이 넘게 그렇게 살다보니, 그게 생각의 원천이 되었다. 처음 인천의 전기로 보러 갔을 때 그게 내 삶의 일부가 될 줄은 몰랐었다. 공장도 가고, 유기농 현장도 가고.. 그렇게 살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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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현희 2018.11.15 12:59 신고

    작가님, 안녕하세요?
    인천지역 초등학교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제가 주안도서관에서 독서토론 연수를 받으며 읽어봤던 선생님의 책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를 이번에 교사용 도서로 구입 의뢰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안도서관에서 빌려봤을 때 오자를 두 군데 발견했는데요.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지만 다음에 개정판 내실 때 참고하세요.
    p. 36.음식적 주인들이->음식점 주인들이, p.244. 비용을 떠앉고->비용을 떠안고
    어디에 댓글을 달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최근 올라온 글에 달아야 보실 것 같아 여기에 남깁니다.
    앞으로 더 좋은 책 많이많이 내주시고, 행복하세요~~^^

  2. 박현희 2018.11.20 13:52 신고

    구입 의뢰했던 새 책이 오늘 들어왔습니다.
    1판 3쇄(2018년 2월 10일)본인데 p.36, p.244 오자 부분 그대로입니다.
    확인하시어 출판사에 교정 의뢰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박스 위의 스타워즈 그림..

2018.11.14 19:4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큰 애가 박스 위에 스타워즈 그림 그렸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깝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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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임시연습장에 대하여..

2018.11.13 22:2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임시연습장'이라고 부르는 블로그는 이래저래 사연이 참 많은 블로그가 되었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 첫 책 내고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결국 티스토리에 정착.

요즘 눈으로 보면 진짜 불편하다. 기사 같은 거 다 손으로 긁어야 하고, 그것도 양식 뻑나고.. 귀찮아서 이제 그런 건 안 한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 <88만원 세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처음 여기서 벌어졌다. 그보다 더한 일들도 많이 벌어졌다.

나중에는 약간의 도장깨기 비슷하게 되서, "계백이 나오라카이", 좀 이런 피곤한 일들도 벌어지기는 했다. 그것도 시간이 흘러가니까 다 옛날 얘기가.

아이들 태어나고 아프고, 정신 없었다. 그리고 민주당 도와줄 때, 내가 가진 인맥 등 모든 걸 다 개방했는데, 블로그는 개방 안 했다. 뭐, 별로 그런 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고.

하여간 그 후에 황망하게 썰렁한 곳이 되었다.

그래도 여기에서 그 때 그 때 단상을 적으면서 36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 진짜 말 그대로 임시 연습장, 아직 정리되지 않은 초기 감성이나 톤 혹은 전체적인 얼개 같은 것을 여기에 적는다.

블로그는..

아주 까칠한 내 성격 그대로다. 볼려면 보고 말면 마..

나도 참 내 성격을 싫어하는 게, 이게 진짜 지랄맞다. 맺고 끊는 게, 너무 불같다. 좀 적당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게 아직도 안 된다.

좀 블러핑도 하고, 적당히 숨기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면서 포장도 해야 하는데.. 그냥 스트레이트 기사 쓰는 것처럼.

그래도 내가 만드는 시제품들은 사정이 있어서 공개할 수 없는 아주 일부를 제외하면 일단은 여기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연습장이면서 동시에 공방 성격을 좀 갖는다.

물론 내가 하는 모든 게 다 여기로 가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하여, "오늘도 걷는다"가 아니라 "오늘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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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면 쓸수록..

2018.11.13 11:34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책으로 먹고 사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 요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게, 책이라는 게 묘한 거다. 쓰면 쓸수록 쓸 얘기가 늘어난다.

 

나는 책 쓰는 것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하다 보니까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겨서 책을 쓴 거지, 책 쓰는 게 직업은 아니다. 죽을 때까지 쓸 마음도 없다. 적당히 하다가 쓸 얘기 다 떨어지면 내려 놓아야지, 그런 마음으로 산다. 그게 10년이 넘었다.

 

10년 내내 2~3년 정도의 출간 예정을 늘 가지고 있었다. 가졌다기 보다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시간이 그렇게 편치만은 않았다. 예정된 시간, 그거 재미없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배운 게, 출간 일정을 미리 잡지는 말아야겠다..

 

그렇기는 한데, 내년에는 정말 바늘 하나 찔러넣을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있다. 그 다음 해의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은, 절대로 장기계획을 세우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스스로 내 삶을 재미없는 일정이라는 틀 안에 가둘 이유가 전혀 없다.

 

책을 계약하면 계약금을 받는다. 돈으로서 큰 의미는 없다. 나는 그래도 좀 많이 받는 편이기는 한데, 어차피 받을 돈을 미리 당겨서 먼저 받을 뿐이다. 프로야구 같은 데에서 보는 사인 보너스, 그런 건 아니다. 둘째 아프고 돈이 빠듯할 때에는 나도 계약금 받기는 했는데, 보통은 안 받는다. 앞으로는 따로 받을 생각은 없다. 그러면 쓸지 안 쓸지도 불투명한데, 출판사하고 미리 먼저 뭘 약속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몇 년치 일정을 미리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 병신들이 하는 짓이다. 내가 그 병신 짓을 10 년 넘게 했다. 해보고 나니까, , 내가 병신짓을 한 거구나..

 

물론 계약금을 많이 받으면 출판사에서 좀 더 열심히 팔아주기는 하는데, 그건 외국 작가들 얘기다. 엄청나게 돈을 주고 외국 번역서 들여올 때에는 그렇게 하는데, 한국에 있는 대형 출판사 하시는 분들이 국내 작가들에게 투자하고 뭐 그런.. 그럴 생각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작가들 잘난 척 하는 거 눈꼴 셔서 일부로라도 안 하겠다는 입장이 99.99%.

 

독자들이 책 안 사줘서 출판이 요 모양 요 꼴이기는 한데, 그 얘기는 대형 출판사들이 할 얘기는 아니다. 당신들은 한국의 작가들을 어떻게 대하셨는데? 개차판 아니면 쪼다.. 지켜보는 마음이 아프다. 존경은 못 하더라도 존중은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감?

 

하여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책을 쓰면 점점 쓸 내용이 늘어난다. 이건 데뷔할 때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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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모르는 얘기, 겪어 봐야 아는 얘기네요.
    쓰면 쓸 수록 쓸 게 늘어난다.
    자기가 틀을 만들어 미래의 자신을 가둘 필요가 없다.
    내 경험상 국내 출판사는 국내 저자를 존중하지 않는다. 99.99% ㅠㅠ

나는 조선의 8 번 타자다..

2018.11.13 10:3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어제 야구는 재밌게 봤다. 시즌을 마감하는 경기.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빈은 마지막 경기에서 지면 꽝이라고 했다. 그 마지막 경기다.

영화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선의 8번 타자다." 원래 8번은 투수들이 들어가는 자리다. 지명타자가 있으면 그 팀에서 제일 못하는, 수비 전문 같은 사람들이 들어간다. 하여간 타격으로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그래도 게임에는 나오는.

남은 인생, 8번 타자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뭔가 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또 그럴 실력도 안 되고. 그래도 8번에서 뭔가 나오면 게임 풀어가기가 훨씬 쉬워진다. 누가 나한테 인생을 대하는 태도 같은 거 물어보면, "나는 조선의 8번 타자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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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에 관한 글..

2018.11.12 10:47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요즘은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도,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오면 꼭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된장. 일정표를 보니까, 점심 약속, 커피 약속, 오매나야 줄줄줄. 강연과 방송 일정을 다 없애고나니까, 또 뭐 별로 우선순위에 넣지 않아도 되어도 좋은 일들이 줄줄줄. 내 입장에서는 집에서 나가게 만드는 일은 다 일이다. 그리고 책 추전 부탁이 엄청은 아닌데, 꽤 온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본다.

책 추천이 귀찮은 일이다. 특히 나에게 추천 부탁이 오는 책들은 어렵거나 까다로운 책들이다. 전에 내가 지금처럼 요 모양 요꼬라지 아닐 때에는 추천사나 해제로 어마어마하게 팔아준 책들이 있기는 하다. 연이나... 그것은 힘 좋던 시절의 일이고. 지금은 그냥 밥 세 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생각하는 시절. 내 추천사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까다로운 책, 그것도 읽을 일정에 없던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요즘 애들 보면서 책 한 권 읽는게, 진짜 없는 시간을 쥐어짜는.

그래서 추천사는 가급적 안 쓴다. 예전부터 그랬다. 꼭 써야 할 거면 차라리 좀 더 공을 들여서 해제를 쓰고, 해제 쓸 정도로 여유가 없으면 아예 안 쓰고.

이 짓도 10년이 지나니까 약간의 이해가 생겼다. 추천사도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추천사로 고마워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저자나 출판사나.. 사람이 원래 그렇다. 잘 되면 자기가 잘 한 거고, 안 되면, 다른 넘들이 못한 거고. (88만원 세대 때 남재희 장관이 정말 공들여서 추천사를 써줬고, 그 이후로는 가급 술 받아들인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도 한 가지 배웠다.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그 때가 아니라 훨씬 늦게라도 꼭 고맙다고 전화라도 한다. 그게 어려우면 안부 인사라도 한다. 쑥스럽다고 고맙다는 말을 미적미적하면, 나중에 진짜 어색해진다. 고맙다는 말은, 고맙다고 생각드는 순간에.

출판사에서 부탁오는 경우는 거절이 쉽다. 내가 하루 단가로 생각하는 나의 일당은 50만원이다. 난 가끔만 일하니까. 물론 단가 안 맞거나, 돈 안 줘도 남들 돕거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한다. 돈 내고도 한다. 그렇지만 상업적인 활동의 최소 단가는 50만원이다. 그 밑은.. 원칙적으로 안 한다. 애 둘 보면서 한 번 움직이기 위한 원가를 생각해보면, 그 이하로는 정말로 삶만 힘들어지고 고달픈 뿐이다. 추천사의 원가는.. 뭐, 택도 없다.

머리 아픈 경우는 저자가 직접 부탁하는 경우. 이 순간 참, 다양한 종류의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그걸 해봐서 좀 더 생각이 많아진다.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내가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사람은,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야.

냉정하게, 한다 안 한다, 이것만 결정한다. 안 하는 경우에는 최대한의 예절로, 하는 경우에는 아주 짧고 드라이하게 '예스까 노까', 이렇게만 대답한다. 나머지 얘기는 원고로.

추천사 하나를 오늘 내로 써야 하는데, 추천사는 안 쓰고, 추천사에 대한 글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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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준비를 시작하며..

2018.11.09 13:4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도요타 센다이 공장에서 위기가 오면, 요넘으로부터 초기 기동이 시작된다..)

1.

<모피아>사 손에서 나온 건 큰 애 막 태어난 그 즈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대선이 있었다. 드라마 판권은 팔렸는데, 박근혜 정권, 결국 편성되지는 않았다. 영화 판권은 막판에 서고. 하여간 그런가보다 했다.

 

처음에 <모피아>는 공무원의 부패와 관련해서 3부작처럼 디자인했었다. 두 번째는 교육 마피아, 세 번째는 건설 마피아.

 

두 번째 얘기는 이화여고 학생과 중앙고등학교 학생의 사랑 이야기로 구상을 했었는데, 얘기가 너무 슬펐다. 그래도 좀 덜 무겁고, 조금은 경쾌하게 하고 싶은데, 이 얘기를 너무 슬프고 칙칙하지 않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모피아 시리즈는 손을 놓았다.

 

2.

2년 전 여름, 정권이 바뀔 거니까 <모피아>를 영화로 살려보자는 얘기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안 한다고 했다. 그 사이에 드라마 판권은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벌써 이미 몇 년 전에 지난 얘기를 또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얘기를 만드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잡은 라인이 결국 <당인리>가 되었다. 모피아 작업할 때 그 팀이 그대로다. 그 사이 꽤 많은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어쨌든 너무 돈 없어서 헤매던 그 시절보다는 조금은 나아졌다. 초근목피 수준은 넘어섰다.

 

그렇지만 내년 한 해만 더 고난의 행군을 하자고 했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고, 돈을 넉넉하게 쓸 때는 아닌 것 같다. 한 해만 더 고생을 하자고 했다. 최소 비용으로,최소 조건으로..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모피아> 쓸 때처럼 그렇게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전전긍긍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 때는 이준익도 어려웠고, 우리들 모두 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내고 있었다. 사회도 어두웠다. 명박 시대 막 끝나고, 다시 박근혜와 함께 5년을 지내게 된.

 

3.

<당인리>는 전기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소설을 표방한다. 겉만 그렇게 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얘기도 기술과 기술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그 밑에 숨은 음모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음모를 벗어나서 이기게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남자들에 치여서 후방 지원을 하는 자리, 그야말로 한직으로 현업에서 밀려난 세 명의 여성 엔지니어에 대한 얘기다. 그리고 역시 엔지니어인 처장급 남성이 한 명 나온다. 여성 스리톱에 남성 한 명,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최신의 전력 관련 기술들이 사건 클라이막스 즈음에 대거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는 실제로 센다이 대지진 이후 만들어진 토요타 센다이 공장에서 지역 위기 상황에 대비해서 설치, 운영 중인 바로 그 시스템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기본적으로는 최신의 덴마크 연구와 일본의 연구들을 결합, 지금 우리가 뭔 짓들을 하고 있느냐, 이 개명천지에.. 고론 얘기들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수소차 얘기하는 아저씨들이 지금 뭔 짓을 하고들 하고 계시는 것인지. 2년 전 최초의 구상에서 수소차는 아주 약하게 들어갔는데, 지금은 서브 라인 중에서는 메인 급으로. 어느 정권이나, 에너지는 별로였다. DJ 때가 그나마 좀 나았던 것 같기는 한데, 그 때도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기는 어려웠다.

 

4.

겸임교수는 두 번을 했다. 두 번 다 공대 대학원이었다. 그냥 숨 죽이고 잡 일 해주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교수 되는 길이었는데, 30대의 내 나이에 숨 죽이고 기다리면서 살기가 싫었다. 성공회대와 연대에서 강의 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강의를 공대에서 했었다. 그런 이유로, 내 후배와 학생들의 대부분은 공대생들이었다. 내 주변에 공대생들 바글바글하다.

 

기술에도 드라마가 있다.”

 

얼만 동료에게 했던 얘기다. 사람의 내면 깊은 곳에도 드라마가 있다. 그렇지만 기술의 내면에도 드라마가 있다. 왜 우리는 220 볼트를 쓰는데, 미국과 일본은 아직도 110볼트를 쓸까? 한국이 선진국이라서? 그들이 우리보다 민주주의 국가라서 그런 건 아닐까? 그리도 구석구석에 수많은 사연들과 사연들 그리고 사회의 작동 방식이 숨어있다. 그런 얘기가 하고 싶어졌다.

 

5.

애들 보느라고 준비하고 구상해놓은 것들이 너무 내깔려져 있었다. 내년부터는 너무 묵히지 말고 좀 정리를 하나씩 해나가기로 했다.

 

급하게 밀린 게 SF가 하나 있고, 정치 코미디가 하나 있다. 정치 코미디는 기본 틀은 거의 다 잡았는데, 그야말로 일상에 치이고 치여서. 고양이 애니메이션도 미루어 둔 게 너무 미루다 보니.. 이제는 기억마저도 가물가물.

 

당장 뭘 급하게 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몇 년 동안 여유생기면이라는 별 되도 않는 핑계로 미루어 둔 것들을 내년부터는 하나씩 정리해 나가려고 한다.

 

그리하야 내년은..

 

추수는 언제할지 모르지만, 씨를 뿌리는 한 해로. 가난은 하지만,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해서, 많은 씨를 뿌려두는 한 해로. <모피아> 이후 지난 6년을 돌아보면, 정리는 제대로 못했지만, 이것저것, 하기는 참 많이 해두었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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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민영 2018.11.09 15:14 신고

    조용히 우섟훈박사님의 책을 즐겨읽는 사람입니다.
    처음 88만원세대를 시작으로 최근 발매하신 매운 인생 까지 두루 즐겨 읽고 있는데..
    블로그를 처음 들어와보네요.
    우석훈 박사님의 마인드를 닮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존경합니다 박사님. 앞으로도 이런 좋은 글들 많이 써주시고, 알려주시고, 또 나눠주세요. 감사합니다.

  2. 조민영 2018.11.09 18:47 신고

    그러네요 제가 88만원세대를 대략 10년 전에 읽었으니^^
    벌써 시간이 흘러 30중반의 나이에.. 한 딸의 아빠가 되었네요.
    선생님 책을 읽다보면.. 마치 선생님의 가족사? 드라마? 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이런 아빠, 남편이 되어야지.. 합니다.

    답변까지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컴퓨터 놀이..

2018.11.09 12:22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지방 출장 갔다왔더니 자판이 없어졌서 깜짝 놀랬드랬다. 애들이 컴퓨터 놀이한다고 자판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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