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살아도 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나 싶다. 물론 나도 아이들 둘과 아내의 눈치를 보기는 한다. 아내가 아침에 애들한테 시달리다가 결국 출근 시간 놓쳤다. 반차 내고 좀 쉬다가 나가면서 ‘no merci’라는 말을 했다. 애들은 정말 no merci.. 인정사정 없다. 남자 애들 둘이 크는 우리 집은 더 그렇다. 졸렵다고, 피곤하다고 봐주는 것 일절 없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 공무원들도 장관 등 상사 눈치 무지하게 봐야 한다. 가끔 자신만의 왕국을 세워놓은 기관장 같은 똘아이들도 있지만, 그 힘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잠깐 그런다. 언론도 다 눈치 본다. 방송 진행해도 마찬가지다. 힘 있을 것 같지만, 사장이나 편성국장 같은 사람들 눈치를 봐야 한다. 아무 눈치도 안 보는 것 같은 사람은 거의 정봉주가 유일했던 것 같은데, 그는 너무 눈치 안 봤던 것 같다.

 

학자들 특히 교수들도 눈치 엄청 본다. 정부에서 뭔가 하고 싶으면 진짜로 하다못해 7급 공무원 눈에라도 날까봐 벌벌벌 떤다. 모 학회 회장님께서 전직 차관님 눈치 엄청 보는 얘기가 최근에 들은 가장 웃긴 얘기였다.

 

나는 눈치 안 본다. 더 얻고 싶은 것도 없고, 더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청와대에 있는 아저씨들이 날 어떻게 볼까? 지 맘대로 생각하겠지. 나는 내 길 가는 거고, 너거는 너거 길 가는 거고.

 

직장 민주주의는 이렇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서 쓸 수 있었던 책이다. 내 밑에 아무도 없지만, 내 위에도 아무도 없다. 대안이 실현 가능할 것인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인가, 그런 기술적 측면만 고려했지, 누가 어떻게 볼까, 그딴 건 키우지 않았다.

 

나도 보나마나 애들 둘이 한국에서 빌빌거리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먹고 살겠다고 어딘가 취직을 해야 할 것이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아빠가 줄 수 있는 건 별 거 없고, 그래도 세상이라도 지금보다는 좀 낫게.

 

우리나라 직장들, 하여간 개떡 같다. OECD 국가 중에서 이렇게 지랄 맞은 나라는 또 없다. 그런데 그게 이상한 걸 잘 모른다. 남들도 다 그래.. 아냐, 니들만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겠냐, 그런 생각이 책 쓰는 내내 들었다.

 

내가 뭐라도 하면 뭐 좀 바뀌어? 내가 바꾼 건 생각보다 많다. 별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국격이라는 말을 논쟁 중에 내가 제일 처음 썼다고 하면 아마 지랄이라고 난리들 칠 것 같다. 실제로 노무현 말기에 라디오 토론에서 논쟁하다가 그 말을 썼고.. 그걸 mb 인수위 메시지팀에서 받았다. , 나는 국격이라는 용어가 그보다는 좀 더 우아한 맥락에서 사용되기를 바랬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따져보면 좋게 바꾼 것도 있고, 결국 나쁘게 바뀐 것도 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바뀐다. 뭐라도 자꾸 만들고, 안 되면 개념이라도 만들 거나, 말이라도 만들어야.. 결국 뭐라도 조금 바뀐다.

 

안 바뀌면? 될 때까지.. 설령 내가 끝내지 못하더라도, 뭐라도 변화의 기점을 만들면, 난 그걸로 충분히 족하다.

 

남의 눈치를 안 보는 삶을 살게 된 것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할 이유도 같이 사라졌다는 말과 같다.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누구는 그렇게 안 살겠는가?

 

나는 그저 명랑하게, 웃길 수 있을 때 웃기고, 못 웃기면 다음 웃기는 찬스를 기다리며 그냥 술 처먹고 기다리는.

 

한국의 많은 독자들 덕분에, 세 끼 밥 먹고 사는 데 불편함이 없게 되었다. 내가 누구 눈치를 보겠냐? 그저, 더 웃기지 못하고 더 발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할 뿐이다. 다음 챤스는 또 온다..

 

 

(직장 민주주의 한참 작업하던 시절, 강화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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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와는 꽤 친하게 지낼만한 사이였는데, 내 코가 석자라서. 미루고 미루다, 어제 여의도에서 술 한 잔 했다. 다음에 만나면 누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좋아한다. 나는 누나들하고 특히 잘 지냈다. 목에 힘 빳빳하게 줘봐야,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다.

 

50대 에세이는 팔린 건 그닥, 그렇지만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바뀐 생각이 글에 반영되는 것도 좀 있지만,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중에 70쯤 먹어서 나에게 가장 많이 영향을 준 책 물어보면, 나는 이 책 집어들 것 같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 가급적이면 편안하게 해줄려고 노력한다. 예전의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50이 넘으면 좀 찌그러지는 맛이 있어야..

 

요즘 진짜로 그렇게 산다. 좀 찌그러져서, 적당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고, 나 혼자 있는 시간도 가급적 많이.

 

만약 내가 갑자기 암으로 죽지 않는다면, 찌그러지는 것의 미덕 하나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찌그러지는 것이 목표가 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줄어든다. 사실 무지막지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진다. 그런 것들의 많은 이유는 자기가 자기에게 주는 짜증과 비난 같은 것 아니겠나.

 

안희정과 이재명 지지자들이 뻥하고 붙을 때, 나는 무서워서 도망다녔다. 사람들 감정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 요즘도 그렇다. 나는 그냥 무서워서, 대충 찌그러져 있을려고. 이재명을 공격하는 사람이나 방어하는 사람들 모두, 너무 많은 감정과 정성으로 한다. 이해는 가는데,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너는 의견이 뭐야?

 

네, 그냥 저는 찌그러져 있는.. 계속 찌그러져 있을께요.

 

기자들이 만날 때마다 김수현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다. 의견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뒤가 무섭다. 네, 찌그러져 사는 사람이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 잘 몰라요.

 

2004년부터 사회적 논의에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다. 시시콜콜, 이건 이렇게 생각하고, 저건 저렇게 생각해.

 

이제 처음으로, 나도 찌그러져서, 저 아무 생각 없어요.

 

많은 의견들은 논리처럼 생겼지만, 사실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뿌리는 생각보다 단순한 먼지 한 알인 경우도 많다. 그 위에 우리는 논리의 나무라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감정의 숲을 일군다. 그리고 가끔은 그 숲을 보면서 스스로 대견해한다.

 

여기에 의견을 내는 것은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시간이 많은 것을 스스로 드러나게 하리..

 

계통망인 그리드, 농업 전문가 특히 일본 농업 전문가, 플러그인 설계자, 내가 겨울 안에 만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 리스트다. 일부는 내가 필요해서, 일부는 동료가 필요해서.

 

내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나 주제는, 사실상 아무도 눈 돌리지 않고, 또 의도적으로 '불편하다'고 관심을 돌리고 있는 분야들이다.

 

찌그러져서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 한다. 뭐, 약간은 나도 돈도 좀 벌고.

 

그러면 나한테 뭐가 좋아?

 

찌그러진 삶에서도 찌그러진 꽃은 피는 법,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허허무지 벌판에 꽃씨를 피우는 마음을 사람들은 알랑가 몰라. 그런데 작은 꽃, 진짜 찌그러진 꽃이라도 피어나면 가슴이 뿌듯해지는 그 행복감을 사람들은 알랑가 몰라.

 

이런 마음을 50대 에세이 작업하면서 만들어낸 것 같다. 뭐, 원래도 화려한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책 작업과 함께 그렇게 화려한 것을 피해야 하는 구체적이고도 적극적인 마음 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찌그러지는 것은 아름답지 않더라도, 불편하거나 더러운 것은 아니다.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값비싼 모피를 입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뒤에서 받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못 빳빳하게 세워야, 그런 생각을 했었다.

 

찌그러지고, 굽어져보니까, 선산을 지키는 것의 의미는 알겠다. 그냥 세 끼 밥 처먹고 있는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그래도 세 끼 입에 밥이 꼬박꼬박 들어가는 게 어디냐.

 

앞에 나가서 전사들처럼 헤집고 싸우는 사람들도 필요하고, 그냥 쭈그러져서 황무지에서 조그만 꽃이라도 피우는 찌그러진 사람도 필요하다.

 

'손 많이 가는 남자'라는 표현이 있었다.

 

나이 50, 이제 나는 씨 뿌리고, 꽃을 쓰다듬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내 손이 필요한 일들이 세상에 좀 생겨났다. 그렇게 찌그러져서 밥값이라도 하고 사는 게 행복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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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나무

잠시 생각을 2018. 11. 29. 12:17

요즘 이것저것 나를 거쳐가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과 같다.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쭈그러져 있으니까, 다들 뭔가 하고 뭔가 펼치는데, 나는 제 자리에 있다. 그러다보니까 주막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시작하기 전에 잠시 쉬어가는 찻집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는 게, 다들 뛰어갈 때 기는 것의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의도하거나 준비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다.

예전부터 그랬다. 대개 나한테 연락을 하는 사람들은 삶의 깊은 어둠 속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모두 내가 의미 있는 조언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만난 게 의미 있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나는 힘이 없다. 원래도 힘이 없는데, 요즘은 더더욱 없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니까, 뭔가 만드는 일에는 손을 조금 보태줄 수는 있다. 많은 얘기들이 내 근처에 있거나 거쳐가거나 그렇게 된다.

오늘 아침에 에디터 중 한 명이 내가 하는 얘기가 시대를 너무 앞서가서 아쉽다고 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진부한 소리 하고 있는 것보다는 앞에 있는 게 낫다. 피엠텐을 의제에 올려서 결국 사람들이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단어를 쓰게 되었다. 해법은? 여전히 해법은 있는데, 지난 정부든, 이번 정부든, 상식적인 해법은 피해나가려고 한다 (돌대가리들..)

뭔가 만드는 일이, 빨라야 3년 정도 걸린다. 수없이 새로운 시도와 해보지 않은 얘기들이 내 주변을 왔다갔다 한다. 만다는 사람들은 이 시대를 보면서 만들면 늦다.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다음 주에 정부 연구인사들 모아놓고 10년 후 한국에 대해서 발제해달라는데, 내일 일도 모르는 애 아빠가 무슨 10년 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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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노혜경과 함께 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 번개 (저도 갑니다..)

_____

[부산까지 와서 조직하는 영화번개^^]

변호인 번개와 비슷한 방법으로하겠습니다.
12월 6일 메가박스 이수에 7:30 시간대 상영관을 엽니다.
원래 시간대는 저녁 6시, 7:55분 등으로 너무 이르거나 좀 늦어서, 
특별히 7:30분 상영을 부탁드렸습니다. 가볍게 저녁 드시고 오세요

단, 표는 각자 메가박스 이수 사이트에서 예매하셔야 합니다.
미리 예매하셔서 좋은 자리 확보해 주세요^^

마치고 저녁 10시부터 같은 건물12층 이트나인 테라스에서
경제학자 우석훈 선생 모시고 당시 이야기와 질의응답 시간 가질 예정입니다.
영화표는 각자 구매하시고, 뒤풀이비용도 각자 커피또는 생맥주 시켜마시기로 하고요.

저랑 가까운 자리에서 보고싶으신 분들은 댓글로 신청해주시면 30명까지 제가 표 확보할게요^^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그럼, 이 중요한 영화를 함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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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바빠..

아이들 메모 2018. 11. 27. 11:00

바쁘다는 얘기를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데, 큰 애한테만 바쁘다는 얘기를 아직도 하게 된다. 어린이집 12시에 데리러 오랜다. 나도 마음은 아픈데, 오늘은 점심 약속도 있고, 오후에는 파주에도 가야한다. 나도 학교 가기 정말 싫었다. 내 아들, 맞기는 한 것 같은데.. 아빠는 바빠, 이런 말 말고 다른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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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킹>의 한 장면. 안희연 감출부 검사, 내 삶에 다시 명랑을 끌고 들어온..) 

 

1.

블로그 설명에 이것저것 복잡한 것들을 다 날리고 그냥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렇게 딱 한 문장 적었다.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나름 의미 있는 책이었다. 칼럼집이었는데, 어쨌든 나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막 들이받던 30대 시절의 글들이 묶여서 그렇게 나왔다.

 

명랑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쓰지 못한 것은, 이후 명박과 근혜, 진짜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버거워하는 사람들 앞에, 명랑하세요, 이거 미친 넘 같아 보여서. 그만 내려놓았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명랑한 것은?

 

영화 <더 킹>은 그렇게까지 코미디는 아닌데, 감찰부 검사 안희연이 10년 넘게 굳어 있는 나의 감성을 풀어주었다.

괘안습니까, 여기 좋네요.”

 

하여간 명랑한 능청의 극한을 본 것 같다. <더 킹>을 백 번 봤다. 하여간 틈만 나면 봤다.

 

그리고 또 나를 명랑하게 만든 것은? 얼마 전부터 영화 <1987> 반복해서 보기 시작했다. 하정우가 엄청 웃겼다.

 

너 요즘 못돼졌다.”

 

,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려>”

 

그리고 박종철 시신의 화장 명령서 대신 시신보존명령서를 쓴다. 영화는 그렇게 웃으라고 만든 건 아닌데, 아이고 배야.

 

그리고 사투리 좀 고치세요, 김일성이네, ?”

 

요렇게 남영동 대장에게 똥꼬 발사.

 

이것저것 다 필요 없고, 명랑한 게 최고다.

 

2.

굳이 명랑을 다시 꺼집어든 것은, 어느 신문사에 칼럼을 쓰다보니 나도 내가 대인기피증이던 시절에 관한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나도 늘 밝고, 늘 명랑했던 것만은 아니다. IMF 경제위기의 기억이 나에게도 그렇다.

 

살다 보면 그런 시기가 생길 수도 있다. 그걸 명랑을 모토로 한 30대를 지내면서 이겼다. 어쩌면 이긴 게 아니라, 좀 완화시키고, 덜 부자연스럽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싫고, 잘 모르는 사람하고 말하는 것도 싫어한다. 극단적으로 내향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자발적 왕따.. 필요 없어, 근처에 오지 마.

 

촛불집회가 끝났다.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는 그 잠깐의 공간은 그렇게 다시 닫혔다. 요즘은? ‘빚 권하는 사회를 지나 우울증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미친 집값 현상 속에서 빚 진다고 집 살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 버렸다. 집 가진 사람 중 30% 정도만 한 채를 가지고 있다. 미친겨.. 이미 살 사람은 다 샀고, 몇 채 살 사람도 다 샀다. 그리고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아예 집이 없고.

 

촛불 집회 이후, 이제 어렴풋한 동료와 친구 사이는 끝났고, 돌아서면 욕하고, 또 욕할 것 없나 싶어 살펴보는. 그냥 우울증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재명이 한국 사회에 기여도 있고, 앞으로 할 기여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우울증 권하는 사회에 결정적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확 죽어버려”, 이렇게는 말을 못하니까, 서로 우울증이나 권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여러분 우울증 한 사발씩! 요게 이번 여름과 가을을 지나면서 내가 본 한국 사회의 모습, 촛불 집회 이후의 찬란한 문화 현상이다. 화려하시다!

 

요즘 보면 편 가르기를 하다 보니 우울증을 권하는 게 아니라, 우울증을 권하고 싶어서 편 가르기를 하는 것 같은. 에라, 여기 우울증 한 사발 투척!

 

일찍이 이동엽계서 이런 명언을 하셨다.

 

개미 퍼먹어”. 우울증보다는 개미를 퍼먹고 있는 게 낫다.

 

3.

시대는 돌고 돈다. 내가 명랑을 모토로 집어 들은 게 노무현 중반기였는데, 10여년을 지나 다시 명령을 집어 들게 되었다.

 

명랑이 함께 하기를!

 

포스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명랑은 조금은 알 것 같다. 유머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명랑에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명랑이 함께 하기를!

 

아이고, 근엄한 것도 싫지만, 악다구니하면서 주먹 꽉 쥐고 풀파워로 휘두르는 것도 싫다. 사방에 칼질이다. 오매 무서워, 집 밖에 나가기도 싫어요.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정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서로 우울증 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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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부터 나이를 먹으면 평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슨 엄청난 역사적 탐구 정신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매 시기에 모든 것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21세기적인 시각에서 예전 사람을 다시 보면 어떨까 싶은.

 

원래는 내년 출간 리스트에 세종 평전이 들어가 있었다. 주변에서 하도 이제는 세종 얘기 진지하게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권유가 많아서. 더 까먹기 전에 실제로 쓸 생각도 있었다. 직장 민주주의 작업이 길어지면서 크게 신경을 못 썼다.

 

삶은 수많은 우연의 연속이다. 애들 둘 보면서 뭔가 공격적으로 혹은 기민하게 하기는 어렵다.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는 대로..

 

꽤 여러 사람들을 평전의 대상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일단은 이완용 말고는 당분간 드랍. 그래서 마지막으로 진짜 진지하게 들여다볼 대상으로 남은 게 이완용과 소파 방정환. 지난 몇 년 동안 틈나는 대로 참 여러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저렇게 들여다볼 기회가 되었다. 직접 보기도 하고, 기획만 하기도 하고. 지금은 동료가 안중근에 대한 작업 중이다.

 

이완용은 꼭 해보고 싶은 게.. 선과 악, 20세기적 구분법이 좀 식상하기도 하고, 과연 그게 전부인가 싶기도 하고. 과연 악이라는 게 뭔가, 그리고 지금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그보다 더 나쁜 사람은 없는가, 이런 생각들을.

 

애들 보면서 평전까지 정리하는 건 좀 무리고, 결국 이완용만 남겼다. 이번 정권 내에 쓰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

평전 시리즈를 내려놓고 좀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것은. 좀 더 시급한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수소차 논쟁 보면서 진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에너지기구 등 국제 보고서들과 실제 미래 에너지 협상장 분위기는 수소는 이제 좀 아니다, 거의 그런 국제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제일 큰 이유는, 이게 규모에 따른 기술 혁신 요소가 다른 대체 에너지에 비해서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다들 한꺼번에 붙어서 하면 금방 비용이 내려가고, 수소 연료전지의 경우는 그 요소가 별로 없다. 그래도? 그래도는 뭐가 그래도냐.. , 정부 기관이나 연구소 등 실무진들이 이거 좀 아니라고 말 좀 해달라고 나한테 보낸 자료만 정리해도 책으로 한 권은 족히 나올 것 같다.

 

미세먼지 논쟁? 가관이다. 이런 말 하는 건 미안하지만, 돌대가리들이 국가 중책을 맡는 것은 죄악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딱 그렇다. 돌대가리들. 이건 좀 명확한 방향이 있는 건데, 결국 돌대가리들이 우리의 미래를 망친. 그 중에 한 넘만 제대로 대가리가 돌아가는 넘이었으면 이 정도까지 형편무인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이 대부분 무책임이나 무능력이 아니라 그저 돌대가리라서 심각해지는 게 좀 많다. 똑 같은 돌대가리들이 아침부터 밥 처먹으면서 공부를 빙자한 사교놀이 한다고 해법이 나오나? 가관이다.

 

20세기 후반, 20년쯤 지나면 생태나 환경 얘기가 그래도 어느 정도 상징적인 수준으로는 가 있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을 했다. 외국은 그렇게 갔다. 된장. 한국은 돌대가리 공화국처럼 되어버렸다. 대가리만 돌대가리인 게 아니라 심뽀도 완전 똥심뽀다. 그런 넘들이 출세하고 잘 처먹고 잘 산다. 그렇게 편하게 잘 살면, 국민들도 좀 편하게 해주면 누가 뭐라겠나. 돌대가리들이 신나게 승진 놀이하는 동안에 국민들 삶이 완전 똥통. 이게 뭐냐.

 

3.

해서.. 한가롭게 인물 평전 구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부가 환경이나 생태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개판인가, 환기라도 좀 시키는 게 더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 누가 누가 못하나 경연대회 하는 것도 아니고.

 

좀 안 된 얘기지만, 환경 문제는 이번 정부는 이미 좀 글러먹었고, 회생 불가능이라고 본다. 마음만 착하고 선의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 좀 기술적인 측면을 세밀하게 봐야 하는 주제라서 그렇다. 미안하지만 돌대가리들 데리고 할 수는 없는.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널리 상의를 하거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급하게 쓸 건 아니고, 빠르면 후년 늦으면 그 다음 해 쯤에 정말로 입문서 수준의 환경에 대한 책 한 권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필요하면 시리즈로 몇 권 쓸 생각도 있다. 그게 내가 이 사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일이 아니겠나 싶다.

 

나도 조용하게 이완용 들여다 보고, 박지원 들여다보고, 그렇게 살고 싶다. 된장. 이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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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보니까 마루에 못 보던 게 걸려 있다. 편안하고 행복한 우리 가족. 큰 애 솜씨다.. 평안? 내년에는 결국 마루에 에어컨 놓기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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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환경, 에너지, 이런 데가 책에서는 정말 인기없는 동네다. 그래도 경제사상사 보다 인기가 없지는 않다. 석사는 국제경제학으로 받았는데, 대학원 졸업하자마자 사업 분석하는 회사에서 팀장 제안을 받았었다. 6개월짜리 짧은 과정만 하나 더 들으면 국제 선물시장 거래인 자격이 나오는 게 졸업 옵션이었던. 나중에 그 석사 전공으로 wto에서 제안이 오기도. 그걸 다 내려놓고 사상사 전공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생태경제학에 대한 사상적 기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사상사를 평생하고 싶었는데, 내 때에도 벌써 그게 쉽지가 않던 시대. 대학원 졸업 이후로 늘 춥고 배고프고, 한데 밥 먹으면서 살았다. 무관심, 이런 건 몸에 붙이고 사는 유니폼처럼 익숙하다.

좌파 내에서도 노동자 문제가 상대적으로 주류였다. 그 좋은 머리로 사상사나 생태 같은 거 하냐고, 이죽거리는 비웃음을 들으면서 20대를 지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진짜 주류는, 통일이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하는 사람들. 통일파 1진, 노동파 2진, 그리고 나면 여성 문제가 조금 더 앞 줄이고, 나는 말진 중의 말진. 그래도 너니까 발표 기회를 준다고, 네 고맙고맙. 누구한테나 머리 숙이고, 고맙다고 말하고, 그런 게 입에 붙었다.

30대 이후는 시민단체와 함께 했다. 여기는 민주파가 또 절대 본진. '생태 파시즘'이라는 이죽거림과 함께 30대를 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냥 내 길을 걸었다. 인생의 목표, 그런 건 모르겠고, 돈은 밥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 빈곤형 톤 앤 매너가 몸에 붙었다.

이제 50.. 드디어 농업 문제를 다루어도 되는 순간이 되었다. 나중에 먹고 사는데 큰 문제 없을 때 하겠다고 뒤로 뒤로 미루어둔 주제다. 이제 먹고 사는데 큰 문제 없고, 삶의 어려움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왔다.

페북에서도 농업 주제는 썰렁하고 별 관심 없다. 만약 좀 더 스포트라이트 받고, 화려한 삶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지금도 관심없고 미래에도 관심 없는 이런 주제를 집어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괜찮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보람있게 하는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대기업에서도 맨 앞에 서 봤고, 정부 내에서도 맨 앞에 서 봤다. 총리 주재 회의를 운영하는 일이 내가 했던 일이다. 경총회장이나 상공회의소 회장도 다 불렀었다. 그 시절, 내가 가장 어둡고, 다크했다. 정신적으로도 행복하지 않았었다. 내 논리는 모르겠는데, 내 몸은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이 더 좋다. 몇 배 좋다.

민주파들이 농업에 한 가장 큰 명언은 "핸드폰 팔아서 쌀 사먹으면 된다"는 말이다. 통일파들이 농업에 대해서 한 가장 큰 명언은 '통일 농업', 결국은 식량부족인 북한에 쌀을 어떻게 보낼 수 있는가, 이런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다. 민중파들이 농업에 대해서 한 가장 큰 명언은 "우리 전농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꼭 앞 말을 그렇게 붙였다. '우리전농파'라고 불렀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gmo 개발하고 팔아먹을 생각만 했다. 그 길이 막히니까 농림부 공무원들이 아주 우울해했다. 시대에 뒤쳐지는 것 같다고 한탄을..

민주당 농업 정책은 새만금에 걸려 있다. 이번 정권의 근원적 아픔은 새만금과 광주, 여기에 있다. 그나마 그래도 민주당이 하고 싶은 거라도 있기는 하다. 한국당은 진짜로 농민표 말고는 아무 관심이.

내가 정리하고 싶은 관점은, 국토생태라는 눈으로 보면 농업이 이렇게 보이더라.. 그 얘기다. 건설교통부 시절에 신문에 '국토부'라고 이름을 바꾸면 좋겠다고 신문에 썼었다. 결국 다음 정권에 국토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국토생태에 대한 생각은 탑재되지 않았다.

민주파라고 하고 농업은 하거나 말거나, 아주 지겹다. 얼마나 농업이 하기 싫었는지, 농업이라는 말을 농촌이라는 말로 다 바꿔버렸다. 1차 산업인 농업이 농촌 개발 혹은 농촌 정비인 3차 산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주 지랄들을 했다. 지금은 뭐가 좀 바뀌었나? 바뀌긴.. 90퍼센트 이상의 민주파 가슴 속에서는 여전히 "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는 정서가 존재하는 것 같다.

옥수수 사료로 살찌운 한우 특뿔, 이런 거 맛있다고 먹는 게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 입이 꼬진 것이다. 원래 인류는 그렇게 먹는 거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한국인은 특히 더 그렇다. 그게 다 자본 아니 국제 농업자본이 단기간에 길들여서 만들어낸 인공의 맛이다. 아니, 자본의 맛이다.

 

근본에 관한 얘기는 상업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그게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맛만 있으면 돼지."

 

요렇게 말하는 사람, 진짜 소주병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니가 개, 돼지냐? 고양이 키워 보니까, 우와, 더럽게 까다롭네. 고양이만도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어려운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민주파의 권력 투쟁, 통일파의 더 근본적인 권력투쟁, 이런 속에 묻혀버린 농업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 2008년 11월, 첫눈 온 날,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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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 시사회에서 관객과의 대화 끝나고 운전하고 집에 오다, 뜬굼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멋있게 사는 것보다, 안 쪽 팔리게 사는 게 100배 중요하다. 어린이 환경보호 행사에 모피코트 입고 온 사람들 얘기를 곰곰이 생각하다.. 츄리닝은 멋지지는 않지만, 쪽 팔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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