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경제학..

낸책, 낼책 2018. 9. 24. 21:12

내년에는 책 하나 더 찔러넣을 공간이 도저히 없다. 있는 것도 지금 덜어내게 생겼다. 최근에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부탁받은 것은 젠더 경제학이다. 박사 논문 시절에 따로 공부한 것은 아니다.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나서 1년 가까이 빈둥거리면서 지낼 시간이 생겼다. 그 때 전혀 다른 주제들이 뭐가 있나, 진짜로 순전히 호기심으로 논문들을 찾아 읽었었다. 그 시절에 gender economics라는 분야를 처음 접했다. 마침 미국경제학회 등 주요 경제학회에서 이 주제로 컨퍼런스도 많이 열렸고.. 하여튼 마침 유행이었다. 이게 뭐당가?

어쨌든 그 시절에 읽었던 논문들 때문에 1995년 이후로 gender 문제가 내 분석의 한 기준점으로 상주했던 것도 사실이다. 20년도 더 된 일이다.

여유가 되면 대학원에 강의하나 개설하면서 실험적으로 내용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수업할 시간까지는 도저히 내기 어려울 것 같다.

수업을 별도로 하지는 않았는데, 외국 대학원에서 강의할 커리큘럼 정리하게 될 일이 있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으로 외국 대학에 가지는 않았는데, 그 때 정리한 것이 '괴물의 탄생'이라는, 한국경제론에 관한 책이 되었다. 나름 의미가 있었다.

orthodoxe하다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내가 연구하거나 공부할 때는 무쟈게 orthodoxe하다. 젠더 경제학에 대해서 뭔가 쓰려면, 그렇게 orthodoxe하게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도서관 경제학 끝나고 나면 좀 여유가 생길까? 대학원에 수업 하나 개발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야 할 참고문헌과 논문 리스트도 각 절별로 좀 달아넣고..

그렇게 딱딱하지만 좀 오래갈 교과서 스타일의 책으로 gender economics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가 좀 이런 거 하면, 나는 그냥 사서 보고 싶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근데 2년 후에도 아마도 별 거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연구 분위기가, 돈 안 되는 분야에는 거의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인기 있는 분야에도 정부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바로바로 인용해서 써먹기 좋은, 깊숙하지만 중립적인 그런 분석이 유행이다.

이론적인 것, 이론의 원류, 사상사적인 흐름 그리고 사회문화적 맥락, 이런 것들은 취업이나 경제활동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것만 재밌게 생각했는데...

그래서 추석 중에 후년 일정표를 잠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젠더 경제학에서 해놓은 것들의 상당수는 직장 민주주의에 들어간다. 그렇게 일부분은 털고... 나도 간만에 orthodoxe한 접근을 한 번 해볼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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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이제 거의 클라이막스 마지막 길로 달린다. 며칠 전부터 '여기는 또 다른 고향'이라는 표현이 계속 머리 속에 아른거렸다.

'여기는 또 다른 고향', 이 얘기는 정말로 세대 차이 많이 나는 표현이다. 나는.. 아직도 애절하다. 대학교 2학년, 3학년 시절, 마이마이 테이프에서 늘 듣던. 김민기의 공장의 불빛, 바로 그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다. 여러 이유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공순이'들의 노래, 여기는 또 다른 고향, 바로 공장 얘기다.

서울우유, 카카오, 여행박사, 세 개 회사를 합쳐서 '여기는 또 다른 고향'으로 묶어보려고 했다. 21세기 버전의 공장 얘기다. 그래도 좀 괜찮아서, 여기가 또 다른 고향이라고 해도 될 정도.

그런데 누가 '여기는 또 다른 고향'이라는 구절을 보면서 이게 공장의 불빛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아차릴까 싶은.. 나만 해도 좀 철지난 테이프를 겨우겨우 구해서 들었던 거고. 너무 고풍스럽고 옛날 얘기처럼 말을 풀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회사 하나하나씩 짧더라도 각각의 절을 주기로 했고, 카카오의 부제에 '여기는 또 다른 고향'을 달기로 했다. 그리고 구로동의 IT 업체들에 대한 얘기들도 일부.. 그 근처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이래저래 애잔하고 스산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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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평전

낸책, 낼책 2018. 9. 23. 11:59

나도 나이를 먹는다. 언젠가는 지금처럼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놓치고 있는 것을 팍팍 잡아내는, 그러지 못하는 나이가 올 것이다.

나이 먹어서 '새로운 것'이 힘든 나이가 오면, 그냥 버티고 채우는 마음으로 평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부 때는 경제사 전공을 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대학원 때에는 국제경제학을, 박사과정 때에는 사상사 분야에 있었다. 물론 그리고 실제로 경제사나 사상사를 계속 공부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평전 쓸 기본 정도는...

그런 마음을 먹으면서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리스트에 올라간 것이 이완용 평전이다. 그거 한 번 해보라고 추천한 사람이 가장 많기도 했고,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털어서 무능한 사람으로는 원균이 1번일 것 같고, 유능한 때 나쁜 사람으로는 이완용이 맨 앞일 것이다.

최근에 이완용 얘기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 와, 아직 이완용은 해보겠다는 마음만 있지, 들여다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해보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똑똑하다는 것이 뭔가,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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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나는 독서감상문 형태로 책 읽은 소감을 쓰지, 서평의 형식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평... 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농담 보태면 절을 하는 자세로 읽는다. 내용이든 스타일이든,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책을 보는 것이 아닌가? 스승을 대하는 자세로 책을 대한다. 그리고 스승에게 평?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스승을 대하듯이 책을 대해야 나에게 뭐라도 좀 남는다. 하다못해 진한 자극이라도. 그래, 얘는 뭐라고 씨부려댔나, 내 함 봐줄께, 요런 자세로 보면 나에게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좋아하는 책이든 좋아하지 않는 책이든, 일단은 스승을 대하는 자세로 책을 대한다.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의 책도? 물론이다. 설령 그것이 이완용의 책일지라도, 그가 뭔가 자신의 삶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생겨나서 쓴 거 아니겠는가, 그런 마음으로 책을 본다. 그래서 서평을 쓴다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고 거북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서평을 쓰게 된다. 참 어렵다. 국내 작가들의 책을 주로 고르려고 하는 편이다. 세상이 그렇다. 누군가의 책을 집어들면,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왜 뺐는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책 한 권을 집어드는 순간, 그보다 훨씬 많은 변명을 하게 된다. 이게 아예 모르는 사람이거나, 볼 일이 없는 사람이면 그냥 눈 감고 있으면 될텐데. 그렇지도 않다. 많은 경우, 이렇게 저렇게 결국에는 만나게 된다. 언젠가 어색한 만남을 하게 되는.

이걸 피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외국 책을 집어든다. 죽은 사람이면 더 편하고. 고전이면 정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고. 설령 엄청 유명한 이 시대 사람이라도, 볼 일이 있겠어? 이게 약간은 비겁하고, 가벼운 방식이다.

에고고... 하면서도 나는 가급적 우리나라 책을 집어든다. 대책 없는 정면돌파 방식이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변명할 게 부담스럽기는 한데, 그렇다고 우리 시대, 지금 여기의 질문을 피해나가면 내가 내한테 '쪽팔'..

그래서 이래저래, 독서감상문을 쓰지 서평은 잘 안쓰려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심사위원 같은 것도 안 한다. 평을 쓰거나 심사를 하는 것 보다는, 뭔가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하다보니까 조선일보에 서평을 쓰게 되었다. 이게 약간 기구하고도 우연스러운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게 되면서..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한다. 박노자 서평을 쓰면서, 진짜 많은 점에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지금 왜 이렇게 곤혹스러운 상황에 나 스스로를 몰아넣게 되었는가.. 난, 원래 그렇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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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몇 줄 안 썼는데,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 가까워온다. 아침에 애들이 깨워서 일어나고, 이래저래 실강이 하다가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오면 그 때부터가 내가 잠시 일하는 시간이다. 운이 좋으면 3~4시간, 운이 없으면 1~2시간.

최근에 몇 가지 사건이 있었고, 기본소득에 대한 책을 한 권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정을 아무리 봐도 내년에 책 더 찔러넣은 공간이 없다. 매년 일정대로 맞추려고 하는데, 1권 정도는 그 해에 소화를 다 못하고 다음 해로 넘어간다. 그러면 그 다음 해 일정도 또 어버버, 정신이 없다. 그나마 애 아프면 일단 올스톱, 무한대로 시간이 길어지는 거고.

최근에 낸 책 중에서는 사회적 경제 책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 딱딱하고 인기 없는 주제이기는 한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읽어주었다. 이건 사회적 운동 차원에서 내는 거라서, 강연도 가능한한 많이 했다. 지역의 작은 사회적 관련 기구나 시민단체가 무슨 돈이 있겠나. 그냥 되는 대로 하고..

'직장 민주주의'는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한 거였는데, 하면서 규모도 커지고 분량도 커지게 된 경우다. 막상 틀을 잡아보니까 이게 가볍게 툭 치고 넘어갈 얘기가 아니다. 그래도 이 작업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삼성 민주주의'라는 개념에 걸려서 덜컥덜컥거리고 있지만, 오늘, 내일 중으로 그래도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들 관심 없거나 방치된 주제, 나는 이런 게 좋다. 그런 건 하면서도 보람 있고, 나중에도 보람 있다.

내가 성격이 더러운 게, 옛날에 했던 거 파먹고 산다는 생각이 들면 진짜 하루도 못 견딘다. 단 일보를 가더라도 앞으로 가야하고, 새 거를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 허무함을 버티지 못한다.

틀이나 구조를 바꾸기 어려우면 내용이라도 새 거를 만들든지. 그리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시선을 계속 만들지 않으면 내가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해도, 결국에는 그 나물에 그 밥 느낌이 드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되는 데까지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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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돌아와보니 밥 먹이고 난 책상에 이것저것. 우리 집은 현재 스코어, 큰 문제 없다. 아내가 천식이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이번은 입원할 정도는 아니고 몇 달 치료받으면 된단다. 아내가 힘이 드니까 오전, 오후로 내가 좀 더 부지런을 떨면 이번 가을도 아무 일도 없는듯, 겨울을 맞을 수 있다. 나이 50에 이런 삶을 사는 친구는 없다. 그래도 이건 내가 맞이한 내 삶이다. 문득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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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정부 용역 과제를 비롯해서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연구하는 일은 안 한다. 처음부터 이런 걸 안 하려고 한 건 아닌데, 괜히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되기도 하고. 이건 무슨 엄청나게 순수하고 강직한, 그런 신념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니다. 솔직히, 내 성격이 더러워서 그런 것이다. 마지막 시점에 내가 관리하는 돈이 1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폼 나게 딱 내려놓고 나왔다. 폼은 났다. 그리고 슬슬 거기 붙어서, 내가 예전에... 이렇게 하는 것은 죽는 것보다 싫었다.

그리고 같이 정부 연구과제를 하자고 주변에서 얘기를 했는데, 이게 못하겠는 거라. 돈 나눠주다가 받으려니까,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순전히 성격이 더러워서 그렇다.

그래서 내가 하는 연구는 내가 알아서 하고, 나는 생활비만 생기면 되고. 물론 한계는 있다. 여러 사람 붙어서 해야 하는 큰 연구는 하기가 어렵고, 책으로도 내기 어려운 아프리카 얘기 같은 것도 하기가 어렵다. 그냥 그 정도 선에서 장기 과제, 정부에서 관심 없거나 금기시 하는 연구들, 그런 거 내 맘대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과 같은 연구 방법과 방향을 가지게 된 건, 뭔가 순수하거나 엄청나게 철학적 깊이가 있어서, 이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성격이 더러워서. 그냥 머리 좀 숙이고, 내 연구에 돈 좀 대달라, 이런 걸 죽어도 못하겠는.

그러면서 내 삶이 나름대로 스타일이 되었다 (살찌는 걸 염두에 둔 건 아닌데 ㅠㅠ...)

'기본소득과 문화경제'라는 제목으로 짧은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이걸 키우면 보통 정부에서 말하는 1억 원짜리 연구과제가 될텐데, 특별히 더 그렇게 키우고 싶지는 않고.

내가 요즘 관심 있는 것은 미래 과제다. 그렇다고 무슨 아주 먼 미래에 대한 얘기도 아니고, 과학기술 중심의 좀 얼토당토 않은 4차 산업혁명 같은 얘기는 아니다. 다음 총선, 다음 대선 때, 어떤 주제들을 우리가 논하게 될 것인가, 그런 데 관심이 더 많다.

기본소득을 비롯해서 몇 가지 주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걸 좀 더 파볼까, 지금 하는 것들을 좀 더 밀고 나가볼까, 이런 생각들을 좀 했다.

문화경제는 몇 년 전에 '문화로 먹고 살기'라는 책을 내면서 정리한 개념이다. 아주 개인적으로는, 그 책 이후로 나는 - 혹은 나와 몇 명의 동료만 - 먹고 살기에 대한 걱정이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특별히 더 문화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아닌 듯 싶다.

생태경제의 구체적 수단으로 지식경제와 문화경제라는 두 축을 정리한 것은 2009~2010년 정도의 일이다. 또 다른 축이 더 필요할까? 이런 고민들을 요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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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토론문 하나 쓰는데, 3일이. 물론 저녁 때 애들 어린이집 데리고 오는 일들이 계속 있었고, 중간에 지방에도 하루 갔다왔고. 토론문이라는 게, 특별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다. 어쨌든 내 입장에서는 a4 다섯 장, 내용만큼은 공들여서 꼼꼼하게 썼다. 보거나 말거나.

문화 분야의 기본소득에 관한 발제자료도 하나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별 내용이 없는 거라. 이런 것까지 다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야 하나 싶은. 하여간 정부기관들 하는 일이, 뭐 좀.

요즘 내가 하는 일들이 엄청나게, 뭐 그런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순탄하게 잘 굴러간다. 일부러 짜증날 생각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짜증내거나 심통낼 일도 거의 없다. 늘 살면서 돈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그런 아쉬움이 없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요즘은 그런 아쉬움도 거의 없다. 돈이 엄청나게 많아져서가 아니라, 노는 것도 힘들다.. 애들 데리고 놀러갔다 오려면 차라리 그냥 집에서 개기는 게 더 편한. 그러다보니 크게 돈 들어갈 일도 별로 없고, 그냥 소소한 생활의 비용들.

문득문득 나만 혼자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모르겠다.. 이러다 또 힘든 순간이 내게도 또 오겠지.

경제 인류학이 60~70년대 한참 유행하던 시절 같이 유행했던 표현이다.

want not, lack not.

뭐 특별히 원하는 게 없으면, 특별히 부족한 것도 없다는. 힘들고 어려운 일은 내년,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후년으로 다 미루어놓았다. 그러니 당장 조바심 내서 뭔가 해야할 것도 별로 없다.

명분은... 큰 애 학교 들어가고 나면.

그리고 그 다음에는, 둘째 애 학교 들어가면, 그렇게 또 미룰 생각이다.

나는 내가 하던 일들을 대부분 내려놓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없앤 게 "꼭", "기필코", "반드시", 요런 표현들.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어렵다 싶으면 미리 포기한다. 병신아냐? 병신 맞을 줄 모른다. 그러나 내 수준과 내 여건에 맞는 일만 한다. 시간을 많이 써야 하고, 겁나게 열심히 해야 하는 일, 아예 시작을 안 한다.

그러니까 하는 모든 일은 잘 된다. 아주 크게는 아니더라도, 그냥 물 흘러가듯이, 이렇게 저렇게, 큰 질곡 없이 잘 된다. 처음부터 그렇게 될 일만 한다. 아닌 것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다.

박민규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칠 수 있는 볼만 치고, 잡을 수 있는 볼만 잡고.. 내가 딱 그렇게 산다.

그래서 누가 병신 아니냐고 하면, 그냥 병신 맞다고 한다. 속도 없냐고 하면, 속도 없다고 한다. 뭐 별의별 말들을 다 한다. 죽 쒀서 개준다는 둥,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둥.

다 듣고 한 마디 한다. "나중에 천국 가고 싶다... 아마 갈겨."

그래도 뭔가 안 되서 아둥바둥거리는 것보다, 이것도 잘 돼, 저것도 잘 돼, 이러고 있는 게 낫다.

조금 하고, 살살 하면, 진짜로 물 흐르듯이 일을 하게 된다. 시간 안 모자르냐고 사람들이 물어본다. 시간은 남는다. 요즘은 마당 고양이들 돌보는 시간도 조금 더 늘어났다. 못 보던 고양이들이 많아졌다. 천국 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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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차이이기는 한데, 나는 혼자 있는 것, 가만히 있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누가 나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남 앞에 서는 것은 진짜로 싫어한다. 때때로 남들 앞에 서기는 하는데, 좋아서 하는 건 아니고, 싫은데 억지로 참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평생을 살다보니까, 뭔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고 힘이 생기는 것보다, 조물딱 조물딱 뭔가 만드는 것을 훨씬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론을 만들거나, 설명틀을 만들거나, 얘기 만드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만들고, 심심하면 또 만든다.

'제주도의 비극'이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설명하는 글을 쓰다 보니까, 확실히 나는 뭔가 조물딱 조물딱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적인 성격은 아니고, 보편적인 성격도 아니다. 그렇지만 조물조물거리면서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굶어죽을 성격은 아니다. 남 등 처먹고 살 성격도 아니고. 남 등쳐서 뭔가 시키느니, 그냥 내가 하는 게 훨씬 빠르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삶이 이 모양이 된 건, 다 성격탓인지도 모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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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중 병원 민주주의, 막 끝냈다. 중간에 일본 여행이 끼어 있어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던. 그래도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여기에 할애해, 내 수준에서는 괜찮게 내용을 뽑아낸 것 같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김소현 간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에 기발하고 좋은 게 많았다. 나중에 보니까 현장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본인이 자기 이름 소개해도 된다고, 기꺼이.

이제 이 책의 마지막 산, '삼성 민주주의' 차례다. 길게 쓰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별 내용이 없다", 도망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원래는 더 앞에 있었는데, 뭘 헤드로 써야할지, 그런 게 잘 안 잡혀서 뒷자리로 옮겼다.

상조형이라고 부르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욕 엄청나게 먹는다. 당대표 시절의 문재인 대표에게 상조형 소개하고 연락해서 강연 세션 만드는 걸 내가 했었다. 지금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된 장하성 선생에게 당대표 메신저로 가는 것도 내가 갔었다. 서로들 뻘쭘해서 연락을 못하고 있을 때, "니가 좀 가라", 그렇게 되었던.

상조형이나 장하성 선생이 생각하는 삼성 대책이 있다. 나는 그와 좀 결이 다르다. 지나서 하는 얘기지만, 삼성 미래본 사장이나 부사장에게 연락해준 것은, 상조형.. 나도 교수 시절의 김상조 덕분에 삼성 수뇌부들을 만났었다.

길게 쓸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김상조나 장하성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결에서 삼성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을 써보려고 한다. 일단은 점심부터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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