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민주주의, 이게 생각보다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이렇게 힘이 들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안한다고.. 살아온 모든 경험을 탈탈 털어내는 기분. 금요일부터는 1주일 동안 일본 여행이다. 그리고 2주는 더 작업해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추석. 책 끝냈다고 쉬고 쉽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 이 책은 좀 그렇다. 10월달 일정을 보니까 매주 하나씩 잡혀 있다. 된장. 애들 둘 데리고 떠나는 여행을 해볼까? 날 추워지기 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2년 전 여름부터 지금까지, 너무 달렸다. 이래저래 일정이 꽉 차서, 쉼 없이 갈리기만 한 것 같다. 애 보면서...

아내가 작업실 따로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됐슈. 멀쩡한 집 놔두고 뭐하러 돈을 써.

노트북 없이 버틴 것도 몇 년 된다. 컴 잘 돌아가는데 그런 게 뭐하러 필요해.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으로 지난 2년을 버틴 것 같다.

어쨌든 직장 민주주의 끝나면 멍하니 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나면 다시 하루에 2권 읽기 모드로 돌아갈까 한다.

직장 민주주의 작업 혹은 지난 2년 동안의 집중적인 작업의 후유증이, 호기심이 사라져버린 것. 혹은 육아의 후유증일지도 모른다. 호기심이 사라졌다.

몰라, 몰라,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책을 좀 죽어라고 읽으면 뭔가 궁금증이 다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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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엄청나게 비가 오는 중이다. 애들은 진짜로 뒹굴뒹굴, 자기들이 알아서 논다. 물론 틈틈이 "내끄야, 내끄야, 내가 먼저 했어", 장난감 들고 싸운다. 요즘은 둘째가 야물딱, 그냥 형한테 막 뺏기지 않는다. 그래서.. 싸움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싸우다가 둘 다 손들고 벌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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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레고 스타워즈의 시대가 왔다. 스타워즈, 참 좋아했었는데, 그 시절에는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다. 소설책으로 엄청 재밌게 봤던. <라스트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김어준이 나온다는 얘기는 엄청 웃겼었다. 진짜 보니까, 입 딱, 그 멋진 루크 대신 진짜로 김어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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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책들은 작게는 30개 많게는 50개 정도의 꼭지로 구성된다. 처음부터 이걸 다 잡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시작하면서 아주 초기에 대체적인 꼭지들이 구성된다. 이걸 절이라고 부른다. 중간에 원고를 갈아엎을 때에도, 절이 없어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일종의 카드놀이처럼, 절을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꼭지를 먼저 잡고 구조를 만드는 경우는? 재밌는 작업이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장 구조를 먼저 생각하고 절은 그 다음에 생각하는 편이다. 절부터 잡으면 병렬형 구조가 된다. 취향상, 병렬형 구조를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다. 겨울부터 쓰게 될 농업경제학은 50개 정도의 꼭지부터 잡고 시작하려고 한다. 이건 일반적으로 내가 쓰던 방식과 구조와 접근이 전혀 다를 것 같다. 그만큼 농업 얘기 접근이 어려워서, 특단의 대책을.

 

직장 민주주의는 33개 정도의 꼭지로 이루어진다. 그중 28번째가 병원 민주주의다. 인터뷰가 포함된 사례분석에 관한 것이다. 원래는 어제 쓰기 시작하려고 했는데, 어제, 오늘, 수면 부족으로 탈진, 결국 새로운 절에 들어갈 힘이 없어서 일단 포기.

 

책 시작도 어렵지만, 절도 시작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쭉 연결되어서 앞의 꼭지의 내용을 받아서 뒤로 넘어가면 좀 나은데, 독립된 절의 경우는 매번 만만치 않다. 첫 문장을 못 써서 글을 뒤로 미루기보다는 일단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편의 글을 주로 쓴다. 늘 시원스럽게 첫 문장을 시작하는 꿈을 꾼다. 그렇지만 만만치는 않다. 그런 점에서는 짝사랑 연애편지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연인과는 달리, 어쩌지, 어쩌지, 그런 고민을 담아서 뭔가 써야할 때, 그 느낌과 안 다를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나누는 글의 첫 부분.

 

병원 민주주의는 골격이 되는 기본 내용은 잡혀 있는데, 이틀째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해서 내내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면 관련된 내용을 몇 개 써보고 다시 들어가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혹은 1보 후퇴, 며칠 신나게 딴 거 하고 놀다가 다시 오기도 한다. 그렇지면 너무 놀면, 뭐하다가 손을 놨는지, 아예 까먹기도. 하여간 지금까지 절의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해서 쓰던 책을 집어던진 적은 없다.

 

병원 얘기가 어려운 게, 친한 사람 중에서 병원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정서적으로 느낌이 팍 오지 않는 이유도 좀 있는 것 같다. 옛날 친구 중에는 의사들도 있고, 간호사도 있는데, 안 보지 너무 오래 되어서 정서적 느낌 같은 건 잘 모르겠다. 은행원, 공무원, 연구원, 이런 사람들이 겁나게 많다. 진짜로 일상적으로 보는 사람 중에는 의사도 없고, 간호사도 없고, 약사도 없고. 공무원, 교수, 교사, 연구원, 이런 사람들만 드립다.. 하나도 도움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애꿎은 OECD 자료만 계속 뒤적이고 있다. 병원 관련된 자료가 별로 없다. 다른 분야는 백서가 나오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별로. 회사 특히 상장된 회사는 이렇게 저렇게 경영보고서 같은 게 공개되는데, 병원 경영 보고서도 잘 못 찾겠다. 헤맬 때 기본적으로 현황 자료들 쭉 보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데, 병원이나 간호사 관련된 것은 그런 게 다른 데 비해서는 별로 없다. 물론 더 찾으면 어딘가 있을텐데, 그 내용이 바로 필요한 것은 아니라서 목숨 걸면서 병원 경영 보고서까지는 좀.

 

학위 받고는 병원 관련된 연구를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이래저래 내가 귀찮아서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고대병원하고 예방의학 관련된 정책 연구를 할 뻔한 적은 있었다. 연구의 제도 같은 것은 좀 심각하게 검토한 적이 있다. 의료제도도 health economics 연장선에서 몇 번 봤었다. 의사들하고도 연구를 아예 안 한 건 아닌데, 계속 만나거나 그렇게 알고 지내게 되지는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 내 친구들 중에도 의사 되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런 건 한 번도 되고 싶지가 않았다. 되고 싶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뭐 하는 건지 관심도 없었다. 하긴. 내가 관심 없는 것은 대부분의 직업 세계가 다 그렇다. 대학 들어갈 때까지도 직업에 대한 희망은 커녕 관심도 없었고, 대학을 졸업할 때에도 아무 관심 없었다. 그리고는 학위가 확정된 시점 쯤에 갑자기 덜컥, 클 났네, 뭐 먹고 살지그랬다.

 

그나마 의사 중에서 가장 많이 마음을 주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수의사 박상표였는데. 아마 나와 낮술 마신 거의 유일한 의사일 듯. 대학로 근처 한 모퉁이에서 편육 놓고 낮술을 몇 번 했다. 나중에 그는 자살했다..

 

간호사라. 친척을 아무리 넓히고 넓혀도 간호사는 진짜 한 명도 없다. 그냥 느닷없이 이건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전화해서 편하게 물어볼 간호사 한 명 없이 인생을 살았다니. , 그런 의사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고. 만약에 농업 같았으면, 그럭저럭 수십 명 붙들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랬을 상황인데.

 

생각해보니 모든 걸 나 혼자서 분석하고 해결하려고 하다가, 가끔 어쩔 수 없이 벽에 부딪히는, 그런 문제인 것 같다. 직접 경험은 물론이고, 간접 경험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병원 민주주의 같은 생소한 주제를 분석하려고 했을까, 그 출발지부터 다시 질문해보게 된다. 이게 다 태움 때문이야그리고 여자들끼리 있으면 남자들보다 더 하다는 얘기에, 그럴 리가 있나, 다 그런 구조와 상황이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런 약간의 열받음이 좀. 그리고 막상 조사를 하다 보니, 경영 및 관리 구조가 너무 허술해서, 뭐 이딴 게 있나 싶기도 했고.

 

병원 민주주의’, ‘학교 민주주의그리고 어쩔 수 없이 후퇴, 뒤로 미루어 놓은 삼성 민주주의’, 그야말로 난제 3종 셋트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일본으로 출국한다. 그 전에 최소한 이 세 개는 마무리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힘들 것 같다. 병원 민주주의를 아직 시작도 못했다. 그러면 열흘 넘게 딴 생각하다가 다시 이리로 돌아와야 하는데..

 

다행히 그 사이에 뭔가 새로운 것들이 생각이 많이 나면.. 그렇지만 너무 많이 나면 지금 여기로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고. 뭐 하다 말았더라,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길어봐야 A4 두 장을 절대 넘지 않는 글들은 논리만으로도 쓸 수 있다. 그리고 보고서는 가능하면 논리만으로 쓰는 게 낫다. 위에 상관들이 보게 될 글은, 대가리에 어떤 넘이 있을지 모른다. 꼭 나랑 생각이나 결이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보장은 별로 없고, 별 쌩 양아치 같은 넘들도 내 보고서를 보고 결재 도장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니까.. 진짜로 감정이나 감정을 유발할 만한 요소들은 빼고, 논리만으로 쓰는 게 최고다. 약간이라도 감정을 넣으면 이거 쓴 새끼, 보나마나 빨갱이야”,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나만 혼나는 게 아니라, 내 위에 있던 사람들 줄줄이 개박살.. 30대 초반에 내가 쓰던 보고서들은 그래서 감정은 뺄 수 있을 만큼 다 빼고, 혹시라도 감정을 유발할 만한 요소도 철저히 빼고, 극단적으로 드라이하게 썼다. 그 편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책은 논리만으로는 못 쓴다. 말이 좋아서 50개 꼭지지, 50개의 논리 덩어리를 읽으라고 하는 건데, 그건 고욕이다. 맞는 말이라도, 힘이 들어서 못 읽는다. 그리고 50개의 논리 덩어리를 다 통으로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다. 부부간에도 그러기 어렵다. 생각이 같은 거 일부, 다른 거 일부, 그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다.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 건 안 읽어, 그러면 고전 중에서는 읽을 수 있는 책이 한 권도 없다. 대충 참고 하면서 보는 거다. 그렇지만 논리만으로 구성된 50개의 꼭지는 요즘 같으면 읽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감정이 필요하게 된다. 논리만으로 구성하면 글에 감정이 생기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게, 쓸 때 감정을 만드는 일이다. 사실 논리는 자료 분석하고, 전체를 구성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세울 수 있다. 기능적인 일이다. 그거야 열심히, 대가리 박고, 군소리 안 하고. 그냥 하면 어느 정도는 한다. 그러나 감정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다.

 

논리와 감정은 움직이는 방향도, 생성 방향도 다른 것 같다. 논리가 선다고 해서 감정이 그때 그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어렵다. 책 특히 요즘 책은 그래서 감정이 더 어려운 것 같다.

 

한 때, 사회과학에서는 날 선 논리로 상대방을 죽죽 무찌르고 가는, 그런 무협지 스타일을 최고로 쳤던 것 같다. 그러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두를 무찌르는 그런 최강의 논리라는 것은 없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옳고 그름도 변한다. 마스터의 시대는 끝났다. 그래서 감정이 더 중요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부작용도 있다. 전혀 감정적인 요소를 느끼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그냥 논리만 세우는 것보다 더 다가가기 어렵다. 나도 안다. 그러나 현실은, 무협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 편, 남의 편, 이러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이기는 게 최고인 것만도 아니다.

 

어느 간호사가 자기 일기를 보여주었다. 나에게는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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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기고문

낸글 2018. 8. 28. 11:4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66677&PAGE_CD=N0002&CMPT_CD=M0111

김 & 장, 둘 다 놓친 것

[주장] 경제부총리나 청와대 정책실장이나 '사회적경제'와 '제조업 경쟁력'엔 무관심

18.08.27 19:03l최종 업데이트 18.08.27 19:0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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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라는 공간은 원래 이렇게 비인간적인 곳이 없나. 만약 직장이 이처럼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곳이고, 그런 상황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이라면, 직장은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 없어지거나 계몽이 필요한 마지막 공간일 것이다."

내가 전달받은 어느 병원 간호사의 일기 중의 한 대목이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적어간 글자 속에서 마음이 느껴진다. 병원.. 그나저나 며칠 간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일들 분석하다가, 갑자기 공간을 바꾸어 병원으로 들어오니, 나야말로 얼떨떨. 소설가 김탁환이 메르스 문제로 병원 문제 취재하던 얘기 들었던 게 얼마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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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아시아나 민주주의 끝냈다. 권순정 의원은 무척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 유쾌함을 내가 다 받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유쾌함의 여운이 남는다. 이제 병원 민주주의 차례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개를 받아서 엄청난 분을 만났었다. 28세였는데,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태움'으로 유명해진 병원 사태, 잘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별 지원이나 후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관심이 있는 일도 아니다. 하거나 말거나, 그냥 사회 한 구텅이에서 조용히 그리고 조그맣게 사람들 만나고, 자료 정리하고, 그러는 정도의 일이다. 거의 신경도 안 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 시대의 최전선에 있다는 정도는 안다. 병원 정리하면 다음 차례는 학교 민주주의다. 삼성 민주주의는 그 다음 순서로 바꾸었다. 가장 해결되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조직. 한숨부터 나온다. 그 뒤의 세 개는 일종의 모범 사례, 가능하면 유쾌하고 경쾌하게 쓰려고 한다.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배 고프다. 냉우동 끓여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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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가을, 아내는 우울증이었다. 생일날, 울었다. 애들 둘한테만 매달려 있으니까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둘째는 입원을 거듭하는, 호흡기 환자.아내 생일 선물 대신, 어린이집 등원을 맡기로 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애들 어린이집 하원도 일단은 내가 맡았다. 나는 내 일들을 대부분 정리했다. 아내는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몇 달 걸렸지만, 결국 아내는 취업했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애들 어린이집 등하원을.

둘째는 폐렴으로부터 나왔고, 올 여름에는 키도 많이 크고, 살도 많이 붙었다. 다음 주에는 식구들 전부 데리고 일본에 여행 간다. 둘째가 아파서 같이 외국에는 한 번도 못갔다.

그 3년 동안, 나는... 살이 쪘다. 망했다.

아내는 요즘 하는 일이 잘 된다. 행복하다고 한다. 큰 돈 버는 건 아닌데, 그럭저럭 우리 집 생활비 정도는 번다. 둘째 아프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차장이었다. 우리 집 생활비 보다 한참 많이 벌었다. 그래도 지금이 더 좋다고 한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원래도 별로 없는데, 이래저래 없어졌다. 50대 에세이 쓸 때만 해도 한 달에 100만원은 벌어오라고 그랬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다.

둘째 안 아프고, 아내도 행복해하니까, 이젠 진짜 별 걱정 없다.

페미니즘, 그런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른다. 그냥, 아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거라는 교과서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건? 원래 하고 싶은 게 별로 없는 인생이다.

아내가 뭘 해주면 내가 편해지겠냐고 물었다. 별로, 특별히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언젠가 태권도 5단도 따겠다고 선언을 했다.

하라고 했다.

아내의 인생에서 태권도를 빼면 절반이 사라진다. 태권도 4단이고, 태권도 사범도 했어도 소용없다. 애 둘 돌보다 울었다.

아내가 태권도 5단 따는 거 뒷바라지 하는 게 내 50대의 과업일까? 그래도 상관 없다.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다.

몇 년간은 아내가 편한대로 다 도와줄 생각이다. 그래야 길게, 묻어갈 수가 있다. 나도 좀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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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전에 식구들 다 수영장에 갔다왔다. 오후에는 애들 데리고 교보 가서 책도 사주고 dvd도 사줬다. 그리고 큰 애가 계속 심심하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서 30분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시켰다. 큰 애로 워낙 애지중지 키워서 혼자 있는 것을 잘 못참는다. 혼자 있는 것도 배워야 하나 싶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있을 때, 심심함에 사무쳐서 뭔가 생각하고, 뭔가 만들 게 된다. 심심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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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참 별의별 생각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내린 생각은, 그냥 나는 자랑스러운 좌파로 살아가겠다는. 당연한 얘기이기는 한데, 진보니 그런 어정쩡한 말 쓰지 않고, 빨갱이로.

물론 나도 좌우가 공통으로 가져야 할 소양이 있고, 같이 추진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얘기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좌파로.

이런 결정은, 앞으로는 정부에서 일하는 건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어서 빨갱이가..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또 해야 할 이유도 잘 못 느끼겠다. 나는 그냥 좌파 경제학자로, 편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뜨슨 밥 먹고 살기는 힘들겠지만, 뭐 많이 먹는 스타일도 아니고, 누가 나 챙겨줘야 일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해보고 싶은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들이 꼭 내가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하면 다르다", 이 생각과 2년간 싸워서, 결국 내가 이겼다. 내가 해도 별 수 없다...

오늘 간만에 교보에 가서 여기저기 돌아보았다. 문화칸에 갔는데,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다. 시급한 일들 좀 끝나고 나면 다시 한동안 도서관에 틀어박히는 삶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게 제일 행복하다.

20대, 나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는다는 심정으로 책을 읽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 칸에 가서 몇 주씩 머물면서 책을 읽었다. 다 읽은 것은 아닌데, 몇 년에 걸쳐, 내 손에 한 번도 머물지 않았던 책은 없을 정도로.

책방에 가면 전혀 모르는 분야에 가서 한동안 봐야 직성이 풀리고는 했다. 좀 무모한 방식의 독서를 한 건데...

결국 밥은 먹고 살게 되었다.

20년 가까이 좁게 보면 환경, 좀 넓게 보면 생태 쪽에서 주로 움직였다. 50대에는 이걸 크게 바꿔서 문화 쪽으로.. 요런 고민 중이다. 재미는 있을 것 같다.

한국이라는 데가, 뻔하다. 돈 좀 돌고, 권력 좀 있는 데에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줄도 길고, 텃세도 심하다. 별로 돈 없고, 빛 볼 일 없는 분야는 늘 가난하고, 배고프다. 사람도 별로 없다.

나는 그런 춥고 배고프고, 보람만 있는 (그러나 잘 못느끼는) 그런 데 있으면 진짜 우리 집 안방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하다.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그런 춥고 외지고, 각광받지 못하는 분야에서 보냈다. 그러다보니, 그게 체질이 된 것 같다.

문화 쪽도 엄청 배고프다. 문화연대 최근 상황 물어봤더니, 사무실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더 싼 데로 옮겼다고. 이런 분야에서 일하는 게, 난 제일 속 편하고 즐겁다.

해보고 싶은데 못 한 것, 제일 기억에 오래 남는 게 아프리카 경제학이다. 환경이나 경제 이런 전문가가 아니라 아프리카 경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원 때 지도교수가 프랑스 최고의 아프리카 전문가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돈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돈 없으면, 아프리카 연구 자체를 할 수가 없다. 그게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아쉬움 혹은 애잔함.

이건 나 아니면 못할 거라는 생각을 몇 번 했었다. 그리고 몇 십년 지나보니까, 나도 못했다. 별 방법 없다. 애도 낳아야 하고, 낳았으니 키우기도 해야 하고. 그래서 아쉬움만 남기고 손을 내려놓았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는 없더라도..

그냥 좌파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리, 별로 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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