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4'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5.14 한국 보수의 대전환을 소망하며...
  2. 2018.05.14 이제 아홉 살
  3. 2018.05.14 어린이집 가면서 우는 아이...

 

솔직히 경제만 보면 현 정부가 딱히 엄청나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것저것, 조금씩 핀트가 안 맞는다. 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정도? 그러다가 김문수가 서울시장 하겠다고 내세운 얘기들 보면, 좀 아닌 게 아니라,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재건축 다 풀어주고,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두면알아서 시장이 작동할 것 아니냐? 이게 언제적 얘기인가 싶다. 유럽에서는 극우파들도 이렇게 무식하게 옛날 얘기 하지는 않는다. 적당히 복지 얘기도 하지만, 무엇이 진짜로 자국 청년들에게 유리한 것인가, 요 정도 얘기는 하는 것 같다.

 

시라크 이후로 프랑스도 보수들이 꽤 오래 집권했다. 김문수처럼 하면 파리도 고도제한 같은 거 다 풀고, 그냥 집장사들 하고 싶은 데로 다 할 것 같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보수 정권들 들어오면 우리 식으로 아파트 분양제 막 하면서 정부 돈 끌여다가 민간인 집장사 하는 데 보태주고 그럴 것 같지만, 그런 일도 없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도 보수가 좀 제대로 출발점을 세울 수 없을까 싶다. 사실 부동산 시장이나 민간 주택 관리 그리고 임대주택 등 큰 틀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진보나 보수나, 다 거기서 거기다. 이런 거 보수적 관점에서도 제대로 해보자고 확 틀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토건에 관해서도, 하는 말만 좀 다르지 지역으로 가면 별 다르게 크게 다르지도 않다. 정치적 극단주의로 너무 밀리기는 했지만, 프랑스 사르코지 시절에 하던 생태 정책은 지금 정의당 보다도 더 급진적이다. 독일의 탈핵은 무슨 사민당이나 녹색당 연정으로 추진하는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아니다. 여기도 그냥 우리식 보수 진영에서 국가적 합의를 만들어서 추진하는 것이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이건 안철수가 주로 했던 얘기인데, 이것도 좀 얄팍하다. 지금까지 가장 보수 중에서 왼쪽으로 깊게 찌르고 온 사람은, 여전히 유승민이다. 그가 여당 원내대표로 중부담 중복지얘기할 때, 많은 진보 쪽 인사들이 위협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일찍 박근혜 아니 순실인가? – 눈 밖에 났다. 국회 연설 몇 번 한 게 다다. 법안 통과도 제대로 시켜보지 못하고 실각하였다.

 

김문수처럼 그렇게 그냥 시장은 다 해 줘요, 그러니 나 서울 시장 할래요?”, 이러고 있어서는 사람들 웃음거리 밖에 안된다. 우리 말이 좀 그렇다. 마켓, 그 시장도 시장이고, 메이어, 그 시장도 시장이다. 듣는 사람 헷갈리게 말해놓고, “내가 다 맞아요”, 그러고 있어서는 뭔가 바꾸고 싶다는 심정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 보수당의 43, 데이빗 케머론의 고든의 노동당으로부터 정권 뺐어올 때에는 사회적 경제를 비롯해서, 정말로 꽤 훅 치고 들어왔다. 우리 식으로 치면 심상정이 했을 것 같은 얘기들도 처칠의 후예인 데이빗 케머론 입에서 막 나왔다. 영국 노조와 노동당에서는, “그것 다 거짓부렁이래요”, 방어하느라고 급급했다.

 

최저임금만 해도 그렇다. 이게 꼭 무슨 좌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 신자유주의라고 악명 떨치는 사람들 진영에서 이게 처음 제안되었고, 실제로 이걸 미국에서 실행하려고 행정적 검토까지 한 사람은 닉슨이다.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 그래, 바로 그 닉슨이다. 그리고 음의 소득세라는 개념으로 이걸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밀턴 프리드만이다 (근데 김문수는 우파 중의 보수 경제학자인 프리드만 이름이나 알랑가?)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우익 중의 우익 정도로만 보이는 일본 아베가 지금의 경제 틀을 구상하면서 맨 앞에 내세운 게 최저임금 상승이다. 정치적 입장으로만 보자면 아베나 김문수나, 이제 와서는 극우 중의 극우가 되었다. 아베가 최저임금 주창하면서 아베노믹스의 한 축으로 세운 거, 그게 그의 롱런 비결 중의 하나가 아닌가?

 

솔직히 지금 와서, 김문수 하듯이 집 여러 채 가진 사람들과 재건축에 목매단 사람들 표 얼마 더 얻는다고 해서 한국당에 갑자기 물 들어오듯이 새로운 흐름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어차피 거기가 전통적으로 경제 보수라는 이름으로 똘똘 뭉쳤던 자기네 핵심 지지 그룹 중의 하나 아닌가? 망할 대로 망한 보수 입장에서는 물 한 모금 더 마시나 들 마시나, 전멸 직전까지 가는 데 큰 차이 없을 것 같다. 이래 망하나, 저래 망하나, 김문수의 얘기는 그렇게 밖에 안 보인다. 그래도 마이크 들이대는데, 아무 얘기도 안 할 수는 없는 거 아니야, 이렇게 밖에 안 보인다.

 

좀 생각해보시라. 외국 보수들이 궤멸 직전에 놓였거나 정권을 내어주고 나서 어떤 변화를 했는지? 트럼프처럼 드물게 좀 더 오른쪽으로 확 치고 들어가면서 어영부영하던 개혁의 뒷구멍을 치고 들어간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사례는 드물다. 많은 경우는, 왼쪽 깊숙히 훅 치고 들어오는 전략을 썼다. 경제가 그렇다. 정치적으로는 좌우로 확 나뉘는 것 같지만, 최소한 1929년의 대공황의 수정 자본주의 이후 혹은 1945년 전후복구 중에 나온 복지국가 담론 이후, 별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기본 입장 자체가 국가가 적당히 개입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는 복지를 하고, 생태나 토건 혹은 문화 같은 것은 명확하게 좌우가 나뉘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분야는 신좌파로 별도 분류할 정도가 되었다.

 

더 위로 기원을 찾아가보자. 복지의 기원으로 우리가 다 아는 게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아니었던가? 그는 귀족들에게 복지는 체제 유지비용이라고 말했다. 적당히 기본 체제를 유지하고 싶으면 이 정도 비용은 대라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21세기의 외국 우파들이 그렇게 딱딱하게 래세패르, 자유방임만을 줄구장창 외치고 있지는 않다. 경제도 현실이고, 정치도 현실이다. 성과 없으면 정치도 안 되고, 정치를 하기 위해서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정책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정책은 이념일 것 같지만, 21세기에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독일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탈핵 정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어차피 이번 지방 선거에서 한국당은 지금처럼 하면 괴멸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면 다음 번 총선은? IMF 경제위기급의 급격한 외환위기 같은 게 오기 전에는 경제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 지형도 변할 게 별로 없다. 다음 대선은 택도 없고, 다다음 대선도 지금 같아서는 한국당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없다. 그러면 15년 아니 14년 후는? 혹시라도 개헌이 되고 새로운 헌정질서가 오면? 다음 총선에서 싹슬이할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보이기 전에는 한국당이 정치적으로 주도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자기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어차피 태극기 할아버지들은 한국에서는 변치 않는 상수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비전도 만들 수가 없다. 지금은 21세기다. 청년 보수가 새롭게 등장할까? 외국에서는 다양하게 등장하기는 했는데, 지금 한국당 실력으로는 그것도 어렵다.

 

멀정한 보수가 등장하기에 사실 지금은 좋은 조건이다. 별로 잃을 것도 없다. 기다리다 다음 총선 때 사멸하거나, 아니면 지금 바꾸거나? 트럼프 같은 기가 막힌 어벤저스 멤버급 스타가 등장할 것 아니면, 할 수 있는 건 왼쪽으로 확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더도 말고 딱 심상정 바로 왼쪽 정도 간다고 생각하고 달려가면 심상정 바로 오른 쪽 정도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시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준다”, 이런 교조주의적 명제만 포기하면 현실적 정책에서는 거기에도 좋은 게 많다. 아베가 최저임금 전국적 상승한다고 밀고 나올 때, 그게 원래 자기 철학에 맞거나 좋아서 했겠는가?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한 것 아닌가?

 

아파트 분양제를 비롯해서, 현 정부가 별 대안도 없고, 그저 크게 문제 일으키지만 않을 정도로 적당히 현상관리만 하는 분야들은 많다. 빈 공간이 숭숭이다. 보수들이 그 쪽으로 치고 들어가면? 2000년에 영국에서 일어났던 것 같은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

 

작은 소망이다. 한국의 보수들도 이제는 제 정신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한국을 보고 싶다. 그게 우리가 진짜로 5만달러, 6만달러, 제대로 된 경제 성장궤적을 가지게 되는 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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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홉 살

아이들 메모 2018. 5. 14. 14:22

 

마당 고양이 강북. 낯에 이렇게 본 건 몇 달만인 것 같다. 이전에 살던 집 마당에서 태어났고, 아직도 쌩쌩하다. 태어날 때, 어렸을 때, 유달리 몸집이 작아서 이게 얼마나 버티겠나 싶었다. 이제 아홉살인가? 모진 겨울들 많이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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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큰 애 어린이집 데려다주는데, 문 앞에서 돌아나오는데 울기 시작했다. 큰 애는 요즘 두 번째 맞는 사춘기인 것 같다. 게다가 주말에 아주 잘 놀아서 월요병도 있는 것 같고. 나도 그렇게 학교 다니기를 아주 싫어했다. 큰 애 보다 한 살 어린 시절, 집에서 미술학원을 보냈는데, 그게 그렇게 싫어서 도망다니면서 땡땡이쳤었다. 큰 애 어린이집 교실 문앞에서 우는 거 보는데, 딱 그 시절의 내 생각 났다. 학위 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그렇게 학교 가는 게 싫었다. 공부 좋아서 한다는 사람도 가끔 있던데, 나는 느무느무 싫은 걸 참고 억지로 한 거다. 책 읽기가 재밌다는 사람도 아직 이해 못하겠다. 읽기 싫은데, 죽기 싫어서 참고 읽는 게 책이다. 가기 싫은데 방법 없으니까 참고 가는 게 학교였고. 다행인 건... 집에 있고 싶지 않은데 참고 버티는 게 아니라는 점. 나갈 데도 많고, 나오라는 사람도 많은데, 집에 있는 것만은 느무느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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