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9'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05.09 논리와 감정 (메모)
  2. 2018.05.09 강북 좌파, 진보 아니고...
  3. 2018.05.09 포디즘식 정의...

짧은 글은 논리나 감정, 한 가지만 가지고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은 논리만 가지고는 못 쓴다. 그리고 교과서나 참고서 아니면 그렇게 논리만 가지고는 읽기가 너무 힘들다. 논리를 세우고, 근거를 만드는 설계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만드는 일은, 이건 설명하기가 어렵다. 노력한다고 해도 안되고, 억지로 끌어내려고 해도 안된다. 억지로 만든 감정은, 잠시만 시간이 지나도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책을 쓰는 것은, 일시적으로 미친 놈이 되는 것과 같다. 많은 창작 작업과 마찬가지다. 그 감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게 제일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만드는 작업을 동시에 두 개를 할 수는 없다. 논리적으로 맞추고 줄기를 세우는 것은 기계적인 작업이다. 이건 할 수 있다. 그러나 써나가는 것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두 개의 감정이 섞이면, 이제 슬슬 사람이 미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쓰는 작업을 동시에 하지는 않는다.

(구상과 조사 같은 것은 몇 개를 병행해서 하더라도, 크게 겹치지는 않는다.)

감정을 만들지 않으면, 설명하거나 설득하려고 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서, 독자들이 설명하는 방식을 더 이상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근본적인 딜레마가 생겨난다.

설명하지 않고도 설명하는 법, 무슨 파르메니데스의 역설 같은 느낌이다. 10년 전에는, 이렇게까지 감정을 많이 동원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전체적인 어법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논리만 가지고 책을 세울 수가 없다.

감정,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나에게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주제 자체가 그렇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엉뚱하게 다른 실력이 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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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나는 내 자신이 진보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남들이 그렇게 소개하고, 별칭을 붙였을 뿐이다. 공식적으로 내 입장을 밝히라고 하면, 나는 늘 좌파라고 했고, '명랑 공산주의자'라고 책에서 쓴 적이 있다. 굳이 누군가 좌우로 물어보지 않아서 가만 있을 뿐이지, 나는 진보는 절대 아니고, 우파도 절대 아니다. 그냥 좌파 중에서, 좀 찌그러져 있어야 하는 생태 좌파 정도 된다.

경제와 관련된 생각을 제외하면 나의 일상은 무지무지하게 보수적이다. 지킬 걸 지켜야 하고, 변화하기 위해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부모에게 효도까지는 몰라도 그냥 막 대하지는 않으려고 하고, 힘들어도 아이들은 낳고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좌우는 뭔지 알겠는데, 진보는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프로그레시브 락은 않다. 좋아한다. 한 때 전위적이었던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나는 절대로 진보적이지 않고, 진보도 아니다. 그리고 진보연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진보팔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도대체 무엇을 지칭하려고 하는지, 그 함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좌파다. 그리고 좌파 내에서도 노동좌파랑 구분되는, 생태좌파다. 거기서도 비주류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생각이다.

 

예전에 강남살던 시절에는 강남 좌파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강북으로 이사온지도 이제 10년 정도 된다.

 

굳이 부른다면 강북 좌파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고양이 이름이 강북이다. 정체성이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굳이 정체성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냥 '강북 좌파'로 살아가고 싶다. 고양이 세계의 언어로 하면, 나는 '강북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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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생산적인 시간은 아무 일정도 없고, 아무 일도 없이 그냥 뒹굴뒹굴 거릴 때다. 먼 훗날의 일이나, 아무 근거 없는 상상은 이럴 때 많이 한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내가 가장 돈을 많이 벌었을 때도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거리던 시절. 그리고 정말로 바빠서 쩔쩔 매도록 뛰어다닐 때에는, 돈도 안 벌었고, 오히려 내 돈도 갖다 쓰던 시절.

박근혜 때 창조경제라는 말이 유행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사람들에게 욕 많이 먹었지만, DJ 때에는 지식경제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그리고 신지식인 상도 주고 그랬다. 나랑 가까운 동료도 이 상을 탔다. 사실 나도 그 양반을 추천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결국 심형래가 신지식인이 되면서, 그 상을 받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조롱거리가 되었다. DJ 시절부터 창조경제까지, 요즘 안철수가 꽃히면서 전국적인 난리브루스가 된 자본주의 4.0 혹은 인더스트리 2.0, 3.0, 이런 것들의 뿌리는 다 같다.

지식경제든 창조경제든, 정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게 정말 엿같은 거다. 포드주의 이후 50년 이상 세계의 기본이 된, 열신히 일하기, 이런 표준적 방식이 다 꽝이라는 얘기다. 열심히 일 한 사람이 아니라 빈둥빈둥거리는 사람이 떼돈 버는 시기, 그런 얘기 하는 거다.

말만 그렇지,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포드주의식 규모의 경제가 여전히 대세이기는 하다. 그래도 변화는 조금씩 오는 것 같다. 점점 더 세상은 더러운 사회로 가는 중이다... 그나마 포드주의식 경제 정의도 안 먹히는 날이 조만간 올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 정의가, 차라리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사법고시 존치 운동이 되었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서 찬성 의견이었다. 세상이라는 것은 모르는 일일까? 사법시험 조치를 주장하던 사람들 일부가 몰려다니면서 온갖 패악질들을 하는 걸 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이름을 붙인 게 '포디즘식 정의'... 정의 담론도 변하기는 할 것인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시험 동등하게 보게 해달라는 게 정의의 거의 전부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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