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일단 이론적으로, 잘 정의되고 탄탄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론이라기 보다는 방향성 그리고 좀 더 감각적인 얘기다.

최근에 겪은 일이 하나 있다. 대기업 계열사다. 직접 얘기하기 좀 그래서 건너서 차 한 잔 마시자고 했더니, 아주 생난리를 친다. 지가 뭔데 건방지게 차 마시자 말자, 이 지랄이야... 뭐, 이런 얘기다. 말은 정상적인 우리 말인데, 이래저래 건너 붙은 얘기들을 '사람의 말'로 해석하면, 거의 저주에 가까운.

이런, 누군 대기업 직원 안해봤나...

사람들이 복잡하게 실무자들하고 말 섞지 말고, 그냥 바로 사장하고 얘기하는 게 나을 거라는.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해 본 적은 없다.

싫으면 마슈. 니들이랑 안 놓아.

나도 그러고 말았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워낙 내 흔적을 잘 안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 이름으로. 잘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6개월 전에 즈그들이 제발 좀 같이 하자고 했었던... 그렇지만 나도 같이 있었는지는 몰랐.)

나야 그냥, 싫으면 마슈, 그러고 툭 털면 그만인데. 평소에 얼마나 어마무시하게 갑질들을 해대고 있었는지, 느낌이 팍 들었다.

내가 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그냥 일반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그런 상업활동하는 부서가 아니라... 일종의 사회공헌 비슷하게 회사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이윤과 상관없이 추진하는 그런 일 담당하는 곳인데.

갑질 치고는 겁나 살벌틱하게. 그보다 백 배 아니 천 배쯤 큰 돈을 움직이는 회사 직원들과도 종종 만난다. 조 단위로 움직이는 사업팀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편안한 얘기를 못하는 건 아닌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별 큰 돈 움직이는 팀도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공익적인 일을 한다고 광고하면서, 자그마한 돈에 목숨줄 내 건 사람들 대하는 거 보면서...

이건 또 뭔가 싶었다. 그런 게 전형적인 투자자의 오버 액션인데.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권력을 어깨에 탁 붙이고, 마치 어마무시한 사람인 것처럼 군림하는 현상.

회사 안에서도 그렇고, 회사 밖에서도 그렇고. 이런 건 좀 그렇다 싶었다.

직장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이론 작업을 지금부터 할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는 지난 몇 달간 큰 틀은 정리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살갑게 배달할 것인가, 그런 게 지금 더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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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부페 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어머니는 좋아하신다. 치매로 누워 계시다가 좀 괜찮아지신 어머니가 이번 봄에는 많이 나아지셨다. 여기저기 봄 나들이도.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오늘은 부모님 결혼 52주년. 이래저래 겸사겸사 식구들 다 데리고 호텔 점심 식사. 큰 아버지가 이렇게 한 턱 내는 일이 거의 없어서, 조카들도 다 신났다. 어머니가 움직이실 수 있을 때 몇 번이나 할 수 있겠나 싶었다.

 

내가 이 집의 제일 큰 어른인데, 워낙 까탈스러워서 모이는 것도 잘 못 모이게 한다. 괜히 모여서 쌈난다... 어머니 움직이실 수 있을 때, 좀 더 즐거운 기억을 남겨드릴까 싶다.

 

밥 먹고 나오는데, 나만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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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구와 캣타워. 여기가 주로 야옹구가 지내는 곳인데, 얼마 전부터 나와 같이 방을 쓰면서... 내가 캣타워와 같이 지내는 중이기도. 예전에 쓰던 캣타워는 너무 낡아서 줄이 다 삮았다. 결국 얼마 전에 새 걸로 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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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는 직장 민주주의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아직 좀 더 이론적으로 확인할 것도 있고, 기본적인 인터뷰 작업도 좀 해야 한다.

요즘 책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좀 더 다양하고 급진적인 실험들을 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매 번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별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책 쓴지 10년이 넘어가니까 이제 점점 더 익숙한 방식에 기대려는 습관 같은 게 생겼다.

<88만원 세대> 때에는 블로그에 20대들이 댓글을 많이 남겼었다. 하여간 별의별 사건들이 다 있었다. 어쨌든 지내놓고 보니까,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들이 했던 얘기들에 어떤 식으로든 내가 답하려고 노력을 했다.

직장 민주주의는 조금 더 실생활에 가까운 주제이다. 저자로서 욕심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것...

지금 딱 필요한 건 익명으로 쓸 수 있는 게시판 같은 건데, 이게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복잡하다.

제일 편한 건, 다음 카페를 가지고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들을 좀 나누는 방식이다. 이 경우 나쁜 점은, 이상한 게 막 엉키는 것을 관리해주지 않으면 순식간에 쓰레기통처럼...

귀찮은 것과 안 귀찮은 것 사이에서 마지막 고민 중이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 없을까, 그런 생각과 혹시라도 벌어질 부작용 사이에서 저울질 중?

지금 상황은 그렇다. 아직 마음을 먹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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