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1'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4.21 튤립, 시드는 순간
  2. 2018.04.21 나에게 낮은 심도란...

 

튤립. 한참 예뻤었는데, 이제 시들기 시작한다. 한참 접사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그닥. 직업별 평균 수명에서 정원사가 가장 오래 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죽으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풀과 나무들을 생각하면서 오래 살게 된다는. 꽃은 지기 시작할 때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는 꽃은 아예 찍지도 않았었다. 내년에 다시... 그러나 내년에 그 집에서 다시 산다는 보장도, 그곳에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다. 나는 왜 시드는 꽃의 아름다움은 무시하고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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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50미리. 극단적으로 심도를 낮췄는데, 내가 해놓고도 좀 너무 하나 싶다는 생각이.

 

영화 <사도> 촬영할 때 궁궐 신을 변산 셋트장에서 찍었다. 여기서 궁궐 느낌이 날까 싶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는, 야간 촬영신을 늘렸다는 거. 그리고 촬영감독이 급거 심도 낮게 표현할 수 있는 렌즈를 수배해서 배경을 다 날려버렸다는. 현장에서는 난리가 났었는데, 어쨌든 영화는 선방. 낮출만큼 낮추면 초점 범위 말고는 거의 다 날아간다. 있었던 흔적만.

 

물론 심도는 사진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얘기다. 분위기 표현을 위해서 심도 조절을 하는데, 그것과 좋은 사진과는 별 상관은 없다.

 

그렇지만 집이나 일상 공간에서 찍을 때, 별로 보이고 싶지 않거나 정돈하고 싶지 않을 때 실용적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람들 막 찍고, 그냥 막 발표하고 그랬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없이 하다가 초상권 문제로 난리난다. 그래서 배경이 되는 사람들과 초상권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때에도 역시 심도를 낮춰서.

 

(작가들이 최근 해외 촬영을 선호하는 것이, 길가는 대중, 광장의 사람들, 이런 사진은 더 이상 찍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얼굴 정면으로 나왔다가, 원치 않는 뉘앙스의 사진이라서 문제 삼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다. 외국에서는? 괜찮은 게 아니라, 그들이 모를 뿐이다. 구걸하는 걸인에 관한 사진을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다. 이럴 때 딜레마다. 항의할 일 없겠지, 이런 생각과 표현의 욕구 사이에 충돌한다.)

 

 

심도를 낮출 수 있으면 그냥 일상의 공간에서도 공간 재배치나 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사진만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 자체로 사진이 좋거나 나쁘 거나, 진짜로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기는 한데, 나는 반대의 의미에서 요즘 심도를 낮추는 시도들을 해보는 중이다. 심도 깊은 혹은 밀도 있는, 이런 얘기들에 좀 지친 것 같다. 밀도라는 말을 몇 년간 많이 써왔다. 꾹꾹 눌러서 밀도를 높이는. 그런 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표현으로도 그 사람의 삶의 고뇌와 깊이, 그런 것들을 담아내는...

 

이게 말은 맞는데, 피곤하다. 언제나 깊이만을 추구하다 보면 좀 낮은 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그렇다.

 

좀 피상적으로, 좀 뽀사시하고, 좀 얕으면 안될까? 그런 마음이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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