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5'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8.04.05 하루가 되다
  2. 2018.04.05 '책에 대한 단상' 폴더를 열고 1
  3. 2018.04.05 생활밀찰형 학자
  4. 2018.04.05 친구들에 대한 단상...

1.

힘든 시대, 광고라도 힘들지 않게 하면 좋겠다, '피식 광고' 대세. 뭔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내 삶에는 피식하고 웃을 요소가 너무 없다. 아고고, 죽겠다, 곡소리 날 일들만 많다. 요즘 4시 반에 칼같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면 큰 애가 울고 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뭐라 뭐라, 막 뭐라 한다. 내가 이렇게 혼날 일을 했나 싶다. 여의도에서 죽어라고 밟고 왔구만, 길이 겁나 막혔서 잠깐 늦었을 뿐인데.

 

2.

 

 

애들 어린이집 끝나고 큰 애가 너무 우울해해서, 비 오는 날 빗길을 뚫고 경찰 박물관에 갔다. 1년만에 왔나? 여기가 너무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잠시 아이들 기분 업 시키는 데에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4시 반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고 6시 반 아내가 올 때까지, 어디 잠깐씩 데리고 가기도 한다. 그것도 몇 주째 하고 나니까, 갈 데가 별로 없다. 퇴근 시간이라, 길도 엄청나게 막힌다. 오늘은 비까지 왔다.

 

 

 

 

3.

저녁 먹고 나서 짐정리 먼저 한다고 싸우다가 큰 애랑 둘째랑 전부 혼났다. 핵핵.

그리고 이빨 닦다가 둘째가 큰 애한테 반말 하고, 물 뿜고... 둘째는 손도 들고, 무릎도 꿇었다. 울었다.

아이고, 하루가 길다. 이제 잠 들었다. 나는 온몸이 안아픈 데가 없는 것 같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싶다.

 

 

하는 일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하루가 긴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  (0) 2018.04.08
전등사에서 잠시  (0) 2018.04.08
다크 초콜릿  (0) 2018.03.31
[아빠의 품격] 인형 놀이  (0) 2018.03.29
책 보는 아이들...  (0) 2018.03.24
Posted by retired
,

 

(이 책을 쓸 때에는, 이 책이 나를 바꾸는 책이 될 줄 몰랐다. 아마 내 모든 책 중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정말로 많은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 아이가 태어났고, 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이런 기적적인 일을 이 책이 만들게 될지, 쓰는 중에는 정말 몰랐다. 여전히 팬레터가 꾸준히 오는 책이기도 하다. 인생이 바뀌었다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연락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날로그 사랑법>은 내가 사랑하는 책이 되었다...)

 

책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써보라는 요청은 종종 받는다. 근데 이게 두 가지 이유로 쓸 수가 없다. 일단 나는 책 쓰는 법을 잘 모른다. 매번 쓰는 방식이 다르고, 매번 접근 방식도 다르다. 주제에 따라서도 변하고, 에디터에 따라서도 변한다. 심지어 출판사에 따라서도 변한다. 어떻게 쓰는 건지, 알고 쓰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서 그때 생기는 벽들을 넘어간다. 벽의 종류에 따라서 넘어가는 법도 매번 바뀐다. 그리고 못 넘어간 경우도 많다. 그때는 좀 작업을 해 놓았어도 출간을 포기한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일반화하기 어렵다.

 

그리고 좀 더 결정적으로, 나는 책 파는 법을 모른다. 여러가지로 주변 사람들이 도움을 해준다. 나도 그런 도움을 잘 참고해서 잘 해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그걸 내가 알면 벌써 책 파는 법’, 대박 학원을 내서 떼돈 벌었을 것 같다. 그런 걸 안하는 건, 내가 엄청 양심적이거나 돈 버는 걸 싫어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렇다.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그런 재주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면절대로 그건 책으로 내지 않고 학원을 낼 거다. 그것도 돈 아주 많이 받고. 그렇지만 아마 나 살아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책 파는 법을 내가 잘 터득하면 나만 잘 먹고 살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하겠나? (아침에 해주는 증권 방송 볼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증권을 그렇게 잘 알면 벌써 떼돈 벌어서 하와이 같은 데 가서 살았을 것 같은데, 이 추운 날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에게 증권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을까? 저 사람이야말로 진짜 박애주의로 깨달은 사람일까?)

 

그래서 나는 아직 책 파는 법은 전혀 모르고, 심지어는 책 쓰는 법도 모른다. 그냥, 매번 어떻게 어떻게 주어진 문제들을 극복할 뿐이다. 새로운 문제는, 또 새로운 방법으로 극복한다. 그리고 종종 실패한다. 그러니 나는 책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쓸 수가 없다. 내가 책 쓰는 법에 대한 책을 쓰면, 100% ‘바담풍이다. 나는 이렇게 잘 못했는데, 여러분은 잘 해보세요루소가 도망다닐 때 음악선생님을 했다는 얘기와 같다. 그걸 구경 온 진짜 음악 선생님이, 소질이 엿보이니까 정말로 음악 할 생각 있으면 자기한테 연락하시라고루소가 엄청 쪽팔려했다는 후일담이. 근대를 만든, 바로 그 루소에 대한 얘기다.

 

이런 기타 등등의 이유로, 맨 번 책 쓰는 것에 대한 책을 써보라고 하면 거절했다. 내가 지금 쓰면, 사기꾼이다. 알면 너부터 잘 해봐, 딱 그런 구조에 걸려 있다. 게다가 한 권 한 권 책 내는 게, 아직도 너무 힘들다. 그리고 갈수록 더 힘들다. 뭘 잘 모르던 시절, 마침 그때는 출판 시장이 괜찮았다. 지금처럼 공을 안 들여도 잘 팔렸다. 지금은, 한 권 한 권이 다 너무 힘들다. 진을 뽑을 정도로 힘을 들여서, 겨우 체면치례 할 정도가 된다. 실력이 내가 줄었나? 실력이 주는 경우는 없다. 분명 더 늘었고, 더 나아졌는데, 옛날만큼 하기가 너무 힘들다. 분명히 내가 쓰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를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더 힘들다.

 

그래도 책 쓰기 폴더를 하나 열었다. 계기는 간단하다.

 

번역가 박산호 선생이 요즘 사진을 배우신다. 같이 배우는 사람이 찍어준 사진을 흑백으로 전환해서 올려놓으셨다. 사진은 화사하다. 그걸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쪽팔림을 감수하고 얼굴을 가끔은 들이미는 것, 그게 책 쓰기의 시작과 비슷하다. 싫어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한다.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고. 그게 출발이다.

 

문득내가 가지게 된 약간의 노하우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쓰는 법까지는 아니고,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어서, 하다보니까 길 수 있게 된 것.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메모를 해보기로 했다. 난 뭘 잘 모르기도 하지만, 까먹는 것도 빛의 속도로 까먹는다. 3년 정도 그런 메모를 모으면, 그 때쯤은 지금보다 책 쓰는 법이나 책 파는 법을 조금은 더 알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진짜로 책 쓰는 법이라는 책을 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할 일이 없는 오후, 잠시 쓸데없는 짓을 좀 해본다.

 

요령1. 쓸 데 없는 글을 쓸 때가 가장 생산적이다.

 

쓸 데 없는 글들을 되도록 많이 쓸 것.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좀 더 전위적인 시도를 위해서  (1) 2018.04.15
습작 시절  (3) 2018.04.13
책과 배달 문제  (0) 2018.04.11
이물질  (4) 2018.04.10
책에 대한 단상 – 전등사편  (4) 2018.04.08
Posted by retired
,

 

 

(홍대앞 버거킹. 애 키우다 보니, 이런 몸에 안 좋은 불량품성 음식들이 자꾸 먹고 싶어진다...) 

 

내 주변에서는 이런 책 해보라고 하고, 저런 척 해보라고 하는 제안들이 정말 많다. 다 즐거운 얘기들이다. 최근에는 자사고, 과학고 등 특성화고와 혁신고 비교하는 얘기들을 해보면 좋겠다는 게 많다. 최근의 생활 쓰레기 관련된 문제를 추가해서 이제는 절판된 <생태요괴전>을 재출간하면 어떻게냐는 얘기도 한다.

 

최근에 나한테 오는 주제들이 대부분 생활형 질문들이다. 어떤 고등학교가 좋으냐, 이런 소소하지만 개인들에게는 중요한 얘기들. 다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들이다. 별 거 아닌 얘기들 같지만, 파고 들어가보면 우울했던 근현대사의 비극들이 드러나는, 그런 얘기들을 좀 해보고 싶다. 시원과 기원 그리고 미래에 대한 것들. 생활 주제들에는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50이 되면서,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왔다. 정권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인지도 모른다. 당장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압박이 좀 사라졌다고나 할까. 난 딱히 누구 편은 아니다. 그냥 우리가 잘 되면 그걸로 행복하다. <국가의 사기>에서 그런 입장을 한 번 정리했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진짜 지겹다. 그리고 그것만 붙잡는다고 해서 우리가 가진 문제가 풀리지도 않는다.

 

너무 거창하지 않고, 각 딱 잡고 들어가는 주제들이 이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소소하지만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 이런 얘기들은 생활에 많다. 나도 해 볼 생각이 있고, 일정이 문제이기는 한데, 어차피 애들 보느라고 고정적이고 장기적인 일은 못한다. 너무 멀리 가야 하는 일도 못한다.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위인들, 예전에 정리된 얘기들이 이제 우리 시대의 눈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세종 얘기 했다고 그걸로 끝난 것일까? 그건 그 시대의 눈으로 본 것이고, 우리 시대에는 좀 다른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에 지영희 선생 얘기를 다루려고 한 적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너무 바빠져서 못하기도 했지만, 유족이 너무 많았다. 유족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려고 생각을 해보니까, 외국 가 계신 분들도 있고변호사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안하는 게 좋겠다고. 그 중에 한 명이라도, 이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송 걸면 아주 골치 아파진다고영화까지 전체적으로 연류된 큰 일이라서, 결국 포기했다. 게다가 이후로 내가 너무 바빠지기도 했고.

 

현대에 관한 얘기들은 그냥 좋다, 다 좋다 아니면 유족들의 소송에 시달리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이건 이래서 피하고, 저건 저래서 피하고.

 

그런 거 피해 나가도 사람들이 다루지 않는 생활밀착형 주제들은 굉장히 많다. 소소하면서도 의미있는 일, 그러면서도 준비하는 과정에 너무 인상 쓰고 목숨 걸지 않아도 되는 일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서 난감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만 하면, 50대 내내 이런 소소하면서도 가치 있는 일들을 하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럴 때에는 내가 공부한 것이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얘기를 잡고, 어떻게 족보 파악을 제대로 하면서 황당하고도 잘못된 오류 위에 논리를 세울지, 그런 훈련을 많이 받게 된.

 

원래도 그랬지만 나는 점점 더 생활밀착형 학자가 되는 것 같다. 작은 일을 하지만,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다. 나는 내가 활동하던 시기가, 정말 우리나라가 살기에 좋았던 시기이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시기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유럽에 엄청나게 잘난 학자들이 많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나 그런 학파가 맹활약하던 시기가 더럽게 힘든 시기였다면? 그런 사회나 경제 이론들이 뭔 필요가 있지?

 

내가 살았던 시기가 정말로 좋았던 시기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 그게 생활밀착형 학자로 내가 잡은 입장이다. 시민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삶, 그런 걸 원한다.

 

Posted by retired
,

 

 

초등학교 때 친구들하고 진짜 간만에 술 한 잔 했다. 친구들을 가끔 만나기는 하는데, 일하다 만나는 거 말고 진짜로 친구들하고만 술 마신 건, 이게 10년만인지, 15년만인지 잘 기억도 안 난다. 10년 좀 넘었을 때 고등학교 친구들하고 술 마신 적 있는 것 같다. 그 전 기억은, 25년 전인가? 까마득하다.

학위 받고는 거의 친구들을 못 만났다. 보고는 싶은데, 연락하게 되지가 않는다. 일 때문에 사람들 만나는 거 말고는, 거의 못만났다.

최근에 시민단체 하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사람들이 나에게 하고는 하는데, 아고고... 이제는 힘들어서 그런 거 못할 것 같다. 필요하다는 데에는 나도 동의를 하겠는데, 지금 또 다시 조직가로 사람들 만나고, 조직 만나는 건, 엄두가 안난다.

그냥 옛날 친구들 만나서 가끔 소주나 한 잔 마시면서, 그렇게 소일하면서 살고 싶다...

초등학교 친구들하고는 정말 어른 되고는 처음 술 마신 것 같다. 신기할 뿐이다...

 

'남들은 모르지.. > 50대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년은 더 살아야...  (0) 2018.05.01
대충 살자...  (0) 2018.04.14
50대 에세이 서문 끝내고  (0) 2018.03.11
어린이집의 이별  (0) 2018.03.08
'50대 에세이' 폴더의 마지막 글  (4) 2018.03.08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