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에세이 스무 번째 글 끝냈다. 사실상 전체의 결론이다. a4 100장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119장에서 끝났다. 뒤에 하나 덧붙이는 글은 김구 패로디를 해볼려고. 어떤 형식으로 할지는 생각해둔 게 없는데, 어떤 내용으로 할지는 처음부터 정해둔 것이 있고,

50대 에세이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내가 이렇게 50대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을 줄 몰랐다. 준비해 둔 얘기를 10개도 넘게 뺐다. 몇 개는 여기저기 쑤셔넣었는데, 도저히 쑤셔넣을 수 없는 것들은 다음 기회에.

마지막 글은 '인생은 비즈니스가 아니다'와 '바쁘면 지는 거다', 두 개의 제목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다. 결국은 미래 가치에 관한 얘기이고 김구 패로디와 연결되는, '바쁘면 지는 거다', 이게 마지막 글이 되었다.

김구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남들 아는 것보다 더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던 사람들 중에서, 21세기적 가치를 가진 사람의 가장 대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그에 관한 패로디를 써보겠다는 것은, 글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래저래 다섯 번 정도 본 것 같다. 왜 망했을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도 김구를 한 번 다루어보고 싶어졌다.

하여간 글 하나를 남겨놓고 있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책이 끝났다. 준비 한 것부터 치면 1년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책이 끝나면,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가 된다. 알던 것을 다 꺼집어내고 나니까, 이제 뭐하지? 그런 느낌이 잠시...

다음 에세이집은? 아무 생각 없다. 육아 에세이를 준비할 때에는 벌써 50대 에세이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책 사이에 나눌 것과 넘길 것, 보완 효과를 보일 것, 그런 것들을 좀 염두에 두었다.

이번에는, 그냥 다 털어넣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다음 주제가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그렇다. 내 삶이, 아이 키우다 보니 그야말로 하루 버티고 또 다른 하루를 맞게 되는 삶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내년에 뭐할지, 나도 전혀 모른다. 아내가 많은 것을 결정하고, 나는 그냥 맞춘다.

내가 결정한 것은, 별 거 없다. 일본어를 배워야겠다... 근데 어디서 어떻게? 모르겠다. 천천히 생각해보고.

요즘은 내가 드물게 속 편한 시기다. 이 어려운 시기에, 나만 혼자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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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에세이, 열 여덟번째 글 초고 끝냈다.'참으면 암 된다 - 적당주의와 뻔뻐니즘'... 요런 제목이다. 아마 다른 부제를 달았다면, '나는 이청준에게 무엇을 배웠나', 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지만, 좀 아플 듯한 비판도 포함시켰다. 뺄까 말까,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는데, 넣는 것이 낳을 듯 싶다. 잘 아는 사람을 비판할 때, 여전히 힘들다. 빼는 거야 마지막 순간에 빼도 되니까, 일단은 넣어놓고... 마지막 문단은, 적당하게 마무리지었다.

"50대, 나는 더욱 적당히 살아갈 것이다. 사랑도 적당히, 분노도 적당히, 하는 일도 적당히, 나는 적당주의가 체질이다. 내가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면 내 안의 암세포들도 겁나게 열심히 살려고 할 것이다. 어이, 암세포 친구, 대충대충 하지? 그들에게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너무 완벽하게 감정을 조절하고, 싫은 소리도 안 하고 심통도 안 하고, 그렇게는 안 하려고 한다. 너무 참으면, 암 된다. 이제 그냥 참으면서 속으로 삭히는 것도 적당히 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주변의 동료들을 위해서, 심통은 딱 5분만, 그 이상 길게 끌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일년에 딱 몇 번, 나는 나를 믿는다고 말하는 뻔뻔한 짓을 하게 될 것이다. 나의 뻔뻐니즘이다. 그 뻔뻔한 짓을 안 해도 되는 순간, 그게 나의 경제활동이 정지하는 날일 것이다.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 미쳤나, 내가 그렇게 살게. 그것도 늙어서 생기는 집착이다. 적당히 하고, 적당할 때, "이만하면 적당하다", 그렇게 말하고 물러서는 것이 좋은 삶이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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