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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8 14:10 50대 에세이

50대 에세이, 열 일곱번째 글 끝냈다. '기다려도 행복은 오지 않는다'고 제목을 달았다.

"사랑에 목숨을 걸 필요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행복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에 목숨을 걸면, 생명은 늘어난다."

이 글은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내가 쓰지 않는 오글거리는 방식으로 쓰는 게 원래의 목표였다. 역시 오글거린다. 그걸 참는 게 행복이다. 다음 글은, '참으면 암 된다 - 적당주의와 뻔뻐니즘'이라는 제목을 달려고 한다. 이 글은 마지막 문장이 먼저 생각났던 글이다. "마지막 순간에,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뻔뻐니즘이다. 뭔가 만드는 일, 마지막에 나를 믿지 않으면 완성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믿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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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5 14:57 50대 에세이

50대 에세이, 열 여섯번째 글 끝냈다. 책의 제목이자, 마지막 장인 4장의 제목이자, 이 글의 제목은 '달달한 50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지었다. 권총 자살한 프랑스 총리에 대한 얘기로 글을 시작했다. 확 무겁게 만들고, 그걸 받아서 몇 번을 꺾었다. 50이라는 나이가 그렇다. 친구의 죽음이나 총리의 권총 자살이나, 그냥 삶의 한부분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너, 그러다 진짜 뒤진다... 이 얘기도 그냥 부드럽게 할 수 있다.

"나는 혹시라도 내가 하는 말에 독설이라도 섞여 있을까 봐, 3살 아기에게 생선 가시 발라주듯이 꼼꼼하게 발라내기 시작했다. 뒤돌아서면서 "근데" 하면서 야박하게 한 마디 하는 거, 그 버릇이 제일 고치기 어려웠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하면서 그냥 씩씩하게 전진하는 것, 한 마디 더 하는 버릇을 겨우겨우 고쳐가는 중이다. 하나마나한 얘기를 꼭 하고야 마는 우리들의 개수작, 이제는 그 개수작과 결별할 시간이다. 아직도 우리는 50년이나 살아야 한다. 이제는 좀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달달한 50대'가 우리들의 새 이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저씨, 꼰데, 386. 86그룹, 다 '알흠답지' 못한 이름들이다. 우리, 같이 좀 살자. 개수작, 사요나라, 아디오스,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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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4 21:12 50대 에세이

50대 에세이, 마지막 장인 4장의 글 리스트를 확정했다. 포맷상, 다섯 개씩 넣었는데, 여기는 여섯 개. 줄이고 줄이는데,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빼지 못하는 것들만 살아남았다. 여섯 번째 글은, 당연히 김구 선생 패로디다. 제목만 패로디하고, 문체까지 패로디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다섯 개는 먼저 쓰고, 여섯 번째는 김구 선생 자서전을 다시 한 번 꼼꼼이 보고 쓸 생각이다. 너무 어렸을 때 읽어서 느낌이 없다.

4번에 있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남만 가득한 곳으로", 요 얘기는 아주 어려운 얘기가 나올 것 같다. 나는 가능한 한 쉽게 할 생각이지만, 이번에는 노마디즘 얘기를 한 번 할까 싶다.

글 숫자는 하나 늘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좀 짧게 끊어가는 식으로 하려고 한다. 형식 실험도 할 수 있는 한, 좀 해보고...

1. 달달한 50대, 우리들의 새 이름
2. 행복에 복리 이자를 붙이는 법 
3. 참으면 암 된다 - 적당주의와 뻔뻔주의
4.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남만 가득한 곳으로
5. 버킷 리스트는 바께쓰에
6.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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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19:41 아이들 메모

아내가 둘째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 중이다. 어쨌든 둘째도 어린이집을 옮기기는 하나보다. 30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 두 군데를 아침 저녁으로 뛰면서, 진짜로 캑캑. 게다가 옮긴 큰 애는 매일 같이 울어서, 오후 2시에 데리고 왔다. 이 나이에 뭔 짓인가 싶었다. 이제 요번 달로 이 지랄도 끝나나보다. 사실, 멍하다. 아침에 아내 지하철역, 그리고 순서대로 돌아서 두 군데 어린이집. 하루는 정말 일어나기 싫었는데, 그래도 5분만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지난 주에 보니까 입안이 헐었다.

요즘 오는 전화는 잘 받는다.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다들 노니까 좋냐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정주부들이 이런 전화 받고 심통이 났을까, 상상이 간다. 바로 앞에 있었으면 소주병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성숙한 50대. 그려, 잘 지내.

이 생활도 다음 주로 쫑이다. 어린이집 두 군데를 도는 건 이젠 안 해도 된다. 한 군데만. 둘째가 다시 적응하는 기간이 있어서 한동안 오전에 다시 데리고 오는 지옥의 일정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은 금방 간다. 이젠 곧 봄이다.

연애도 별로 한 적이 없어서 손 잡고 어디 걸어가고, 그런 기억도 거의 없다. 애들 손 잡고 엄청나게 빨빨거리고 다닌다. 둘째 손 잡으면 큰 애가 자기도 손 잡아 달란다. 아빠 가방 들었잖아. 그래도...

어저께, 아내가 큰 애 하원 시켜준다는 얘기를 했었나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갔는데, 날 보더니 운다. 엄마 안 와? 그래, 그럼 더 있다 와. 핑... 나는 빛의 속도로 다시 돌아나서려는데, 큰 애가 웃는다. 집에 가자... 하여간 일곱 살이긴 하지만, 대가리 핑핑 돈다. 눈치밥도 많이 늘었다.

이렇게 한 달을 지내니까, 예전에는 없던 생각 하나가 생겼다.

내가 살아있구나...

살아있기는 한가보다, 고통이 느껴지는 걸 보니. 그렇게 또 하나의 겨울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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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18:10 아이들 메모
50대 에세이는 이제 거의 마무리 분위기다. 일단 공개는 여기까지로. 나도 비장의 꽁수 하나는 남겨둬야. 4장 제목은 '달달한 50대'로 할 생각이고, 책 전체 제목도 '달달한 50대'. 삶의 기조를 명랑으로 정한 뒤, 거의 20년만에 달달함으로 바꾸는 거다. 30대 때에는 나만 명랑해도 되는데, 그러기에는 50대에는 조금 더 무거움이 있는 것 같다. 자 같이 손잡고 달달.

원래 4장 제목은 '개수작과의 결별'로 잡았는데, 이런 내가 개수작하고 결별을 못하겠는. 술도 팍 끊지는 못하겠고, 조금씩은 마셔야겠는.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그것도 암이 된다.

옛날부터 나는 근엄한 거, 확 머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별 것도 없는데, 왜들 글케 폼들은 잡는지. 막상 내가 폼 잡을 나이가 되니까, 야야, 난 이거 못하겠다...

몇 년 전에 삶이 너무너무 무료해서, 국방대학원에 진짜로 가볼까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 재밌게 보던 해전사 전공으로. 물어보니까, 내가 국방대학원 가면 경력상, 안 받아줄 수는 없는데, 군인 아저씨들 충격받아서 곤란하다는. 그래도 악착같이, 좀 받아주세요, 갈까 싶었는데... 얼래, 갑자기 이전을 가버린다나? 논산인가... 집 근처라서, 악착같이 국방대학원 가려고 했었다. 결단코, 국방대학원 나 때문에 갑자기 이전 결정 난 것은 아니다. 아니, 장군님들 추천서 받아온다니까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군인 아우들 거느리고 국방대학원 모임 회장한 양반이 있었다.

국방대학원의 면학 분위기를 좀 명랑하게 바꿔보고 싶었는데, 후루룩, 저희 이사가요, 미안.

하여간 나머지 글들은, 이를 악물고 명랑 분위기로. 다 필요 없다, 웃는 게 남는 거다. 못 웃기면 내가 여기서 칵 디져버릴랑께...

웃기기는 어렵지만, 명랑분위기로 최대한 가보려고 한다. 그리하여 확 달려가기 전에, 오늘 저녁은 며칠 참았으니 술부터 한 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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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14:17 낸책, 낼책

국가의 사기 2쇄 찍는답니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사회적 경제 책이 얼마 전에 3쇄 들어갔구요. 예전에 10쇄는 간단히 넘어가던 시절에는, 쇄 넘어가는 줄도 잘 몰랐고, 그런가보다 했었습니다. 옛날 얘기입니다. 요즘은 책이 진짜로 잘 안 팔립니다. 쇄 넘어갈 때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 건가, 요즘에야 좀 느껴집니다. 역시 좀 어려워져야 고개를 숙이는... 출판사에서 대학생 티타임도 하면 좋겠다고 해서, 그것도 고맙습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마음도 그렇더군요.

한동안 사람들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사회과학 전업작가라고 했습니다. 요즘은 여기에 더해서, 출판사 사람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했던'이라는 수식어를 더 달아줍니다. 출판계가 다 어렵지만, 사회과학은 초죽음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저도 이제 그만 써야겠다고 몇 번 생각을 했는데, 사회과학 md를 비롯한 요 쪽 분야 사람들이, 그래도 명맥이라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시라, 요렇게 가끔 부탁들을.

저는 아직도 한국의 사회과학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습니다. 좋은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꼭 한 번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만에 날이 풀려 볕이 따사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따사한 볕이 드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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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교담 2018.02.21 15:17 신고  Addr Edit/Del Reply

    언제나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박사님 책은 늘 나올 때마다 관심 갖고 보고 있습니다^^

2018.02.21 10:38 50대 에세이

기형도를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그의 시와 글을 좋아하기는 했다. 대학에들어가자마자 연세문학회에 갔었다. 1시간 정도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는데, 그 때 바로 알았다. 내가 여기서 이 사람들과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언덕길을 내려오고 그 길로 바로 가입한 동아리가 국악반이었다. 시를 쓰더라도 연세문학회에서 쓸 것 같지는 않았고, 어차피 시도 안 쓸 거, 악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형도는 만나지 못했지만, 기형도가 만났던 장정일은 만났다. '짧은 여행의 기록'에 시인들만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도시의 천재 소년 장정일... 그랬드랬나보다. 그리고 나는 장정일을 선배라고 부른다. 서로 동선을 맞추다 보니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벤치에서 만났다. 그리고는 드립다, 술만 마셨다.

세 번째 술자리였나. 그 때 선배로서 장정일이 그런 말을 했다. 책을 10년쯤 쓰면 밥은 먹고 살게 될 거라고. 듣자마자 나는 그 말이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예로 들었던 게 신경숙이었다. 이청준의 글을 필사하면서 습작 시절을 보냈던 신경숙의 얘기는 워낙 유명한 얘기다. 그 때 나는 괜히 토를 달았다. 신경숙이 다행히 이청준을 필사 대상으로 했으니까 그렇게 되었지, 만약 요즘이라서 김훈을 필사했으면 밥 먹고 살기 어렵지 않았을까요? 20대, 김훈의 글을 아주 좋아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김훈의 신문기사를 필사하지는 않았다. 유학 시절, 한국의 일간지를 배달받기에는 너무 비쌌다. 김훈의 글을 보기 위해서 당시 시사저널을 구독했다. 그렇지만 나라도 이청준과 김훈 중에서 필사 대상을 선택하라면 당연히 이청준을 골랐을 것 같다.

나도 책을 쓰기 시작한지 10년은 벌써 넘어갔다. 10년간 책을 쓰면 먹고는 살게 된다는 말은, 내 경우는 맞았던 것 같다. 물론 아내의 경차를 빌려타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것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세 끼 밥 먹일 걱정하지 않고 산다. 인류는 10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날 하루 세 끼를 뭐 먹고 사나 고민했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을 뿐이다.

20대에 경제인류학 공부를 생각보다 많이 했다. 파리 10대학에서 내가 속해있던 연구소 이름이 경제인류학 연구소였다. 나는 기준이 하루에 세 끼 밥 먹을 걱정을 하는가, 안 하는가, 그렇다. 나머지는? 프레스티지, 허영에 관한 이야기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배고픔으로부터 벗어난 게 그렇게 오래 되지 않고, 우리는 더더욱 그렇다. 지금 선진국이라고 하는 스위스도 20세기 전반은 굶어죽을 정도로 온 국민이 가난했던 나라다.

문학은 뭐고, 예술은 뭐고. 그런 생각을 온 국민이 해보게 되는 것 같다. 아내는 오태석 희곡상을 탔다. 내가 늘 자랑스러워하는 일이다. 아내가 아침에 재수없다는 얘기를 했다. 오태석도 성희롱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에서 들어보지 못한 얘기들을 아내에게 들었다.

글에 대한 내 태도는 언제나 같다. 밥이나 먹고 살면 고마운 거다... 친한 친구들은 이제 책 좀 그만 쓰고, 좀 편하게 즐기면서 살라고 한다. 생각만큼 나는 책을 쓰면서 고통스럽지는 않은데, 녀석들은 무슨 판타지가 있는지, 쥐어짜면서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내가 보내는 줄 안다. 고통스러운 것은, 10분만 더 자고 싶은데, 큰 애가 내 얼굴을 쥐어짜고, 둘째가 "아빠 일어나", 그러면서 내 배 위로 올라가 뛰는 것이다. 진지하게 묻는다. 책 안 쓰고, 그냥 편하게 살면 안돼? 지금 나는 태어나서 처음인 것처럼 그렇게 편하게 산다. 이보다 더 편한 삶이 있을까?

사회학 하는 친구들은 내가 아주 나쁜 사례라서 많은 대학원생들을 망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써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되지도 않는 환상을 준단다나... 그 환상을 빨리 깨달라고, 진짜로 진지하게 부탁하기도 한다.

책을 10년을 쓰면 먹고는 산다, 장정일의 얘기는 맞는 것 같다. 한국을 발칵뒤집은 최영미의 시 '괴물'이 7만원짜리라고 알고 있다. 최영미쯤 되는데, 원고료가 그렇게 밖에 안돼? 뒤집으면, 그 7만원짜리 시가 한국을 바꾼다. 가성비, 최고다. 예전에 소형의 날치라는 이름의 엑소세가 항공모함을 잡은 적이 있다. 프랑스 엔지니어들이 엑소세의 guidage를 해줬는지 안해줬는지, 외교전으로까지 번진 적이 있다. 시는 엑소세 같은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쓰는 글은? 항공모함 갑판 위에 던져져서 그냥 깨진 코카콜라 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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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4:56 낸책, 낼책

 

꼭 좋은 건 아닌데, 나 같은 경우도 2~3년치 출간 계획이 미리 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책 한 권 준비하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폭풍처럼 조사하고, 바로 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능력이 그렇게 안 된다. 조사하는 절대 시간이 필요하고, 계속 생각을 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게 1~2, 출판사랑 얘기하고 또 실제 나오는 데에도 2~3, 그렇게 필요하다. 뚝딱뚝딱, 그걸 할 수 있으면 내 삶이 이렇게 피곤하겠나...

 

하여간 몇 년간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니, 나도 출간 리스트가 사라졌다. 그만큼 내가 대충 살고, 막 살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아이들이 조금씩 크면서 나도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올해는 출간 일정이 다 찼다. 송곳 하나 찔러 넣을 공간도 없다. 농업경제학까지, 내년으로 밀리지 않고 올해 소화할 수 있으면 최선이다.

 

내년에는 상반기, 하반기, 그렇게 딱 두 권만 일단 계획을 잡으려고 한다. 둘 다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고, 실제 조사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무리하지는 않게 잡으려고 한다.

 

도서관의 역사라고 일단 잡아놓은 책은, 권양숙 여사에게 바치는 책의 형식을 가지려고 한다. 겉으로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몇 년 전에 노무현 대통령 자택에서 권양숙 여사와 길게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원래 계획은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말씀을 하시다 보니까 아주 길어졌다. 그 때 내가 가졌던 느낌이 있다. 그게 다시 몇 년에 걸쳐서 내 안에서 커지고 커졌다. 우리나라 도서관에 관한 얘기다.

 

도서관과 경제에 관한 이야기가 될텐데, 실제 얘기의 줄기는 '도서관의 역사'라고 하는 쪽이 훨씬 더 비슷하다. mb와 박근혜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들이었고, 치 떨릴 정도로 바보였는지, 도서관을 살펴보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체적으로는 '지식경제학'이라고 경제학 분류에 해당한다. 그 중 도서관에 특화를 해서 분석을 해보려는 것이고. 이면에는 4차 산업혁명 어쩌구 저쩌구, 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지식이 뭔데? 기술이 뭔데?

 

권양숙 여사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전환점이었고, 큰 기여를 한 것인지, 그걸 분석해보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지나온 날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위해서, 이건 꼭 써보고 싶었다. 바로 쓰지 못하는 것은, 역사라는 이름을 달아서, 나도 자료들 정리하고 조사할 시간이 필요하다.

 

젠더 경제학은, 오래 된 숙제 같은 것이다. 주변의 여성 경제학자들이 나에게 이런 거 정리해보라고 얘기한 게, 그러니까 15년 정도 되나? 그 때 이걸 했으면 아마 어마무시한 이 분야 선구자 같은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때는 내가 아직 저자로 데뷔도 하기 전이고, 또 먹고 사는 거 해결하느라고 나도 정신이 없었다.

 

이제는 더 늦추면 안될 것 같다. 뭐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고, 뭐는 분석이 불가능한 것이고, 나도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내년보다 더 늦추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출판사랑은 얘기도 안 해봤다. 확정 짓지 못하는 것이, 너무 바빠지면 아예 못 쓸 위험도 있어서 그렇다. 한국에서 누가 젠더 경제학을 또 쓰겠나? 기왕에 쓸 거면, 틀걸이를 제대로 잡고 하는 게 낫다는 생각...

 

이런 건 좀 정부에서 지원받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대로 하려면 지표도 잡고 지수작업도 잡아서, 팀으로 몇 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기는 하다. 혼자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몇 년 전이지만, 오세훈 쪽에서 이런 연구에 관심이 있었고, 좀 도와주겠다는 연락이 건너건너 왔었다. 5천만 원 주겠다나? 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확 심통을 냈다. 내가 거지야?

 

아직도 전국 단위의 조사 같은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기는 한데, 5억 밑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작업이다. 딱 마음 먹었다. 10억 정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 아니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선의로 뭔가 해보려고 하면, 공무원들은 꼭 학자를 거지로 대한다. 거지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굽신굽신 비위 맞춰가면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규모를 아주 작게 잡으면, 차라리 그냥 틀걸이에 대한 얘기만 하고 실증 분석은 안 하는 게 낫다. 이런저런 이유로 젠더 경제학은 아직도 확정을 짓기가 쉽지는 않다.

 

여유가 되면, 내년에도 에세이집 한 권쯤은 내고 싶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직 주제가 잡힌 것은 없다. 억지로 생각해서 밀어 넣는 것은 좀 아닌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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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15:57 잠시 생각을
'국가의 사기', 독자 티타임 가질까 합니다. 특별한 건 아니고, 책 나올 때 조촐하게 늘상 하던 작은 행사입니다. 부담 가지실 건 없고, 그냥 얼굴 보면서 차나 한 잔.

 


여러분의 의견상, 토요일 오후로.

3월 3일 오후 3시
김영사

북촌 나들이 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네요. 아울러 김용민과 제가 갖게 된 특별한 뒷얘기도 공간과 함께...

 

 

※ 오실 분들, 댓글 남겨주시면 차 준비할 때 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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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정연 2018.02.19 17:14 신고  Addr Edit/Del Reply

    와우~~~^^
    캄사합니다!!!

  2. 문종연 2018.02.19 17:20 신고  Addr Edit/Del Reply

    “88만원 세대”에서 감동받은 일인입니다...
    앞으로도 국가가 제대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거침없이 해오신 것처럼 용기내어 소신껏 펼쳐주세요. 큰 힘이 됩니다. 이번 자리 마련해 주셔서 캄사합니다. 청주에서 갈게요~^^

  3. 소보로 2018.02.20 01:08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선생님 책은 모두 읽는 독자입니다. 이번엔 책이 아니라 선생님이 궁금하여 신청하고 싶습니다.

  4. 송진영 2018.02.20 07:32 신고  Addr Edit/Del Reply

    함께하고 싶습니다!

  5. 박지영 2018.02.20 08:53 신고  Addr Edit/Del Reply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는 팬입니다.
    이번 기회에 참석하고 싶습니다.

  6. 권영민 2018.02.20 09:12 신고  Addr Edit/Del Reply

    참석합니다
    선생님과 차 한잔 ^^

  7. 김기현 2018.02.20 23:32 신고  Addr Edit/Del Reply

    88만원 세대에서 처음 만난 통찰
    참석하겠습니다

  8. 성슬인 2018.02.21 10:51 신고  Addr Edit/Del Reply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책으로 처음 선생님을 접하게 된 독자입니다.
    2014년부터 나오는 신간은 챙겨보고, 예전 책도 틈틈이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선생님을 뵐 수 없을 것 같아 신청합니다 !!

    • Favicon of http://retired.tistory.com BlogIcon 우석훈 retired 2018.02.21 14:07 신고  Addr Edit/Del

      하이고, 고맙습니다. 그 책을 끝으로, 연대 강사 시절은 접었습니다만... 결국 그 시절이 책 한 권으로는 남은. 그 때 학생들 아주 가끔은 봅니다.

  9. 서중범 2018.02.22 08:49 신고  Addr Edit/Del Reply

    참석하고싶습니다

  10. 나원경 2018.02.23 00:04 신고  Addr Edit/Del Reply

    수줍은 애독자입니다 ^^;;
    참석하고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retired.tistory.com BlogIcon 우석훈 retired 2018.02.23 17:02 신고  Addr Edit/Del

      네, 환영합니다. 열 분 넘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열 분은 넘겠네요. 김영사 사무실이 작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는...

  11. 신서경 2018.03.01 07:42 신고  Addr Edit/Del Reply

    저도 뵙고싶습니다..

  12. 소보로 2018.03.03 12:35 신고  Addr Edit/Del Reply

    선생님 오늘 참석하겠다고 댓글 달았던 사람인데요. 사정이 있어 아쉽지만 못 갈 거 같습니다. 귀한 자리 마련해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2018.02.18 22:41 50대 에세이

50이 된 한국인. 한 번쯤은 고민하는 주제인데, 형식만 반대이고. 죽을 때까지 얼마 부족할지 계산하는 사람과 죽을 때까지 얼마 남을지 계산하는 사람이 있다. 대차대조표 차액 계산인데, 계산 내용은 같고, 플러스 마이너스, 부호만 반대다. 그런데 그 비율이 어느 정도일까 싶다. 1:99에서 10:90 사이의 어느 비율이 아닐까 싶다. 상위 10%라고 해봐야, 연소득만 놓고 보면 암 것도 아니다.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여기도 방법 없다. 한국 경제 기본 메카니즘이 99%의 것을 뺐어서 결국 상위 1%에게 가게 만드는 거 아닌가 싶다.

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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