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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블로그, 뭐든 만들어야 입에 밥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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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에 해당되는 글 3

  1. 2017.12.16 한국 경제사 전공자를 찾아서... (1)
  2. 2017.12.08 강연들을 마치고... (1)
  3. 2017.12.02 도서관과 자본주의, 첫 생각... (1)

한국 경제사 전공자를 찾아서...

2017.12.16 10:5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간만에 한국 경제사에서 뭘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전공자를 물어봤더니, 이젠 경제학과에는 그런 거 안 하나보다. 사학과에서도 경제 내용이라 최근에 따로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같다. 그리고 낙성대 연구소 얘기들을 몇 사람이. 안병직 선생이 뉴라이트 관련된 얘기로 욕 엄청 먹기는 하는데,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경제사 하는 마지막 그룹인 것 같다. 젊은 학자들은 다른 대안이 전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낙성대 연구소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걸 몇 년 전에 본 적이 있다.

학부시절에는 경제사를 전공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 실제 사학과에서 김용섭 선생 수업도 있는대로 다 들었다. 그 시절에는 경제사 공부도 많이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우리가 배운 내용들이 실제로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80년대의 경제사, 어느 쪽이든 너무 이념적으로 공부를 했다는 생각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그것도 30년쯤 지나니,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중고등학생에게 진로교육 시킨다고 하면서 꿈을 가지라고, 아주 생지랄들을 떤 적이 있었다. 나한테도 몇 번 문의가 왔었는데, 그딴 짓 좀 하지 말라고 했다. 꿈? 사회가 꿈을 청소년에게 권하면, 그 사회가 망한다. 지금은 청소년 꿈 1위가 교사고, 2위가 건물주다. 이건 자본주의 교육도 아니고, 그냥 양아치 교육이다.

하여간 집단적으로 돈 되는 거, 잘 나가는 거, 이런 것만 죽어라고 밝히다 보니 경제사처럼 한직에 있는 거, 전공자가 거의 없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싶은데, 아무도 안 하는 게 너무 많다.

조선초기의 경제상황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예전에 한국경제사 전공했던 후배들이 듣자마자, 난감해한다. 자기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 아마 경제학과에는 없을 거같고, 사학과에 좀 물어본다고...

학문이든 연구든 심지어는 예술도, 많은 경우 너무 깡패처럼 한 동네에 몰려다닌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달려 있는 메일은 요즘 보지도 않고 바로 스팸함으로 보낸다. 이게 깡패들이여, 뭐여? 근본을 따져보면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에게 밀리기 싫은 현 정부에서 이런 걸 강조하다 보니 공무원들이 알아서 기어서, 거의 모든 정부 관련 활동에 전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단다. 그런데 경제사는? 이런 질문이 생기면, 답 하기가 어렵다.

Comment

  1. 오리 2018.01.17 10:44 신고

    명지대 김두얼 교수가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9759707706&hc_ref=ARTeEsc11ZcS4FFU4sttb6wzLXosuPNIrgjm31TeO7Fd_TC0vQCnLZTSzKWBlGujWiE&fref=nf&pnref=story

강연들을 마치고...

2017.12.08 15:36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이제 다음 주에 공주랑 대전에서 강연만 마치면 예전에 약속해둔 것까지, 다 끝난다. 지난 여름부터, 강연을 좀 많이 했다. 간만에 사람들도 좀 보고 싶고, 신세진 사람들 부탁도 들어줄겸. 그야말로 겸사겸사, 많이 돌아다녔다. 애들 보는 와중에 잠시 나갔다 오는 거라서, 제주도 갔을 때 딱 한 번 자고왔고, 전부 당일치기였다. 밤 늦게 들어와서 다음 날 애들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그런 생활이...

주로 목포대 같은 지방대학과 도서관들 그리고 사회적 경제 관련한 시민단체 같은 데 많이 간 것 같다. 고등학교도 좀 갔고. 이제 이 강연들이 끝나가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대략 만 명 좀 넘게 만난 것 같다. 시간이 좀 가면서 느껴지는 바가 조금은 있다. 일반 시민들을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이 만난 것은 나도 오랜만이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세상도 변했다. 사람들도 변한 것 같다. 그런 변화가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다. 느껴지는 바가 생각보다 많다.

내가 누구랑 같이 얘기할 것이고, 누구랑 같이 세상을 고민할 것인가? 가끔 그런 걸 잊어버릴 때가 있다. 1년 가까이, 진짜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걸 좀 정리하면서 가만이 지내려고 한다.

그 사이에 방송도 정리했고, 기고하던 글들도 정리했다. 올 12월에 맞춰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아무 것도 해야 할 일이 없는 상태, 나는 그런 상태를 좋아한다.

예전 회사에 다닐 때, 현대중공업 출신 부장과 아주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다. 아버지 뻘도 더 되는 관계인데, 술도 많이 마셨고, 얘기도 많이 했다. 회사 그만두고 공단으로 옮겼을 때, 몇 달 후 새로 옮긴 사무실로 찾아왔던 유일한 동료가 또 그 양반이었다. 아, 종기실 부장이 진짜로 일 때문에 찾아온 적은 있었다.

그 부장 양반은 회사에 붙어 있는 사람이다. 별 이유도 없는데 7시 전에는 무조건 출근한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현대중공업 내부의 깊숙한 얘기들은 그 양반한테 들었다. 나는 그렇게 뭔가에 붙어있는 게 싫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에 묶이고 싶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이들 보면서 겨울이 갈 것이다. 그리고는 봄이 올 것이다. 내년 봄에는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게 될지, 아직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비어있는 진공과 같은 시간을 즐긴다. 그 순간이 가장 편안하다.

오랫동안 나와 친구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대개 77~78학번, 요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가 가만히 있을 때마다, 도대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해했다. 버티는 게 아니라, 제일 좋고 즐거운 때라고 얘기해도 잘 이해를 못했다.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순간들을 대부분 나는 무시한다.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행사는, 망년회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와의 신년식, 요 두 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쉬는 김에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망년회 3개를 하기로 했다. 동료들과 한 번, 옛날 동료들과 한 번, 나꼽살 팀과 한 번. 간만에 김용민과 통화했다. 상암 근처에서 날짜 한 번 잡기로.

올 겨울은 진짜로 몇 년만에 갖는, 공식적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그런 겨울이 될 것 같다. 내년 봄까지는 정말로 아무 것도 안 할 것이다.

지난 겨울은 촛불집회와 함께, 나도 생각이 정지한 순간들을 보냈다. 생각하는 것 같기는 한데, 사실은 시간과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었다.

이제는 또 다른 흐름이 올 것 같다. 그리고 그 흐름은, 같이 만들어나가는 흐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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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2017.12.15 02:52

    비밀댓글입니다

도서관과 자본주의, 첫 생각...

2017.12.02 14:59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내년 출간 일정은 이미 다 찼고. 어지간해서는 그 뒤로는 일정을 안 잡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내 주변 여성들이 요즘 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읽는 열풍이다. 나도 그걸 보면서 느껴지는 게 좀 생겼다. 도서관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한 번 써보기로 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근대식 도서관은 전형적인 자본주의 산물이다. 도서관과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한 번쯤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폴 로머가 도서관 얘기는 안했는데, 한국의 교육열과 문맹률 얘기는 한 적이 있다. 폴 로머가 노벨상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고, 경제학자 활동을 그만두어서 참 아쉬었다. 그가 회사 차리지 않고 계속 했으면 아마도 도서관을 다루기는 했었을 것 같다. 젊은 시절의 로머가 도서관에 대해서 했을 법한 생각, 그런 시각으로 도서관에 대해서 좀 생각해보려고 한다. 간만에 거시 시계열 분석도 하고, 추세 분석도 하고, 계량도 돌려보려고 한다. 여유가 되면 간단한 시스템 다이나믹 모델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만한 형편이 될지는.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원래는 도넬라 메도우의 워드 모델을 좀 더 로컬 버전으로 바꿔서 시스템 다이나믹스 모델링까지 하는 게 애초의 기획이었다. 건강상의 문제로, 도저히 못하겠다, 중간에 모델링을 접었던 적이 있다. 도서관 얘기로, 계량작업 정도는 해보려고 한다. 덤으로... 미국사 공부도 좀 하게 될 것 같다. 영화 기획 공부하면서 미국의 건국 신화들 공부한 이후로 몇 년만에 다시 미국사를 붙잡게 된다. 알아 두어서 나쁠 일은 없는 일들이다...

Comment

  1. 2017.12.08 12:5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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