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삼국지를 내 방식으로 써보는 게 오래된 로망이었다. 사실 요즘 별 할 일도 없다. 당장 몇 달은 약속한 일 하느라 잠시 정신 없을 거지만, 그거 지나고 나면 판판히, 남는 게 시간이라...

아내가 반대한다. 예전에도 삼국지 한 번 써볼려고 했는데, 그 때는 이준익 감독이 반대했다. 중국식 시각이 아니라 한국식 시각을 담아보라는데, 뭐... 불가능한 주문이다. 그나마 이민족의 시각을 적극 담으려고 했던 게 장정일 삼국지였다. 그래서 장정일 삼국지가 나름 개성 만빵 삼국지가 되기는 했다.

아내는, 정서적으로 내가 삼국지 보다는 초한지를 훨씬 좋아하니까, 삼국지 쓸 거면 차라리 초한지를...

한신도 겁나 좋아하고, 번쾌 얘기 나올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실제로 그렇기는 하다. 삼국지에서 내가 유일하게 눈물 흘리는 장면은 강유가 죽을 때... 그 때만 눈물이 나온다.

그렇지만 번쾌는 상상만 해도...

한국에서 아무도 관심없을 초한지부터 먼저 쓰라는 아내의 말을 내 식으로 해석해 보면...

돈 번다는 핑계로 육아 도망갈 개수작 부리지 말고, 당분간 얌전히 처박혀서 아이나 볼 것. 끙. (난 그런 의도는 아니라, 이 긴긴 세월을 뭐하고 지낼 것인가, 그런 건설적인 고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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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근본을 한 번 생각해보자는 글이다. 가끔 우리가 어디서 출발했는가,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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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 세상읽기]사회 속 경제, 경제 속 사회
오창민
기사 게재일 : 2017-05-29 06:00:00

 최근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에도 사회적경제비서관이 배치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서민경제, 지역 경제 안정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원래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은 19세기 말에 시장경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 수단이었던 협동조합(cooperative)과 같은 결사체를 일컫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사회적경제는 공동체를 꾸리고, 호혜와 연대의 원리로 약탈적 자본주의에 맞서 ‘사회적인 것’을 지켜내고자 한 것이었다. 한국은 1960년대 농협과 수협 등이 조직되었지만, 이는 유럽의 협동조합과는 달리 국가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큰 차이가 있다. 2000년에 생산적 복지의 형태로 자활기업이 등장했고, 본격적으로 민간 영역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역동성을 끌어내기 위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른 사회적기업,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등 각종 사회적경제 관련 법, 제도, 정책이 시행되었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확장되었으며, 국가 차원에서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이익 추구, 분배의 형평성 강화, 민주적 의사 결정, 공동체성의 복원과 같은 ‘사회적 목적’과 재화와 서비스 생산·유통, 자본 축적, 이윤 추구와 같은 ‘경제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구도 속에서 양적 성장을 밟아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증대 등 성장 패러다임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보다 사람과 노동이 우선시 되는 사회적경제의 본래 취지와 목적이 희석되고, 형식화 되면서 사회적경제가 기존 경제체제의 보완재나 심지어 종속물로 전락할 우려도 든다.

 국가가 돌봄, 사회서비스 등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복지영역을 민간영역으로 전가하고, 사회적·공익적 활동영역에 대한 질 낮은 보상을 감행하려든다면 사회적경제는 주류경제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자본과 권력에 대한 비판 없는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허울뿐이다. ‘사회 속 경제’를 지향할 것인가 ‘경제 속 사회’에 머무를 것인가에 대한 답은 경제력에 대한 사회의 지배력 회복에 달려 있다. 이는 경제의 정치적 성격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건강한 공동체 경제를 만들어가려는 가치와 의지의 문제이다.

오창민 <경제문화공동체 더함 대표>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news_type=201&uid=48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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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진짜 간만에 아이들 데리고 교보문고 놀러갔다.


여섯 살 큰 애는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을 사줬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여러 번 빌려다 본 건데, 워낙 좋아해서 결국 그냥 사기로 했다.


4살, 여섯 살, 두 애들 전부 다 좋아한다. 겁나 좋아한다.


시인 중에 제일 친한 사람은 역시 지리산의 이원규 시인을 것 같다. 학부 때 회계학인가 전공을 해서, 돈 얘기도 같이 많이 한다. 재밌다.


그렇지만 시로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사람은 최승호와 최영미일 것 같다. 최영미는 공부 다 끝나갈 때쯤 시를 읽게 되었고, 학부 시절에 영향 많이 받은 것은 최승호의 시다.


진짜로 좋아했다. 대설주의보 같은 시들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인생관과 삶도...


마지막 본 게 아마 10년쯤 전, 광화문 어느 호프집이었을 것 같다. 새만금 관련 공판이 한참이던 때... 그는 환경운동연합의 대표였다.


이제 아이들의 최승호의 동시를 읽는다. 나도 같이 읽는다.


대설주의보 시인의 요즘 얼굴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아, 나도 같이 웃게 된다.


한국 어린이들이 읽을만한 동시로는, 단연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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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한참 열심히 할 때는 방문객이 많았다. 수 천명이 상주했고, 복닥복닥했었다.

트위터는 박원순 시장 선거나왔을 때 시작했다. 하다 보니까 팔로워가 20만 약간 안 된다. 엄청 할 때도 있었다.

둘째 태어나고 모든 일은 정지. 기저귀 갈고, 밥 하다 보면 아무 것도 하기가 어렵다...

어제 국회의장 공관에서 가족 동반으로 사람들 모아놓고 식사했다. 정세균과 나름 긴 시간, 거의 매일 만나면서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동료들과 헤어지면서 해단식을 못했다.

나는 둘째 입원하면서 집밖에 나가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정세균은 국회의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때 같이 일했던 또 다른 한 명이 윤호중이고, 나와 정세균이 떠난 다음, 그는 정책위 의장이 되었다.

50명 정도가 같이 모여 있었는데, 뿔뿔이 흩어지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 해단식을 어제 했다. 이제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나는 특별히 할 일이 없게 되었다. 몇 년만에 갖게 되는 이 홀가분함이란!

이제 아이들 돌보는 것 말고는 공식적으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블로그는 좀 살려보려고 한다. 심각한 거 쓸 생각은 별로 없고, 책 읽는 거, 영화 보는 거, 기타 등등 간간히 메모용으로.

하루에 한 두 번, 짧은 단상은 트위터 통하고, 친구들하고 수다 떨 때에는 페북, 그 정도로 하면 어떨까 싶다.

카톡, 밴드, 이런 거 일절 안 했다. 또 그런 거 안 하는 게 내 트레이트 마크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지난 주부터 밴드를 하게 되었다. 동료들도 집단이 되다보니까 행정 처리를 밴드에서 하기로...

앞으로 1년간, 내가 결심한 건 딱 하나다. 수영장 자주 가면서 기초 체력을 다지기... 그거는 진짜로 하려고 한다. 1년이 되기 전까지는,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루틴을 만들고, 루틴대로 따라하기...

그 다음은? 모른다. 7년간 같이 일한 동료가 아직 신용불량자이고, 주민등록증도 말소된 상태다. 한 명은 빚은 다 갚게 되었는데, 아직 신용불량 빚을 못 갚았다. 아마 1년 정도 지나면 그 빚은 다 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1년이 지난다.

그 다음 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그 때까지는 페북에서 친구들하고 수다 떨면서 노닥노닥.

대학교 4학년 때 잔디밭에서 친구들하고 노닥노닥거린 이후, 친구들하고 진탕 노는 것도 못하고 지금까지 살았다. 이젠 좀 놀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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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전두환 시절의 경제 지표는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패턴을 보여준다.

토건율은 내려가고, 물가인상률도 내려가고, 그 상태에서 경제성장률도 높고,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도 환상적이다. 이런 모습은 딱 한 번 나왔다. 그 이후에는 토건율이 기이하게 높아질 때마다 대형 경제위기들이 닥쳤다.

지표로 보면, mb 때가 최악일까 싶었는데, 박근혜가 이걸 뛰어넘었다. 근혜 시절은 해방 직후 혹은 한국전에 버금갈 정도로 지표들이 어글리...

문재인 시절, 경제 지표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길게 보면 1년, 짧게 보면 6개월은 일단은 좋을 것 같다. 그 뒤에는? 그야말로 경제로 보는 성적표다.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로는 장기 호황은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장기 호황 국면으로 가면 전두환 7년 동안 봤던 아름다운 패턴이 나올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3년 후쯤에는 다시 심각한 경제 위기가 올 가능성도...

아직은 너무 많은 것이 열려져 있는 시기다. 한국 경제에서 전두환 때 봤던 그 아름다운 경제 패턴을 한 번 더 보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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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모피아>는 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책이다. 책 자체 보다도 이 작업할 때 같이 했던 사람들이 결국 내 평생 동료가 된... 이래저래 7년을 같이 했다. 그 연장선에서 영화 <사도>가 나왔고, 지금도 작업은 계속 중이다.

<모피아> 드라마 판권은 나오자마자 팔렸고, 큰 애 낳고 한참 돈 많이 들어갈 때 진짜로 요긴지게 도움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에서 드라마 기획까지만 가고 실제 편성이 되지는 않았다.영화 판권은 성사 직전에서 섰다. 제작자가 안철수를 모델로 만들어볼 생각이 있었는데, 안철수가 정치를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한 듯 싶었나보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아주 사적인 관점에서, 나만큼 안철수가 잘 해 주기를 바랬던 사람도 없을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가 시기가 좀 겹쳐서, 판권 시기 조율하고 기다리다가 결국 정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판권이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제작 검토는 몇 군 데서 한 걸로 아는데, 제작비가 겁나 들어가게 되어있는 설정이다.

하여간 최근에는 실사판과 에니메이션판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좀 생겼다. 내가 판단을 내릴 일은 아니고... 어차피 이건 내가 직접 하지는 않을 생각으로 쓴 거라서.

5년 전에 상상으로 작업할 때에 비하면,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과 싱크로율이 높아졌다. 진짜 돗자리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이 생겨날지는 진짜 나도 몰랐었다. 한국, 참 안 변한다.

<모피아> 후속편은, 원래는 교육 마피아 얘기 다루는 걸 생각했었는데, 1년쯤 준비하다 뒤로 미루었다. 자살하는 고3 남학생과 그걸 지켜본 고3 여학생의 얘기로, 어느 정도 설정은 해놨었다. 그렇지만 자살이라는 얘기가 논리적이기는 한데, 내 심경으로 깊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교육 마피아 얘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소설은 작년 7월부터 시작한 게 있다. 설정만 해놓고, 다른 작업에 밀려서 기술적인 조사 직전 단계까지 가 있다.

물론 나는 대부분의 발전소와 현장에 다 가봤고, 전력거래소만 안 가봤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사무실 안에까지는 가봤는데, 나주로 내려간 다음에는... 나주 자체를 몇 년째 안 가봤다. 내 동료들이 아직 이런 설비들을 못봐서.

<모피아>는 김영사에서 냈었는데, 그 때 같이 했던 김영사팀은 벌써 다 다른 데로 옮겨갔다. 이 시리즈는 당분간 그냥 김영사에서 내려고 한다.

정권이 바뀌었고, 처음 몇 주간은 나도 어떻게 될지 전혀 몰랐었다. 이젠 좀 알겠고, 나는 예전에 하던 얘기 만들기를 계속 재밌게 하려고 한다. 얘기 만들기는,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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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fem.or.kr/?page_id=221

사회적 경제 책, 페친 티타임 조촐하게 가질까 합니다.

6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장소는 저번과 같이 환경운동연합 에코생협에서 하는 작은 카페. 내용이 사회적 경제라 마침, 또...

아내가 40대 때 저에게 늘 하던 얘기가 있습니다. 너네들이 술 마시지 않고 차 마시면서 혁명을 얘기했으면 우리나라 벌써 좋아졌다...

책 사주신 분들에게, 감사도 드릴 겸, 차나 한 잔 대접할까 합니다...

(블로그 봐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석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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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은 수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한 번은 하겠는데, 두 번은... 그래도 요 번 주에는 꼭 두 번을 하려고 한다.

지난 몇 년간, 몸을 너무 막 굴렸다. 여기저기 아프고, 쑤시고. 아침에는 죽어라고 푹 자는 걸로 겨우겨우 버텼는데, 애들 어린이집 아침에 보내면서 아침에도 못 잔다. 이제는 언제 크게 아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진짜, 몸을 너무 막 굴렸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지난 1년 동안 진짜로 괜찮은 자리나 일이 제안이 많이 왔었다. 왜 꼭 그런 일들은 몰려다니는지 모르겠다. 다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할 수가 없다고 물리면서, 속이 좀 쓰리기도 했었다.

그 중에 가장 아쉬운 게 하나 있다. 각색으로 부탁이 왔었는데, 결국에는 기획과 각색 그리고 연출까지 포함해서 통으로 받아가 달라고 했다. 30억, 비싸면 40억 밑으로 떨어트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원작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그 원작을 재밌게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애 돌보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도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연출을 맡을 자신이 없었다. 하기로 했으면 전체를 통으로 맡아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애도 애지만 일단인 내 건강이 자신이 없었다. 그냥, 하던 작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30대 후반에 건강이 크게 안 좋아서 쓰러진 적이 한 번 있고, 요즘 건강이 안 좋다. 잠깐씩 무리하는 정도는 하는데, 예전처럼 몇 달 동안 며칠씩 밤새고, 그런 일은 이제 못한다. 나도 이제 50이다.

1년간은 아무 생각 안하고, 수영장에나 다시면서 기초 체력을 회복하는 기간으로 삼기로 했다. 지금 건강으로는, 무슨 일을 하든, 제 명에 못산다. 연출을 하게 될 기회는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올 것 같다. 그런데 작년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못하는 건 좀 인생을 바보처럼 사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

출간 일정은 올해까지만 잡혀 있다. 물론 다 못 쓸지도 모른다. 그러면 내년 초로 넘기고. 내년에는 출간 계획이 없다. 없으면 없는대로 비워두고 갈 생각이다. 내년에 책 쓸 여유가 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 계약된 것만으로 큰 영화 두 편의 기획을 맡고 있다. 두 번째 것은 아직 연출도 확정을 못하고 있다. 이거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것만 해도 아기들 아빠가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사이드로 붙었던 몇 작품도 처리를 해야 하고, 가끔은 새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들이다.

하여간 내년 여름까지는...

수영장 열심히 다녀서 체력을 회복하는 게 제일 크고 중요한 일이다. 나머지는 지금 일정 잡힌 것을 제 때에 마무리하는 정도로...

1년간 체력단력 기간으로 삼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제일 좋아한다. 제발 그렇게 좀 해달라고 한다...

살다보면, 다음을 위해서 크게 쉬어가야 할 때도 있다. 지금이 딱 그렇다. 몇 년간 정말로 너무 몸을 막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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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회 2

영화 이야기 2017. 5. 21. 10:15

별 생각없이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 2>를 보게 되었다. 그냥 tv 에서 해주는 일부를 보고는 결국 tv에 2,5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보았다.
멍...


<신세계>의 일부가 보이는 것 같고, <더킹>에서 나왔던 들개신은 아예 통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부산영화제에 나왔나, 하여간 제대로 개봉하지는 않은 영화 정도로만 알고 있다. 확인해보니까 전작인 흑사회는 기념 상연 정도 했던 것 같고, 흑사회2는 상영관 2개에서 누적관객수 364명이다. 아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다면, 기념비적인 364명 중에 한 명이 되었을 것 같다.


20대에서 30대 초반, 나도 이렇게 기념비적인 영화를 보는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아기 태어난 다음에는 다 꽝이다. 1년에 한 번 극장 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보안관> 꼭 봐야 한다고 주위에서 난리인데, 진짜로 갈 형편이 아니다.


<무간도>를 굉장히 재밌게 본 적이 있다. 2편도 재밌게 봤다. 3편은, 음, 그 정도는 아니다.
<흑사회 2>는 충격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많은 제작자나 창작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는 것들이 종종 있다. <더킹>의 들개신은 아마도 여기에서 나온 것 아니겠나 싶다. <더킹>에서의 들개신은 좀 설정적이고, 기능적이다. <흑사회 2>는 영화의 골격에 해당하고, 클라이막스로 달려가기 위한 필수 요소다. 들개에게 물려죽는 것이 주는 원초적 공포가 있나?


최근 한국 영화의 일련의 흐름을 보수신문에서는 '사회파' 혹은 '정의의 상품화', 이런 식으로 부른다. 나는 그냥 '강한 남자 신드롬' 정도로 분석한다. 이런 강한 남자 얘기의 원형과 비슷하기는 한데...


그런 것보다는 스타일이 좀 더 드라이하고, 홍콩 뒷골목의 싸구려 느낌을 잘 살렸다. 한 마디로, 강한 남자라기 보다는 꼬질꼬질한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구조와 욕망 안에서 그 꼬질꼬질함이 진짜로 지저분한 전략으로 변하게 된다.


나온지 5년도 넘는 영화다. 아마도 수많은 강한 남자 신드롬을 추구한 사람들이 이미 보았을 영화를 뒤늦게 복기 하듯이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어도 시대의 영감을 만드는 영화들이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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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와 보람

 

몇 년 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요즘은 그래도 아이들이 덜 아프고, 내 삶에도 약간의 루틴이 생겼다. 몇 년째 밀리고 밀려온 책들을 요즘 정리하는 중이다. 언제가 하기는 해야 하는 일이라서, 별 일 없는 요즘 약간 무리해서 하는 중이다.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책이 나가면서 나도 이것저것 잔상이 많아졌다. 내가 하는 공부는 처음부터 비주류 중의 비주류, 비인기 종목들이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기는 하는데,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것들을 공부하는 걸 좋아했다. 비인기이거나 너무 일찍, 그래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그런 주제들을 다루었다. 당연히 책도 인기가 없는 종류이다.

 

미세먼지를 다루었던 <아픈 아이들의 세대>로 데뷔를 했다. 요즘은 인기 종목이 되었지만, 내가 그 주제 다루던 시절만 해도, 그런 게 있는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허걱허걱, 겨우 1쇄 다 털고 절판되었다. 복간하자는 얘기가 있기는 했는데, 그 때는 내가 정신이 없어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비주류의 비주류, 마이너의 마이너, 그게 학문적으로 내 위치다. 생태학, 농업, 사회적 경제, 이런 걸 20대 때부터 봤다. 좌파 내에서도 노동과 관련된 주제, 재벌과 관련된 주제, 이런 건 그 시절에도 인기 종목이었다. 내가 성격이 좀 더럽다. 남들이 다 하려고 하는 것, 그런 건 갑자기 하기가 싫어진다. 남들 다 하는데, 뭐하러 나까지 해? 그런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인기 있는 분야는 어깨싸움도 많이 해야 하고, 줄도 잘 서야 한다. 어깨싸움도 싫고, 줄 서는 건 더더욱 싫었다.

 

얼마 전 정세균 국회의장이 갑자기 연락을 해서, 난데없이 차를 한 잔 마시게 되었다.

 

"너네는 설에 왜 세배 안 와?"

 

그게 첫마디였다. 정세균과 친한 사람들은 세배 가나보다. 내가 이끌던 전문가 집단은 정세균계로 분류가 되었었나보다. 한 때는 친문으로 분류되다가, 한 때는 친 김종인, 또 한 때는 반 김종인, 그렇게들 분류를 하다가 나중에는 정세균계로 분류를 했다고 한단다. 알 게 뭐냐. 나는 누구한테도 줄 선 적 없고, 앞으로도 아무에게도 줄 설 생각 없다. 늙은 아빠가 아이들 줄 맞춰서 밥 먹이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그래도 설날 세배 얘기 들으면서 아주 오래 전 강사시절 생각이 났다. 시간강사들, 우리들끼라는 주니어 박사 혹은 주니어라고 부른다. 설날이 되면 아주 괴롭다. 주류에 해당하는 선생들 중 한 명을 골라서 세배를 가야 한다. 물론 간다고 뭐가 생기는 건 아닌데, 안 가면 아주 괴로워진다.

 

누구한테 줄을 서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냥 설 전날 술 때려 마시고 푹 자버렸다. 내가 아버지한테도 세배 안 하던 시절인데, 세배는 누구한테! 공무원 시절에도 세배를 가는 걸 봤다. 역시 안 갔다. 그리하여 결국 이 날 이 때까지, 아무한테도 세배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주제도 비주류, 살아가는 패턴도 비주류, 난 늘 혼자 있는 게 좋았고, 혼자 노는 게 좋았다. 어깨싸움도 싫고, 패거리도 싫고. 학자가 된 이후로, 그렇게 혼자 지냈다. 그러나 보니, 내가 다루는 주제가 자연스럽게 비주류의 비주류, 절대로 팔리지 않을 주제의 책이 되었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그래도 이렇게 잘 다루기 어렵고, 해봐야 티도 안 나고 인기도 없을 책을 발간시키고 나면, 보람이 느껴진다. 이 번 책이 특히 그렇다.

 

앞으로 나올 책들도, 별로 다루지 않고, 방치된 분야의 책들이다.

 

이제 슬슬 마무리 작업으로 들어가는 <국가의 사기> 역시, 별로 인기 주제는 아니다. 금융사기와 다단계 사기 얘기로 시작하지만, 주된 내용은 경제에 관한 행정 분야이다. 경제 행정, 역시 인기 없다. 경제 공무원은 누구나 되고 싶어하지만, 이걸 어떻게 견제하고, 어떻게 폭주를 막을 것인가, 그런 건 비인기 종목이 된다.

 

작년 7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소설책이 한 권 있다. 이건 에너지와 전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빠르면 8, 늦으면 9월에 나올 것 같다.

 

아이들 낳고 난 이후로 나는 긴축생활 중이다. 버는 돈은 유동적인데, 나가는 돈은 고정적이다. 줄이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소설책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히로시마에 취재 여행을 갔다 올 생각이다. 히로시마 공과대학에서 찾아볼 게 좀 있다.

 

소설책 준비하면서 모아둔 자료들이 좀 있고, 조금 더 모을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주제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주제이다. 물론 외국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건, 한국에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서 그런 것이고. 자료들 모으다가, 충분히 의미 있는 자료가 걸리면 에너지 책으로 발간할 생각도 있다. 그만큼 좋은 자료가 모일지 아닐지, 아직은 모른다. 잘 모아지면 출간할 생각은 있다.

 

내가 다루는 주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생소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원하는 것과는 반대의 결론 그리고 시각 자체가 반대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싫어할 주제들이다. 그런 얘기 안 하고 싶어하는데, 그래도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이런 고민도 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 그런 마음으로  책을 준비한다.

 

그렇게 몇 년 준비한 책들이 실제 발간되면, 진짜로 보람이 느껴진다. 물론 내가 준비한 모든 책이 다 발간되는 건 아니다. 결론이 영 없다, 그러면 막판이라도 포기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그것도 못한다. 농업경제학이 그렇다. 박근혜 시절에, 농정은 개판 정도가 아니라 진짜 반대편으로 갔다. 그런 걸 한 번 털어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이게 주요 현장이 대부분 지방이라서, 이거 할려면 차부터 사야 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새만금과 관련된 다큐나 책을 하나 준비해볼 생각이 있는데, 이것도 엄두 안 나기는 마찬가지다. KBS MBC에서 다루면 그만인데, 영 난색이다. KBS에 토스하고 털려고 했는데, 토스가 잘 안 된다. 대선 전에는 보수 정권이라 힘들다고, 대선 끝나고 나니 청와대에서 싫어할 거라고 눈치보고. 이런 

 

나는 살아가는 게 편한 사람이다. 예전에는 힘들었지만, 요즘은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고, 아이들도 제일 힘들 때는 한 고비 지나서, 진짜로 한시름 놓았다.

 

TV나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일들, 신문에서도 맘 먹고 다루기 힘든 긴 호흡의 얘기들, 이런 것을 다룰 때 책이 매체로서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몇 년 준비해야 하는 일, TV에서는 50분 이내로 다루고 그만이다. 실제로 TV 다큐가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분석하는 것은 아니고, 많은 경우 누군가가 기초 연구를 해놓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해놓으면 그걸 가지고 따라가게 된다. 장기 기획, TV 다큐는 못한다. 게다가 정권 눈치도 많이 봐야 하고. 당당하게? 노무현 때에도 그렇게는 못했고, 신정권에서도 포괄적 자유는 있더라도 구체적 자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신문은?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 집요하게 몇 년간 들여다봐야 하는 일, 신문도 그런 일은 못한다.

 

정부 연구소? 장난치나? 언제 정부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진지하게, 그것도 긴 시간을 가지고 연구하게 해주는 것 봤나? 연구원들 월급이 지나치게 인센티브 위주로 구성되어서 소신을 가지면, 배고프거나 쫓겨나거나. 장기 승진 누락되면 버티기가 힘들다.

 

매체로서 책만이 갖는 장점과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한 구석에서 나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느껴진다. 보람이 밥 먹여주나? 보람은 삶의 의미를 준다. 내가 왜 사는가, 그런 문제로 머리를 쥐어뜯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 어느 교육부 국장이 민중은 개돼지라고 했다. 나는 공무원이 그런 소리를 술 자리에서라도 하지 않을 나라를 꿈꾼다. 그래서 내 삶이 보람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주류 상품, 학계에서의 메이저, 공직에서의 간부들, 그런 데에서 다루지 않는 주제를 나는 다룬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의 작은 보람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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