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는 지금과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싶다고 할 때, 언제나 등장하는 필승의 코드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검증된 상징 코드이다.
아, 내가 아는 것은 현재로서는 딱 여기까지이다.
토끼, 트럼프, 이런 것들이 앨리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징물들이다. 가장 가깝게는 매트릭스에서 네오에게 '토끼를 따라가라'는 접선 신호.
최근에 재밌게 본 것은 지난 여름에 진중권이 미디어 아트 관련해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것을 따라가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봤던 어느 여성 화가의 작업 중에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는 것이 있었다. 우유를 마시면 커지고, 케익을 먹으면 작아지고.
그걸 당대의 여성들을 봤던 남성들의 섹슈얼러티를 상징한다고 설정한 그 그림 작업들은, 아마 그 자리에서 평이 그렇게 썩 좋았던 것은 아닌 것 같았고, 진중권도 열광하던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는 느낌이 좋았다. 그 그림이 약간 머리에 남아있다.
느낌을 설명하자면, 보그의 사진에 리터치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모던의 느낌이었다.
지금도 상상하면, 인민노련에 그런 울트라 모던의 느낌을 부여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좀 가지고 있다.
하여간 일단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앨리스이다.
첫 번째 시도는, 노회찬이었다. 노회찬이 앨리스라고 하면 어떨까?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 늙은 앨리스가 어딨어? 그러나 20년 전이다. 그 때도 노회찬이 지금의 모습이었을까? 우와, 그랬더니,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인민노련 출신들의 성화가 빗발쳤다.
두 번째 시도는, 이재영이었다. 사실 이재영은 앨리스의 느낌에 가장 비슷하고, 일단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 그 숨결까지 혹은 머리 속 깊은 곳까지 묘사할 수 있다. 어쨌든 주인공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인 경우가 훨씬 다루기가 쉬어지니까.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만.
뭐, 시쿤둥하다. 그러면 나를 주인공으로 해보면 어때, 말은 그렇게 안하지만, 표정에서는 그런 말이 역력하다.
세 번째 시도는, 가상의 어느 여성이 노동운동을 결심하고 인천으로 내려가 인민노련과 만나는 첫 장면을 설정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부담을 더는 대신, 정말로 내가 원작의 앨리스의 기괴하면서도 새침한 느낌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좀 자신이 없다. 이건 표면적 이유이고.
인민노련만이 아니라 그 당시 운동 단체에서 있었던 수많은 성폭행사건들을, 이렇게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피해나갈 정도로 내가 그렇게 파렴치하지는 않다. 분명히 있었던 일이고, 또 중요한 사건이기도 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사건들에 대해서 해석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것. 그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공지영의 <도가니> 만큼은 안 되어도 그 사건을 정면으로 만나야 하는데, 이것 역시 내용 할당과 관점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부담이 된다.
물론 나는 짧더라도 그 사건을 다룰 생각이기는 하지만, 그게 책의 목적은 아니라서, 어떻게든 화살의 목표점에 대한 캘리브레이션이 필요하다.
네 번째 가능성은, 나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런 앨리스의 이미지에 해당하는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여성 할동가를 지금부터라도 찾아나서는 방법이다.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시간을 많이 들여서 찾더라도 못 찾을 수도 있다.
앨리스 포맷의 즐거운 점은, 악인도 없고, 선인도 없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상징들일 게 뻔하기 때문에, 악인과 선인을 찾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만약 악인이 필요한 장면이 있다면, 음... 필승카드, 신지호가 있다만. 이 책에서는 신지호도 완벽한 악인으로 묘사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가 잘못한 게 있다면, 한나라당에 간 것일까, 아니면 뉴라이트에 간 것일까? 그보다는 먼저 또 어떤 사건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여간 앨리스의 바다로 떠날려고 하는데, 정작 앨리스가 누군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마 지금 같아서는, 노회찬 절반, 이재영 절반, 그렇게 확률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결국은 probability 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회찬인 경우, 이 때는 이상한 나라가 인민노련이 아니라 한국 운동권 전체가 된다. 이재영인 경우는, 인천 지역과 울산지역, 그리고 경주를 무대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재영의 장점은 전형적인 인민노련의 공간과 그의 활동 공간이 겹친다는 점이다. 굳이 다른 사람의 눈을 꺼내오지 않아도 주요한 활동무대들에 대해서 조망할 수 있다.
그건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이게 인민노련을 연구하는 건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구하는 건지, 앞뒤가 약간 뒤바뀐 이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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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상수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무역흑자가 역대 최고라는데 외형상으론 수치가 그럭저럭이었던노무현 시절처럼 되어가는것 맞습니까? 내후년에도 경상수지 흑자는 유지되는거 맞습니까?
운동강간,수구첩질...ㅡ.ㅡ;;;
좀 엉뚱한 얘기같지만
팀 버튼 사단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2010년에 개봉된다고 하더군요.
둘 다 기대되네요.^^
그런데, '인민노련'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울트라 모던 느낌을 싹 지워버리는 것 같아요. 제가 일반 독자라면, '아 이상한 나라라니.. 궁금하다' 보다는... '아.. 진짜 이상한 나라인가보다... 무서워..'같은 반응을 하게 될 것 같고요. 그냥 지나가는 코멘트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