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론과 응용경제학으로 나누는 법도 있기는 한데, 실제로 순수이론을 만든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필드를 보고, 특히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케인즈 - 그는 인도로 파견된 통계청 초급관료였다 - 같은 사람들이나 스웨덴식의 사민주의 이론적 기초를 만든 군나 미르달 같은 사람들에게서는 이 구분이 무의미하다. 최근의 스티글리치나 쿠르그만의 경우도 그렇다.
이런 분류와 함께 또 다른 전통적인 분류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로 나누는 법인데, 이런 분류는 케인즈 시절의 IS-LM 분석에서부터 그 기원을 두고 있다. IS-LM 분석은 거시 경제에서 따로따로 정의되던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국민경제 내에서 하나의 균형을 이루는 꽃 중의 꽃인데, 베네띠와 꺄뜰리에는 최근까지도 '화폐적 접근'에서 이 IS-LM 분석을 중요 축으로 놓았다. 물론 이들은 케인지안이 결코 아니다. (켐브리지를 축으로 했던 포스트 케인지안들도, 이 정도로까지 케인즈의 IS-LM 분석틀을 다시 쓰지는 않았다.) IS-LM은, 실물과 화폐시장의 두 개의 시장이 균형을 이루면, 자동적으로 노동시장은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연립방정식의 가설하에 서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금융경제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겠다고 97년에 결심한 적이 있다.
따져보면, 정운영 선생에서 강남훈 선생을 거치기까지, 소위 한국에서 전형문제나 가치이론에 매달렸던 사람들은 대부분 금융경제 전공인 셈이기는 하다. 가치와 가격문제에서 정확히 선을 긋기가 쉽지는 않은데, 이 길을 따라서 분석을 계속하다보면, 중요한 논쟁 점이 남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공급 추이, 혹은 화폐시장에서의 균형, 불균형 문제와 환율현상, 혹은 중앙은행의 발권 문제를 만나게 된다. 근본적으로는 왈라스 일반균형 모델에서 n+1번째 시장, 즉 화폐시장의 문제에서 딜레마에 결정적으로 부딪히게 되고, 이를 극복하려고 했던 피셔나 카셀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선을 계속 따라가면 유럽 화폐통합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미셀 아글리에따를 만나게 된다.
나의 공식적인 경제학 내의 전공도, 가치이론, 화폐이론 그리고 대학원 시절의 국제금융에서의 선물시장의 금융안정장치, 즉 대부분 금융경제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실제로 이자율과 선물 스톡변수들, 이런 것들이 오랫동안 내가 박사 코스웍에서 풀었던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자격시험 같은 것들의 주요 문제들이다.
수익률이라고 표현하면, 우파 계열이 되고, 이윤율이라고 표현하면 좌파 계열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물론 나는 이윤율이라는 용어를 잘 안 쓰고, 아담 스미스의 자연 이자율 이론에 근거하여 수익률과 이자율을 연동시켜서 주로 사용하는데, 생태경제학에서는 사회적 할인률(social discount rate)까지 같이 연동시킨다 (이 얘기가 IMF 시절에 환경 부문의 정책적 접근의 큰 틀을 제시한 것으로 약간 유행했던 바로 그 이자율과 할인율과 정책적 틀에 관한 보고서의 이론적 기반이었다.)
어쨌든 같이 90년대 후반에 같이 활동하던 많은 학자들이 대부분 국제금융론 쪽으로 분석의 틀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신대의 전창환 선배나 국회의 조영철 선배 같이), 현실적으로는 문제 때문에 나는 실물경제 쪽으로 분석을 급선회하였다.
우선은, 환경이나 생태 혹은 에너지 문제의 주변수들이 작업장의 생산라인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기술변화와 경영 파라다임의 변화 혹은 소비시장의 시그널에 의해서 산업간 혹은 산업내 변화가 주요 변수로 포착하는 것이 분석이 훨씬 쉽다.
(<88만원 세대>에서 '세대내 경쟁', '세대간 경쟁'이라는 개념을 썼었는데, 이 개념은 현대 시절, IMF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보라는 비서실의 부탁으로 정리한 보고서에서 썼던 산업간, 산업내 정책에서 응용한 개념이었다.)
두번째 이유가, 90년대 이후, 좌파든 우파든, 막 등장하는 세계화 흐름의 주요 변수인 금융화에 많은 사람들이 눈이 가 있었는데, 나의 마이너 감성이 작동해, 그 반대편의 현상들을 보고 싶어졌다는, 개인적 취향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한 책이, 세계화를 금융현상이 아닌 실물의 재편으로 분석했던 책이었다. 번역료, 아직도 못 받았다, 꺼이꺼이...)
강만수, 최중경 경제 라인이 등장했을 때, 10조원 정도 빠른 시일 내에 해먹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탈탈 털어서 찾아보면, 아마 3달 사이에 20조원 정도 환율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해먹었을 것 같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촛불의 사회적 비용이 5,000억원이라고 추정한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추정하면 최강라인의 사회적 비용은 금융손실, 가계손실 + 삼성이 추정한 촛불 비용이 될 것이다.
일전에 내가 강만수는 쪼다, 최중경은 쪼다 시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정부 고위직의 경제 라인에 있던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이다.
최중경이 쪼다 아니냐고 했더니, 진짜 쪼다는 강만수고, 강만수의 말을 제일 잘 듣는 심복이 최중경일 뿐이다... (어른들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고쳐주신 얘기다.)
최강라인이 하여간 작금의 꼬라지를 만들었는데, 지난 번 청와대 개편으로 물러난 곽승준 수석과 최강라인, 누가 더 한국 경제를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쫙 뻣게 했느냐고 경중을 따져보자면, 만만치 않다. 하여간 실물, 금융, 동시에 터져나온 위기이다.
어쨌든 최강라인의 환율 개입정책을 보면서, 80년대 후반 혹은 90년대 초반의 오래된 비지니스 저널에 실리던 얘기가 20년이나 지났는데, 여기서 또 보게 되었구나, 그야말로 오랫만에 봐서, 반가웠다. (속으로는, 이게 3년쯤 뒤에 뻗을 건지, 아니면 올해 바로 뻗을 것인지, 가늠하기가 아주 어려웠는데, 이 차이점이 결국 대안경제 시리즈 4권의 이론적 디딤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반의 파운드화의 몰락 사건이라고 불리는, 그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듯 싶었고, 그 이후의 국제통화당국과 선진국 환율정책의 흐름에 대해서, 무시하는 건지, 눈을 감은 건지.
하여간 나는 30대 초반에 세운 결심대로, 실물경제를 중심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지금의 자세를 유지할 생각이기는 한데, 한 번쯤 화폐이론과 함께 은행이론, 정확히 얘기하면 미셀 아글리에따까지 오는, 어빙 피셔 이후의 중앙은행에 대한 이론, 그런 것 몇 가지는 내년 초에 한 번 정리해볼 생각이기는 하다.
화폐 이론에 좌우파 이론이 따로 있나? 있다고 보면 있고, 없다고 보면 없는데, 여기가 길을 잘못 잡고 들어가면 가치이론에서 바로 전형문제로 빠지고, 지난 100년 동안 미셀 드브로이 같은 한 때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에서 정운영 선생까지, 하여간 일단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기가 어려운 골 아픈 무한 도돌이표를 만나게 된다.
4칙 연산의 산술체계이기는 한데, 로그도 없고, 로지스틱 함수도 없는 4칙연산의 4~5개의 방정식 체계도 얼마나 사람 골을 뺄 수 있는지, 대표적인 분야이다.
(내가 학부 졸업 논문으로 이거 정리해서, 왈라스 일반균형과 연결시키면서, 사무엘슨 논문 비판하는 걸로 썼었다.)
21세기도 훌쩍 10년이나 지나가는데, 여전히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사이의 관계는 이론적 통합이 모호하고, 골 아프지만, 이상한 최강 라인을 만나면서 또 "바로 여기"라는 현실의 문제가 된다.
부동산값은, 오히려 환율이라는 거대한 흐름, 그 스케일감에 비교하면 종속변수이다.
나의 분석 단위에서 처음으로 경원을 넘어섰던 게, 아마 3년 전인가, 일본 우정국의 민영화 조치로 해외로 풀려나올 일본 자금의 규모 -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말이 본격 나오기 일년쯤 전의 일이다 - 를 추정한 것을 보니까, 그게 1경원 정도 된다. 한국은 대충 9천조 짜리 경제 정도가 되나?
(여담이지만, 민생경제, 이런 말은 정치적으로는 모르겠는데, 분석을 위해서는 안 쓰는 것이 이론을 흐트려뜨리지 않기 위해서 좋다는 것이 내 분석 원칙 중의 하나이다. household라는 가계부문은 족보 있는 개념이기는 한데, 여기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케인즈 라인의 흐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카고식 분석도 아니고, 정통 좌파식 분석은 더더운 아닌 개념들을 자꾸 집어넣으면, 분석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케인즈는, 저축율이 핵심 변수인데, 부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저축율 차이가 성장모델에서 주요 조절변수이다. 칼도 1모델이 이렇게 생겼다. 칼도의 딸도 유명한 경제학자가 되었다는, 칼도 좋겠다...)
-
철수(혹은 zarathus) 2008/07/09 18:14
1시간 전 쯤에 증권가에 떠도는 얘기를 들었는데..... 현재까지 강만수가 '해먹은 돈'이 8조 정도라고 하네요.
무슨 환율 정책을 이다지도 절묘하게 '병진'짓하며 말아먹을 수 있을 지, 정말 신묘하다는 생각이...
덧붙여 떠도는 얘기를 소개하자면, 강만수가 사석에서 1년 안에 30조 까지도 말아먹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그리해서라도 내년 이후에 경제성장률 10%(10%입니다!!)이룩하겠다고 했다네요.
통계수치 올리기에 제격인 건설 규제도 당연히 풀 생각인 듯 하고...
건설족만 살판 났네요. 정말 강만수라는 사람의 머리 속엔 1990년 이후의 세상은 입력이 전혀 안되어 있나봐요. -
정치부 기자 2008/07/09 20:54
강 장관에 대한 MB의 집착은, 몇 몇 언론에서 지적했다시피 경제학적 그것이 아니라 MB의 경제 스승이 강 장관이기 때문이죠. 강 장관이 없어지면 자신의 뿌리가 없어지니까...노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엔 머리가 좋아선지--;; 이정우 실장에서 김진표->이헌재->한덕수로 잘 바꿔왔구요. 청와대 경제수석에 김석동 박병원이 경합하다가 결국 박병원으로 결정난게 주목거린데....여하튼 강 장관은 환율, 부동산 둘 다 들고 가겠다는 입장이 분명합니다. 이게 어떤 결과를 나을진--;; 여권 내에서 진정한 '포풀리스트'인 홍준표 원내대표가 강 장관을 싸고 돈지가 한달 정도 됐는데. 이 지점도 주목 포인트. 아 참고로 전 어제 오늘의 환율 개입(밴드란게 어딨냐!) 식엔 어느 정도 긍정적이랍니다^^
-
소심 2008/07/10 02:43
오늘 신문 보면서 mb가 온 국민을 광우병,소비자 운동, 정치 전문가에 이어 환률, 경제 전문가까지 만드네라는 생각이 들던데요.이런 것 대신 잘하라고 대통령 뽑았더니 공부만 하게 만드니.

Pre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