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8 23:13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

팔자에 없게 영화 시사회를 다 가보았다.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를 아주 재밌게 보았고, <넌 내게 반했어>라는 노래는 요즘도 심심하면 흥얼거리는 노래 중의 하나이다.

영화 <님은 먼 곳에>는, 쉽게 얘기하기가 좀 어려운, 약간 미묘한 영화이다. 하여간 장르로 치자면, 언젠가 반전평화 영화라는 것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얘기한다면 그 첫 머리 혹은 그 전환점의 첫 머리에 해당하는 영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음악영화이기도 한데, 신중현의 노래들과 CCR의 수지큐를 질리도록 들을 수 있다. <님은 먼 곳에> 김추자 보전보다 장현 버전을 훨씬 좋아하고, 이제는 거의 구하기 어렵지만 박인수인가, 진한 흑인 소울풍 - <봄비>의 바로 그 가수이다 - 가 불렀던 노래를 아주 감명깊게 들었던 적이 있다.

정진영의 연기가 아주 멋졌고, 제2의 '왕재' - <짝패>의 바로 왕재말이다 - 라고 할만한 기타리스트로 나온 사람의 연기는, 나의 마이너 감성을 건드렸다.

코리아 지미 핸드릭스라고 소개하는 순간에, 살짝 미소지으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보이는 장면이, 내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래서 나는 대중적 감성과 먼 동네에 살게 되는 저주가...)

'평화'에 대한 특별한 정의가 나온다. 베트공에게 잡힌 수애 악단을 대표하여 베트콩 지휘관에게 정진영이 평화를 설명하는 장면인가?

"니가 나를 죽이면 평화 아니고, 니가 나를 그냥 보내주면 평화이다."

돈에 관한 정의도 재밌다.

"우리는 그냥 돈 벌러 왔다니까요, just for money."

베트콩이 말한다.

"그러니까 그게 한국군이지."

베트콩 토굴에서 진행되는 이 몇 개의 대사가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이다.

캐릭터 영화라고 부르나? 어쨌든 이 영화는, 여주인공 수애의 연기와 노래가 얼마나 뒷받침되는가에 따라서 좋은 영호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영화가 되기도 할 기본 조건에 놓여있기는 한데, 어쨌든 수애는 오드리 햅번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준익 감독의 캐릭터 선언에 해당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고, 당분간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꼼꼼하게 챙겨서 보기로 했다.

어쨌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예술가들과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의 다음 영화가 어떤 흐름을 탈지, 기대된다.

(참, 유승완 감독의 새 영화가 나온다. <다찌마와 리>, 임원희 선생 나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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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 2008/07/08 23:19 address edit & del reply

    라디오 스타에 나온 곡은 "넌 내게 반했어"에요^^
    우선생님 소개로 짝패를 봤었는데, 이것도 함 볼랍니다.

  2. 2008/07/08 23:48 address edit & del reply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는 살짝 복잡한 사연이 있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그득했던 노브레인의 옛모습이 온데간데 없어
    그냥 달콤하게 신나게 부르기엔 걸리는게 있는 곡이죠. 저에겐.

    아주 결정적으로 작년 대선때 이명박 캠프에서 노가바해서 이 곡을 쓰는 것을 용인했다는 것이...

    다찌마와 리는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wendy 2008/07/09 00:09 address edit & del reply

    이준익감독 영화라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예고에 컨셉이 없어서 -_- 좀 실망했었어요. 그래도 보려고 하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예고보다 우석훈선생님의 리뷰가 저의 관람의지를 더욱 불태워주시네요 ^_^

  4. 붤뤠 2008/07/09 00:35 address edit & del reply

    다찌 선생은 제 페르소나라는. -.-;;

  5. MB력 0.4년 2008/07/09 01:40 address edit & del reply

    <촌놈들의 제국주의>덕분에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들이 있네요. 평화 ^_^
    (막장 읽으러 갑니다~)

  6. kay 2008/07/09 08:12 address edit & del reply

    요즘 다찌마와리, 임원희 선생 어서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7. 언덕배기 2008/07/09 08:52 address edit & del reply

    다찌마와 리 완전 기대하고 있습니다+_+

  8. 마부 2008/07/09 12:11 address edit & del reply

    지난 대선에서 노브레인이 mb캠프 홍보송으로' 넌 네게 반했어'를 '한나라 이명박'으로 개사해서 부르더군요.. 지난 새만금 개발 관제행사에서 나올때부터 재수없었지만.. 제가 볼때 이 친구들, 한국최초의 극우 펑크밴드가 아닐까하는데요.

    • 김수민 2008/07/09 14:41 address edit & del

      아마도 기타리스트 차승우(불대가리)가 탈퇴한 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본에서 욱일승천기를 찢을 때는 반제국주의냐 민족주
      의냐 해석이 갈리고, 일장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자에
      무게가 실리긴 했는데.. 나중에 김선일 피살 이후 이라크에 군사작전을 펴자고 한 걸 보면, 후자였던 듯합니다;;

    • :) 2008/07/09 16:24 address edit & del

      깽판치는 것밖에 모르는 랩퍼들과 ('미아리복스'때는 정말 짜증났죠) 카우치의 노출사건을 보면서 인디음악이나 마이너 음악에 대한 어떤 기대를 접었던 것 같습니다.

    • 그래서 2008/07/09 22:21 address edit & del

      긍정적이던 감정이 그래서 싹~ 사라졌죠.
      요새 노브레인나오면, 정말 'No Brain'이라 생각하죠.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