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이제 설거지 시작하면 연휴도 끝.

어제 저녁에 식구들 전부 명동성당에 가서 한참 싸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먹고 왔다.

오늘은 오전에 아이들하고 목욕탕에서 옥터넛 놀이하고, 그 김에 목욕까지.

점심 먹기 전에는 애들 태어나고는 정말 처음으로 악보집도 좀 만들고, 기타도 약간.

오후에는 큰 애 데리고 처음으로 극장에서 점박이2를 보고 오는 쾌거를. 극장만 가면 어두워서 무섭다고, 결국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오늘은 눈도 떼지 않고 끝까지 봤다. 팝콘 먹어가면서.

저녁은 겁나 맛있게 먹고, 애들 둘과 격투를 30분이나. 놀만큼 놀았다.

그러면 기분이 아주 좋은가? 그렇지는 않다.

내가 하는 일들은 여전히 지지부진, 혹독한 시간을 버티고 있다. 잘 되는 일과 잘 되지 않는 일들이 섞여 있는데, 그래서 그럭저럭 버티기는 한다. 버티기는 하지만, 마음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잘 못한다. 그리고 왜 못하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뭐라도 좀 적어서 보내보라는 주문들이 약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내가 뭘 엄청나게 아는 것도 아니고.

태안 발전소 사건은 나에게 충격과 그리고 골치아픔을 남겨주었다. 다음 달에 발전소 한 번 가볼까 말까, 그렇게 일정을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금에라도 다음에 사고 날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쭉 짚어서 어디에 쓸까? 그러나 나는 시간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마음이 그냥 답답하다.

연구소 같은 거라도 하나 만들자고 후배들이 나를 달달 볶는다. 그러나 여력이 안 된다, 도니도..

나이 50, 깃발 들기 딱 좋은 나이이기는 한데, 뭣 모르고 깃발 들었다가 "죽기 딱 좋은 날이네", 이런 꼬라지를 만나게 될 것 같다.

딱히 시원하게 되는 일은 없는데, 뭔가 꽈배기 꼬이듯이 배배 꼬여들어가는 듯한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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