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12권 목표로 경제 대장정 시리즈 진행하던 적이 있었다. 1권이 <88만원 세대>였다. 결국 <문화경제학>을 끝으로, 시리지는 종료했다. 화려하게 끝난 것은 아니다. 이것저것,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일단은 정지시킨.

 

문화경제학 다음이 농업경제학이었다. 서 있던 그 상태에서 몇 년간 공전을 했다. 그 시절, 책 시장이 사실상 붕괴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나는 <불황 10> 내면서 돌파구를 좀 찾았는데, .. 지지율 13.5% 찍던 민주당에서 도와 달라고.. 그 시절, 문재인은 당대표도 아직 아니었고, 다음 출구를 찾지 못하던 시절.

 

돌고 돌아, 이제는 농업 얘기를 해도 되는 시기가 왔다. 안 팔려도 되지만, 안 팔릴 것을 알면서도 책을 준비하는 것은 마음의 부담이 너무 크다. 예전 한국 독립 영화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괜찮아요, 어차피 안 될 거니까.” (요 대사는 유승환 감독이 <짝패>에서 써먹었다.)

 

젠더경제학은 더 부담스럽다. 2000년대 초반, 여성경제학회 생길 때, 주도했던 양반들이 친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공부 좀 하게 젠더 경제학 책 좀 써 달라고 했더니, 나보러 쓰란다. 된장. 그리고 가끔, 왜 안 써, 요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최미희 박사. 누님 중의 누님이다.

 

남자가 쓰기에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한데, 그래서 더 쓰라고 난리들을 친다. 매도 니가 맞아야, 이런 된장! 일베 전성시대에 이 무슨 더러븐 꼴이람.

 

여성가족부에서 장관 자문하는 뭔가가 생기는 모양인데, 나도 좀 해달라고. 우왕, 조한혜정 선생 등 할머니들 잔뜩 모시고, 한동안 사부작사부작.

 

기왕 젠더 얘기 하는 김에, 책도 이 기회에 정리하는 게 좋겠다, 요런 대구빡을 굴렸다. , 딱히 팔릴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젠더 얘기가 한국에서는 최전선이다. 나는 그렇게 최전선에 있는 게 좋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났더니, 2019년은 농업과 젠더, 그렇게 두 축으로 정리가 되었다.

 

오매나야. 그래도 뭐 좀 말랑말랑하거나, 혹시라도 좀 팔릴 걸 기대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보통 이 정도면, 망했다! 요런 평가 받기 딱 좋은. 사양산업과 혐오산업, 그냥 경제 용어로 하면 그런 분야다. 일부러 이렇게 가기도 어렵다. 게다가 엄청난 무관심 지역.

 

원래는 애 키우고 애들한테 돈 들어가는 아빠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만약 후배가 나한테 이런 일정으로 작업한다고 와서 물어보면, “, 미쳤냐? 골드 바 좀 사 놓은 거 있냐?”,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괜찮다. 내년부터는 부인께서 우리 집 생활비 만큼은 벌어 오신다. 당분간 차 바꾸는 것 같이 목돈 들어갈 일도 없다. 그리고 내가 받는 인세도, 평균 내면 그럭저럭 대충 생활비 만큼은 된다. 호사하거나 쾌적하지는 않아도, 뭐 꾸역꾸역, 가끔 애들 데리고 여행 다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농업은, 딱 중3에 맞추기로 했다. 그것도 책 많이 읽고 머리 잘 돌아가는 중3말고, 게임 하느라고 정신 없는 남학생이 정말 어쩌다 어쩌다 강요에 의해서 책을 한 권 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시선으로. 나 중3 때는 겨울방학 내내 이불 뒤집어쓰고 무협지만 읽었다. 와룡생의 <군협지> 같은 거, 그 시절에 읽었다. 게임은? 하고는 싶은데, 동네 오락실에 가기에는 가진 돈이 너무 없어서 어쩌다 한두 판, 잘 할 택이 없는.

 

젠더는 20~30대 여성에 맞추기로 했다. <솔로 계급의 경제학> 하면서 그 또래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 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너무 출산에 맞추지 않고, 솔로로 남을지 아니면 혹시라도 불같은 사랑을 하게 될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표준적 여성을 모델로 할까, 생각 중이다. 너무 엄마 얘기만 하는 건, 좀 그렇다.

 

기왕 가기로 한 거, 최대한 명랑하고 즐겁게 해보려고 한다. 톤도 가능하면 확 깨게. 내가 이 나이 먹어서 눈치 볼 게 뭐가 있겠나. 게다가 별로 팔리지도 않을 거. 최대한 실험적으로 가서, 명랑학을 내가 정립시키고야 말리라, 굳은 결심을.

 

 

(인간 조철현, 이 인간이 농업 연구 같이 하게 된다. 전문가 인터뷰도 같이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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